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 든 금정산-


“언니야, 산에 한 번 가자.”

“니가 웬 일로 산을 다 가자는데?”

“이래 살다가 숨막혀 죽을 것 같다.”

“어디 가고 싶은데?”

“가까운 데 가자, 늦게 가서 쉬다가 걷다가 올 수 있는 데.”

“그럼 금정산 가면 되겠네. 안 그래도 우리 식구들이랑 이번 주 금정산 갈라 켔는데.같이 가도 되제?”

“안된다. 내 언니 엄마보다 더 못 걷는다 남사스러워서 안된다.”

요즘 정희가 참 힘들다. 부산 경기가 바닥인 탓에.

그래서 늦은 아침을 먹고 정희랑 바람 쐬러 간 곳이 금정산. 이 맘때 금정산은 참 이쁘다.

 (범어사 뒷편에 있는 금감암 가는 길 옆에서 본 단풍 나무 한 그루) 


(범어사 지붕 위에도 가을이 내려 앉았다)



(담위에도 가을이 내려 앉았다)



(범어사 벽 가득 가을이 그림을 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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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그림 2004-11-23 1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을 향이 풍겨오네요!!

다솜 2004-11-23 1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단풍 든 금정산도 좋았지만 담벼락에. 지붕위에 .담위에 소담스레 내려앉은 가을에 자꾸 눈길이 갔어요. 아마도 나이든 탓이겠죠. 작고 사소한 것들에 눈길이 자꾸 가는 것은.
 


                                                (화왕산 정상의 억새밭 풍경)

-화왕산 억새-그 빛바랜 물결 속으로 -


  

화왕산 억새- 그 빛바랜 물결 속으로


아주 오랜만에 산행을 했다. 가까운 금정산을 가려다가 화왕산 억새를 보러 가기로 했다. 옥천 관룡사에서 722능선을 타고 화왕산 정상까지 가는 길은 2시간 30분이 걸리고 창녕여중고 쪽으로 올라가면 1시간 30분 정도가 걸린다고 해서 점심 무렵 출발한 우리는 창녕여중고 쪽으로 올라가기로 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나와 같은 생각을 했는지 창녕 진입로 입구는 차들이 움직일 줄 모르고 늘어서 있었다.

  고속도로를 한 구간 더 올라가 현풍으로 들어간 다음 거슬러 다시 내려 와 창녕 시내로 들어서니 입구에서 차들이 오도가도 못하고 늘어서 있다


  주차할 곳을 찾아 한참을 헤매다가 창녕 박물관 아래에 있는 동네 입구에 차를 세우고 창녕 박물관을 들렀다. 창녕은 철기시대, 비화 가야 땅이었단다. 그래서 박물관에는 대부분 그 때 유물들이 전시되어 있다. 박물관 옆과 건너편은 교동 고분군이 흩어져 있다. 새파란 하늘과 잔디옷을 잘 차려입은 부드러운 능 선이 참 잘 어울린다. 쉬어 가고 싶지만 화왕산을 먼저 오르기로 했다


  입구부터 북적인다.  가파른 길을 올라가는 데 내려 오는 사람과 올라가는 사람이 함께 뒤엉겨 예상 시간보다 시간이 더 걸릴 것 같다. 사람들이 움직일 때마다 풀석풀석 먼지가 일어 입을 가리고 올라가야 할 정도다.


  정상에 올라서니 사람반 억새 반이었다. 제법 늦은 시간이라 오전에 올라온 사람들은 거의 내려갔는데도 빛바랜 억새 물결 사이로 사람들이 파도처럼 밀려 다니고 있었다.

  영남의 알프스라고 알려진 신불산, 취서산 억새는 키가 커서 그 속에 묻히면 거의 사람이 잘 보이지 않을 지경이었다. 끝도 없이 늘어선 억새밭 사이에 서서 하늘을 올려다 보면 무아지경에 이를 만큼 아름다웠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화왕산 억새는 키가 좀 작다. 양지 쪽은 큰데 음지 쪽 능선에 있는 억새는 자그마하다. 그렇지만 화왕산 억새도 나름대로 멋있다


  늦은 점심을 먹고 억새 물결 사이로 난 길을 따라 정상 맞은 편 능선을 올랐다. 한가롭게 억새풀 사이로 난 길을 따라 올라가는 길, 맞은 편 정상을 보니 정현종 시인이 말처럼 사람이 풍경으로 피어난다. 나도 정상에서 보면 억새 물결 속에 아름다운 풍경으로 피어나고 있으리라 

  능선에 올라 사방을 둘러 보고 내려와 올라왔던 길이 아닌 자하곡 산림욕장이 있는 길로 내려왔다. 이 길은 올랐던 길 보다 덜 힘들고 길도 넓다. 그런데도 한 걸음 옮기고 쉬고 한 걸음 옮기고 쉬어야 할 만큼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아이구 무시래이” 이 한마디로 상황이 설명될 만큼.

 

  화왕산장 앞에 오니 누군가가 미친 듯이 북을 치며 노래를 부르고 있다. 도인 같은 모습이 재미있다. 지나가던 사람들이 발걸음을 멈추고 쳐다보고 있다.

  돌아오는 길, 어둠이 내려 앉은 길을 따라 부산으로 돌아오는데 연신 하품이 나오긴 하지만 가뿐하다.

 

 올 가을 화왕산 억새 본 것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다운 가을 날을 보내고 있다


화왕산 찾아가는 길

창녕은 경부고속도로를 통해 대구-마산간 고속도로를 이용해 갈 수 있다. 자가용을 이용하여 구마고속도로로 찾아올 경우 창녕 I.C에서 빠져 나와 국도 20, 24호선을 따라 직진하여 5분 정도 오면 읍내를 통과하여 창녕여중교가 나오는데, 그 뒤편으로 산행 들머리인 자하곡 계곡과 만나게 된다. 목마산성쪽 진입로는 창녕여중교 옆에 있는 솔터마을 아파트 뒤편 도로가 꺾이는 지점에서 논두렁을 지나 능선을 올라타면 된다. 관룡사를 들머리로 잡을 경우 옥천계곡 쪽으로 가려면 창녕 I.C에서 빠져 나와 밀양방면 5번국도를 이용하여 15분가면 계성면이 나오고 군도를 이용하여 15분 정도 올라가면 옥천계곡에 다다른다

 

 

여행 팁 

창녕은 아이들을 데리고 1박 2일 정도의 일정을 잡아 견학을 가도 좋을 만한 곳이다. 가까운 우포늪에서 생태학습도 할 수 있고, 푸른 우포늪을 지키는 사람들이라는 단체에서 운영하는 환경 체험학습도 할 수 있다. 아이들 조상들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국보, 지방 문화재로 지정된 유뮬들이 여기 저기 산재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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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영동 둘러보기(2004년 10월 10일) -

                                       

  비슷한 취미를 가진 사람들과의 여행은 즐겁다. 부산 박물관 교실에서 난계국악축제가 열리고 있는 영동으로 답사를 갔다.

  여행사 대표로 계신 분께서 출발하면서 ‘오늘 여행은 가을을 보러 가는 여행’이라고 했다. 아주 오랜만에 남두와 희숙이 언니와 함께 가을을 보러 가는 길은 즐거웠다

 

  가는 길, 가을 들녘은 아름다웠다. 쌀시장 개방 문제로 시끌시끌한 마당이라 머지않아 이런 풍경들도 사진 속에나 남아있지 않을 까 싶은 아쉬움도 있지만 풍요롭다.주렁주렁 매달린 감이며 사과며, 단풍이 들기시작하는 산이며 눈을 뗄 수가 없다.

 

  영동에 도착해서 가장 먼저 둘러본 곳이 반야사다. 들어가는 입구에는 계곡물을 막아 만든 아름다운 호수가 있다.호수를 따라 호젓한 산길을 걸어들어가니 자그마한 절이 있다. 들어가는 길이 참 예쁘다. 대웅전 안에 경주 옥석으로 제작된 석가여래좌상과 문수보살상과 보현보살상이 봉안되어 있다고 해서 법당안으로 들어가 절을 하고 살펴보니 개금(改金)을 해서 번쩍번쩍 한다.세월의 흔적을 느낄 수가 없다.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안에 모셔진 돌은 마모가 심하지 않을 텐데 덜 훼손시켜 후손에게 물려주기 위해 어쩔수 없었나 보다. 작년에 보물로 지정되었다는 대웅전 앞 삼층석탑과 500년 이상 되었다는 배롱나무를 보고 내려왔다

 

  신향리라는 마을 입구 누각 안에 모셔놓은 삼존입불상을 보고 난계 축제가 열리고 있는 영동읍으로 들어갔다.

  식사를 하고 난계 국악박물관과 박연의 영정을 모셔 놓은 난계사에 들렀다. 우리 나라의 전통악기와 쓰임, 만들는 방법, 연주하는 방법을 설명해 놓은 전시장을 들러 보고 박연의 영정을 모셔놓은 난계사를 참배 하고 내려왔다. 박연은 세종대왕을 도와 음악을 정비하는 데 많은 기여를 했고 편경을 제작했던 분이다. 아이들과 국악 감상글 쓰기 할 때 참고 자료로 쓰기 위해 사진도 찍고 악기도 두드리며 둘러 보았다.

 

  난계 축제장, 국악 연주회가 열리는 시간을 지나 도착하는 바람에 국악 감상을 하지 못하고 여러 가지 국악기를 배워 보았다. 가야금은 오른손 검지를 튕기며 연주하는 것과 같은 음이 반복될 때는 앞 줄에서 검지로 엄지를 스쳐 튕기면서 친다는 것을 알았다. 아리랑 연주를 했는데 재미있었다. 해금은 낮은 음을 내는 방법과 높은 음을 내는 방법을 배웠는데 높은 음은 바깥줄을 낮은 음은 안에 있는 줄을 활로 긁어서 낸다. 둑을 두드리는 것도 배웠다. 북 소리를 낼 때 그냥 치면 힘도 들고 소리도 아름답게 나지 않는 단다. 큰 북은 위에서 아래로 쳐야 힘도 덜 들고 소리도 우렁차게 난다는 것과 작은 북은 아래서 한번 밑에서 위로 올려치면 한번씩 쳐야 힘도 덜 들고 소리도 아름답게 난다고 한다. 


가야금 배우기

  돌아오는 길에 천태산 영국사를 들렀다. 

  영국사에는 보물로 지정된 문화재가 3개나 있단다. 주차장에서 오솔길을 따라 20분 정도를 걸어 올라가니 1000년이 넘었다는 아름다운 은행 나무가 한 그루 서 있다. 많은 이야기를 가슴이 품고 사는 나무같다. 이 나무를 소재로 동화 한편을 써 보고 싶어진다. 일행들이 영국사로 올라간 뒤에도 한참 동안 은행나무를 바라봤다. 나도 이 나무처럼 모든 걸 품에 안은 듯 의연하게 늙어가고 싶다.

  (영국사 입구에 선 은행 나무)

  은행나무를 보고 영국사 경내로 들어가 삼층 석탑을 둘러보았다. 그리고 절 뒤편에 있는 부도를 보러 갔다. 커다란 거북 위에 세워진 원각국사비를 보고 보물로 지정되었다는 팔각원당형 부도를 보았다. 부도를 보면서 의견이 분분하다. 보물로 지정되기는 웬지 초라해 보인다는 둥, 고려 시대가 아니라 신라 말에 세워진 부도같다는 둥, 우리 문화 유적에 대한 관심이 많은 사람들 답게 유적을 볼 때 마다 이런 저런 의견이 오간다. 나도 우리 문화 유적에 대한 관심이 남다르다 생각했는데  명함도 못내밀겠다.

 

  뜻깊은 가을 여행을 하고 돌아오는 길, 길이 막혀 예상 도착 시간보다 늦게 도착했지만 흐뭇하다


(영국사 경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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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그림 2004-11-23 1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보고 싶다~~

다솜 2004-11-23 1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국사 은행 나무 넘 이쁘죠? 담 가을에 한 번 가보셔요. 동화 쓰시는 분들은 한참을 들여다 보고 있으면 나무가 내 속으로 걸어들어오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참 많은 이야기를 가슴에 품고 사는 나무 같죠?
 

-진주 유등 축제를 다녀와서(2004년 10월 3일)

   올 봄까지 큰언니가 진주에 살고 있었다.그래서 제법 자주 진주에 내려가곤 했다. 작년에는 언니집을 갔다가 유등축제가 열리는 것을 보고 언니네 가족들과 함께 축제를 즐기고 올라왔었다.

  올해는 신문을 보고 유등 축제가 열린다는 소식을 들었지만 언니도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가고 해서 멀뚱거리고 있다가 친구와 일요일 오후에 잠시 내려가서 보고 왔다

  유등축제는 김시민 장군의 군사신호로,남강을 건너려는 왜군의 도하 작전 저지용으로, 가족들에게 안부를 전하는 통신수단으로 쓰이는 유등에서 그 유래를 찾을 수 있다고 한다.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분들의 얼과 넋을 기리는 행사로 수백년 동안 이어져 오다가 오늘날의 유등축제로 자리를 잡았다고 한다.

   해저물녘에 도착하니 차를 주차할 곳이 없을 만큼 많은 사람들로 붐볐다. 촉석루 앞을 흐르는 남강에 아시아 여러 나라의 등을 띄어 놓은 것을 보고 예술회관 앞에서 언니를 만나 밥을 먹고 오니 강 위에 수많은 등불이 꽃처럼 피어있었다. 한켠에는 시민들이 띄워놓은 소망들도 떠 다니고, 촉석루 맞은편 고수부지엔  붉은 홍등에 저마다의 소망을 적어 걸어두었다. 사람들에 밀려 다니며 강 아래쪽으로 내려가니  학생과 시민들이 만든 아이디어 등을 전시한 두 동의 터널이 있었다. 이 곳에 전시된 등들은 진주시내 학생, 시민들이 전통 한지 뿐만 아니라 나무 저, 계란 판,플라스틱 바구니 같은 폐품을 이용해서 등을 만들어 걸어놓았는데  등에 달린 소망들이 참 재미있었다. 공부 잘하게 해 달라는 이야기에서 부터, 동방신기 엘범 잘 팔리게 해 달라는 이야기... 자기가 알고 있는 모든 사람들의 소망을 다 이루어지게 해 달라는 마음 씀씀이가 고운 아이의 소망까지.  유등축제도 나름대로 특색이 있고 재미있다.

  축제의 계절 가을이다. 어느 고장을 가든 그 고장의 특색을 살린 축제가 벌어지고 있다. 아름다운 가을날 부지런히 길을 떠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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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른 나라의 역사 속으로 들어갈 때는 그 나라의 역사를 조금이라도 알고 가는 것이 기본 상식인데 아유타야 유적지를 볼 때는 그렇지 못해서 많이 아쉬웠었다.그런데 앙코르 유적지는 나름대로 알차게 준비해간 탓에 룰루오스 유적군을 제외한 나머지 유적군은 목표한 대로 다 돌아봤다. 3일동안 내가 신들의 나라에 살고 있는게 아닌가 착각이 들 정도로 힌두교 신화 속에 푹 빠졌다 돌아왔다. 염려했던 것과는 달리 순박한 사람들과 싼 물가 편리한  관광 시스템이 참 편하고 기분 좋게 여행을 할 수 있게 도와 주었다. 내가 캄보디아를 간다고 했을 때 사람들은 다들 걱정을 했었다. 오랫동안 내전이 있었던 나라라는 선입견 때문이리라. 약간의 모험이 필요했지만 또 다른 역사속으로 들어간다는 것은 그 모험에 따른 불안감을 상쇄하고도 남았다.

  글로벌 하우스에서 점심 밥을 2달러 주고 먹고, 1시 넘어서 캄보디아 국경으로 출발했다. 이런저런 기념품을 샀더니 짐이 많이 불어났다. 그런데다가 저녁에 희진씨랑 먹으려고 샀던 맥주랑 안주를 챙겨 들었더니 손에 줄줄이 짐이 들렸다. 그렇지만 기분은 참 좋다

                                          (태국에서 캄보디아 씨엠립으로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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