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내가 행복을 줄게 - 엄마와 아이가 서로 마주하며 나눈 가장 아름다운 대화의 기록
오소희 지음 / 큰솔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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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작가와 독자는 어떤 함수관계로 표현될 수 있을까. 나는 작가와 독자와의 관계를 공급자와 수요자라는 기계적인 관계로 설정하는 것에 대해 거부한다. 활자를 수단으로 <소통>하며 <교감>하는 관계, 가 가장 본질적이며 내포적인 작가와 독자 사이의 방정식이 아닐까 한다. 책 속에는 글쓴이의 지식과 지혜, 경험과 고백, 철학과 우주가 충만히 담겨 있다. 작가의 문자화 된 우주를 만나고 소통하며 교감하는 것, 작가의 머리로 잠시 생각해보는 것, 내가 아닌 너가 되어 보다 넓고 깊게 인간과 세상을 탐구하는 것. 그것이 작가와의 호흡, 곧 독서의 본질적 의미이다. 

  세 살배기 아들과 함께 터키를 여행했던 이야기 『바람이 우리를 데려다 주겠지』로 처음 만난 여행작가 오소희는 내게 특별한 작가다. 세계적인 소설가 파울로 코엘료와 더불어 나에게 전작의 필수불가피함을 안겨준 작가이기 때문이다. 두 권의 여행기를 통해 그녀와 교감하면서 이미 열렬한 팬이 되어 있다. 등단한 지 일 년도 되지 않은 한 여성 여행작가의 존재감이 어떤 것이기에 어찌 이토록 젊은 리뷰어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는 걸까. 답을 얻는 데에는 단 1초도 걸리지 않았다. 그녀의 삶의 철학과 내 독서관이 완전히 부합하기 때문이라는 것을. 

  『바람이 우리를 데려다 주겠지』, 『욕망이 멈추는 곳, 라오스』를 통해 여행작가로서의 위치를 확실하게 굳힌 오소희는 세 번째 작품으로 여행수기가 아닌 '아들 이야기'를 선택한다. 엄마와 아이가 서로 마주하며 나눈 가장 아름다운 대화의 기록, 이라는 부제를 전면에 배치한 『엄마, 내가 행복을 줄게』는 아들 중빈과의 훈훈하면서도 감동적인 소통의 세계를 담고 있다. 엄마와 아이가 서로 주고 받는 질문과 답변들 속에는 사랑과 진심, 웃음과 감동, 엉뚱함과 여유가 오롯이 내재되어 있다.  

  책은 크게 두 가지 파트로 구분된다. '아이가 자란다'와 '엄마가 자란다'의 두 파트로 구분한 의도를 쉽지 않게 유추할 수 있다. 아이를 기르는 것은 곧바로 부모 자신이 <길러지는> 것과의 동의어로 대체될 수 있으리라. 아이를 기르는 부모의 렌즈는 어떨 때는 현미경으로, 또 어떨 때는 망원렌즈로 초점을 수시로 바꿔가며 아이를 관찰하고 조망한다. 그러면서 자신이 기존에 알지 못했고, 인식하지 못했던 우주 원리의 사각지대를 포착한다. 그렇기에 아이를 기르는 것이 곧 우주를 배우는 것과 동일한 의미로 통합될 수밖에 없음을 작가 오소희는 말하고 싶었으리라. 

  책 속에서 그녀가 정의한 가족의 의미가 십분 공감된다. 세상 다른 사람과는 기분 좋게 나눌 수 없는 것을 부끄러움 없이 나눌 수 있고 망설임 없이 함께 할 수 있는 우리. 은밀한 것이 오픈되고 부끄러운 것이 유머가 되는 우리. 무의미함을 견디고, 서로 함부로 할퀸 상처를 견디고, 익숙한 권태를 견디고, 반복이라는 이름의 노동을 견뎌내며 완성되는 우리. 마음껏 발가벗고 춤을 추고, 동시에 코를 파고, 같은 음식을 먹고 비슷한 방귀 냄새를 퍼뜨리는 우리. 바로 그 <우리>는 <가족>이라는 위대한 이름으로 명명된다. 그녀에게는 말이다. 아니 이 세상의 수많은 행복한 <우리>들에게까지도. 

  책의 마지막은 작가의 동네 어귀 자장면집에서 기르는 강아지 겨울이의 이야기로 끝맺음을 한다. 천지분간을 못 하는 아기강아지로 겨울에 처음 동네에 나타나서 이름이 겨울이로 불리우는 강아지다. 어미가 되리라고 아무도 생각지 못한 때에 새끼를 여덟 마리나 출산한다. 새끼를 낳기 전과 낳은 후의 겨울이는 외연과 내면 모두에서 정확히 구분된다. 야윈 얼굴, 하지만 성숙하고 의연한 모습, 그리고 강한 책임감. 그 숭고함을 목도하며 암컷(여성)의 위대함에 대해 새삼 곱씹는 작가의 고백에 나도 모르게 겸허한 생각과 마음이 머리와 가슴속에서 일렁인다. 새끼를 잉태하고 보호하며, 사랑이라는 지독한 책임감으로 무장한 위대한 여성성은 비단 인간들뿐만 아니라 지구상 모든 암컷들에게 내재된 찬란한 태양이리라. 

  여성은 참으로 위대한 종족임을 근자에 많이 깨닫고 있다. 여성성의 위대함의 극치는 '모성'이라는 신적인 사랑, 즉 아가페의 현현을 통해 더욱 찬란하게 완성된다. 오소희의 활자가 아름답고 가슴뭉클한 이유는 바로 '모성애'라는 심원한 아가페적 사랑을 보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에서 그녀의 책은 여행수기나 자녀육아집이라기보다 고결한 <러브 스토리>에 가깝다.  

  부모는 자식에게 반드시 유산을 물려준다고 한다. 물질적인 것이든 정신적인 것이든, 또는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그 어떤 형태로든지 말이다. 지식보단 지혜를, 외면보단 중심을, 사변보단 경험을, 물질보단 인간을, 비본질보단 본질을, 경쟁보단 관용을, 나보단 우리를 사유하고 성찰하며 자라나는 중빈이의 앞날을 축복한다. 그리고 나는 예견한다. 이 사회를 짊어질 훌륭한 동량으로 서있을 중빈이의 미래를. 어쩌면 그 미래는 엄마의 위대한 유산을 담보로 하기에 더욱 명징하게 성취될 것이다. 난 그리 믿는다. 

  이 한 권의 아름다운 <러브 스토리>를, 사랑의 이름으로 또 다른 우주를 만나길 갈구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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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청 - 마음을 얻는 지혜 위즈덤하우스 한국형 자기계발 시리즈 2
조신영.박현찬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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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cond Edition Review]

'활자'가 좋은 이유 중 하나는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영구성에 있다. 구두문화가 직관적이기는 하나 시간의 흐름 속에 변질되고 퇴색되는 한계를 갖는 반면, 문자문화는 절대불변의 원리를 갖고 있다. 인류의 역사는 문자문화의 찬란한 기반 위에서 그 시대와 지역의 부흥이 성립되었음을 명징히 보여준다. 내가 '책'을 좋아하고 사랑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서 출발한다.  

  최근 말을 많이 하는 편이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입에서 출력되는 에너지의 양이 적으면 적을수록, 귀로 입력되는 에너지의 양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대인관계를 이뤄갈 수 있음을 새삼 인식해가고 있다. 이러한 인식은 결국 말 많은 내게 많이 들어야만 하는 의무감을 안겨주곤 했는데, 최근 이러한 최소의 의무감마저 사그라진 듯하다. 듣는 것, 정말 쉽지 않은 것이다. 

  작년에 읽은 위즈덤하우스의 『경청』은 상대방의 마음을 얻는 지혜 '경청'의 소중함을 잔잔하게 그려낸 책이다. 갑작스런 건강의 악화로 일상의 반전을 겪는 한 남자의 이야기를 통해 무심코 잊으며 살아가는 '듣는 것'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아름다운 우화이다. 자기계발서임에도 불구하고 딱딱하거나 건조하지 않은 훈훈한 이야기를 통해 독자와 호흡하는 이 책은 아직도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스테디셀러이다.  

  책장 속에 꼽혀있는 책에 다시 손이 가게 된 이유는 근자에 '화자'로 살아가는 내 자신을 재인식하며 '청자'로서의 삶이 요원한 자아를 성찰했기 때문이리라. 마케팅 부서에서 일하고 있는 내게 말하는 것은 호흡과 같은 삶이다. 수시로 사람들을 만나고 많은 말을 한 후, 뒤에 남는 것은 허전함뿐이다. 아는 것을 말하고, 멋있게 말하며, 상대방을 설득하게끔 말했음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말을 많이 한 뒤에는 개운치 않은 맛이 뒤따른다.  

  『경청』이 출간될 당시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이 책의 홍보 소재로 자주 회자되었던 기억이 난다. 사실 이 회장은 말 안하기로 유명한 사람이다. 삼성그룹 사장단 회의에서도 이 회장은 말하는 경우가 드물다. 각 계열사 사장들의 적극적이고 역동적인 언어들을 그저 주의깊게 <듣기>만 한다. 듣고, 또 듣고, 끊임없이 듣는다고 한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마지막에 <결정>만 내린다. 최근 특검이다 해서 말이 많지만, 어쩌면 이 회장은 아들에게 '회장'의 자리를 물려주기 앞서 '듣는 것'의 소중한 정신을 유산으로 물려주고 싶었으리라. 

  "내가 함께 일했던 탁월한 리더들은 대부분 키도 크지 않았고, 특별히 잘 생기지도 않았다. 연설도 대개 보통수준으로 돋보이지 않으며, 똑똑한 머리나 달변으로 청중을 매료시키지도 못했다. 그들을 구별짓는 것은 명료하고 설득력있는 생각, 깊은 헌신, 끊임없이 배우려는 열린 마음이다."
  세계적인 저명한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의 말이다. 성공한 리더의 공통된 특징은 지성이나 달변이 아닌, 헌신과 배움이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나에게서 분출하는 것이 아닌 남으로부터 공급받는 요소에 의해 탁월한 리더는 완성된다는 얘기다. 타인의 지식과 생각, 철학과 의견을 열린 마음으로 수용하는 사람이 훌륭한 리더가 될 수 있다고 통찰한 드러커의 명문장에 나는 온전히 매료된다.

  말하는 것은 기술이지만 듣는 것은 예술이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듣는 능력에 있어 예술의 경지에 이른 사람을 종종 만나게 된다. 그들은 말은 잘 못해도 오직 듣는 것으로만 사람의 마음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인다. 귀와 머리가 아닌, 가슴과 심장으로 듣는다. 그 어떤 계산과 이익을 배제한 채, 진심을 다해 마음으로 경청하는 자들이다.  많이, 정확하게, 그리고 깊이있게 듣는 능력이야말로 상대방의 마음속에 자신의 존재감을 심을 수 있는 가장 원초적인 힘이다. 

  말하기를 열심으로 특심으로 좋아했고 즐겨했던 최근의 일그러진 자아상을 사유하며 다시 한 번 읽은 『경청』의 잔잔하면서도 강렬한 깨달음을 곱씹는다. 그러면서 귀와 마음의 문을 활짝 열어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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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커넥션 - 너를 치유하고 나를 치유한다
에릭 펄 지음, 이병렬 옮김 / 북스넛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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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사람의 병을 치유하는 것은 대단한 능력이다. 세계 어느 곳에서나 의사가 가장 대접받는 직업이 될 수밖에 없음은 '치유'에 대한 인간들의 갈망이 담겨 있는 이유에서 이해될 수 있다. 이 세상에서 가장 복잡한 것이 인간의 신체라는 점을 인정한다면, 그것을 학습하고 연구하며 질병과 싸우는 의사들의 노력과 수고는 존경이요, 매력임을 부인할 수 없다 하겠다. 

  병을 치유키 위한 인간의 몸부림을 신께서도 익히 이해하고 계신 듯하다. 기독교에서는 예수 그리스도가 3년 간의 공생애를 통해 가장 많이 행한 이적이 인간의 병을 치유하는 것이었으니 말이다. 소경의 눈을 뜨게 하고, 앉은뱅이를 일어서게 하며, 죽은 사람을 살리는 예수의 병고침 능력을 신약성서에서는 수없이 소개하고 있다. 더욱이 이를 '신유(癒)의 은사'라 명명하며 그의 제자들과 후손들에게 전해지고 있기도 하다. 병 고침. 그것은 기적 중에 기적이다. 

  『리커넥션』은 마치 예수가 신비한 능력으로 병을 고치는 것과 같이 기존의 의학적 방법을 초월하여 인간의 병을 치유하는 저자 에릭 펄의 경험담이다. L.A.에서 가장 유명한 카이로프랙틱 전문병원을 그만두고 우주 에너지와의 재연결이라는 개념의 '리커넥션'을 통한 치유사의 길을 걷게 되는 에릭 펄은 자신을 비롯한 여러 사람들의 신비하고 경이적인 치유를 체험한다. 자신의 치유 능력을 발견하고, 그것을 이론화하며, 독자에게 그 방법까지 설명하는 이 책은 그 진실성 여부를 떠나 신기하고 또 신기하다. 

  저자는 환자들과의 채널링(영적 주파수를 맞추어 원하는 영들과 교신하는 것)을 통하여 공통적인 여섯 개의 문장을 발견한다.
  1. 우리가 여기 온 것은 당신이 하던 일을 계속하라고 말해 주기 위해서이다.
  2. 당신이 하는 일은 지구에 빛과 정보를 전달하는 일이다.
  3. 당신이 하는 일은 DNA 사슬을 다시 연결하는 것이다.
  4. 당신이 하는 일은 DNA 끈을 다시 연결하는 것이다.
  5. 당신이 마스터라는 것을 아아야 한다.
  6. 당신의 명성 때문에 우리가 왔다.


  마치 외계인과의 대화 암호를 해독한 것처럼 보이는 이해할 수 없는 여섯 개의 문장을 통하여 저자는 자신의 치유 능력이 고차원적이며 우주적인 에너지에서 기인하고 있음을 설파한다. 다시 말해 저자는 인간의 몸과 우주 에너지와의 재연결을 통하여 치유와 회복을 실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믿기는가? 

  책을 읽다 보면 기존의 상식과 통념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들이 반복된다. 하지만 소설이 아닌 자신의 경험과 체험을 토대로 얘기한 '실화'이기에, 무엇보다 양자역학, 상대성이론, 11차원의 우주, 끈이론 등등 현대 물리학의 다양한 이슈들까지 자세하게 거론하며 부연하고 있어 솔깃하다. 

  사실 우리 주변에서도 특별한 병고침의 능력을 지닌 자들이 적지 않음을 볼 수 있다. 세계에서 가장 큰 교회를 담임하는 어느 목사님이 해외 선교지에서 기적같이 병을 고치는 장면을 볼 때면 소름이 돋는다. 또한 교회 내에서 일반 신도들 가운데서도 신유(癒)로 특별히 '기도빨' 잘 받는 사람들이 있다. 저자의 경우 종교적인 의미를 부각하진 않았지만, 자신의 치유 능력의 원동력이 자신에게서 발현하는 것이 아니라 고차원적이고 우주적인 어떤 존재에 기인한다는 것을 서두에 언급하고 있는 점은 흥미롭다. 너를 치유하고 동시에 나를 치유하는 '리커넥션'의 발현. 그것이 실재하는 사실이라면 그 내재적 힘의 원천은 무엇일까. 

  저자는 책의 후반부에 어느 누구나 치유사가 될 수 있음을 언급하며 구체적이고 실재적인 치유 방법론을 제시한다. 치유를 하기 위한 진료실의 환경 구성과 에너지의 실재를 인식하고 손을 활성하는 법, 그리고 환자의 다양한 반응들과 그에 따른 대처에 이르는 내용들을 정리하여 설명하고 있다. 반신반의하며 읽어 내려갔지만, 누구나 선뜻 신뢰할 수 없는 민감한 내용을 구체적인 방법론까지 제시한 저자의 신념과 용기는 대단한 듯 보인다. 

  이미 메스컴을 통하여 저자의 기적같은 치유 능력이 공개되었다고 하니 책의 내용을 믿고 안 믿고의 문제는 중요하지 않을 성싶다. 나는 현실주의자다. 그러면서 기적을 믿는다. 또한 인간의 잠재력을 신뢰한다. 하지만 이 모든 철학은 내가 믿고 있는 신의 실재 아래서 조합되고 완성된다. 그렇기에 저자의 '리커넥션' 치유 능력은 과히 신기하면서도, 더욱 과히 관심이 없다. 
 

우리가 지금껏 상상한 것 중에 우리의 능력을 뛰어넘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오직 우리가 알고 있는 현재의 우리를 뛰어넘을 뿐이다. - 테오도로 로작(Theodore Rozak)   <p. 2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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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휴 마케팅 - 21세기 새로운 마케팅 전략
김승용 지음 / 머니플러스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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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마케팅 부서가 기업 전체는 아니지만, 기업 전체는 마케팅 부서가 되어야 한다." 

  20세기 이후, 성공하는 기업의 조건이 무엇인지를 명징하게 드러내는 문장이다. 그렇다. 기업 전체는 마케팅적인 생각과 시스템으로 운영되어야 한다. 마케팅적인 개발팀, 마케팅적인 생산팀, 마케팅적인 고객지원팀, 마케팅적인 무역팀 등이 되어야 다양한 입맛과 성향을 지닌 21세기 소비자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기업으로 서 나갈 수 있다. 마케팅. 그것은 기업의 생존을 위한 필수불가결한 요소이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마케팅의 방법과 색깔은 다양하게 변화되어왔다. 각 회사마다 다양한 마케팅 방법으로 회사와 제품을 홍보하며 고객과 친구를 맺어왔다. 최근에는 마케팅에서 제휴의 바람이 불고 있는데, 세계 굴지의 대기업들이 손을 잡고 협력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자사에 결락된 부분을 경쟁사에게 공급받음으로써 경쟁을 넘어선 협력과 상생의 길로 나아가고 있다. 21세기 새로운 마케팅 전략으로 '제휴 마케팅'이 부각받고 있는 것이다. 

  머니플러스 출판사에서 출간된 『제휴마케팅』은 이러한 근자의 마케팅 변화를 '제휴'라는 아이콘으로 분석한다. 제휴 마케팅은 무엇이며, 국내외 글로벌 기업들의 제휴 현황과 성공 사례, 제휴 마케팅의 미래까지 전망하고 있는 폭넓은 경제·경영도서이다. 더욱이 마케팅 관련 용어와 최근 국내외 기업들의 생동감 있는 움직임을 소개하고 있어 매우 흥미롭다. 

  앞으로의 마케팅은 '정보적·경제적·심리적·질적'인 테크닉이 요구된다고 저자는 언급한다. 작금과 같이 급변화는 사회에서 변화에 대한 적응력은 존재를 위한 불가결한 능력임을 부인할 수 없다. 그렇다면 시대가 요구하는 마케팅의 변화를 감지하고, 흐름을 분석하며, 그것을 적용해가는 것은 응당 중요한 일일 것이다. 더욱이 새로운 발상과 전략으로 무장한 마케팅 기법을 함양한 개인과 기업이 성공할 수 있음은 두말할 나위 없다. 

  지난 20세기까지의 한국 기업들은 지나친 경쟁으로 전투모드적인 기업 경쟁을 진행해왔다. 하지만 신자유주의 체제의 도도한 흐름 가운데 국내의 경쟁은 의미가 없음을 자각했고 경쟁의 범위는 글로벌리제이션으로 확대되고 있다. 삼성과 LG, 포스코와 현대자동차 등은 세계가 인정하는 글로벌 기업이 되었다. 이런 배경에서, 글로벌 경쟁 속에서 지속적으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국내외 기업과의 상생과 협력이 필요함을 인식하기 시작했고, 최근에는 다양한 협력과 제휴로 공생의 기업 환경을 만들어가려는 국내 기업들의 노력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한다. 

  이 책의 가장 큰 강점은 최근 국내 기업의 동향과 사례를 구체적으로 제시한 점과 국내 유통시장을 새롭게 재편하고 있는 할인점의 PL 사업을 거론한 점이다. 이마트를 위시하여 국내 대형 할인점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는 기업이 많다. 최근 3대 대형 할인점은 상품개발본부를 창설하여 바이어의 역할을 확대시키며 자체 소싱 능력을 함양해나가고 있다. 이는 제조·유통업체의 역할을 할인점이 직접 대체하는 것이어서 파급효과가 엄청날 것임이 예견된다. 이러한 중요한 국내의 유통시장 이슈를 언급하며 해외 직수입 제휴 마케팅의 강화 측면으로 소개한 점은 단연 돋보이는 부분이다. 

  마케팅 부서에 몸담고 있는 나로서는 마케팅에 협력과 상생의 의미를 부여한 '제휴 마케팅'이라는 문구에 솔깃하지 않을 수 없었다. 컴퓨터 전산용품을 십여 년 동안 제조·판매하고 있는 우리회사는 불변의 경쟁사인 C사와 지난한 경쟁을 진행해오고 있다. 어떤 부분에서는 자사가 우월하고, 또 어떤 부분에서는 C사가 우월한 가운데 앞서거니 뒷서거니를 반복한다. 어떨 때는 상대회사를 의식한 나머지 과도한 영업과 지나친 전략으로 손해를 보는 경우도 적지 않다. '제휴 마케팅'이라는 새로운 마케팅 기법을 무작정 대입하는 것은 무리가 있겠지만, 최신 마케팅의 시류임을 인식하여 보다 넓은 관점에서 생각해볼 수 있는 동기부여가 회사 내에 있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보기도 한다. 

  개인은 물론, 기업 또한 홀로 서 나갈 수 없는 시대가 되었다. 경제성장률이 잠재성장률를 맴돌며 GDP 2만 불의 늪에서 허우적거리는 한국 경제는 거시적이고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혁신적 변화가 필요하다. 개인과 기업과 정부, 모두 변화해야 한다. 이기적 경쟁주의가 아닌, 관용과 협력과 상생과 공존의 문화가 반드시 필요하다. 우리보다 훨씬 먼저 GDP 4만 불에 입성한 서구 선진국들의 경제 발전사(史)가 이를 증명한다. 이 책이 전하는 협력과 마케팅의 융화도 바로 그런 연장선상에 맞닿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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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버 보이
팀 보울러 지음, 정해영 옮김 / 놀(다산북스)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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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나이 열다섯 살 시절을 생각한다. 그 때 나는 누구였고, 무엇을 했으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어떤 사람이었을까. 중학교 2학년의 시절. 학교와 집을 왕복했고, 수학 공식과 영어 단어를 외웠으며, 외모와 여자들의 눈길에 민감했던 시절. 누구를 사랑한다는 것, 누구를 믿는다는 것, 누구를 잃어버린다는 것에 대한 진지한 경험과 학습이 없던 시절. 어설픈 이기가 다듬어진 이타를 압도했던 그 시절에 과연 나의 아름다운 추억은 무엇이 있을까. 곱씹고 곱씹지만 내 머릿속은 떠오르는 영상을 합성해 내지 못한 채 일렁이기만 한다.

  죽음을 앞둔 할아버지와 열다섯 살 손녀의 아주 특별한 이별이야기인 『리버보이』는 해리포터의 아성을 무너뜨린 팀 보울러의 역작이다. 수영을 좋아하는 열다섯 살 소녀 제스와 그녀의 할아버지 사이의 깊고도 특별한 사랑을 아름다운 판타지로 승화시키며 읽는 이의 영혼을 두드리는 감동적인 작품이다.

  인간이 살아가는 1차원의 시간은 정지가 없이 연속적이다. 세상에 태어나서 죽음을 맞이할 때까지 삶의 희로애락은 수없이 반복되며 우리의 삶을 채우고 또 채우게 된다. 어떨 때는 시간이 빠르게 흐르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는가 하면, 또 어떨 때에는 너무 느린 시간의 감각으로 무료할 때도 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시간은 분명 절대적인 속도로 일관성 있게 흐르고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가 느끼는 시간 속도의 감각과는 전혀 다르게 말이다.

  감정과 이성이 체계있게 확립되지 않은 어린 시기에 사랑과 이별을 농밀하게 경험하는 것은 대단한 축복일 수 있다. 유년기와 청소년기를 넘어 성인과 노년의 시기를 거치는 우리네 인생은 수도 없는 사랑과 이별, 행복과 아픔의 반복으로 채워진다. 하나의 존재성에 대한 뜨거운 사랑과 그로 인한 행복, 그리고 이별과 아픔으로 이어지는 파노라마는 어쩌면 신이 세상을 창조하기 전부터 미리 계획하신 인간사의 시나리오일지도 모른다. 결국 그렇게 살 수밖에 없는 존재가 인간이다.

  『리버보이』에서 '강'은 매우 중요한 우의(意)다. 시간과 인생, 사랑과 이별, 포기와 분노, 행복과 아픔에 이르는 인간성의 본질적 감정을 '강'이라는 메타포에 녹여 놓는다. 큰 바위가 있고, 방향이 바뀌고, 굴곡이 있고, 좁아지고 넓어진다 하더라도 그냥 흐른다. 저 멀리 '바다'라는 넓은 세계에 도달할 때까지 지속적이고 일관되게 흐른다. 그것이 강이다. 그리고 그것이 삶이고 인생이다.

  인간이 위대한 것은 전두엽이라는 특이하게 발달된 뇌의 구조에서 증명된다. 과거 어느 순간에 겪은 기쁨이나 슬픔을 머릿속에 알고리화하여 먼 훗날에 다시 끄집어 내어 감상에 젖을 수 있는 낭만과 정념(念). 추억이라는 것은 인간만이 행사할 수 있는 고도의 지적 작업이자, 아름다운 낭만의 재창조다. 내가 사랑했던 사람이 다른 세상에 살고 있다 하더라도 과거의 추억을 곱씹으며 그 사람을 지금 이 순간 추억의 이름으로 불러낼 수 있는 힘과 능력. 그것은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특권이다.

  나는 『리버보이』를 청소년 소설이라고 부르는 것에 단호히 거부한다. 강처럼 흐르는 세월의 흐름은 청소년기에만 진행되는 것이 아니다. 우주의 시간 원리는 언제나 동일하게 흐른다. 엄마의 자궁을 박차고 나올 때, 부모와 어른의 사랑을 받으며 말을 배울 때, 학생으로 열심히 공부할 때, 사회에 진출하여 사회인으로 살아갈 때, 결혼하여 한 가정의 주인이 될 때, 자식을 낳아 부모가 될 때, 훗날 자식의 자식을 보며 미소를 지을 때, 다른 세상으로 가게 될 것이라는 느낌을 얻을 때 등. 모든 인생의 편린들마다 시간은 동일하게 '강'과 같이 흐른다. 그렇기에 『리버보이』의 감동은 어느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참 아릅답다. 너무 감동스럽다. 팀 보울러가 창조한 감동은 활자가 아닌 판타지 영상으로 내 가슴속에 아로새겨졌다. 나의 삶, 인생, 사랑, 도전, 상실, 꿈에 이르는 폭넓은 사유의 바다 속으로 침투한다. 그리고 과연 내 '리버보이'는 어떤 존재일지를 상상한다. 그리고 미소 짓는다.

 

http://blog.naver.com/gilsamo
Writen by Dav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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