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청 - 마음을 얻는 지혜 위즈덤하우스 한국형 자기계발 시리즈 2
조신영.박현찬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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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cond Edition Review]

'활자'가 좋은 이유 중 하나는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영구성에 있다. 구두문화가 직관적이기는 하나 시간의 흐름 속에 변질되고 퇴색되는 한계를 갖는 반면, 문자문화는 절대불변의 원리를 갖고 있다. 인류의 역사는 문자문화의 찬란한 기반 위에서 그 시대와 지역의 부흥이 성립되었음을 명징히 보여준다. 내가 '책'을 좋아하고 사랑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서 출발한다.  

  최근 말을 많이 하는 편이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입에서 출력되는 에너지의 양이 적으면 적을수록, 귀로 입력되는 에너지의 양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대인관계를 이뤄갈 수 있음을 새삼 인식해가고 있다. 이러한 인식은 결국 말 많은 내게 많이 들어야만 하는 의무감을 안겨주곤 했는데, 최근 이러한 최소의 의무감마저 사그라진 듯하다. 듣는 것, 정말 쉽지 않은 것이다. 

  작년에 읽은 위즈덤하우스의 『경청』은 상대방의 마음을 얻는 지혜 '경청'의 소중함을 잔잔하게 그려낸 책이다. 갑작스런 건강의 악화로 일상의 반전을 겪는 한 남자의 이야기를 통해 무심코 잊으며 살아가는 '듣는 것'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아름다운 우화이다. 자기계발서임에도 불구하고 딱딱하거나 건조하지 않은 훈훈한 이야기를 통해 독자와 호흡하는 이 책은 아직도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스테디셀러이다.  

  책장 속에 꼽혀있는 책에 다시 손이 가게 된 이유는 근자에 '화자'로 살아가는 내 자신을 재인식하며 '청자'로서의 삶이 요원한 자아를 성찰했기 때문이리라. 마케팅 부서에서 일하고 있는 내게 말하는 것은 호흡과 같은 삶이다. 수시로 사람들을 만나고 많은 말을 한 후, 뒤에 남는 것은 허전함뿐이다. 아는 것을 말하고, 멋있게 말하며, 상대방을 설득하게끔 말했음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말을 많이 한 뒤에는 개운치 않은 맛이 뒤따른다.  

  『경청』이 출간될 당시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이 책의 홍보 소재로 자주 회자되었던 기억이 난다. 사실 이 회장은 말 안하기로 유명한 사람이다. 삼성그룹 사장단 회의에서도 이 회장은 말하는 경우가 드물다. 각 계열사 사장들의 적극적이고 역동적인 언어들을 그저 주의깊게 <듣기>만 한다. 듣고, 또 듣고, 끊임없이 듣는다고 한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마지막에 <결정>만 내린다. 최근 특검이다 해서 말이 많지만, 어쩌면 이 회장은 아들에게 '회장'의 자리를 물려주기 앞서 '듣는 것'의 소중한 정신을 유산으로 물려주고 싶었으리라. 

  "내가 함께 일했던 탁월한 리더들은 대부분 키도 크지 않았고, 특별히 잘 생기지도 않았다. 연설도 대개 보통수준으로 돋보이지 않으며, 똑똑한 머리나 달변으로 청중을 매료시키지도 못했다. 그들을 구별짓는 것은 명료하고 설득력있는 생각, 깊은 헌신, 끊임없이 배우려는 열린 마음이다."
  세계적인 저명한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의 말이다. 성공한 리더의 공통된 특징은 지성이나 달변이 아닌, 헌신과 배움이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나에게서 분출하는 것이 아닌 남으로부터 공급받는 요소에 의해 탁월한 리더는 완성된다는 얘기다. 타인의 지식과 생각, 철학과 의견을 열린 마음으로 수용하는 사람이 훌륭한 리더가 될 수 있다고 통찰한 드러커의 명문장에 나는 온전히 매료된다.

  말하는 것은 기술이지만 듣는 것은 예술이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듣는 능력에 있어 예술의 경지에 이른 사람을 종종 만나게 된다. 그들은 말은 잘 못해도 오직 듣는 것으로만 사람의 마음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인다. 귀와 머리가 아닌, 가슴과 심장으로 듣는다. 그 어떤 계산과 이익을 배제한 채, 진심을 다해 마음으로 경청하는 자들이다.  많이, 정확하게, 그리고 깊이있게 듣는 능력이야말로 상대방의 마음속에 자신의 존재감을 심을 수 있는 가장 원초적인 힘이다. 

  말하기를 열심으로 특심으로 좋아했고 즐겨했던 최근의 일그러진 자아상을 사유하며 다시 한 번 읽은 『경청』의 잔잔하면서도 강렬한 깨달음을 곱씹는다. 그러면서 귀와 마음의 문을 활짝 열어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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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커넥션 - 너를 치유하고 나를 치유한다
에릭 펄 지음, 이병렬 옮김 / 북스넛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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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사람의 병을 치유하는 것은 대단한 능력이다. 세계 어느 곳에서나 의사가 가장 대접받는 직업이 될 수밖에 없음은 '치유'에 대한 인간들의 갈망이 담겨 있는 이유에서 이해될 수 있다. 이 세상에서 가장 복잡한 것이 인간의 신체라는 점을 인정한다면, 그것을 학습하고 연구하며 질병과 싸우는 의사들의 노력과 수고는 존경이요, 매력임을 부인할 수 없다 하겠다. 

  병을 치유키 위한 인간의 몸부림을 신께서도 익히 이해하고 계신 듯하다. 기독교에서는 예수 그리스도가 3년 간의 공생애를 통해 가장 많이 행한 이적이 인간의 병을 치유하는 것이었으니 말이다. 소경의 눈을 뜨게 하고, 앉은뱅이를 일어서게 하며, 죽은 사람을 살리는 예수의 병고침 능력을 신약성서에서는 수없이 소개하고 있다. 더욱이 이를 '신유(癒)의 은사'라 명명하며 그의 제자들과 후손들에게 전해지고 있기도 하다. 병 고침. 그것은 기적 중에 기적이다. 

  『리커넥션』은 마치 예수가 신비한 능력으로 병을 고치는 것과 같이 기존의 의학적 방법을 초월하여 인간의 병을 치유하는 저자 에릭 펄의 경험담이다. L.A.에서 가장 유명한 카이로프랙틱 전문병원을 그만두고 우주 에너지와의 재연결이라는 개념의 '리커넥션'을 통한 치유사의 길을 걷게 되는 에릭 펄은 자신을 비롯한 여러 사람들의 신비하고 경이적인 치유를 체험한다. 자신의 치유 능력을 발견하고, 그것을 이론화하며, 독자에게 그 방법까지 설명하는 이 책은 그 진실성 여부를 떠나 신기하고 또 신기하다. 

  저자는 환자들과의 채널링(영적 주파수를 맞추어 원하는 영들과 교신하는 것)을 통하여 공통적인 여섯 개의 문장을 발견한다.
  1. 우리가 여기 온 것은 당신이 하던 일을 계속하라고 말해 주기 위해서이다.
  2. 당신이 하는 일은 지구에 빛과 정보를 전달하는 일이다.
  3. 당신이 하는 일은 DNA 사슬을 다시 연결하는 것이다.
  4. 당신이 하는 일은 DNA 끈을 다시 연결하는 것이다.
  5. 당신이 마스터라는 것을 아아야 한다.
  6. 당신의 명성 때문에 우리가 왔다.


  마치 외계인과의 대화 암호를 해독한 것처럼 보이는 이해할 수 없는 여섯 개의 문장을 통하여 저자는 자신의 치유 능력이 고차원적이며 우주적인 에너지에서 기인하고 있음을 설파한다. 다시 말해 저자는 인간의 몸과 우주 에너지와의 재연결을 통하여 치유와 회복을 실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믿기는가? 

  책을 읽다 보면 기존의 상식과 통념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들이 반복된다. 하지만 소설이 아닌 자신의 경험과 체험을 토대로 얘기한 '실화'이기에, 무엇보다 양자역학, 상대성이론, 11차원의 우주, 끈이론 등등 현대 물리학의 다양한 이슈들까지 자세하게 거론하며 부연하고 있어 솔깃하다. 

  사실 우리 주변에서도 특별한 병고침의 능력을 지닌 자들이 적지 않음을 볼 수 있다. 세계에서 가장 큰 교회를 담임하는 어느 목사님이 해외 선교지에서 기적같이 병을 고치는 장면을 볼 때면 소름이 돋는다. 또한 교회 내에서 일반 신도들 가운데서도 신유(癒)로 특별히 '기도빨' 잘 받는 사람들이 있다. 저자의 경우 종교적인 의미를 부각하진 않았지만, 자신의 치유 능력의 원동력이 자신에게서 발현하는 것이 아니라 고차원적이고 우주적인 어떤 존재에 기인한다는 것을 서두에 언급하고 있는 점은 흥미롭다. 너를 치유하고 동시에 나를 치유하는 '리커넥션'의 발현. 그것이 실재하는 사실이라면 그 내재적 힘의 원천은 무엇일까. 

  저자는 책의 후반부에 어느 누구나 치유사가 될 수 있음을 언급하며 구체적이고 실재적인 치유 방법론을 제시한다. 치유를 하기 위한 진료실의 환경 구성과 에너지의 실재를 인식하고 손을 활성하는 법, 그리고 환자의 다양한 반응들과 그에 따른 대처에 이르는 내용들을 정리하여 설명하고 있다. 반신반의하며 읽어 내려갔지만, 누구나 선뜻 신뢰할 수 없는 민감한 내용을 구체적인 방법론까지 제시한 저자의 신념과 용기는 대단한 듯 보인다. 

  이미 메스컴을 통하여 저자의 기적같은 치유 능력이 공개되었다고 하니 책의 내용을 믿고 안 믿고의 문제는 중요하지 않을 성싶다. 나는 현실주의자다. 그러면서 기적을 믿는다. 또한 인간의 잠재력을 신뢰한다. 하지만 이 모든 철학은 내가 믿고 있는 신의 실재 아래서 조합되고 완성된다. 그렇기에 저자의 '리커넥션' 치유 능력은 과히 신기하면서도, 더욱 과히 관심이 없다. 
 

우리가 지금껏 상상한 것 중에 우리의 능력을 뛰어넘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오직 우리가 알고 있는 현재의 우리를 뛰어넘을 뿐이다. - 테오도로 로작(Theodore Rozak)   <p. 2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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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휴 마케팅 - 21세기 새로운 마케팅 전략
김승용 지음 / 머니플러스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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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마케팅 부서가 기업 전체는 아니지만, 기업 전체는 마케팅 부서가 되어야 한다." 

  20세기 이후, 성공하는 기업의 조건이 무엇인지를 명징하게 드러내는 문장이다. 그렇다. 기업 전체는 마케팅적인 생각과 시스템으로 운영되어야 한다. 마케팅적인 개발팀, 마케팅적인 생산팀, 마케팅적인 고객지원팀, 마케팅적인 무역팀 등이 되어야 다양한 입맛과 성향을 지닌 21세기 소비자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기업으로 서 나갈 수 있다. 마케팅. 그것은 기업의 생존을 위한 필수불가결한 요소이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마케팅의 방법과 색깔은 다양하게 변화되어왔다. 각 회사마다 다양한 마케팅 방법으로 회사와 제품을 홍보하며 고객과 친구를 맺어왔다. 최근에는 마케팅에서 제휴의 바람이 불고 있는데, 세계 굴지의 대기업들이 손을 잡고 협력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자사에 결락된 부분을 경쟁사에게 공급받음으로써 경쟁을 넘어선 협력과 상생의 길로 나아가고 있다. 21세기 새로운 마케팅 전략으로 '제휴 마케팅'이 부각받고 있는 것이다. 

  머니플러스 출판사에서 출간된 『제휴마케팅』은 이러한 근자의 마케팅 변화를 '제휴'라는 아이콘으로 분석한다. 제휴 마케팅은 무엇이며, 국내외 글로벌 기업들의 제휴 현황과 성공 사례, 제휴 마케팅의 미래까지 전망하고 있는 폭넓은 경제·경영도서이다. 더욱이 마케팅 관련 용어와 최근 국내외 기업들의 생동감 있는 움직임을 소개하고 있어 매우 흥미롭다. 

  앞으로의 마케팅은 '정보적·경제적·심리적·질적'인 테크닉이 요구된다고 저자는 언급한다. 작금과 같이 급변화는 사회에서 변화에 대한 적응력은 존재를 위한 불가결한 능력임을 부인할 수 없다. 그렇다면 시대가 요구하는 마케팅의 변화를 감지하고, 흐름을 분석하며, 그것을 적용해가는 것은 응당 중요한 일일 것이다. 더욱이 새로운 발상과 전략으로 무장한 마케팅 기법을 함양한 개인과 기업이 성공할 수 있음은 두말할 나위 없다. 

  지난 20세기까지의 한국 기업들은 지나친 경쟁으로 전투모드적인 기업 경쟁을 진행해왔다. 하지만 신자유주의 체제의 도도한 흐름 가운데 국내의 경쟁은 의미가 없음을 자각했고 경쟁의 범위는 글로벌리제이션으로 확대되고 있다. 삼성과 LG, 포스코와 현대자동차 등은 세계가 인정하는 글로벌 기업이 되었다. 이런 배경에서, 글로벌 경쟁 속에서 지속적으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국내외 기업과의 상생과 협력이 필요함을 인식하기 시작했고, 최근에는 다양한 협력과 제휴로 공생의 기업 환경을 만들어가려는 국내 기업들의 노력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한다. 

  이 책의 가장 큰 강점은 최근 국내 기업의 동향과 사례를 구체적으로 제시한 점과 국내 유통시장을 새롭게 재편하고 있는 할인점의 PL 사업을 거론한 점이다. 이마트를 위시하여 국내 대형 할인점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는 기업이 많다. 최근 3대 대형 할인점은 상품개발본부를 창설하여 바이어의 역할을 확대시키며 자체 소싱 능력을 함양해나가고 있다. 이는 제조·유통업체의 역할을 할인점이 직접 대체하는 것이어서 파급효과가 엄청날 것임이 예견된다. 이러한 중요한 국내의 유통시장 이슈를 언급하며 해외 직수입 제휴 마케팅의 강화 측면으로 소개한 점은 단연 돋보이는 부분이다. 

  마케팅 부서에 몸담고 있는 나로서는 마케팅에 협력과 상생의 의미를 부여한 '제휴 마케팅'이라는 문구에 솔깃하지 않을 수 없었다. 컴퓨터 전산용품을 십여 년 동안 제조·판매하고 있는 우리회사는 불변의 경쟁사인 C사와 지난한 경쟁을 진행해오고 있다. 어떤 부분에서는 자사가 우월하고, 또 어떤 부분에서는 C사가 우월한 가운데 앞서거니 뒷서거니를 반복한다. 어떨 때는 상대회사를 의식한 나머지 과도한 영업과 지나친 전략으로 손해를 보는 경우도 적지 않다. '제휴 마케팅'이라는 새로운 마케팅 기법을 무작정 대입하는 것은 무리가 있겠지만, 최신 마케팅의 시류임을 인식하여 보다 넓은 관점에서 생각해볼 수 있는 동기부여가 회사 내에 있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보기도 한다. 

  개인은 물론, 기업 또한 홀로 서 나갈 수 없는 시대가 되었다. 경제성장률이 잠재성장률를 맴돌며 GDP 2만 불의 늪에서 허우적거리는 한국 경제는 거시적이고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혁신적 변화가 필요하다. 개인과 기업과 정부, 모두 변화해야 한다. 이기적 경쟁주의가 아닌, 관용과 협력과 상생과 공존의 문화가 반드시 필요하다. 우리보다 훨씬 먼저 GDP 4만 불에 입성한 서구 선진국들의 경제 발전사(史)가 이를 증명한다. 이 책이 전하는 협력과 마케팅의 융화도 바로 그런 연장선상에 맞닿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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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버 보이
팀 보울러 지음, 정해영 옮김 / 놀(다산북스)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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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나이 열다섯 살 시절을 생각한다. 그 때 나는 누구였고, 무엇을 했으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어떤 사람이었을까. 중학교 2학년의 시절. 학교와 집을 왕복했고, 수학 공식과 영어 단어를 외웠으며, 외모와 여자들의 눈길에 민감했던 시절. 누구를 사랑한다는 것, 누구를 믿는다는 것, 누구를 잃어버린다는 것에 대한 진지한 경험과 학습이 없던 시절. 어설픈 이기가 다듬어진 이타를 압도했던 그 시절에 과연 나의 아름다운 추억은 무엇이 있을까. 곱씹고 곱씹지만 내 머릿속은 떠오르는 영상을 합성해 내지 못한 채 일렁이기만 한다.

  죽음을 앞둔 할아버지와 열다섯 살 손녀의 아주 특별한 이별이야기인 『리버보이』는 해리포터의 아성을 무너뜨린 팀 보울러의 역작이다. 수영을 좋아하는 열다섯 살 소녀 제스와 그녀의 할아버지 사이의 깊고도 특별한 사랑을 아름다운 판타지로 승화시키며 읽는 이의 영혼을 두드리는 감동적인 작품이다.

  인간이 살아가는 1차원의 시간은 정지가 없이 연속적이다. 세상에 태어나서 죽음을 맞이할 때까지 삶의 희로애락은 수없이 반복되며 우리의 삶을 채우고 또 채우게 된다. 어떨 때는 시간이 빠르게 흐르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는가 하면, 또 어떨 때에는 너무 느린 시간의 감각으로 무료할 때도 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시간은 분명 절대적인 속도로 일관성 있게 흐르고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가 느끼는 시간 속도의 감각과는 전혀 다르게 말이다.

  감정과 이성이 체계있게 확립되지 않은 어린 시기에 사랑과 이별을 농밀하게 경험하는 것은 대단한 축복일 수 있다. 유년기와 청소년기를 넘어 성인과 노년의 시기를 거치는 우리네 인생은 수도 없는 사랑과 이별, 행복과 아픔의 반복으로 채워진다. 하나의 존재성에 대한 뜨거운 사랑과 그로 인한 행복, 그리고 이별과 아픔으로 이어지는 파노라마는 어쩌면 신이 세상을 창조하기 전부터 미리 계획하신 인간사의 시나리오일지도 모른다. 결국 그렇게 살 수밖에 없는 존재가 인간이다.

  『리버보이』에서 '강'은 매우 중요한 우의(意)다. 시간과 인생, 사랑과 이별, 포기와 분노, 행복과 아픔에 이르는 인간성의 본질적 감정을 '강'이라는 메타포에 녹여 놓는다. 큰 바위가 있고, 방향이 바뀌고, 굴곡이 있고, 좁아지고 넓어진다 하더라도 그냥 흐른다. 저 멀리 '바다'라는 넓은 세계에 도달할 때까지 지속적이고 일관되게 흐른다. 그것이 강이다. 그리고 그것이 삶이고 인생이다.

  인간이 위대한 것은 전두엽이라는 특이하게 발달된 뇌의 구조에서 증명된다. 과거 어느 순간에 겪은 기쁨이나 슬픔을 머릿속에 알고리화하여 먼 훗날에 다시 끄집어 내어 감상에 젖을 수 있는 낭만과 정념(念). 추억이라는 것은 인간만이 행사할 수 있는 고도의 지적 작업이자, 아름다운 낭만의 재창조다. 내가 사랑했던 사람이 다른 세상에 살고 있다 하더라도 과거의 추억을 곱씹으며 그 사람을 지금 이 순간 추억의 이름으로 불러낼 수 있는 힘과 능력. 그것은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특권이다.

  나는 『리버보이』를 청소년 소설이라고 부르는 것에 단호히 거부한다. 강처럼 흐르는 세월의 흐름은 청소년기에만 진행되는 것이 아니다. 우주의 시간 원리는 언제나 동일하게 흐른다. 엄마의 자궁을 박차고 나올 때, 부모와 어른의 사랑을 받으며 말을 배울 때, 학생으로 열심히 공부할 때, 사회에 진출하여 사회인으로 살아갈 때, 결혼하여 한 가정의 주인이 될 때, 자식을 낳아 부모가 될 때, 훗날 자식의 자식을 보며 미소를 지을 때, 다른 세상으로 가게 될 것이라는 느낌을 얻을 때 등. 모든 인생의 편린들마다 시간은 동일하게 '강'과 같이 흐른다. 그렇기에 『리버보이』의 감동은 어느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참 아릅답다. 너무 감동스럽다. 팀 보울러가 창조한 감동은 활자가 아닌 판타지 영상으로 내 가슴속에 아로새겨졌다. 나의 삶, 인생, 사랑, 도전, 상실, 꿈에 이르는 폭넓은 사유의 바다 속으로 침투한다. 그리고 과연 내 '리버보이'는 어떤 존재일지를 상상한다. 그리고 미소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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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침묵
질베르 시누에 지음, 이원복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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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포일러 없음. 

소설의 막장을 덮은 후 많은 생각을 했다. 삼위일체( ) 하나님을 믿고 성경의 무오(無誤)를 인정하는 내게 이 한 권의 소설은 적잖은 도전이었다. 예수 그리스도의 신성을 부인하고 하나님에 대한 이원론적 접근을 비롯하여 성경의 절대 권위를 전복하고 있어 읽는 내내 불편한 마음이 녹록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근자에 기독교를 소재삼아 성경과 하나님에 대한 대단한(?) 상상력을 발동하는 미디어의 출현이 어디 한두 건이었던가. 어차피 허구는 허구일 뿐. 픽션임을 인정하며 작품 그 자체를 이해하기로 했다.  

  『신의 침묵』. 제목부터 강렬하다. 부제는 더욱 강렬하다. 소설의 표지에서 십자가를 가로로 횡단하며 적혀있는 '연쇄 살해범이 천사들을 죽이고 있다!'라는 부제는 요상한 그림과 문자와 조합되면서 강렬한 비쥬얼을 발산한다. 신은 무엇에 침묵한단 말인가. 그리고 왜 침묵한단 말인가. 천사들을 죽이는 연쇄살해범에 대한 침묵인가. 아니면 어떤 침묵이란 말인가. 다양한 사유가 꼬리에 꼬리를 물어가면서 이야기 속으로 침투된다. 

  배경은 스코틀랜드. 외딴 섬에서 소설을 쓰고 있는 저명한 추리소설 작가 클라리사 그레이 부인의 집에서 생면부지의 남자가 죽임을 당한다. 목에 상처를 입은 남자는 죽기 직전에 그레이 부인에게 한 권의 수첩을 건넨다. 그 수첩 속에는 알 수 없는 암호가 기록되어 있다. 그레이 부인은 자신의 오랜 친구인 언어학자 매클린 교수와 함께 암호를 해독하며 상상을 초월하는 음모가 숨겨있음을 밝혀내기 시작한다. 그 수첩의 주인공은 가브리엘 대천사. 그리고 천사들을 연쇄적으로 죽이는 살해범을 찾기 위한 힌트들이 암호화되어 적혀 있던 것이다. 범인이 누구인가는 '숫자 19'와 '쌍둥이 0.809'에서 풀이할 수 밖에 없다. 사건은 점점 미궁 속으로 빠지게 된다. 주변 사람들과 천사들의 죽음이 연이어 계속되면서 공포심을 느끼는 그레이 부인은 유일하게 살아남은 천사 다니엘의 요청으로 모세, 예수, 마호메트를 컴퓨터 모니터상에서 심문한다. 그리고 결국 마지막 범인을 지목한다. 그런데 그 범인은... 

  작가 질베르 시누에는 유일신을 믿는 세 종교의 핵심 인물을 등장시킨다. 모세, 예수, 마호메트. 유대인들로부터 경배의 대상으로까지 추앙을 받는 모세, 하나님의 사랑을 완성시키기 위해 이 땅에서 죽고 부활한 예수, 알라신의 위대한 예언자 마호메트를 전면에 배치한 것이다. 가브리엘 대천사는 이 셋 중에서 살해범이 있을 것임을 수첩 속의 암호를 통하여 그레이 부인에게 어필한다. 뿌리가 같은 종교라는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 세 종교의 교리와 예언자들의 혼합에서 작가의 상상력은 출발한다. 

  천사는 꽤 많은 책과 영화에서 소재가 되어 왔다. 사실 천사에 대한 일반적인 인식은 아름답고 신비로우며 능력이 있는 고차원적 존재이다. 하지만 시누에가 창조한 천사의 이미지는 무능하고 연약하며 초라하기 그지 없는, 별볼일 없는 존재이다. 인간이 상상할 수 없는 고차원적 우주를 살아가는 그들이 신과 대면하지 못하고 신의 뜻을 알지 못하는 누추한 존재로 부각된 점은 흥미롭다. 게다가 자신들의 연쇄살해범을 찾기 위해 인간에게 도움을 청하는 그들의 나약함은 마치 소설의 뒷부분에 등장하는 살해범의 초라한 정체를 예견이라도 하듯이 강한 연관을 내포한다. 요컨대 작가는 신과 천사에 대한 기존의 고차원적 신비성 부여를 거부한 채, 인간적인 눈높이 수준에서 창조한 것이다. 

  작가 시누에는 유쾌하고 박진감 넘치는 이야기 곳곳에 복선을 깔아 놓는다. 복잡다단하고 희미한 연속적 복선이 아닌 범인이냐 아니냐의 단순한 복선 구조이다. 이야기의 흐름이 진행될수록 천사와 인간들은 하나둘씩 죽어가고 사건의 실마리는 점점 좁혀져 간다. 가브리엘 천사가 죽기 전에 남긴 수첩 속의 암호가 해독되면서 엉킨 실타래는 풀려가는 듯 보인다. 하지만 소설의 결말, 반은 예상했지만 반은 예상치 못한 범인의 출현은 마치 영화 《싸인》의 외계인의 등장 장면과 비견될 정도로 황당하다. 설마 그거였어? 고작? 

  문학에서 작가의 상상력은 매우 중요하다. 작가의 상상력은 곧 작품의 생명과도 같다. 더욱이 작가가 만들어내는 상상력의 질적 수준이 독자와의 공감과 부합한다면 작품의 완성도는 빛나게 된다. 하지만 자기우주적인 비공감적 상상력의 발현에는 독자는 아쉬움을 가질 수밖에 없다. 최근 기독교 교리와 성경을 소재로 한 다양한 상상력의 활개를 자주 목도하며 그 수준을 의심하게 된다. 꿈과 희망을 주는 상상력, 누구도 생각치 못한 기발한 상상력, 현실의 연장선상에 맞닿아 있는 수준 높은 상상력이 아닌, 기존 교리의 정통과 신뢰를 살포시 전복하여 얻는 충격효과, 파급효과에 기생한 상상력이라는 느낌이 강하기 때문이다. 이 소설의 경우, 성경과 코란을 인용하면서도 몇몇 본질적 속성에 대한 뒤집기를 통해 독자에게 충격과 파급만을 전달하고 있는 낮은 수준의 상상력으로 내게는 비춰졌다. 

  기독교인을 위시하여 자신이 믿는 종교의 경전과 교리가 다르다고 해서 흥분할 필요는 없다. 소설은 어디까지나 작가의 상상력으로 만들어낸 가상의 세계에 불과하다. 사실이 아닌 허구이다. 픽션일 뿐이다. 작품 속에 작가의 신념과 철학이 얼마만큼 내재되어 있는지는 그 다음 문제이다. 어쩌면 근자의 신을 소재로 한 다양한 미디어의 발생은 매력적인 존재로서의 신, 호기심이 발동될 존재로서의 신을 인정하는 인간의 또다른 신앙심의 표현이 아닐까. 

  소설의 제목 '신의 침묵'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한다. 사실 성경이 완성된 이후, 신의 계시는 침묵하는 듯 보인다. 지금 시대에서는 바다가 갈라지거나, 죽은 사람이 살아나거나, 모세나 엘리야 같은 선지자가 출현하지 않는다. 반면에 수많은 기적과 회복을 통한 신자들의 간증의 역사는 계속되고 있다. 바로 여기서 내가 확신하는 것은, 질베르 시누에가 상상하는 것 훨씬 이상으로 신은 침묵하시지 않는다는 점이다. 난 그리 믿는다. 그리고 그것은 내 신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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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Dav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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