-필리핀 여행기(7)-마닐라 근교 관광-


  정희는 팍상한 투어를 간다고 해서 혼자 따가이따이 화산을 보러 갔다. 호텔 로비에 있는 여행사에 반나절 투어 신청을 해서 갔는데 영 날씨가 안 좋다.계속 비가 오는데 앞이 안 보일 지경이다. 안개도 잔뜩 끼었다. 2시간 정도를 달려 따가이따이에 도착했다. 그런데 여기도 비가 오고 안개가 잔득 끼어 있다. 화산은 커녕 한치 앞도 안 보인다. 택시 기사가 레스토랑에서 커피를 시켜 먹으며 앉아서 보란다. 레스토랑이 일종의 전망대 같은 곳이다. 점심도 같이 시켜 기사 아저씨랑 나눠 먹었다. 다행이 기사 아저씨가 참 좋은 분이다. 카톨릭 신자는 아니고 자기 무슬림이란다.


먹구름이 잔뜩 낀 하늘 아래로 탈화산과 탈 호수가 보인다
 

  그런데 조금 있으니 안개가 서서히 걷힌다. 퍼뜩 나가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서서히 드러나는 탈호수와 탈화산을 보았다.호수 주변을 둘러 싸고 있는 지역이 바탕가스라는데 호수가 바다같이 보인다. 탈 화산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니까 화산에 올라가 보고 싶다. 탈화산은 활화산이라는데. 나는 반나절 투어도 탈화산까지 오르는 코스인줄 알았더니 점심이 포함된 투어여야만 화산 트레킹이 가능하단다. 그냥 보고만 돌아올려니 참 허망하다. 기사에게 배 타고 호수만 건너갔다 오면 안되겠나고 하니 1시 까지 돌아가야 하는데 시간이 아마 부족할 거란다. 그러면 트레킹 하는 투어로 바꿀려냐고 묻는다. 생각해 보니 혼자 배 빌리고 화산 오르내리고 바가지 감당이 안될 거 같아서 그냥 보고 오는 것으로 만족했다. 


  돌아오는 길, 내가 너무 허망해 하니까 기사가 대통령 별장이라는 곳 옆에 차를 세운다. 그리고 한번 더 탈호수 주변을 보란다. 그리고 되지도 않는 영어를 손짓발짓 하며 대화를 주고 받는데 필리핀 갑부 아얄라 이야기서부터 필리핀 국내 사정, 국제 정세까지 화제에 올린다. 무슬림이라 그런가 부시와 이라크 문제,영국 런던의 테러 문제까지 화제로 올린다. 필리핀 대학생들이 수시로 미국을 물러가라고 데모를 한단다. 그리고 가장 추천하고 싶은 여행지를 물으니 바나우에의 ‘라이스 테라스’란다. 권기왕이라는 분이 쓴 ‘죽기전에 꼭 가봐야할 여행지33곳’ 중 한 곳으로 올랐던 곳이다. 마닐라에서 오고 가고 하루 잡고 하루 구경하고 여유있게 다녀오려면 3일 정도가 필요하단다.

  마닐라 시내로 들어설 때 기사 아저씨 이야기를 들어보니 파사이를 지나온다. 그래서 니용 필리피노가 가깝냐고 물어보니 가깝단다. 그래서 그곳에 나를 내려 주고 가라고 했다.


니용 필리피노 안에 있는 한 소수민족의 전통 가옥

  니용 필리피노 , 필리핀 마을이라는 뜻이다. 각 지역의 풍속과 습관을 알 수 있고 필리핀의 참 모습을 느낄 수 있다고 해서 찾아갔더니 썰렁하다. 넓은 공원 안 곳곳의 민가는 허물어져 문을 닫았고 열려 있는 민가보다 닫혀 있는 민가가 더 많다. 비까지 추적추적 끊임없이 내려서 대충 둘러 보고 나와 택시를 타고 바클라란 재래 시장에 갔다. 옥수수 한 개를 사서 들고 먹으며 시장을 한바퀴 돌았다. 재미있다. 북적거리는 사람들 구경하는 것도 재미있고 가게에 들러 물건 흥정하는 것도 재미있다. 신발 가게에서 조카 샌달 한 켤레를 샀다. 사고 싶은데 비싸서 안 산 전통 공예품이 있어 혹 이 시장에 파나 싶어 구석구석 다 뒤져도 전통 공예품 파는 가게는 눈에 안 띈다. 다른 나라 사람들이 잘 오지 않는 곳이라 그런가 보다. 과일 좌판에서 망고도 샀다. 아주 싸다.  3개에 78페소. 킬로로 달아서 판다. 정희는 로빈슨 벡화점에서 120페소 주고 2개를 샀다던데.


                         -바클라란 재래 시장 모습-

  시장 구경을 하고 바클라란 역에서 도시 고속 열차를 타고 UN 애브뉴 역에 내렸다. 퇴근 시간인가 많은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역에서 내려 에르미타 마비니 거리로 내려오는데 비가 엄청나게 내린다. 비옷을 다시 꺼내 입고 유유히 걸어오는데 너무 많은 비로 더 이상 못 걷겠다. 은행 앞 처마밑에 옹기종기 모여 비를 피하는 사람틈에 나도 앉았다. 그런데 한참을 앉아 있어도 도저히 비가 그칠 기미가 안 보인다. 그래서 조금 약해진 듯 할 때 비속을 걸어 숙소로 돌아왔다. 정희는 로빈슨 백화점 구경갔다가 하루종일 방안에서 뒹군 모양, 로비 식당에서 차를 마시며 기다리고 있다. 씻고 첫날 먹은 댁에 가서 두부 찌개를 먹고 내일 묵을 숙소를 구하러 갔다. 마비니 펜션에 2인이 550페소를 주고 자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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