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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리 나우웬 : 그의 삶, 그의 꿈 - 세계영성의 거장 시리즈 01
마이클 오로린 지음, 마영례 옮김 / 가치창조 / 2008년 2월
평점 :
절판
제작년으로 기억된다. 교회 담임목사님께서 우리집에 심방으로 오셨을 때다. 어머니와 나는 목사님께서 과연 어떤 말씀을 우리가정에 선포하실까, 하는 기대와 소망으로 가슴을 두근거리고 있었다. 당시 목사님께서 주신 메세지는 아직도 내 기억속에 강렬히 각인되어 있을 정도로 은혜롭다. 신앙에는 두 가지 기류가 있는데, 하나는 주님에 대한 뜨거운 열정과 나아감이며 다른 하나는 바로 그 주님의 모습을 닮아감이라는 것이다. 이 두 가지 기류 모두 신앙의 소중한 줄기지만 결국 최고의 신앙의 수준은 후자의 형태로 귀결된다는 것이 당시 목사님께서 전하신 메세지의 핵심이었다. 신의 형상의 삶을 회복하며 이 땅의 빛과 소금의 역할을 감당하는 것. 그것은 기독교인이 추구해야 할 가장 종결적인 도전이자, 소망이요, 꿈이리라.
바로 이러한 신적 성품의 가치를 소중하게 여기며 작은 예수의 삶을 가르치고 전파함은 물론, 정작 자기 자신 또한 그러한 삶을 살아가는 이들을 우리는 도처에서 적잖이 볼 수 있다. 20세기 뛰어난 영성작가로 유명한 헨리 나우웬의 삶도 그러했다. 카톨릭사제이자, 대학교수이며, 영성작가로서의 그의 삶은 사변적이지 않았고 교조적이지 않았다. 자기가 가르치며 전파하는 내용을 자신이 먼저 실천하며 행동한 인물이다.
《가치창조》출판사에서 출간된 『그의 삶, 그의 꿈 - 헨리 나우웬』은 헨리가 하버드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칠 때 그를 보조하는 조교로 처음 인연을 맺게 된 마이클 오로린이 쓴 책이다. 가장 좋은 교사는 삶의 본보기를 통해 말없이 가르칠 수 있다는 확신 아래, 저자는 헨리의 태생에서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삶을 들려주고 있다. 최고의 영성 거장 헨리 나우렌. 과연 그는 어떤 생각을 가졌고, 어떤 책들을 썼으며, 어떤 삶을 살았는지를 자서전의 형식으로 쓴 이 책은 하나님과 인간을 사랑한 한 기독교도의 웅숭깊은 삶을 가감없이 소개한다.
내용도 내용이거니와 책 속에서 풍성하게 자리잡고 있는 크고 시원한 사진들은 활자와 좋은 조화를 이룬다. 한 사람의 일생을 소개하는 작업에 있어 사진은 분명 적절한 조미료의 역할을 한다. 어릴 때부터 노년에 이르기까지 헨리의 다양한 사진들을 첨부시켜 독자의 안내를 돕고 있다. 더욱이 책의 양 사이드에는 헨리의 영성 깊은 명문장들을 배치했다. 저자가 전하는 헨리 나우웬의 삶, 그리고 그것을 부언하는 주인공 자신의 문장들과의 호흡을 통해 한 권의 자서전의 완성도를 깔끔하게 올려놓고 있다.
책에서 소개된 헨리의 대부분의 삶이 아름답고 은혜로웠지만, 두 가지 부분에서 큰 흥미와 도전이 발산된다. 우선 그가 빈센트 반 고흐의 열렬한 팬이었다는 사실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반 고흐에 대한 헨리의 관심은 화가로서의 재능이 아닌, 영성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는 점이다. 빈센트의 그림 속에는 하나님을 찾는 사람의 고뇌와 환희를 보여주는 독특하고 소중한 증거들이 가득하다고 믿는 헨리에게, 빈센트는 다른 화가들을 평가하는 기준이 된다. 아직 빈센트 반 고흐의 작품을 진지하게 단 한 번도 묵상하지 못한 나이기에, 이러한 헨리의 고흐 탐구는 내게 반드시 거쳐가야 할 숙제를 안겨주기도 한다.
"빈센트의 고뇌를 내 경험에 비추어 살펴보면서 그가 내게 상처 입은 치료자가 되어 주고 있음을 점점 더 깨닫게 되었다. 그는 내가 전에는 볼 용기조차 내지 못했던 것들을 그림으로 그려냈고 내가 전에는 말할 용기조차 내지 못했던 것들을 질문했다. 그리고 내가 감히 가까이 다가갈 용기조차 낼 수 없었던 내 마음속으로 들어왔다." - 클리프 에드워즈가 쓴 책 반 『고흐와 하나님』 Van Gogh and God의 추천서문중에서 <p. 109>
또 하나는 그가 주야장천 원칙으로 삼았던 삶의 철학에 있다. 그것은 바로 <낮아져야>만 하는 겸손의 삶이다. 대학 강의에서 신약의 복음서를 중심으로 예수님의 삶을 설파한 헨리는 끊임없이 자기 자신을 낮추고 또 낮추면서 겸손의 원리를 이해하고 실천하는 자아상을 확립한다. 이러한 헨리의 겸손관은 캐나다 데이브레이크 공동체에 합류한 이후, <기본>을 잊고 살았던 자신에 대한 반성을 통해 더욱 공고히 다져진다. 헨리의 삶을 곱씹으며 '낮아지는 것'이 복음과 그리스도와 모든 그리스도인들의 동인이며, 그 속에서 우리는 연합을 추구하고 기쁨을 찾게 된다는 저자의 명문장에 나는 한아름의 은혜와 도전을 얻는다.
"복음서를 보면 예수님께서 낮아지는 길을 택하신 것이 매우 분명하다. 예수님은 한번만 그렇게 한 것이 아니라 거듭거듭 그렇게 하셨다.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달려 '나의 하나님, 나의 하나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시나이까?'라고 외쳤을 때 우리는 하나님께서 하나님의 사랑을 우리에게 보여주기 위해 얼마나 낮아지셔야 했는지를 알 수 있다." - Letters to Marc about Jesus중에서 <p. 150>
신앙의 끝은 결국 <겸손>이다. 주님이 그랬던 것처럼, 수많은 신앙인의 선진들이 그랬던 것처럼 겸손함으로 무장되는 길은 하나님과 가장 가까운 거리에 서 있게 되는 방정식의 신비리라. 이를 명징히 보여준 헨리 나우웬의 삶을 다시 한 번 곱씹으며, 수십여 권에 달하는 그의 영성 있는 작품들을 두루 읽어볼 도전의식을 발동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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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Davi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