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빈 교실

       4년 강경리


여름 방학 특활 마치고

까치발을 하고 빼꼼 들여다 본

텅빈 교실


우리 반 친구들이

꼭 저기 앉아있는 것 같다


굳게 닫힌 문이

한번이라도 열리면

얼마나 좋을까?


문열고 들어가

내 자리에 앉아보면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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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간 연주


                4학년

죽마고우 연주가

이사간다고 한 날

커다란 돌덩이가

내마음 속에 툭 떨어졌다


바닥에 주저 앉아

집에 홍수가 나도록

펑펑 울었다

가슴이 찢어질 것 같았다


연주가 이사 가고

다른 친구와 놀 때도

혼자 쓸쓸히 놀 때도

연주 생각이 난다


미소짓던 얼굴이

양보하던 행동이

착하던 마음이

자꾸만 자꾸만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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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 2005-09-09 09: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이렇게 솔직한 시라니.
감동입니다.
 

 

울 어머니 표, 천연 염색 옷들


  하얀색 면 티는 일년 정도 입고 나면 색이 바래고 후줄근 해 진다. 거기다가 목 둘레까지 늘어나면 그 옷에는 손이 잘 안간다.

  어느 날 어머니께서 텔레비전을 보시다가 황토 염색하는 것을 본 모양이었다. 나와 동생의 색바랜 흰 면티를 다 꺼내 뒷산에서 황토를 파와 담궜다 널기를 서너번, 후줄근하던 면티가 멋진 웰빙 옷이 되었다. 처음 몇 번 빨아 널 때는 황톳물이 빠지더니 이제 황톳물도 안 빠지고 빨면 빨수록 색이 더 예뻐진다. 입을 때마다 기분이 좋다



그리고 어머니 여름 마 마이,

작년, 여름이 거의 파장일 무렵 어머니께서 부산진 시장에서 수수한 색깔이 마음에 든다고 마로 된 마이를 사 오셨다. 거기서 입어 볼 때는 괜찮아 보여서 샀다는데 집에 와서 입어보시는데 보니 누리끼리 한게 색깔이 영 어머니께 어울리지 않았다. 조금 더 밝은 노량 색이면 차라리 나을 것 같아 어머니께 좀 더 밝은 색이었으면 괜찮을 것 같다고 했더니 집에 있던 치자를 풀어 담궜다가 널기를 서너번 은은한 겨자 색깔의 멋스러운 마이가 되었다.

  잠시도 손을 놓지 않으시는 부지런한 우리 어머니 덕분에 올 여름 우리 가족들은 웰빙 옷 입고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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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 2005-09-04 2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정말 멋진 어머니세요. 음... 집 뒷산의 황토만으로도 저런 염색이 가능하다 이거죠?

다솜 2005-09-04 2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흰색 옷이나 색 바랜 옷들 꺼내 천연 염색 한 번 해 보셔요.양파 겉껍질 벗겨 염색해도 괜찮더라구요

조선인 2005-09-04 2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양파요? 놀라워요. >.<

다솜 2005-09-05 2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들 있는 댁에서는 양파 겉껍질로 달걀에 다양한 무늬 새기기도 해보세요. 제가 가르치는 아이들과 활동 수업할 때 해 봤는데 아이들 정말 재미있어 해요. 하는 방법, 재료, 같은 것은 다음에 사진과 함께 올릴께요
 

 

‘인 굿 컴퍼니(In Good Company)’를 보고

 

 

  감독: 폴 웨이츠 

  출연 :  데니스 퀘이드(댄 포먼), 토퍼 그레이스(카터 듀리아), 스칼렛 요한슨(알렉스 포먼



이 영화, 혼자 잘난 맛에 살고 있는 이기적인 나에게 그동안 내가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맺을 때 무엇을 놓치고 있었는지 짚어준 영화.


카터와 댄, 인생도 일하는 스타일도 대조적인 두 남자


카터 듀리아, 카터 듀리아를 보니  ‘沙上樓閣’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공룡 핸드폰 개발 성공으로 젊은 나이에 스포츠 잡지 광고 담당 이사로 승진해 자신의 아버지보다 한 살 더 많은 사람을 오른팔로 거느리고 있다. 초고속 승진으로 우쭐해진 카터 듀리아, 겉은 번듯해 보인다. 그러나 어린시절 부모로부터 적절한 사랑을 받지도 못했고, 직장에서 탁월한 업적을 세우느라 가정을 신경쓰지 못한 탓에 이혼까지 당해 불안정한 생활을 하고 있다. 혼자 탁월한 업적을 세우다보니 주변에 좋은 인연도 만들지 못했다. 번지르르한 카터의 성이 오래갈 것 같지는 않다. 그러더니 결국 회사가 다른 회사에 합병되면서 해고된다.  


 댄. 마른 하늘에 날벼락도 유분수지. 예고없는 기업합병으로 하루아침에 직위가 강등되어 새파란 젊은이를 상사로 모셔야하는 기막힌 상황을 맞는다, 거기다가 막내를 임신한 아내, 학비가 비싸기로 소문난 뉴욕대에 편입하겠다는 딸과 고등학교를 다니고 있는 딸을 가진 가장이다, 그런데 자기가 아끼던 부하 직원들을 해고시켜야하는 상황에서도, 광고를 계약하러 가서도, 가족들에도 따뜻한 인간미를 잃지 않는다. 광고 계약이 성사되었을 때 이 광고 계약이 자신의 회사 뿐만 아니라 광고를 맡겨준 그 회사에도 도움이 되어 보람을 느낀다는 댄( 자신이 하는 일이 좋은 일이라는 확신이 없으면 절대로 생각할 수 없는), 아무리 늦은 밤에 퇴근을 해도 반드시 딸의 방을 둘러보고, 언제 해고 될 지 모르는 긴박한 상황에서도 상황을 알 리 없는 딸이 테니스를 치자고 찾아왔을 때도 상사의 눈치 보지 않고 평소처럼 딸과 함께 테니스를 치러 가는 다정다감한 사람이다.


 카터 듀리아는 대부분의 직원들이 해고 1순위로 꼽은 댄을 해고 하지 않고 오히려 댄에게 자신의 오른팔이 되어 달라고 한다. 카터가 댄에게 호감을 갖는 것은 지극히 당연해 보인다. 자신에게 부족한, 늘 목말라 하고 있던 뭔가가 댄에게는 가득했기 때문이다. 인생은 장거리 경주다. 카터가 단거리 경주에서는 유리할 지 몰라도 장거리 경주에서는 댄 같은 사람이 유리하다. 화목한 가정과 그동안 쌓은 좋은 인연들이 모여 만들어 낸 공조관계는 삶을 성공으로 이끌어 줄 것이기 때문이다.


인생은 살아볼 만한다. 아이러니 하게도 잘 나가던 카터 듀리아가 해고 되고 댄이 다시 자신의 자리를 찾았을 때, 댄이 카터에게 오른팔 역할을 맡기러 한다. 하지만 카터 듀리아는 의미있는 일을 해 보고 싶다는 말로 사양한다. 댄을 통해 삶을 살아가는데 있어 진정 가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어렴풋이나마 깨달았기 때문이다. 카터 두리야가 자신에게 의미있다고 생각되는 일이 교사였던가. 카터가 우쭐한 마음에 잘난척 하긴 했지만 댄이 좋은 사람이라는 것을 한 눈에 알아본 것을 보면 카터 역시 좋은 사람이다. 초고속 승진의 휴유증이 카터를 보다 나은 삶으로 이끄는 계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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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머니와 꽃밭-


  어머니는 꽃을 심고 가꾸는 것을 즐기신다. 그래서 어릴적 우리집은 동네에서 꽃이 가장 많이 피는 집이었다. 밭 한가운데 있던 우리 집으로 들어오는 길은 여름이면 과꽃과 색색의 봉숭화, 금잔화가 줄지어 피어있어 쌍족암을 가던 관광객들이 우리 집 앞에서 사진을 찍고 가곤 했다. 집 마당에도 과꽃과 봉숭아 뿐만 아니라 다알리아, 금잔화, ,맨드라미,키다리, 분꽃 같은 꽃들이 무리지어 피어 있었다.

  어느 날 동네에서 유일하게 카메라를 가지고 있던 큰댁 언니가 우리 집 꽃밭을 배경으로 나와 친구들 사진을 찍어 주었다.

 

  그런데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도시로 이사를 오면서 남의 집 전세방을 전전하시느라 어머니는 한동안 꽃을 마음에 심으셨다. 그렇게 마음 밭에 꽃씨를 뿌리며 사시다가 몇해 전 막내가 다니던 대학 옆에 집 한 칸을 마련하셨다. 몇 해 동안은 장사를 하시느라 전세를 주고 사시다가 1층을 수리해서 그 집에 들어가 살게 되었을 때 어머니가 가장 먼저 한 일이 좁은 마당 한켠에 화단을 만들어 꽃씨를 뿌리는 거였다.

  지금 우리 집 화단에는 방아, 깻잎 같은 채소도 몇 그루 심어져 있지만 대부분이 내가 어릴적 흔히 보고 자란 꽃들이 심어져 있다, 분꽃, 나팔꽃,봉숭화, 같은 꽃들.

 


  

우리가 살고 있는 1층은 양지가 아니라  채소나 꽃들이 잘 자라지는 않는다. 어떤 봉숭아 나무는 겨우 한 두 송이 꽃을 피우고 여름 한 철을 나기도 하고, 아예 꽃을 피우지도 않고 가을 한 철을 지내는 국화도 있다. 하지만 어머니 덕분에 우리집 담장과 화단은 늘 초록 잎들로 풍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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