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으로 가는 길
이스마엘 베아 지음, 송은주 옮김 / 북스코프(아카넷) / 2007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 살육의 현장이 두려워서 필사적으로 도망치던 평범한 어린이가 마을을 습격해 학살을 자행하는 무자비한 소년병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솔직하고 생생하게 고백한 책’이라는 신간 소개글을 읽고 사서 봐야지 했었는데 잊고 있었다. 그러다가 지나간 겨울 방학 때 내가 가르치는 학생들 권장도서 중 한 권이 이 책이어서 시간을 내서 읽어봤다.읽는 내내 가슴을 먹먹하게 하는 책이다.

시에라리온은 1991년부터 2002년까지 내전이 일어났던 나라다. 이스마엘 배아는 이 시기에 뜻하지 않게 12살의 어린나이에 소년병이 되어 끔찍한 일들을 수없이 겪고 행하게 되는데 이 책은 그 기록이다.

  이스마엘은 1993년 1월 형과 자신이 살고 있는 마을과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마르투종이라는 마을에서 열리는 장기자랑에 나가기 위해 집을 나선다. 다음 날 돌아올 예정이라 누구에게도 떠난다다는 인사도 하지 않고, 어디로 간다는 얘기도 남기지 않았다. 그런데 그 길로 영영 고향을 보는 것이 마지막이 된다. 자신이 살고 있던 마을에 반군이 들이닥쳤기 때문이다. 그 후 주니어 형과 친구와도 헤어져 혼자 숲 속을 헤매고 다니다가 죽을 고비를 수없이 넘기며 달리고 달려 자신처럼 가족과 떨어져 피난을 가고 있는 다른 무리 6명과 합류를 하게 된다.

 

필사적으로 도망치던 이스마엘 베아가 정부군이 되었을 때 자신도 똑같은 짓을 서슴없이 저지른다. 처음에는 총이 무거워, 사람들을 죽이는 것이 무서워 총을 쏠 수 조차 없었지만 정부군에서 주는 하얀 가루를 먹은 이후 사람을 죽이는 것, 마을을 불태우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나 죄책감조차 없어지고 그것을 마냥 즐기는 소년으로 변해간다. 물론 이스마엘 베아가 이렇게 변한데는 반군들로 인해 가족들이 몰살을 당한 데 대한 복수심 때문이었을 것이다. 생사조차 알 수 없던 가족들 소식을 애타게 기다리던 끝에 고향 사람으로부터 가까운 곳에 가족들이 피난와 있다는 소식을 듣고 그 마을을 찾아갔을 때 이미 반군들이 마을에 들어닥쳐 온 마을을 잿더미로 만들고 이스마엘 베아의 가족들 뿐만 아니라 마을 사람 모두를 죽이고 떠난 뒤였다.

  

 얼떨결에 정부군이 된 이스마엘은 이로 인해 반군에 대한 분노가 광기로 변한다. 마을을 습격해서 반군 뿐만 아니라 반군들이 자행했던 것처럼 죄없는 마을 사람들까지도 죽이는 것을 즐긴다. 그러다가 뜻하지 않았지만 소년병 생활을 그만두고 유니세프의 도움으로 시에라리온의 수도 프리타운에서 재활 훈련을 받는다. 마약(하얀 가루)을 밥 먹듯 먹던 아이들은 유니세프에서 마약을 주지 않자 금단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소년병 시절 겪은 일들로 악몽에 시달리며 마약을 먹지 않으면 잠들지를 못한다. 그러기를 몇 달, 온전한 정신으로 돌아오기 시작하면서 자신들이 행했던 일들이 떠오르면 미칠 것 같은 죄책감에 시달린다. 광기에 찬 날들을 떨쳐버리려고 발버둥을 치지만 고통스런 기억들이 번번이 덜미를 잡았다. 그럴 때마다 유니세프에서 파견된 간호사 에스더는 말한다. “너희들 잘못이 아니란다.” 그 말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한다. 처음에 이스마엘은 그 말을 듣는 것조차 역겨웠다. 그러나 심신의 안정을 찾기시작하면서 그 말을 조금씩 수긍하기 시작한다. 자신들의 잘못이 아니라 어린 소년병들에게 총을 손에 쥐어준 어른들 잘못이라는 것을 .

이스마엘 베아가  ‘집으로 가는 길’ 참으로 멀고도 험했다. 12살 어린 나이에 죽음의 문턱까지 넘나들며 혼자 산속을 헤매고, 죽음의 고비를 수없이 넘기면서 전쟁을 치르고, 정신적 상처를 조금씩 극복해 나갈 무렵 또다시 내전이 터져 울타리였던 삼촌을 잃고.그래도 살아남았다. 

그러나 이스마엘의 가족과 대부분의 고향 사람들은 영원히 집에 조차 가지 못했다. 통계상으로는 내전으로 인해 5만여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하지만 정부에서 파악하지 못한 더 많은 사람들이 내전으로 인해 목숨을 잃거나 다쳤을 것이다. 내전의 참상이 얼마나 생생한지 이 책을 읽다가 덮어두고 잠이 들면 꿈속에서 조차 악몽에 시달릴 정도였는데 실제로 겪은 이들의 고통은 어떠했을 지...

이스마엘이 다시는 떠올리고 싶지 않은 끔찍한 기억 떠올리며 이 글을 써 내려갔을 생각을 해 보니 절실하게 생각나는 말이 있다.‘어떤 명분으로도 전쟁은 하지 않아야 한다’. 아주 상투적인 말 같지만 소년병 이스마엘이 멀고도 험한 길을 걸어 집으로 간 까닭도 이 말을 하고 싶어서였을 것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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