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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여자
오정희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9월
평점 :
절판
203. 능력과 분수 이상의 욕망과 욕심에 괴로워하지 않고 자족하며 살아왔지만 먼 세월 저쪽 푸르렀던 날들. 그녀에게도 자신의 이름으로 무엇인가가 되겠다는 꿈이 있었다. 결혼 혼수로 남들과 달리 화장대 대신 책상을 해오고 'ㅈ신의 가치에 대한 믿음' '행복에 대한 우리의 권리' '우리는 인생에서 최상의 것을 누릴 자격이 있다는 자존심' 따위의 글들을 열심히 옮겨적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그러한 것들은 아이들을 낳고 기르며 가파르게 살아가는 생활 속에서 흐르는 물살에 모난 바위가 닳아지듯 삭아들었다. 그리고 살아온 세월은 욕망과 능력의 구분, 다시 태어난다 해도 이러한 형태로 살 수 밖에 없으리라는 자신의 기질, 성질, 욕망의 크기를 알 만큼 철들게 했다.
내 이야기라고 그렇게 더러는 안타까움으로 그 정도는 아니라는 위로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좀 나을지도 모른다는 위로. 그렇다고 해도 난 왜 여기일까 싶은 그 마음으로 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