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튼 호텔 내에 있는 뷔페에서 느긋하게 아침 식사를 하고 8시에 벳부로 출발했다.
화창하던 어제와는 달리 가랑비가 오고 있다. 어제까지는 벳부로 가는 길이 통제 될 만큼 많은 눈이 내렸다는데 다행이 오늘은 통제가 풀렸단다. 그러나 짙은 안개로 한치 앞이 보이질 않는다. 안개가 걷히는 마을을 지날 때 언듯언듯 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이 참 좋다. 눈 덮인 골짜기와 빽빽한 삼나무 숲, 올망졸망한 집들. 우리 나라 시골 가는 길에 불쑥불쑥 마을 가운데 솟아 있는 아파트가 이곳에는 없다. 비슷비슷한 집들이라 개성이 없어 보는 재미는 없지만 검소하고 소박한 느낌을 준다.
온천 도시를 가는 길에 들린 곳은 온천 마을 유후인.
마을을 가로 질러 흐르는 냇가에도 증기가 올라오고 있다. 맑은 날 마을 가운데 있는 작은 호수 긴린코(저녁 무렵 석양이 비칠 때 호수에 사는 물고기들이 금빛으로 보인다고 붙여진 이름이란다)를 찍은 사진을 보니 주변 풍경이 선명하던데 비가 내려서 그런가 수증기 때문에 주변 경치가 카메라에 담기지 않는다.
유휴인, 참 예쁜 마을이다. 긴린코 호수 옆에 운치 있는 카페도 있고 캘러리, 빵집, 메밀 전문점, 전통 술을 파는 가게, 공예품을 파는 가게 등등 작은 마을인데도 볼거리 먹을 거리가 제법 많다. 개인적으로 여행을 갔다면 느긋하게 캘러리도 돌아보고 배 고프면 메밀 국수도 먹고 카페가서 커피도 마시고, 마을 구경하다 출출해 지면 케익도 먹고 할 텐데 아쉽다.
유후인에 있는 초밥가게
유후인을 나와 간 곳은 유황재배지. 이 곳이 가까워 지자 버스 안에 달걀 노른자 냄새 비슷한 방귀 냄새가 난다. 처음에 누가 방귀 뀐줄 알았다. 알고 보니 유황냄새. 유황을 재취하는 집들은 짚으로 지붕을 이었는데 집 안으로 들어가 유황재취 방법을 들었다. 바닥 여기저기 누런 유황이 보인다.그 유황을 채취해 가는 사람이 있는지 채취 금지 푯말도 붙어있다. 유황 온천 증기로 달걀, 만두 같은 것을 찌고 있는 것도 보이고 그 옆에는 유황온천수에 손을 담궈 볼 수 있게 해놨다.담궈보니 피부가 매끌매끌하다.
유황재배지를 나와 간 곳은 지옥순례. 이곳은 총 9개의 지옥 순례 코스가 있다는데 우리는 솥 지옥을 순례했다. 코발트 온천수가 뿜어져 나오는 곳, 향토가 끓고 있는 곳, 갯펄 같은 회색 흙이 끓고 있는 곳이 있고, 마시면 10년은 젊어진다는 온천수가 나오는 곳도 있다. 코발트 온천수가 뿜어져 나오는 곳에 대형 온도계를 꽂아 놓았는데 물 온도가 90도를 넘었다. 무료로 족욕을 할 수 있는 곳이 있어 10분정도 족욕을 하고, 이곳 온천 증기로 삶은 달걀을 먹었다. 장거리 버스 여행은 지치는데 여행 중간에 족욕을 하고 나니 몸이 개운하다.
삼나무 숲길을 한참 달려 도착한 곳은 한적한 산속 마을에 있는 쿠로가와 온천. 료칸이 딸린 작은 온천이다. 함께 간 일행 여자분이 16명이었는데 10명이 정원이라 6명은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다른 온천에 갔다. 번잡하지 않고 주변 마을에 사는 일본인 서너명과 10명 남짓한 우리 나라 사람들만 온천욕을 했다. 오이타 현 작은 도시에서 차가 고장나는 바람에 일정이 조금씩 지체되더니 온천욕 할 수 있는 시간이 짧았다.
노천 온천에서 온천을 하고 아소팜 랜드로 왔다. 그런데 빗방울이 제법 굵어진다. 저녁을 먹고 아소 지역에서 나는 소들에게서 짠 유제품 맛도 보고 아소 팜 랜드내 온천에 들어가 잠깐 온천 구경을 했다. 우리 나라 부산 허심청과 비슷한 분위기다. 온천을 끝내고 돌아와 버섯 모양으로 생긴 돔에서 한 가족씩 묵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