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 건너 저편에 사계절 1318 문고 5
게리 폴슨 지음, 김옥수 옮김 / 사계절 / 2007년 3월
평점 :
절판


 

  중3 학생들과 함께 독서 토론을 하려고 이 책을 읽었다. 다리 건너 자유의 여신상이 있는 곳을 향하고 있는 소년의 모습에서 어렴풋이 느끼긴 했지만 등장인물들의 삶이 참 팍팍하다.  책을 썩 좋아하지 않는 아이들은 몇장 넘기다가 읽기를 그만 둘 것 같다. 그러나 인내심을 갖고 마지막까지 읽다보면 가슴에 묵직하게 내려 앉는 무언가가 있다. 살아가는 것이 그리 녹록치만은 않지만  ‘ 캄캄한 밤이라도 하늘 아래선 /  마주잡을 손 하나 오고 있거니’ (‘상한 영혼을 위하여/ 고정희)라는 싯구처럼 자신의 꿈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누군가가 반드시 도움을 주려 손을 내민다는 것, 세상에 아무리 믿을 사람이 없다고 해도 믿어도 좋을 사람이 있어 그래도 살만하다는 것. 무엇보다. 사람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는 책이다. 사정을 모르고 보면 마니는 한낱 약삭빠르고 거짓말쟁이 구제불능 거리의 소년이지만 나름대로 자신의 삶을 치열하게 살아간다는 것, 가슴 깊숙한 곳에 더 나은 세상에서 살고 싶은 꿈을 꾸며 호시탐탐 다리 건너 저편으로 가기 위해 기회를 노리고 있는 소년이니까.


  마니를 보며 이렇게 불행한 아이가 있을까 싶었다. 아침에는 시장에서 상인들이 가게를 여는 것을 도와주고 먹을 것을 조금 얻어 연명하고 낮에는 미국과 멕시코를 가르는 다리 밑에서 관광객들이 던져 주는 동전을 목숨 걸고 줍고, 저녁에는 길거리에서 장애아동 흉내를 내며 구걸을 하며 살았다. 하루하루를 살기 위해 사투를 벌이며 살았다. 그래서 마니는 이 끔직한 환경에서 벗어나 ‘다리 건너 저편’ 잠자리와 먹을 것을 준다는 그 곳으로 갈 꿈을 꾼다. 하지만 생각만큼 쉽지 않다. 아니 불가능해 보였다.  마니를 노리는 독수리( 마니 같은 어린 아이들을 잡아다가 노예로 팔아 먹기도 하고 돈을 뺏거나 심지어 살인가지 서습없이 저지르는 길거리 사내들)의 손아귀에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아 보였기 때문이다. 이런 가엾은 영혼. 마니에게 행운이 찾아온다. 미군 로버트.


  로버트는 베트남전에 참전했다가 죽어가는 동료들을 보고 영혼에 상처를 입고 알코올의 힘을 빌어 살아가고 있는 사람이다. 술을 먹지 않으면 전쟁 중에 죽어간 사람들의 아우성 소리가 귓전을 때려 맨 정신으로는 잠을 자지 못한다. 마니는 뒷골목에서  술에 취한 로버트의 지갑을 훔치려다 인연을 맺는다. 지금껏 했던 것처럼 동정심을 유발시켜 돈을 얻으려고 갖은 거짓말을 다하지만 차츰 이제껏 봐 왔던 사람과 다른 사람이라는 것을 알아차리고 가슴속에 꼭꼭 숨겨둔 진심을 내 보인다. 마니의 진심을 들은 로버트는 다리 건저 저편으로 데려다 주겠다고 약속하고. 하지만 행운의 여신은 끝내 마니 편이 아니었다. 마니를 노리는 독수리들로 인해 로버트는 목숨을 잃는다. 마니의 목숨을 구하고. 피 한방울 섞이지 않은 남의 아이를 위해 자신의 목숨을 기꺼이 내 놓은 로버트는 서서히 눈을 감으며 호주머니에서 두툼한 지갑을 마니에게 건네며 말한다. 

  ‘얘야, 뱀에게 물리지 않게 빨리 이 곳에서 도망치거라.’

 

마지막 문장을 읽고 나니 마니가 걱정스럽다.

  ‘국경을 건너 미국으로 무사히 잘 건너 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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