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내가 행복을 줄게 - 엄마와 아이가 서로 마주하며 나눈 가장 아름다운 대화의 기록
오소희 지음 / 큰솔 / 2008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작가와 독자는 어떤 함수관계로 표현될 수 있을까. 나는 작가와 독자와의 관계를 공급자와 수요자라는 기계적인 관계로 설정하는 것에 대해 거부한다. 활자를 수단으로 <소통>하며 <교감>하는 관계, 가 가장 본질적이며 내포적인 작가와 독자 사이의 방정식이 아닐까 한다. 책 속에는 글쓴이의 지식과 지혜, 경험과 고백, 철학과 우주가 충만히 담겨 있다. 작가의 문자화 된 우주를 만나고 소통하며 교감하는 것, 작가의 머리로 잠시 생각해보는 것, 내가 아닌 너가 되어 보다 넓고 깊게 인간과 세상을 탐구하는 것. 그것이 작가와의 호흡, 곧 독서의 본질적 의미이다. 

  세 살배기 아들과 함께 터키를 여행했던 이야기 『바람이 우리를 데려다 주겠지』로 처음 만난 여행작가 오소희는 내게 특별한 작가다. 세계적인 소설가 파울로 코엘료와 더불어 나에게 전작의 필수불가피함을 안겨준 작가이기 때문이다. 두 권의 여행기를 통해 그녀와 교감하면서 이미 열렬한 팬이 되어 있다. 등단한 지 일 년도 되지 않은 한 여성 여행작가의 존재감이 어떤 것이기에 어찌 이토록 젊은 리뷰어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는 걸까. 답을 얻는 데에는 단 1초도 걸리지 않았다. 그녀의 삶의 철학과 내 독서관이 완전히 부합하기 때문이라는 것을. 

  『바람이 우리를 데려다 주겠지』, 『욕망이 멈추는 곳, 라오스』를 통해 여행작가로서의 위치를 확실하게 굳힌 오소희는 세 번째 작품으로 여행수기가 아닌 '아들 이야기'를 선택한다. 엄마와 아이가 서로 마주하며 나눈 가장 아름다운 대화의 기록, 이라는 부제를 전면에 배치한 『엄마, 내가 행복을 줄게』는 아들 중빈과의 훈훈하면서도 감동적인 소통의 세계를 담고 있다. 엄마와 아이가 서로 주고 받는 질문과 답변들 속에는 사랑과 진심, 웃음과 감동, 엉뚱함과 여유가 오롯이 내재되어 있다.  

  책은 크게 두 가지 파트로 구분된다. '아이가 자란다'와 '엄마가 자란다'의 두 파트로 구분한 의도를 쉽지 않게 유추할 수 있다. 아이를 기르는 것은 곧바로 부모 자신이 <길러지는> 것과의 동의어로 대체될 수 있으리라. 아이를 기르는 부모의 렌즈는 어떨 때는 현미경으로, 또 어떨 때는 망원렌즈로 초점을 수시로 바꿔가며 아이를 관찰하고 조망한다. 그러면서 자신이 기존에 알지 못했고, 인식하지 못했던 우주 원리의 사각지대를 포착한다. 그렇기에 아이를 기르는 것이 곧 우주를 배우는 것과 동일한 의미로 통합될 수밖에 없음을 작가 오소희는 말하고 싶었으리라. 

  책 속에서 그녀가 정의한 가족의 의미가 십분 공감된다. 세상 다른 사람과는 기분 좋게 나눌 수 없는 것을 부끄러움 없이 나눌 수 있고 망설임 없이 함께 할 수 있는 우리. 은밀한 것이 오픈되고 부끄러운 것이 유머가 되는 우리. 무의미함을 견디고, 서로 함부로 할퀸 상처를 견디고, 익숙한 권태를 견디고, 반복이라는 이름의 노동을 견뎌내며 완성되는 우리. 마음껏 발가벗고 춤을 추고, 동시에 코를 파고, 같은 음식을 먹고 비슷한 방귀 냄새를 퍼뜨리는 우리. 바로 그 <우리>는 <가족>이라는 위대한 이름으로 명명된다. 그녀에게는 말이다. 아니 이 세상의 수많은 행복한 <우리>들에게까지도. 

  책의 마지막은 작가의 동네 어귀 자장면집에서 기르는 강아지 겨울이의 이야기로 끝맺음을 한다. 천지분간을 못 하는 아기강아지로 겨울에 처음 동네에 나타나서 이름이 겨울이로 불리우는 강아지다. 어미가 되리라고 아무도 생각지 못한 때에 새끼를 여덟 마리나 출산한다. 새끼를 낳기 전과 낳은 후의 겨울이는 외연과 내면 모두에서 정확히 구분된다. 야윈 얼굴, 하지만 성숙하고 의연한 모습, 그리고 강한 책임감. 그 숭고함을 목도하며 암컷(여성)의 위대함에 대해 새삼 곱씹는 작가의 고백에 나도 모르게 겸허한 생각과 마음이 머리와 가슴속에서 일렁인다. 새끼를 잉태하고 보호하며, 사랑이라는 지독한 책임감으로 무장한 위대한 여성성은 비단 인간들뿐만 아니라 지구상 모든 암컷들에게 내재된 찬란한 태양이리라. 

  여성은 참으로 위대한 종족임을 근자에 많이 깨닫고 있다. 여성성의 위대함의 극치는 '모성'이라는 신적인 사랑, 즉 아가페의 현현을 통해 더욱 찬란하게 완성된다. 오소희의 활자가 아름답고 가슴뭉클한 이유는 바로 '모성애'라는 심원한 아가페적 사랑을 보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에서 그녀의 책은 여행수기나 자녀육아집이라기보다 고결한 <러브 스토리>에 가깝다.  

  부모는 자식에게 반드시 유산을 물려준다고 한다. 물질적인 것이든 정신적인 것이든, 또는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그 어떤 형태로든지 말이다. 지식보단 지혜를, 외면보단 중심을, 사변보단 경험을, 물질보단 인간을, 비본질보단 본질을, 경쟁보단 관용을, 나보단 우리를 사유하고 성찰하며 자라나는 중빈이의 앞날을 축복한다. 그리고 나는 예견한다. 이 사회를 짊어질 훌륭한 동량으로 서있을 중빈이의 미래를. 어쩌면 그 미래는 엄마의 위대한 유산을 담보로 하기에 더욱 명징하게 성취될 것이다. 난 그리 믿는다. 

  이 한 권의 아름다운 <러브 스토리>를, 사랑의 이름으로 또 다른 우주를 만나길 갈구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http://blog.naver.com/gilsamo
Written bY Dav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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