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의 책
폴 오스터 지음, 황보석 옮김 / 열린책들 / 2003년 12월
평점 :
품절


나도 죽고 싶을만큼 절망해 본적이 있다. 이 책은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절망하면서도 그 사실을 모르는 사람들, 아예 죽음처럼 살아가는 사람들, 더 잘 살기 위해 죽기를 결심해 본 사람들.그들에게는 그런 모습들이 있었다.

비행기 사고로 두 아들과 아내를 잃은 한 남자가 우연히 본 무영영화에서 한 사람을 보고 웃는다. 그 사실이 그 남자는 자신이 살아있음을 알게 해주었다. 그남자의 삶은 죽음이였다. 실종된 그 영화 배우의 영화들 찾아 보면서 책을 쓰고, 그러면서 그가 아직 살아있으며 영화들을 만들었다는사실을 알게 되고 그를 만난 순간 그 영화배우는 죽는다. 그리고 그의 영화와 모든 것들은 부인에 의해 불태워진다. 그 사이에 만난 여자. 영화배우의 전기를 쓰고 있던 여자. 그 모든 일을 겪고 그는 살아갈 힘을 얻는다.

어쩌면 남자는 자신이 살아있어도 죽어 있는 것 같던 그 모습에서 깨어날 무엇인가를 기다렸는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 남자의 삶의 모습을 보면서 너무 가슴아팠고 그가 어서 힘을 내고 일어나기를 바랬기 때문이다. 그 남자에게 살아갈 힘을 준 그녀가 자살로 생을 마감하는 그 순간..그리고 그 후 오랫동안 그는 살았다. 아주 짧은 사랑이지만 그것이 그를 살게 했다.

죽을만큼 힘들어본 사람은 죽을 힘이 있다면 그 힘으로 살아라 하는 말에 화가 날 수도 있다. 내가 그랬으니까. 그러나 나는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왜 나는 살아갈 힘이 없었던 것처럼 죽을 힘도 없었기 때문이다. 어느것이 좋은지는 판단할 수 없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 선택은 자신에게 있다는 것이다. 한 사람이 죽은 사건을 자살로 끝내는 그 여자와 그것을 삼키며 살아가는 남자. 그몫은 자신들에게 있는 것이리라.

그녀가 썼던 책들..그리고 그가 쓴 책. 번역했던 책..어쩌면 그 책들은 모두 환상이다. 그러나 너무 진짜 같아서 그가 어쩌면 그 영화배우를 만났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사실 소설의 대부분은 그 영화배우의 삶이다. 그 영화배우의 한 면이 그 남자이고 그 여자이고 나의 모습이다. 한순간의 사소한 일이 큰일이되고 큰일이 너무나 사소한 일들이 되어가는 그런 것들...

나는 이 책을 덮으며 생각했다.

정말 고통스러운 것은 말로 할 수 없다고...

온힘을 다해 달려가면 눈앞에서 사라지는 신기루처럼 이 책은 묘한 아림을 잡힐듯 남겨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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