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쟁이와 모나리자 사계절 1318 문고 15
E. L. 코닉스버그 지음, 햇살과나무꾼 옮김 / 사계절 / 2000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모나리자의 주인공은 피렌체 상인의 부인이다. 그런데 사실은 그 부인의 모습에는 레오나르도가 소속돼 있던 루도비코 스포르차의 부인이었던 베아트리체의 모습이 담겨 있다? 왜? 답은 살라이한테 있다.

이 책을 읽다보니 내용의 절반 이상이 베아트리체와 관련된 이야기인데 모나리자의 주인공이 베아트리체가 아니라 왜 피렌체 상인의 아내일까 의아했다.

  비밀은 책 내용거의 끝날 무렵에 나왔다.  레오나르도의 작업장을 지키고 있던 살라이는 자화상을 그려 달라고 데려온 피렌체 상인의 아내 얼굴에서 자신이 인간적으로 좋아했던 베아트리체의 모습 ‘자신이 예쁘지 않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그 사실을 받아들이며 살아 가는 법을 터득한 사람이라는 것, 이런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임으로서 은은한 아름다움을 갖게 되었다는 것, 기쁨을 주는 법과 고통을 주는 법을 아는 여인이라는 것’ 을 발견하고 레오나르도에게  초상화를 그리도록 주선했기 때문이다.

 

살라이와 레오나르도의 대화에서 레오나르도가 어떤 사람이었는지도 짐작할 수 있다.  

  왼손 잡이였다는 것, 실제로 관찰한 것이 아니면 의견을 내 놓지 않는다는 것,늘 머릿속에 미래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차 있어 현재를 느긋하게 즐기지 못한다는 것,섬광처럼 번쩍이며 훌쩍 도약하는 격력함이 부족하고 자의식이 아주 강했다는 것. 그래서 거짓말쟁이긴 해도 현재에 충실하고 물감들만큼 다채로운 기질을 가지고 있던 살라이가 레오나르도의 작품 활동에 꼭 필요한 인물이었다는 것.

 

 레오나르도가 살라이에게 밀라노 성 밖에 있는 농지의 반을 유산으로 남긴다고 했다는데 그럴 만 했다. ‘위대한 작품이란 모름지기 중요한 것이 잘 포착되어 있으면서 그 속에 격렬한 느낌이 약동하고 있어야 하는데’ 살라이로 인해 위대한 작품을 남길 수 있었으므로.

 

물론 이것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빚어진 이야기지만 그럴듯하다. 이 책을 쓴 작가는 거짓말쟁이 살라이보다 더 탁월한 거짓말쟁이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다리 건너 저편에 사계절 1318 문고 5
게리 폴슨 지음, 김옥수 옮김 / 사계절 / 2007년 3월
평점 :
절판


 

  중3 학생들과 함께 독서 토론을 하려고 이 책을 읽었다. 다리 건너 자유의 여신상이 있는 곳을 향하고 있는 소년의 모습에서 어렴풋이 느끼긴 했지만 등장인물들의 삶이 참 팍팍하다.  책을 썩 좋아하지 않는 아이들은 몇장 넘기다가 읽기를 그만 둘 것 같다. 그러나 인내심을 갖고 마지막까지 읽다보면 가슴에 묵직하게 내려 앉는 무언가가 있다. 살아가는 것이 그리 녹록치만은 않지만  ‘ 캄캄한 밤이라도 하늘 아래선 /  마주잡을 손 하나 오고 있거니’ (‘상한 영혼을 위하여/ 고정희)라는 싯구처럼 자신의 꿈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누군가가 반드시 도움을 주려 손을 내민다는 것, 세상에 아무리 믿을 사람이 없다고 해도 믿어도 좋을 사람이 있어 그래도 살만하다는 것. 무엇보다. 사람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는 책이다. 사정을 모르고 보면 마니는 한낱 약삭빠르고 거짓말쟁이 구제불능 거리의 소년이지만 나름대로 자신의 삶을 치열하게 살아간다는 것, 가슴 깊숙한 곳에 더 나은 세상에서 살고 싶은 꿈을 꾸며 호시탐탐 다리 건너 저편으로 가기 위해 기회를 노리고 있는 소년이니까.


  마니를 보며 이렇게 불행한 아이가 있을까 싶었다. 아침에는 시장에서 상인들이 가게를 여는 것을 도와주고 먹을 것을 조금 얻어 연명하고 낮에는 미국과 멕시코를 가르는 다리 밑에서 관광객들이 던져 주는 동전을 목숨 걸고 줍고, 저녁에는 길거리에서 장애아동 흉내를 내며 구걸을 하며 살았다. 하루하루를 살기 위해 사투를 벌이며 살았다. 그래서 마니는 이 끔직한 환경에서 벗어나 ‘다리 건너 저편’ 잠자리와 먹을 것을 준다는 그 곳으로 갈 꿈을 꾼다. 하지만 생각만큼 쉽지 않다. 아니 불가능해 보였다.  마니를 노리는 독수리( 마니 같은 어린 아이들을 잡아다가 노예로 팔아 먹기도 하고 돈을 뺏거나 심지어 살인가지 서습없이 저지르는 길거리 사내들)의 손아귀에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아 보였기 때문이다. 이런 가엾은 영혼. 마니에게 행운이 찾아온다. 미군 로버트.


  로버트는 베트남전에 참전했다가 죽어가는 동료들을 보고 영혼에 상처를 입고 알코올의 힘을 빌어 살아가고 있는 사람이다. 술을 먹지 않으면 전쟁 중에 죽어간 사람들의 아우성 소리가 귓전을 때려 맨 정신으로는 잠을 자지 못한다. 마니는 뒷골목에서  술에 취한 로버트의 지갑을 훔치려다 인연을 맺는다. 지금껏 했던 것처럼 동정심을 유발시켜 돈을 얻으려고 갖은 거짓말을 다하지만 차츰 이제껏 봐 왔던 사람과 다른 사람이라는 것을 알아차리고 가슴속에 꼭꼭 숨겨둔 진심을 내 보인다. 마니의 진심을 들은 로버트는 다리 건저 저편으로 데려다 주겠다고 약속하고. 하지만 행운의 여신은 끝내 마니 편이 아니었다. 마니를 노리는 독수리들로 인해 로버트는 목숨을 잃는다. 마니의 목숨을 구하고. 피 한방울 섞이지 않은 남의 아이를 위해 자신의 목숨을 기꺼이 내 놓은 로버트는 서서히 눈을 감으며 호주머니에서 두툼한 지갑을 마니에게 건네며 말한다. 

  ‘얘야, 뱀에게 물리지 않게 빨리 이 곳에서 도망치거라.’

 

마지막 문장을 읽고 나니 마니가 걱정스럽다.

  ‘국경을 건너 미국으로 무사히 잘 건너 갔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집으로 가는 길
이스마엘 베아 지음, 송은주 옮김 / 북스코프(아카넷) / 2007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 살육의 현장이 두려워서 필사적으로 도망치던 평범한 어린이가 마을을 습격해 학살을 자행하는 무자비한 소년병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솔직하고 생생하게 고백한 책’이라는 신간 소개글을 읽고 사서 봐야지 했었는데 잊고 있었다. 그러다가 지나간 겨울 방학 때 내가 가르치는 학생들 권장도서 중 한 권이 이 책이어서 시간을 내서 읽어봤다.읽는 내내 가슴을 먹먹하게 하는 책이다.

시에라리온은 1991년부터 2002년까지 내전이 일어났던 나라다. 이스마엘 배아는 이 시기에 뜻하지 않게 12살의 어린나이에 소년병이 되어 끔찍한 일들을 수없이 겪고 행하게 되는데 이 책은 그 기록이다.

  이스마엘은 1993년 1월 형과 자신이 살고 있는 마을과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마르투종이라는 마을에서 열리는 장기자랑에 나가기 위해 집을 나선다. 다음 날 돌아올 예정이라 누구에게도 떠난다다는 인사도 하지 않고, 어디로 간다는 얘기도 남기지 않았다. 그런데 그 길로 영영 고향을 보는 것이 마지막이 된다. 자신이 살고 있던 마을에 반군이 들이닥쳤기 때문이다. 그 후 주니어 형과 친구와도 헤어져 혼자 숲 속을 헤매고 다니다가 죽을 고비를 수없이 넘기며 달리고 달려 자신처럼 가족과 떨어져 피난을 가고 있는 다른 무리 6명과 합류를 하게 된다.

 

필사적으로 도망치던 이스마엘 베아가 정부군이 되었을 때 자신도 똑같은 짓을 서슴없이 저지른다. 처음에는 총이 무거워, 사람들을 죽이는 것이 무서워 총을 쏠 수 조차 없었지만 정부군에서 주는 하얀 가루를 먹은 이후 사람을 죽이는 것, 마을을 불태우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나 죄책감조차 없어지고 그것을 마냥 즐기는 소년으로 변해간다. 물론 이스마엘 베아가 이렇게 변한데는 반군들로 인해 가족들이 몰살을 당한 데 대한 복수심 때문이었을 것이다. 생사조차 알 수 없던 가족들 소식을 애타게 기다리던 끝에 고향 사람으로부터 가까운 곳에 가족들이 피난와 있다는 소식을 듣고 그 마을을 찾아갔을 때 이미 반군들이 마을에 들어닥쳐 온 마을을 잿더미로 만들고 이스마엘 베아의 가족들 뿐만 아니라 마을 사람 모두를 죽이고 떠난 뒤였다.

  

 얼떨결에 정부군이 된 이스마엘은 이로 인해 반군에 대한 분노가 광기로 변한다. 마을을 습격해서 반군 뿐만 아니라 반군들이 자행했던 것처럼 죄없는 마을 사람들까지도 죽이는 것을 즐긴다. 그러다가 뜻하지 않았지만 소년병 생활을 그만두고 유니세프의 도움으로 시에라리온의 수도 프리타운에서 재활 훈련을 받는다. 마약(하얀 가루)을 밥 먹듯 먹던 아이들은 유니세프에서 마약을 주지 않자 금단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소년병 시절 겪은 일들로 악몽에 시달리며 마약을 먹지 않으면 잠들지를 못한다. 그러기를 몇 달, 온전한 정신으로 돌아오기 시작하면서 자신들이 행했던 일들이 떠오르면 미칠 것 같은 죄책감에 시달린다. 광기에 찬 날들을 떨쳐버리려고 발버둥을 치지만 고통스런 기억들이 번번이 덜미를 잡았다. 그럴 때마다 유니세프에서 파견된 간호사 에스더는 말한다. “너희들 잘못이 아니란다.” 그 말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한다. 처음에 이스마엘은 그 말을 듣는 것조차 역겨웠다. 그러나 심신의 안정을 찾기시작하면서 그 말을 조금씩 수긍하기 시작한다. 자신들의 잘못이 아니라 어린 소년병들에게 총을 손에 쥐어준 어른들 잘못이라는 것을 .

이스마엘 베아가  ‘집으로 가는 길’ 참으로 멀고도 험했다. 12살 어린 나이에 죽음의 문턱까지 넘나들며 혼자 산속을 헤매고, 죽음의 고비를 수없이 넘기면서 전쟁을 치르고, 정신적 상처를 조금씩 극복해 나갈 무렵 또다시 내전이 터져 울타리였던 삼촌을 잃고.그래도 살아남았다. 

그러나 이스마엘의 가족과 대부분의 고향 사람들은 영원히 집에 조차 가지 못했다. 통계상으로는 내전으로 인해 5만여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하지만 정부에서 파악하지 못한 더 많은 사람들이 내전으로 인해 목숨을 잃거나 다쳤을 것이다. 내전의 참상이 얼마나 생생한지 이 책을 읽다가 덮어두고 잠이 들면 꿈속에서 조차 악몽에 시달릴 정도였는데 실제로 겪은 이들의 고통은 어떠했을 지...

이스마엘이 다시는 떠올리고 싶지 않은 끔찍한 기억 떠올리며 이 글을 써 내려갔을 생각을 해 보니 절실하게 생각나는 말이 있다.‘어떤 명분으로도 전쟁은 하지 않아야 한다’. 아주 상투적인 말 같지만 소년병 이스마엘이 멀고도 험한 길을 걸어 집으로 간 까닭도 이 말을 하고 싶어서였을 것이므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천안문
샨 사 지음, 성귀수 옮김 / 북폴리오 / 2004년 10월
평점 :
절판


 

  ‘천안문’ 이 책 참 독특하다. 픽션과 논픽션이, 환상과 현실이 적절하게 섞인 듯한, 쉬운듯한데 함축된 의미 파악이 어려운 묘한 책이다 .

  ‘대룩의 딸들’ 처럼 소설 속에 중국의 근대사가 녹아 있는 책 인줄 알고 도서관에서 책 제목만 보고 빌렸더니 아니다. 겉으로 보기엔 ‘천안문’ 사태의 주동 인물로 수배를 받고 있는 아야메를  군인 자오가 뒤쫓는 이야기이다. 그런데  뒤로 갈수록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가 모호해지면서 환타지를 읽고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자오의 생활은 현실적이나 아야메의 도피 생활이나 자오에게 사원의 위치를 알려주기 위해 동행한 사냥꾼의 말은 비현실적이다. 마치 몽롱한 꿈속을 헤매고 있는 것처럼. 이로 인해 자오에 대한 이야기를 읽을 때는 현실로 돌아왔다가 아야메의 이야기를 읽을 때는 현실인지 꿈인지 분간이 안가는 세계를 거닌다. 그러다가  소설이 끝났을 때, '천안문'이란 도대체 뭘 의미하는 건가하는 물음을 머리속을 헤집는다.

 

   책 첫부분에 민주화를 요구하는 학생대표였던 아야메가 시위하던 도중 고등학교 동창 샤오로 인해 시위대열에서 잠시 벗어난 사이 공산당이 무장 군인을 투입 무자비하게 시위대를 해산 시키는 이야기로 시작된다. 그래서 잠깐 책을 덮고 인터넷에서 ‘천안문 사태’에 대한 자료를 찾아 읽고 대충의 배경 지식을 쌓은 후 다시 읽었다. 작가 의 의도를 파악한 건 다 읽고 나서였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천안문 사태는 이야기를 도입하고 이끌어가는 하나의 장치였다.  천안문은 자오와 아야메, 두 인공들이 이상과 현실이 충돌하는 문이자 이상과 현실을 넘나드는 문이었다. 김기림의 '바다와 나비'라는 시의 '나비'가 아야메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잔소리 없는 날 동화 보물창고 3
A. 노르덴 지음, 정진희 그림, 배정희 옮김 / 보물창고 / 2004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잔소리 해방의 날’이라는 동화책 제목을 보는 순간 ‘잔소리 비’라는 그림이 생각났다. 태혜선이라는 어린이가 그린 그림이었는데 얼굴의 반을 차지하고 있는 커다란 입술 세 개가 쉬엄없이 침을 튀기고 있고, 입술 보다 작게 그려진 아이는 우산을 들고 우울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우산을 쓰고 있는 것으로 보아 아이가 얼마나 잔소리를 듣고 싶지 않은지, 어른들 입술보다 작게 그린 아이의 모습에선 잔소리를 들을 때 아이가 얼마나 자신이 작고 초라하게 느껴지는 지 절절하게 와 닿았다. 그 때 이 그림을 함께 본 아이들도 환호성을 질렀다. “맞아요. 맞아요. 얘 마음이 제 마음이에요.”

 

그런데 ‘잔소리 해방의 날’ 책 제목을 보고서도 그랬다.

“맞아요. 하루라도 잔소리에서 해방되는 날이 있어야 돼요.”
그래서 내가 아이들에게 물었다.

“ 잔소리 해방의 날 너희는 뭐하고 싶은데?”

“ 학원 안가고 친구들과 실컷 놀고 싶어요.”

“ 하루종일 컴퓨터 게임 하고 싶어요.”

......

그러고 보니 이 책은 제목을 참 잘 지었다. 아이들이 책 제목만 보고도 벌써 보고 싶다고 난리다. 그런데 책을 읽어본 아이들 반응은 약간 실망하는 눈치다. 푸셀이 잔소리 없는 날 겪는 일들이 우리 나라 아이들에게 공감을 받을 만한 것들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잔소리 해방의 날’은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읽을 만한 가치가 충분하다. 이 책을 읽은 아이들도 푸셀이 잔소리 해방의 날 겪는 일을 보면서 잔소리를 할 수 밖에 없는 부모의 마음을 이해할 것 같다고 했으므로.

 

책장을 한 장 한 장 넘길 수록 잔소리에 질린 아이가 갑자기 잔소리 없는 날을 맞았을 때 보이는 반응이 실감난다. ‘위험한 일만 아니면 무엇을 하든 간섭하지 않겠다’는 부모 말에 처음에는 아침 식사하고 나서 양치질을 안하기, 먹고 싶은 잼을 실컷 먹기를 통해  부모의 반응을 테스트한다. 부모가 약속 했던 대로 잔소리를 안 하시는 것을 보고 조금씩 벌이는 사건의 강도가 강해지고 그래도 부모가 잔소리를 안하시는 것을 보고 ‘보통 때는 상상도 못할 일들’을 감행하기에 이른다. 뜬금없이 파티를 열겠다더니 술주정뱅이를 데리고 와서 부모님을 놀래키기도 하고, 위험한 공원에서 텐트를 치고 자겠다고 해서 부모께 걱정을 끼치기도 하고.

  

하지만 ‘보통 때는 상상도 못할 일들’을 겪으면서 푸셀은 깨닫는 것이 있다. 덩달아 이 책을 읽는 아이들도 깨닫는다.부모가 잔소리를 하는 것은 사랑의 또 다른 표현이라는 것과 무책임한 행동 뒤에는 책임이 뒤따른다는 것을.

  술주정뱅이 아저씨의 썩은 이들을 보고 어머니가 ‘음식을 먹은 후에는 양치질을 해라’고 하시는 까닭은 자신의 건강을 위해서라는 것을 느낀다. 그리고 공원에서 친구와 함께 밤을 보내기로 했을 때 밤이슬을 맞으며 공원 벤치에 앉아 자식의 안전을 걱정하는 아버지가 있다는 것을 통해 잔소리 속엔 부모님의 사랑이 담겨 있다는 것을 깨닫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마냥 즐겁게 하루를 보내더라도 해야할 일은 잔소리를 하지 않더라도 알아서 해야 한다는 것, 그렇게 하지 않아서 벌어진 일은 스스로 책임지고 해결해야한다는 것도 깨닫는다.  

 

아이들 뿐만 아니라 부모가 이 책을 읽어도 느끼는 것이 많다. 아이가 못마땅한 행동을 하더라도 일일이 간섭하고 잔소리 하기 보다는 지켜보는 인내심이 필요하다는 것이다.푸셀이 몸조차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술주정뱅이 아저씨를 파티 참석 손님으로 데리고 왔을 때 보통 부모라면 아무리 잔소리 해방의 날이라도 버럭 소리를 질렀을 것이다. 하지만 푸셀의 엄마는 방에서 이불과 베개를 꺼내와서 거실로 데려가서 몸을 누이고 덮어준다. 그리고  잠에서 깨어난 아저씨에게 음식을 차려준다. 이 과정에서 아이는부모가 음식을 먹은 후에 양치질 하라고 잔소리를 하는 까닭과 술 취한 사람은 위험하다는 것, 아무리 술주정뱅이라고 해도 함부로 인격을 무시하면 안된 다는 것 등을  스스로 깨닫는다.  

 

아이들은 잔소리 듣는 것을 싫어한다. 어른들도 그 사실을 알고 있다. 그런데도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끊임없이 잔소리를 한다. 고대 이집트 벽화에 ‘요즘 어린 것들은 버릇이 없다.’는 낙서가 있다고 한다. 그런데 수천년이 지난 지금도 어른들은 여전히 잔소리를 하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 될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이 책은 잔소리를 듣기 싫어도 들어야 하는 아이와 하기 싫어도 할 수 밖에 없는 부모 모두에게 숨통을 틔워주는 책이다. 아이와 부모 모두를 위해서도 잔소리 해방의 날은 필요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