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그저 조용히 살아가고 싶어도 사회 속의 인간이라면 누구나 타인에게 상처를 입게 마련이다. 통증을 느낄 때마다 상처를 핥기 위한 새로운 인격이 필요해진다. 그런 식으로 하나씩 갖추게 된 다양한 인격을 능숙하게 가려 쓸 수 있게 되었을 때 비로소 우리는 '어른'이라는 범주에 속하게 된다. 그제야 마음에 상처를 입지 않고 피해갈 수 있는 요령을 터득하고, 약한 타격으로 끝나도록 유도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자기 안에 생성된 수많은 인격을 들춰내고 대체 어느 것이 진짜 나인지 고민하는 것만큼 무의미한 일도 없다. 모두 진짜 '나'이니까. 사람은 누구든 행복해지고 싶고, 안정되고 싶고, 사랑받고 싶어한다. 솔직하게 드러낸 자신의 모든 것을 누군가가 다 받아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내가 연기하는 다중 인격을 우선 나 자신이 먼저 받아들여야 하지 않을까? 그것이 인간의 가장 자연스러운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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