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밤 책장을 덮으면서 마음이 촉촉히 울렁거렸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봐서 압니다. 저도...세상을 알기 위해 길을 떠나는 남자와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살고 싶은 여자. 도저히 인정할 수 없는 사랑...저역시도 여전히 사랑에 빠지지 않으려고 애를 쓰며 삽니다. 그래서 필라의 모습이 낯설지 않았습니다.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잃을까봐 그리고 또 아플까봐서가 아니라 사랑에 빠지면 나 자신을 통제할 수 없어지기 때문에. 평소에 하지 않던 행동을 하고, 하루에도 열두번씩 기쁨과 슬픔의 거리를 달리고,셀수도 없이 나를 자유롭게 하기도 하고, 구속도 하고 시간을 마구 지나게 하고, 한마디로 정신을 차릴 수 없도록 몰고 가기 때문에...<피에트라 강가에서 나는 울었네>는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본 저에게는 눈물나는 희망이였습니다. 내 사랑의 깊이를 알 수 없을 때라도 아무리 힘든 때에도 사랑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는 것....사랑의 끝에 가봐야 그 크기와 깊이를 알 수 있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해 주었습니다.이 소설의 끝은 뫼비우스의 띠를 닮았습니다. 두 사람의 사랑이 어어진 것도 또 혹은 서로 헤어진 것도 아닌...두 사람은 사랑을 얻었습니다. 나름의...그래서 더 아플지도 모릅니다. 사랑은 사랑을 낳고...그 사랑은 처음의 사랑과는 전혀 다른 것이 되어버리고 말고..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해야 한다는 것. 그 자체도 사랑이기 때문이라고 그래서 그랬을 것이라고 나는 나름대로 마음을 쓸어 내리며 생각했습니다.가슴에 손을 대고 가만히 숨을 쉬었습니다. 나는 사랑때문에 죽을 만큼 고통스러웠는지 아니면 그 사랑이 나때문에 아팠는지 곰곰히 생각해 봐야 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