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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해철의 쾌변독설
신해철.지승호 지음 / 부엔리브로 / 2008년 3월
평점 :
신해철은 독특한 캐릭터다. '독특하다'라는 형용사엔 많은 함의가 담겨 있다. 88년 대학가요제를 통해 혜성처럼 등장한 신해철은 음악은 물론, 사회적으로도 많은 이슈를 던지는 인물이다. 가수로서의 음악적 완성도와 수준 못지않게 외모와 발언, 행동에 이르기까지 언론과 대중은 밀도있게 그를 조명하고 관찰해왔다. 신해철. 과연 그는 한국 가요계에, 아니 한국 사회에 어떤 아이콘으로 해석될 수 있을까.
『신해철의 쾌변독설』은 지난 이십여 년간 끊임없이 진화해온 신해철이라는 인물의 현재형을 있는 그대로 담고 있는 책이다. 국내 첫 인터뷰 전문 저널리스트라 불리는 지승호와의 인터뷰 형식으로 쓰여진 이 책은 인간 신해철의 음악과 가족, 철학과 이념에 이르기까지 폭넓고 다양한 주제들에 대해 들려준다. 제목의 문구대로 신해철은 'ㅈ'과 'ㅆ' 등 한국인 특유의 욕지거리를 이용하며 독설의 독설을 늘어놓는다.
지승호와 신해철은 칠일 동안 함께 마주 앉아 깊고 다양한 얘기를 주고 받는다. 리더십, 정치, 대중음악, 종교(기독교), 평론, 가족 등에 이르기까지 우리사회에서 술안주가 되는 다양한 담론을 관통한다. 신해철 개인의 가치관과 우주를 아는 일도 흥미롭지만, 한국 사회에 만연한 오류와 모순을 날카롭게 지적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흥미는 배가된다.
신해철이 피력한 음악의 정의가 디테일하면서도 이채롭다. 그는 음악을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음악은 인생 전체의 반영일 뿐만 아니라 그 한 개인을 포함하고 있는 사회 전체 혹은 세계 전체의 반영이자, 거꾸로 그걸 반사시켜서 세상을 향한 외침이기도 하다'라고. 그의 음악에 유독 사회참여적이며 사회적인 문제의식을 담고 있는 가사가 많은 이유에 대해 깔끔하게 답변해주는 정의가 아닐까 한다. 사랑타령에만 함몰되어 있는 한국 대중가요의 현실을 목도한다면, 외국 청년들이나 뮤지션들에게 '스탠다드'로 통하고 있는 그의 음악적 정의는 글로벌 한국 대중문화의 현주소를 그대로 방증한다.
신해철이 주장한 아마추어와 프로에 대한 인식도 자못 솔깃했는데, 평단을 예로 들어 아마추어와 프로의 위치와 역할을 구분화한다. 신해철의 언급대로 아마추어는 아마추어 안에 머물러 있을 때의 미덕이 있다. 또한 아마추어이기 때문에 눈여겨볼 만한 점도 있다. 하지만 우리사회는 아마추어가 프로인 척하고, 그 능력과 자질에 대해 검증되지 않은 활개를 허용한다. 비단 평단뿐만 아니라 정계, 재계, 문화계, 스포츠계, 연예계 등 폭넓게 뻗어 있는 아마추어와 프로 사이의 애매한 구분선과 이에 대한 심각한 '아마추어리즘'은 엄연한 팩트이기에 신해철의 지적을 깊이 공감하게 된다.
신해철의 이념적 성향 또한 확실한 진보임을 알 수 있다. 이미 그는 지난 2007년 대선에서 노무현 후보를 적극적으로 지지하면서 자신의 정치적 성향을 오픈한 바 있다. 책에서는 체게바라, 러셀, 레닌, 호치민, 마오쩌둥 등의 인물을 트루 리더의 전형으로 소개하며 존경한다고 고백한다. 비서민적 기성旣成에 대한 혁명, 사회 주류적 시각에 대한 비판성 견지를 지지하는 신해철이 보수와는 절대로 양립할 수 없는 인물임을 책을 통해 명확하게 재인지한다.
사실 이러한 인터뷰식의 담론집이 가지는 장점이 있는 반면, 이에 대한 역설적인 단점도 있다. 저자 자신이 직접 쓴 글은 일방적인 전달이기에 '객관화'를 비보증한다. 하지만 질문자와 답변자가 분리되어 생각과 논지를 끌어내다 보면, 요컨대 질문자(인터뷰어)의 역할과 자질에 따라서 훨씬 더 풍성하고 균형있는 담론화의 구현이 가능하다. 인터뷰어 지승호에게 아쉬웠던 것은 신해철에 대해 지나치게 칭찬코드, 공감코드로만 일관했다는 점이다. 포지티브는 자신이 직접 논지를 펴고, 네거티브는 각종 미디어의 편린을 발췌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어 우리시대 전문 인터뷰어라는 지승호의 존재감에 적잖이 실망을 했다. 신해철이라는 아이콘이 갖는 양면성을 인식했다면, 보다 객관적으로 호오의 관점을 분리하여 인터뷰하는 게 더욱 용기있고 균형있는 책의 완성을 이끌지 않았을까 한다.
사실 신해철 만큼 극렬 팬과 강성 안티로 대극적인 관심을 받는 연예인도 드물다. 어떨 때는 감동적인 음악과 소름 돋는 가사로 팬들의 마음을 빼앗아가고, 어떨 때는 지나친 독설과 괴이한 행동으로 불편함을 전달한다. 아름다운 음악 <날아라 병아리>를 만들고 부른 사람과 대마초, 간통죄의 합법화를 설파하는 사람이 동일인이라면, 그 양면성의 본질을 탐구하는 일은 응당 흥미있는 일일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신해철의 쾌변독설』은 한국사회의 모순과 오류에 대한 담론화를 통해 인간 신해철이라는 독특한 아이콘의 스펙트럼을 살펴볼 수 있는 흥미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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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Davi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