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면
루이스 세풀베다 지음, 권미선 옮김 / 열린책들 / 2004년 4월
평점 :
품절


외면이란...그 실체를 아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전략적 방법으로 우회하거나,  불리한 상황을 좀 쉽게 마음의 동요없이 스리슬쩍 지나가거나,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음을 알때 나는 종종 '외면'이라는 방법을 쓴다.

루이스 세풀베다의 작품은 이번이 세 번째다. 남미의 냄새가 물씬 풍기는..그래서 가끔은 어느것이 지명이고 어느것이 사람의 이름인지 헷갈리는...그러나 한편 내가 쉽게 접해보지 못한 여러가지가 물씬 남겨져 있는 글들이였다. 이국적이지만 그것이 되려 가끔 이 책과의 거리를 두게 하고 외면하게 한다. 이름을 마음에 새기는 일을, 그 지역이 어디쯤일까를 생각하는 일, 구체적으로 꼼꼼히 그 다음 스토리의 전개를 기다리는 일들을 말이다.  

<외면>에서 작가는 단편 소설들을 사람들을 외면하다, 자신을 외면하다, 흐르는 시간을 외면하다, 사랑을 외면하다로 나누었다. 그리고 하늘의 또 다른 문으로 말이다. 이 것들은 보편적으로 내가 주로 하는 외면들이기에 어떤 소설을 읽으면서는 마음 한편이 아리고 쓸쓸하고 어떤 사람의 모습을 보면서는 안타깝고 불쌍하고... 

내가 이 소설들에서 특이하게 느낀것은 시점..목소리이다. 소설속에 인물은 누군가를 관찰한다. 관찰하는 그가 주인공은 아니다. 관찰하는 이는 주인공을 관찰하고 자신의 눈에 비친 모습을 나에게 말한다. 그것은 작가의 목소리이고 한편으로는 나의 목소리이기도 하다. 왜냐면 조금씩은 허무하고 안타깝고 어디 한 구석이 조금 허하고 휭한 우리네의 모습과 닮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은 또 다른 외면을 만든다.  그 사람이 되어보지 않고서 각자의 눈에 비친 모습을 보는 것 그것은 또 하나의 외면이라 생각한다. 그 이유는 내눈에 보고 싶은 것만을 보고, 내가 알고 있는 만큼만 보고, 그래서 본래의 것은 외면하고 마는 여러가지의 목소리와 시선들의 엉킴...그 속에 감추어진 너무나 많은 생략과 이야기들... 가끔은 너무나 생략이 많아 스토리는 없고 목소리만 떠돈다. 그러나 이 소설의 매력은 그 생략이 아마도 그럴것이다라는 나 자신의 추측들로 메꾸어지고 만다는 것이다.

나도 외면을 한다. 시간을, 사랑을, 나 자신을, 그리고 누군가를....그렇게 외면을 일쌈는 모습이 얼마나 안타깝고 헛도는 공허함을 안아야 하는지 보여준다. 그래서 결코 외면할 수 없는 것들...그러나 나는 한번 더 변명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면해야 하는 것들이 아직도 여전히 존재한다고 말아다. 한편...그러기에 더 외면할 수 없다고 말한다.  어쩌면 본뜻을 받아들이고 있는지 외면하며 나에게 말했다. <외면>이라는 책은 말이다. 진정한 외면이란 있을 수 없다고 말이다. 외면이라는 그 자체는 그렇게 할 수 밖에 없지만 결코 그렇게 해서는 안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뜬 구름 잡기 처럼 잡힐 듯 잡힐 듯, 알 수 있을 듯, 없을 듯 그렇게 읽혔다. <외면>은...결코 외면하려 애써도 외면할 수 없는 현실, 나의 꿈, 희망, 사랑, 시간들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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