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와 꽃밭-


  어머니는 꽃을 심고 가꾸는 것을 즐기신다. 그래서 어릴적 우리집은 동네에서 꽃이 가장 많이 피는 집이었다. 밭 한가운데 있던 우리 집으로 들어오는 길은 여름이면 과꽃과 색색의 봉숭화, 금잔화가 줄지어 피어있어 쌍족암을 가던 관광객들이 우리 집 앞에서 사진을 찍고 가곤 했다. 집 마당에도 과꽃과 봉숭아 뿐만 아니라 다알리아, 금잔화, ,맨드라미,키다리, 분꽃 같은 꽃들이 무리지어 피어 있었다.

  어느 날 동네에서 유일하게 카메라를 가지고 있던 큰댁 언니가 우리 집 꽃밭을 배경으로 나와 친구들 사진을 찍어 주었다.

 

  그런데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도시로 이사를 오면서 남의 집 전세방을 전전하시느라 어머니는 한동안 꽃을 마음에 심으셨다. 그렇게 마음 밭에 꽃씨를 뿌리며 사시다가 몇해 전 막내가 다니던 대학 옆에 집 한 칸을 마련하셨다. 몇 해 동안은 장사를 하시느라 전세를 주고 사시다가 1층을 수리해서 그 집에 들어가 살게 되었을 때 어머니가 가장 먼저 한 일이 좁은 마당 한켠에 화단을 만들어 꽃씨를 뿌리는 거였다.

  지금 우리 집 화단에는 방아, 깻잎 같은 채소도 몇 그루 심어져 있지만 대부분이 내가 어릴적 흔히 보고 자란 꽃들이 심어져 있다, 분꽃, 나팔꽃,봉숭화, 같은 꽃들.

 


  

우리가 살고 있는 1층은 양지가 아니라  채소나 꽃들이 잘 자라지는 않는다. 어떤 봉숭아 나무는 겨우 한 두 송이 꽃을 피우고 여름 한 철을 나기도 하고, 아예 꽃을 피우지도 않고 가을 한 철을 지내는 국화도 있다. 하지만 어머니 덕분에 우리집 담장과 화단은 늘 초록 잎들로 풍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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