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07.08 관람

전도연의 독무대.
그러나 싫지 않다.
(최근 여배우 독무대 영화가 꽤나 속출하고 있는데.. 심한 것은 두어말 할 필요없이 여친소라 불리는 그것이었고-허나 안봤음- 그리고 이 영화, 그리고 내 남자의 로멘스.)

난 스크린속의 전도연이 좋다.
드라마에서 몇날 며칠 보는 그런 것보다 전도연에겐 짧은 시간 화라락 풀어 보여주는 그런 모습이 어울리고 매력있고 몰입되어 보인다.

전도연은 진정 거침없는 배우다.
누구나 "그래 나도 촌스러운 역할을 할테야! 망가진 이미지를 보여줄테야!"라고 선언한다고 해서 촌스런 사람이 되는 것은 쉽지 않다. '촌스러운 역할을 하는 누구'로 보이기 십상..
전도연은 촌스러운 연순, 평범한 나영 그 자체가 되어버렸다.

한 화면에 같은 얼굴의 같은 배우 둘이 있어도 영화를 보는 그 순간엔 그저 연순과 나영일 뿐이었다.

가끔 영화나 드라마를 보다가.. 저 역은 저 배우보다 누가 더 잘어울리겠는데.. 라는 생각을 종종하는데 전도연의 영화는 대부분 그런 생각이 들지 않게 한다.

박해일은 스쳐나와도 화면 한가득 두 눈 한가득 들어오는 배우다.

살인의 추억에서 지하취조실에 잡혀온 범인.
감독에게 내정되어진 그  범인의 이미지는 선하디 선한 인물이었고 그래서 박해일이 캐스팅되었고
또 그 이미지를 극대화 시키기 위해서 선하고 맑은 눈이 정말 사슴처럼 보이게끔 조명에 각별한 신경을 썼다고 했다.

박해일은 정말 그런 이미지의 사람이다.
하얀 얼굴. 쌍커풀 없는 맑은 눈, 약간 처진 눈썹, 해맑은 미소..
실제로 영화 관람 중 박해일의 씬은 자동으로 신음소리가 동반되었다. ㅡㅡ;

엄마 연순 고두심씨의 역 또한 두 말 할 나위 없음!

영화의 내용도 내용이지만 이 영화는 캐스팅의 성공으로 80%는 성공한 영화라고 보여진다.

영화에 대한 내용이 없네...
내용이야 여기저기 범람하니까. 생략해야지 ㅡㅡ;

여하튼.. 인어공주는 참 참 괜찮은 영화였고.. 예매를 한번 더 한 후 부모님께 드렸다.
20분 후가 관람시간이군.. ^^ 엄마아빠께도 좋은 영화가 되었음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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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perfrog 2004-07-13 19: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후후.. 인어공주 안 보면 안될 분위기군요..^^ 그루님의 간략한 영화평도 좋아요..

mira95 2004-07-13 2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어공주 정말 재미있게 봤어요.. 친구들이랑 같이 봤는데 모두 박해일에게 반해버렸어요.^^

그루 2004-07-13 2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미라님. 이미 반한 상태로 갔던 저와 제 친구는 오죽했겠어요. ^^; '에헤이~' 한마디에 쓰러지고;;;;

mira95 2004-07-13 2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루님 정말 행복한 시간이었겠네요.. ^^
 

2004.07.01 - 시사회 관람

악성채무자 차태현(극중이름기억나지않음)
악성채무자 잡는 박중훈 (개중태)

차태현이 돈 벌이를 위해(돈을 갚기위해가 아니고..)하는 대리운전의 차,차주,차안의 가방들이 얽히고 문제가 되면서 사건이 전개가 되는데 구체적이고 복잡한 내용들은 댕강댕강 생략되고 차태현과 박중훈에 의지해서 웃음보 터트리기 바쁘다.

주 포스터에 한자리 차지한 한은정은 그냥 나왔을 뿐이고, 범죄에 별다른 지식도 없던 차태현과 박중훈이 갑자기 똑똑해져서 별안간 별 수를 다 쓰고..

여튼 크게 한껀 해내긴 했는데 영 앞뒤가 찜찜한건 '코믹'이란 이름 아래 눈 감아줘야하는 관객의 몫인가.

시사회를 마치고 나눠준 설문지에.. 하나같이
- 질) 영화가 얼마나 재미있었습니까?
- 답) 2번 - 재미있다.

- 질) 친구에게 추천하시겠습니까?
- 답) 4번 - 추천하지않겠다.

대략 같이간 친구들 4명과, 그 밖의 같은 공간에 있었던 지인들의 의견은
-웃기기는 하나 재미있진 않다.-

정말 웃기긴 엄청 웃기거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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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늬가 산에 다녀 오시다가 아스팔드 길에서 퍼덕거리고 있는 이 놈을 발견하고
밟혀죽을까 싶어 데불고 오셨다.

지금 우리집 베란다를 휘저으며 날라다니고 있음.

첫날(왼쪽사진)엔 뿌려준 '조'도 먹질 않고 불안하게 날라다니며 여기저기 앉은데서
꼬닥꼬닥 졸고있더니 어제는 먹고, 푸드덕거리다가 어디가서 잠깐 졸고
뛰댕기고 아주 신나게 먹고 놀더만... 돼지됐다.(오른쪽)

나두 하루종일 거실에서 먹고 누워서 저놈 보다가 자다가.

언젠가 놓아주긴 할텐데.
음. 이집에 심하게 적응하면 걍 델고 살고!

근데 저놈 이름이 뭔지.. 당최.. 아직 어려서 새 도감을 봐도 구분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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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ylontea 2004-07-12 14: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굉장히 작은 새네요... 너무 귀여워요...
글쎄.. 무슨 새일까요?

그루 2004-07-12 14: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돼지새에요~ 돼지새;;;
저러다 배터져 죽을까봐 걱정되요 ㅡㅅㅡ

ceylontea 2004-07-12 16: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저는 처음에... 정말 이름이 돼지새인줄 알았잖아요... 저리 귀여운 새에 어디 이름이 저리 붙었나하고.... 저러다 배터져 죽을까 걱정이란말에.. 웃었어요...
새 이름 알게 되면 알려주세요.. ^^

superfrog 2004-07-12 19: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빛깔이 아주 고운 선홍색이로군요.. 생긴 건 참새처럼 생겼는데..^^ 아.. 귀여워요..

mira95 2004-07-13 2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귀엽네요.. 통통한게... 아직 배터져 죽을 정도는 아닌 것 같은데...
 
 전출처 : 알라딘도서팀 > 내맘대로 좋은 책 7월!



"기억해야 할 이름 두 개, 잊어서는 안될 이름 하나"
 
먼저 댄 브라운. 초대박 베스트셀러이자, 올해 읽은 소설 중 단연 수위를 차지하고 있는 <다 빈치 코드>의 작가. 편집자의 호의로 가제본을 먼저 읽은 6월 18일 금요일 밤을 잊을 수가 없다. 그날 퇴근하면서 읽기 시작, 밥 먹으면서, 커피를 마시면서도 손에서 떼지 못하고 결국 그날 밤 11시에 독파! 완독 후 만족감은 거의 그리샴 소설에 버금갔다 (여기서 알 수 있지만 내가 소설의 재미를 판가름 하는 기준은 존 그리샴, 잘 쓰고 못 쓰고를 판단하는 기준 또한 존 그리샴, 걸작과 졸작을 판단하는 기준 또한 존 그리샴이다). 두근거리는 가슴을 좀체 진정시킬 수 없는 멋진 소설! 10월 발간된다는 댄 브라운의 전작도 어서 읽고 싶다. (원서는 있던데... 다시 영어 공부를 한다는 마음으로..;;;)
 
다음은 가넷 크로우. 혼성 J-Pop 그룹인 이들은 자드, 비즈 등이 소속된 Being의 떠오르는 스타다. 아무 정보없이 들은 이들의 곡은 어떤 장르에도 묶이지 않는 신선함과 깔끔하고 모던한 분위기로 가득했다. 그 동안 우리나라에 들어왔던 J-Pop 중 가장 새로왔고 놀랍도록 인상적인 앨범으로, 이전 앨범들을 발매해 달라고 음반사에 조르기까지 했던 그룹. 멋지다.
 
마지막. 기억했지만 거의 잊었다가 다시 콱 박힌 이름. 켄지, 친구, 우민당, 바이러스, 가면, 예언의 서, 절교... 20세기 소년! (이번 권에는 컬러 페이지까지!! 감동의 도가니다~)
 
음반.DVD담당 서현
(mirinae@aladin.co.kr)
 
 
"함께 가요! 유쾌한 깨달음이 있는 만남의 장으로! "
 
7인 7색 21세기를 바꾸는 교양
홍세화, 박노자 외 지음 / 한겨레신문사
 
남사당패에서 줄 타는 광대가 부채 하나만 들고 줄에 올라갑니다. 광대의 부채는 언제나 몸이 기울어지는 반대 방향으로 펼쳐져야 해요. 중립을 지켜야 할 것 아니냐, 똑똑한 척하고 부채를 가운데로 들면 바로 떨어집니다. 자신의 부채를 어느 쪽으로 펼쳐야 할지 항상 고민하면서 살자는 겁니다. "나는 권력과 자본 그리고 노동자 사이에서 공정하게 중립을 유지할 거야." 우리 사회에서는 불가능합니다. (본문 183쪽에서)
 
여러 가지 일들을 접하면서 나름의 입장을 정하기 어렵다는 생각을 하고 있던 요즘이다. 양비론의 논리로 많은 것들을 바라보며 투덜거리기를 반복했다. 그러다 이 책을 읽으면서 비로소 그간 무언가를 크게 혼동하고 있었다는 생각을 했다. "중요한 건 중립이 아니라 균형이라는 것, 그리고 균형을 위해서는 치우침이 필요하다 것"을 이해하고 나니 왠지 모르게 힘이 솟는다.
 
사회.역사담당 김현주
(realsea@aladin.co.kr)
 
 
"내가 가장 좋아하는 기업을 소개합니다"
 
대한민국 희망보고서 유한킴벌리
KBS 일요스페셜 팀 취재, 정혜원 글 / 거름
 
책을 올리자마자 아니나 다를까 나.도.유.한.킴.벌.리.같.은.회.사.에.다.녔.으.면.좋.겠.다. 라고 독자서평이 올라왔다. 훗. 다들 나랑 똑같은 생각을 하는구나.
 
어제도 TV에서는 기업인을 대표하는 사람이 나와서 경직된 고용환경으로 기업하기 힘들다고, 노조를 대표하는 사람도 나와서 뭐 받는것도 적은데 여기서 더 줄이면 어떻게 하느냐고 서로 불만을 이야기했다.
 
그런 모습 때문인지 몰라도 유한킴벌리에서 가장 부러웠던 것은, 가장 신선했던 것은 4일 근무 4일 쉬는 것도 아니고, 동급 최고 임금 보장도 아니고, 300여시간에 달하는 교육과정도 아니었다. '믿음'. 회사는 내가 이만큼 해주면 직원들도 알아서 잘할 거라고 생각하고, 직원들도 회사가 이 정도 생각해주니 더 열심히 안할 수 있습니까 라고 생각하는.
 
너무나 이상적이라서 누가 그걸 해낼 수 있을까 라고 생각했던 많은 부분들을 현실로 만들어버린 유한킴벌리, 그들의 성공에 박수를 보낸다.
 
경제.컴퓨터담당 윤성화
(rain@aladin.co.kr)
 
 
"반성합니다. ㅠㅠ 이 달에는 신간을 못 읽었습니다."
 
핑계없는 무덤은 없습니다. 물론, 매일매일 밀려드는 어린이 신간들은 모두 충실하게 읽었습니다. 다니엘 페낙이 주창한 독자 권리장전은 깡그리 잊어버리고, 로마 시대의 배 젓는 노예처럼 한 페이지 한 페이지 눈 도장 꽝꽝 찍어가면서, 업무상 읽어야 할 책은 읽었지요. 하지만, 나만을 위한 신간은 읽지 못했습니다. 왜냐, 제가 이번 달에 오에 겐자부로에게 필이 꽂혀 버렸기 때문입니다.
 
아시는 분들은 다 아시겠지만, 오에 겐자부로 책들은 거의 다 절판 내지는 품절입니다. 그래서 헌책방을 주말마다 '미친듯이' 돌아다니면서, 오에 겐자부로의 책을 닥닥 긁어 모아서 지금 읽고 있습니다. 그래도 끝내 못산 책 때문에 통한의 눈물을 흘리고 있지요. 이번 달에는 오에 겐자부로 책만 샀습니다. <개인적 체험>, <만연원년의 풋볼>, <핀치러너 조서>, <죽은 자의 사치 / 일상생활의 모험>, <성적 인간>(이 책은 미시마 유키오 작품과 같이 있는 세계문학전집 중 한 권), <하마에게 물리다>, <그리운 시절로 띄우는 편지>, <킬프군단>, <조용한 생활>, <치료탑.치료탑 혹성>, 타오르는 푸른나무 3부작, <히로시마 노트>, <신년의 인사>, <200년의 아이들>, <'나의 나무' 아래서>, <'나'라는 소설가 만들기>.참 이 사람은 제목에 작은 따옴표 넣는 것 너무 좋아합니다. 이러면 검색 잘 안되는데. 어떻냐고요? 무척 어렵습니다. ㅠ.ㅠ 그래도 너무 좋습니다.
 
오늘 아침에 전철에서 읽으면서 밑줄을 그은 대목입니다. (<신년의 인사>, 본문 88쪽 중에서)

나는 알고 있다, 최후의 때를 맞이하고 있다는 것을
저 높은 구름 속 어딘가에서.
싸우는 상대편을 미워하고 있는 것도 아니고
지키는 자들을 사랑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인용부분은 예이츠의 '아일랜드 비행사가 죽음을 예견한다'라는 시입니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김선일 씨가 생각났습니다. 다시 한 번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어린이담당 류화선
(yukineco@aladin.co.kr)
 
 
"사랑과 감동의 메디컬 드라마 E.R."
 
 
누구에게나 인생의 드라마, 영화 하나쯤은 있는 법이다. 나에게는 E.R이 그렇다. 물론 엑스파일도 열심히 봤고 현재는 CSI와 SVU, 몽크에 열광하지만, 그래도 E.R만은 조금 특별하다.(공중파에서 3시즌을 안해줘서 한맺힌 탓일 수도 있다. -_-;)
 
Emergency Room. 병원 응급실을 배경으로 의사와 간호사, 환자들이 엮어가는 다양한 이야기. 시리즈들이 대개 그렇듯, 시즌이 지날수록 캐릭터들은 스스로 성장하고 진화한다. 배우들 자체에도 그 캐릭터가 묻어난다. 의도했든 아니든. 닥터 그린, 닥터 루이스, 닥터 로스, 닥터 벤튼, 캐롤과 케리, 의대생으로 등장해 응급실장이 되는 카터...(그리하여 난 그야말로 '느끼한 남자' 캐릭터 조지 클루니에게서 닥터 로스의 여리고 섬세한 구석을 발견한다. 아, 난 E.R.때문에 그의 팬이 되었다.)
 
숨가쁜 병원의 일상에서 때로 실수도 하고 감정에 휘둘리기도 하고 잘못된 판단을 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그들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 건 매순간 최선을 다하는 모습 때문이다.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이에게 당연한 미덕이라 말할 수도 있으나, 이는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부분이기도 하다. 매회 여러 개의 에피소드와 새로운 인물들을 솜씨있게 엮어가는 줄거리 전개, 한 회 전부를 노컷 롱테이크로 찍기도 하는 과감한 시도와 자기 몫을 제대로 하는 배우들.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이 시리즈를. 1994년에 시작, 미국에서 현재 10시즌 방영 중이다. (지난주 DCN에서 5시즌 방영 시작)
 
* 덧붙여, 나의 6월을 행복하게 해준 책들
<다 빈치 코드>, <살인자의 건강법>, <나의 피투성이 연인>, <달의 제단>, <넘버원 여탐정 에이전시>
 
문학담당 박하영
(zooey@aladin.co.kr)
 
 
"나는 엄마가 좋아!"
 
도깨비를 다시 빨아버린 우리엄마
사토 와키코 지음, 엄기원 옮김 / 한림출판사
 
유독 '재미있는' 그리고 '기다렸던' 책들을 많이 읽은 한 달이었다. <다 빈치 코드> 덕분에 시간 가는 줄 몰랐고, <노다메 칸타빌레 8>의 치아키 님 때문에 사경을 헤매였으며, <사랑해야 하는 딸들>도 다시 읽어보았다. <20세기 소년>은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지, 16권을 읽고나니 더욱 오리무중이다.
 
하지만 그 모든 책들보다 (사실 그들을 모두 합친만큼!) "좋아, 빨래라면 나에게 맡겨!" 이 한 마디를 얼마나 애타게 기다려왔던가. 다시 돌아온 엄마가 마술 같은 이 한 마디를 다시 뱉자, 정말 요술처럼 재미있는 일들이 쓱쓱 생겨난다. 엄마의 이 한 마디는 열 번을 읽어도 백 번을 읽어도 읽을 때마다 힘이 난다. 다시 돌아온 엄마, 엄마는 너무 멋지고 재미나다!
 
인문.예술담당 이예린
(yerin@aladin.co.kr)
 
 
"농사는 아무나 짓나, 그 누가 쉽다고 했나"
 
삽 한자루 달랑 들고
장진영 글, 그림 / 행복한만화가게
 
삶이 지치고 고단할 때 "에이, 다 때려치고 시골가서 농사나 지으면서 살면 좋겠다."라고 입버릇처럼 말하십니까. 그렇다면 다시 한 번 진중하게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삽 한자루 달랑 들고>, <무논에 개구리 울고> 두 권으로 나온 책을 펴낸 저자는 스스로를 '건달농부'라 칭합니다. 자식들에게 고향을 만들어주자는 훌륭한 취지 아래, 삽 한 자루 짊어지고 가족들과 강화도로 간 그에게 무슨 일들이 일어났을까요.
 
누구나 짐작할 수 있는 에피소드입니다. 농사법을 전혀 몰라 아까운 깨를 다 죽이고, 흑돼지를 키우겠다고 했다가 허약한 축사에서 뛰쳐나간 흑돼지 때문에 결국 축산을 포기하고, 트랙터를 몰지 않고 맨손으로 밭을 일구다가 몇날 며칠을 힘쓰기도 합니다.
 
그런 일들만 일어나면 어디, 시골가서 살고 싶겠습니까. 또 누구나 상상할 수 있는 시골의 따뜻함도 문득문득 엿보입니다. 길가던 옆집아저씨를 모아 구수한 새참을 들기도 하고, 하루하루 커가는 아이들이 시골에 동화되어 가는 모습에 흐뭇해하기도 합니다. 자식들이 바쁜 추수철이 지나갈 때까지 기다렸다가 일제히 세상을 뜨시는 부모님들 이야기에서는 가슴이 찡해집니다.
 
한 해의 절반이 지나간 7월, 다시 고단한 심신을 추스리고 힘내자는 마음으로 이 책을 선뜻 권해봅니다.
 
외국어.실용담당 김세진
(sarah2002@aladin.co.kr)
 
 


"인간이 이렇게 무지막지하게 웃겨도 되는가?"
 
이봐, 내 나라를 돌려줘!
마이클 무어 지음, 김남섭 옮김 / 한겨레신문사
 
<멍청한 백인들>을 읽고는 "거 참 재미있는 사람일세 허허허" 했지만 '볼링 포 콜롬바인'을 보고는 "천재다!"라고 생각했다. 특히 미국총기협회 회장인 찰톤 헤스톤을 직접 인터뷰하는 장면에 이르러서는 쉴새없이 낄낄대던 내 눈꼬리로 슬며시 눈물이 맺혔다.
 
그래서 글로 씌어진 <이봐, 내 나라를 돌려줘!>보다는 곧 개봉할 'Fahrenheit 9.11' 다큐멘터리가 더 기대된다. 그러나 기다리는 중에 읽길 잘했다. 미국의 이라크 전쟁에 대해서 내부자며 외부자며 기자며 석학이며 많은 자들이 분석을 시도했지만, 개중 마이클 무어만큼 웃기는 사람은 없으리라는 것을, 내 한달 월급을 걸고 맹세하노니!
 
이번 달엔 <살인자의 건강법>과 [Music for Paul Auster]도 즐기질 않았느냐고, 주위 사람들이 상기시켜 주었다. "왜 데뷔작은 번역이 안된대? 재미가 없나?"라는 루머가 파다했던 문제의 책, <살인자의 건강법>, 재미가 없다니? '음반이든 책이든 아티스트의 데뷔작을 선택하면 실패할 확률이 거의 없다'는 쇼핑의 금과옥조를 본때좋게 보여주었다. [Music for Paul Auster], 폴 오스터도 좋고 실린 음악도 좋지만 과연 이 음반이 폴 오스터의 작품 분위기와 찰떡궁합이냐 하면 글쎄요(뒤통수 긁적), 인데, 하여간, CD2의 Pedro the Lion 때문에라도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편집팀장 김명남
(starla@alad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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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알라딘도서팀 > 내맘대로 좋은 책 6월!



"사람이 있고, 만남이 있는 책"
 
현경과 앨리스의 神나는 연애
앨리스 워커, 정현경 지음 / 마음산책
 
좋은 책이란 그 속에 사람이 있고, 만남이 있고, 살아야지 하는 삶이 있는 책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달 '내맘대로 좋은 책'은 <현경과 앨리스의 神나는 연애>. 어느 문장을 읽다가는 연락 뜸한 오랜 친구에게 편지를 썼고, 어느 문장을 읽다가는 아빠께, 취업 준비한다고 고군분투하는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누구에게는 여기 적힌 시 하나 읽어줬고, 누구와는 "여기 적힌 삶처럼 살고 싶다."하고 수다도 떨었다. 하루 종일 뛰어 다녀도 다 만나기 힘들 사람들을 책 한 권 읽으면서 다 만났으니 어찌 좋아하지 않을 수 있을까.
 
아빠 때문이야.
열두 개의 인형을 손수 꿰매 만들어준 아빠.
철마다 인형의 옷을 바느질하시며 남자 속의 여자를 보여주셨어.
아빠의 눈빛 속
나는 눈부신 해바라기
품에 안고 들려주신
어린 소녀 전사의 목숨 건 순례기들
나는 그냥 나라서
예쁘다는 믿음을
내 세포 하나하나에 새겨주셨어.
아빠의 사랑 때문에
나는 가부장제를 졸로 보지.
남자는 사실
부드럽고 아름다운 존재라는 걸 믿으면서 말이야.
그래서 나는 아직도
남자를 사랑하나봐.
(본문 54쪽에서)
 
사회.역사담당 김현주
(realsea@aladin.co.kr)
 
 
"노래는, 이렇게 만드는 것이다."
 
 
우타다 히카루의 2004년 최신 싱글인 이 앨범에는 단 한 곡이 담겨있다(트랙은 두 갠데, 하나는 노래, 하나는 연주곡). 두 곡 합쳐봐야 10분이 채 되지 않는다. 거기에 가격은 5,000원이니, 사실 좀 억울한 맘이 들기도 할 법 하다(실제 판매도 별로 없다).
 
하지만, '누군가의 소원이 이루어질 때'는 여태껏 발표했던 우타다의 노래 중 단연 최고라 단언할 수 있다. 피아노를 기본으로 담백하게 짜여진 멜로디와 군더더기 없는 편곡, 우타다 히카루의 한층 여유로운 보이스까지. 어디 하나 빠지는 곳이 없고 어느 하나 허투른 공간이 없다. 이 노래를 듣고 있으면 새삼 좋은 노래란 어떤 것인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요란한 이펙트나 웅장함만 강조하는 천편일률적인 히트곡들 사이에서 우타다는 조용하지만 강한 톤으로 뭇 노래들을 압도한다. 그래, 노래는 이렇게 만드는 것이다.
 
얼핏 보면 비싸게 느껴지겠지만, 정말 좋은 'Song'을 만나고 싶은 분께 주저없이 권한다.
 
음반.DVD담당 서현
(mirinae@aladin.co.kr)
 
 
"존경합니다, 하이타니 선생님!"
 
내가 만난 아이들
하이타니 겐지로 지음, 햇살과나무꾼 옮김 / 양철북
 
원래 아무 때고 잘 우는 인간이긴 하지만, 책을 읽다가 정말로 엉엉 울어버렸다. 나는 자신을 선하다고도 생각지 않고, 사람들이 모두 선하게 태어났다고도 생각하지 않았지만, 적어도 이 책을 읽는 동안은 성선설을 믿지 않을 수 없었다. 어린이는 가르치고 이끌어야할 대상이 아니라, 함께 배우고 살아가는 존재라는 하이타니 선생님의 말은 이제 하나의 교리가 되었다.
 
인문.예술담당 이예린
(yerin@aladin.co.kr)
 
 
"유쾌한 트라우마를 맛보고 싶은가!"
 
Trauma 트라우마 Vol.1
곽백수 지음 / 애니북스
 
스X츠서울에 연재되는 만화를 보고 웃은 적은 이때까지 단 한 번도 없었다. 큰맘먹고 읽어보려고 해도 몇 년이 지나도 똑같이 반복되는 이X세 풍의 심각한 만화를 보노라면 시도할 마음도 사라진다.
 
곽백수(본명이다;;)의 이 만화는 좀 다르다. 네컷 만화풍의 촌철살인을 시도하는데, 어딘지 모르게 핀트가 어긋난 웃음보가 터진다. 첫 연재물이지만, 베테랑 못지 않은 깔끔한 선과 개성있는 캐릭터(나중엔 이 캐릭터들의 얼굴만 봐도 웃음이 난다), 쉽게 생각해내지 못하는 일상 속의 유머를 발굴해내는 솜씨가 훌륭하다. 이 더운 여름, 근심걱정 모두 잊고 선풍기 켜고 바닥에 누워서 보라며 주변인들에게 한 권씩 안겨주고 싶다.
 
* 만화를 미리 맛보고 싶다면, 다음 링크를 눌러보시라. 단, 보여지는 만화는 그야말로 빙산의 일각에 지나지 않는다. http://www.aladin.co.kr/foryou/mypaper/472243
 
외국어.실용담당 김세진
(sarah2002@aladin.co.kr)
 
 
"진실된 거짓말쟁이"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 - 전3권
아고타 크리스토프 지음, 용경식 옮김 / 까치글방
 
내가 2003년 읽은 책 중 최고의 소설! 오랫동안 절판상태여서 정말 어렵게 구해 읽었다. 문장은 극히 간결하고 무감정하다. 3권에선 조금 느슨해지지만 1, 2권을 읽어보라. 주인공들의 고통을, 아픔을, 외로움을 직접적으로 드러낸 단어는 한마디도 없다. 다만 이런 식이다.
 
할머니가 우리에게 말했다.
-개자식들.
사람들은 우리에게 말했다.
-마녀의 새끼들! 망할 자식들!
...
우리들은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얼굴이 새빨개지고, 귀가 윙윙거리고, 눈이 따갑고, 무릎이 후들거린다.
우리는 더이상 얼굴을 붉히거나 떨고 싶지 않았다. 우리에게 상처를 주는 이런 모욕적인 말들에 익숙해지고 싶었다.
우리는 부엌 식탁 앞에 마주 앉아서 서로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이런 말들을 되는 대로 지껄여댔다. 점점 심한 말을.
하나가 말한다.
-더러운 놈! 똥같은 놈!
다른 하나가 말한다.
-얼간이! 추잡한 놈!
우리는 더이상 할 말이 생각나지 않고 귀에 들리지도 않게 될 때까지 계속했다.
우리는 매일 30분씩 이런 식으로 훈련을 하고 나서 거리로 바람을 쐬러 나갔다.
우리는 사람들이 우리에게 욕을 하도록 행동하고는, 우리가 정말 끄떡없는지를 확인했다.
그러나 옛날에 듣던 말들이 생각났다.
엄마는 우리에게 말했다.
-귀여운 것들! 내 사랑! 내 행복! 금쪽같은 내 새끼들!
우리는 이런 말들을 떠올릴 적마다 눈에 눈물이 고인다.
이런 말들은 잊어야 한다. 이제 아무도 이런 말을 해주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 시절의 추억은 우리가 간직하기에 너무 힘겨운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의 정신훈련을 다른 방법으로 다시 시작했다.
우리는 말했다.
-귀여운 것들! 내 사랑! 난 너희를 사랑해! ...너희가 내 인생의 전부야.
반복하다보니 이런 말들도 차츰 그 의미를 잃고 그것들이 가져다주던 고통도 줄어들었다.
 
아아, 약해서 또 약해서 껍질 속에 숨어버린 인간들의 이야기이다. 버림받고 갇혀 제대로 자라지 못한 아이들, 사실 이 소설을 읽는 건 매우 고통스러운 경험이지만, 누구에게나 한번 읽어보라고 권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책만으로 아쉬운 분께는 그녀의 다른 작품 <어제>를 추천.
 
p.s. 이제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만 나오면 된다. ^^
 
문학담당 박하영
(zooey@aladin.co.kr)
 
 
"실용서는 실용서만의 접근 방법이 있다."
 
핵심만 골라 읽는 실용독서의 기술
공병호 지음 / 21세기북스
 
경영분야만을 뚝 떼어내서 다른 분야와 비교하는 것은 좀 그렇긴 하지만, 분명 느껴지는 차이점 하나는 경영 독자들은 문학이나 인문 분야에 비해서 책을 빨리 읽고, 또한 많이 읽는다는 것. 왜 그럴까 생각해 보면 당연히 그럴 수 밖에 없어 보인다. 아무래도 경영책은 정보와 활용법이 주가 되다 보니 이 책도 읽어보게 되고 저 책도 읽어보면서 비교하고 더 좋은 방법을 찾게 된다. 성공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는 것도 책을 다독하게 되는 이유 중의 하나다. 늘 앞서나가고 성공하고 싶으니까.
 
늘 많은 책을 읽으면서도 더 좋은 책에 대한 갈증을 느끼고 있는 나 같은 경영독자들에게 공병호 박사의 이번 신간은 그냥 지나치기에는 조금 아까운 책 중의 하나다. 우리나라에 출간된 거의 모든 경영서를 읽는다는 분이 실용 독서 기술을 정리했다면? 당연히 읽고 넘어가야 한다.
 
늘 하던대로 이 책 또한 '뭐 건질 건 없나'하는 마음으로 보물찾기 하듯 쑥 읽어 내려간다. 아는 내용도 많지만 새로운 내용도, 알고 있었지만 잊고 있었던 내용도 많다. 메모지를 꺼내 새로 건져낸 독서 방법을 정리하는 것은 필수. 이렇게 해서 한 권 또 완독.
 
경제,컴퓨터담당 윤성화
(rain@aladin.co.kr)
 
 
"날지 못하는 돼지는 그냥 돼지에 불과해" "바보!!!!"
 
붉은 돼지 - (2Disc)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 / 대원DVD
 
하야오 감독의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바보처럼(-_-) 낙천적이다. [붉은 돼지]의 첫 장면을 보라. 유치원생들이 공적들에게 납치되면서도 어쩌면 저렇게 명랑한가. 타고 있던 비행선이 추락해도 유치원생들은 씩씩하다. "우린 수영부에요~" 퐁당퐁당 물 속으로 들어가 잘도 헤엄친다. 이렇게 전체적인 분위기는 바보같이 낙관적이고 동화처럼 평화롭지만, 주인공 포르코만은 툴툴거린다. 정말 가끔은 '포크 커틀릿'을 만들어 버리고 싶을 만큼 바보다.
 
벌써 네 번이나 본 [붉은 돼지]는 볼 때마다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엔딩곡의 가사를 읽으면 정말 눈물이 날 지경이다. "단 한 장의 남은 사진을 봐. 수염이 많았던 남자가 바로 너지. 어디에 있는지 지금은 알 수 없지만 친구들도 몇몇은 있지만 그날의 모든 것이 허무한 것이라고 그 말은 아무에게도 말 할 수 없어. 지금도 마찬가지로 끝나지 않은 꿈을 기리며 내달리고 있겠지 어딘가에서."
 
바보처럼 낙관적인 분위기 속에서 혼자 인간을 불신해 '돼지'가 되어 버린 사나이 포르코. 파시스트가 되느니 돼지가 되는 게 낫다는 이 무정부주의 돼지를 누가 사랑하지 않으랴. 젊은 날의 열정이 모두 재가 되어 버리고, 같은 꿈을 바라보았던 친구는 이제 옆에 없고, 세상은 점점 자기가 살기 싫은 모습으로 변해가고, 자신은 현재가 아니라 과거 속에서만 살아 있는 사람이 되었다. 그래도, 그들의 꿈과 열정은 헛되지 않았다고 말해 주고 싶다. 숨이 멎을 때까지 내달린 그 젊은 날을 위해 건배!
 
어린이담당 류화선
(yukineco@aladin.co.kr)
 
 
"나무 이름도 모르는 내가 부끄럽다는 생각을 처음 하다."
 
 
초등학교 선생님인 동생이 들려준 이야기. 1학년 학급에 평소 밥도 많이 먹지 않고 덩치도 조그만 여자애가 하나 있는데, 어느날 급식을 싹싹 먹더니 반찬을 더 달라고 식판을 들고 오더란다. 기특하게 여긴 선생님이 "그래 **야, 무슨 반찬 줄까?"했더니, 배추무침 반찬을 가리키면서 왈, "나뭇잎이요."
 
물론 귀여운 이야기이지만, 남의 얘기가 아니다;;; 나 역시 숲에 가면 나무는 나무요 꽃은 꽃일 뿐. -_-; 지난 휴일에 회사 동료들과 난지도 하늘공원에 갔다가 더 절절히 느꼈다. 이런 자연치 같으니라구.
 
아마 다들 나같은 생각을 하시기 때문에, 꽃이나 나무도감 등이 최근 유독 많이 팔리는 것이리라. 이 책은 그야말로 평범한 한 아저씨의 구룡산 산책기이자 그림책이다. 척 보니 수성펜에 색연필로만 그린 것이 분명한 꽃이파리 그림이 이렇게 아름답다. 왠지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야생초 편지>보다는 아마추어의 솜씨 같고 글 역시 전문가의 것이 아닌 평범한 에세이이지만, 부럽다, 정말 놀랍다.
 
편집팀장 김명남
(starla@alad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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