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각의 지배 - 인간은 두뇌로 음식을 먹는다
존 앨런 지음, 윤태경 옮김 / 미디어윌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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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음식을 같이 먹는다는 것은 상대와 기억을 공유한다는 의미다. 이런 기억은 현재의 사고 흐름에서 벗어나 과거로 빠저들게 하는 예상치 못한 힘을 가지고 있다. 단 상대와 음식에 대한 정보를 같게 기억하지는 않는다. 인지과학자들은 기억에는 여러가지 유형이 있다고 한다. 그것은 단기기억, 장기기억, 기술기억, 외현기억, 암묵기억, 미래계획기억 등. 

 

  동물의 뇌를 부검하다 보면 기억과 관련된 '해마'를 보는데, 구부러진 뇌피질이 뇌회에 꽂힌 형태로 동물의 해마와 같다. 측두엽 피질을 통해 모든 감각기관에서 온 정보를 받아 기억을 형성한다.과학자들은 해마와 식이 행동관계를 밝히고자 여러 종의 동물을 연구했다. 해마는 내장과 두뇌에서 활동하는 호르몬인 인슐린, 렙틴, 그렐린 등을 수용하는 수용체가 풍부하게 있다. 특히 그렐린은 식욕을 증진시키며 인슐린은 기억력과 해마 기능을 촉진시킨다.

 

  음식과 기억력에 관한 이와 같은 지식을 두 가지에 적용할 수 있다. 하나는 코스 요리에서 적용되는 '아뮈즈부슈'다. 프랑스어로 '입을 즐겁게 한다'는 뜻으로 코스 요리를 먹기 전에 식욕을 돋우려는 전채 요리다. 요리사가 알아서 무료로 손님에게 제공하는 일종의 선물이다. 이는 특정 레스토랑에서 식사하는 경험을 더 기억에 남게 바꾸어 주기때문이다. 게다가 배가 출출할 때는 '그렐린' 분비량이 많아 평소보다 기억력이 좋다.

 

  다른 하나는 인간 자신이 어떤 음식을 얼마나 먹었는지 회상해야 하는 유일한 영장류라는 것이다. 사람들이 매우 오랫동안 기억하는 음식 종류가 있다. 바로 먹고 토한 적이 있는 음식이다. 즉 혐오식품으로 외현기억과 암묵기억이 조합된 결과다. 또 많은 사람들이 무의식적으로 특정 음식을 혐오한다. 소 생고기를 먹고 설사를 했다던가, 유치원에서 생선뼈에 걸여 숨너머갈 뻔 했던 경험때문에 생선의 비린내를 맡지 못해 두 번 요리를 하는 수고러움이 있다. 학자들은 전두엽 밑에 섬처럼 묻혀 있는 두뇌 구조물인 '뇌도'가 맛의 경험을 장기기억으로 전환하였기 때문이라고 추측한다. 

 

  원시 인류가 새로운 환경에서 낯선 음식의 안전을 확인하는 방법은 하나였다. 먼저 누군가 음식을 맛보는 것이었다. 그것은 임금의 수라상과 같았다. 그리고 보면 동물 전염병에 대한 역학조사의 경우도 축주의 건강상태를 먼저 확인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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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인시공 - 책 읽는 사람의 시간과 공간
정수복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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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읽는 사람의 시간과 공간을 말한다. 시간과 공간은 우리 삶의 변수다. 그것은 날실과 씨실로 짜여진 새로움의 연출이다. 양심과 사상의 자유라는 인간 기본권의 밑바닥에는 책을 읽을 자유와 권리가 깔여 있다. 독서할 권리, 그것은 양도할 수 없고 박탈할 수도 없는 신성불가침한 인간의 기본권이다. 독재정권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자유로운 독서의 권리를 박탈해왔다.

 

  책은 단어와 문장과 면들로 이루어진다. 책의 편집은 단순히 글자를 배열하는 것이 아니라 소리와 고요함, 채움과 비움을 조합하여 책을 읽는 사람의 느낌과 생각이 물결처럼 순조롭게 흐르게 하는 고귀한 예술이다. 책과 신문은 읽을거리라는 점에서 같지만 읽는 사람과 맺는 관계는 크게 다르다. 책은 개인적이고 신문은 집단적이다. 책의 독자는 책과 내밀하고 개별적인 관계를 맺는 반면, 신문을 읽는 사람은 신문과 공개적이고 집단적인 관계를 믿는다.

 

  종이책의 네 가지 장점이 있다.첫번째 책의 신뢰성이다. 저자의 인간 내면의 가장 양심적인 목소리를 담는 매체이다. 두번째는 간편성이다. 책에 들어 있는 엄청난 이야기와 내용을 생각하면 책의 무게는 거의 나가지 않는 샘이다. 세번째는 역사성이다. 책은 세월과 함께, 나의 인생과 함께, 나의 곁에서 나와 함께 늙어간다. 네번째는 자연과의 접촉성이다. 책과의 접촉은 눈으로 뿐만 아니라 촉각과 후각을 통해서도 이루어진다.

 

  책은 절망의 치료제다. 책은 희망이 들어 있는 작은 상자이다. 사방이 꽉 막혀 답답한 삶을 사는 사람들이나 인생의 위기를 맞은 사람들에게 책은 가까이 다가와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을 건넨다. 책은 병원의 장기입원 환자나 감옥에 갇힌 사람 들에게 지루함과 답답함을 달래주는 치료제이다. 배우자나 자식, 가까운 친구가 세상을 떠나 그 상실감을 견딜 수 없을 때 책은 가까이 다가와 새로운 삶의 길을 열어 준다. 감옥을 천국으로 만드는 방법은 책 읽기다. 김대중, 고은, 김지하, 박노해, 신영복, 박성준 등이 있다. 브라질에서는 수감자가 책 한 권을 읽으면 수감기간 나흘을 감해주는 제도를 도입했다고 한다.

 

  가을이 독서의 계절이라는 생각은 일제 강점기에 만들어졌다는 설이 있다. 일본의 여름은 습기가 많아 끈저끈적해진 몸으로 독서를 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계절이 바뀌고 날씨가 달라짐에 따라 읽고 싶은 책도 달라질 수 있다. 청나라 초기의 문장가 장조는 날씨가 화창한 봄에는 문집을 읽었고 날이 긴 여름에는 역사서를 읽었으며 운치가 있는 가을에는 제자백가의 서적을 읽었고 정신이 하나로 모이는 겨울에는 경서를 읽었다. 밤은 낮의 여분이요, 비 오는 날은 보통날의 여분이요, 겨울은 한 해의 여분이다. 누구에게나 책읽기는 습관의 문제이다.

 

  책 읽기와 책을 사는 것과는 정비례하지 않는다. 개인의 성향에 따라서 책을 사서 읽거나 빌여 읽기를 좋아 하기 때문이다. 장서가와 독서가는 다르다. 읽기를 게을리 하면 장서가의 습관을 키우기 쉽다. 국문학자 천정환은 '서점에 가는 일은 두렵다. 서점에서 수많은 책 사이에 서 있는 일은 고통 그 자체이다. 그 책들을 들추고 있느라면 내 게으름과 무식함이 발가벗는 것 같다'라고 토로 했다.

 

  인터넷으로 읽고 싶은 책을 골라 주문한다최근에 골목상권 보호를 위해 자치단체 조례가 개정되면서 대형 마트의 독점보다는 상생을 모색하고 있다이미 동네 서점은 ..고생의 학습교재 위주 서점외는 사라지고 있다프랑스의  '프랑스 서적상 조합' 파리지엔들의 구매습관을 착안하여 단골 구매자와 자연스런 인간관계 형성한다파리의 서점 주인들의 적극적 역할이다


  그들은 고객과 수시로 대화하며 고객의 독서 성향을 알아내고고객이 물어보는 책에 대한 자신의 의견과 평가를 이야기해주며고객이 좋아할 만한 책을 미리 권하기도 한다. 파리 사람들에게 서점은  사야  책이 있을 때만 가는 장소가 아니라 심심하면 들러보는 곳이다 골목 서점은 주민에게 열린 공간으로 책과 함께 소통하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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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조형 Thinking 형상 + 사유 시리즈 1
문찬 지음 / 안그라픽스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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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이 고향인 산 할머니는 굽은 허리를 세우며 광의 구석에 꼽아둔 오래된 검정 노트를 꺼내 내 앞에 툭 던졌다. 그것은 할머니가 시집와 지금까지 또박또박 적은 가계부였다. '죽고 싶어도 죽을 시간이 없데이'. 할머니는 흙위에 앉아 있을 때 가장 편하다고 했다. 사람 사이에 장벽은 많지만 모두는 연결될 수 있다. 사랑이 없는 지식이란 허사다.


  시지각은 모든 감각과 기억까지 포함한다. 우리가 보는 것의 경험은 많은 다른 것과 상호 연결된다. 분별적 시각 요소의 수에 관계없이 요소들은 자동적으로 조합되어 친밀한 글자로 지각된다. 할머니의 가계부의 작은 글씨들은 가난한 시대에 서로의 친밀성이 구룹핑되어 삶의 통찰을 내준다. 전체라는 것은 부분의 합과는 다르다. 


  시각 요소들을 하나의 형상으로 구룹핑하는 것이 게쉬탈트(Gestalt)이다. 시야계가 완전히 동질적이라면 대상을 식별할 수 없다. 시각적 분별이 이루어지기 위해서 시각 세계는 이질적이 되어야만 한다. 우리가 사는 이질적 시각 세계에서 자기가 생각한 형상이 무엇인가를 선택하는 것은 자유이다. 


  스마트시대에 누구든 눈앞에 형상들을 자신의 이미지로 담는다. 나 또한 즐겨하는 생활 습관이다. 사진속의 '형상'과 '배경'의 관계에서 몇 가지를 관측된다. 형상과 배경이 물리적 평면에 있다 해도 형상은 관찰자에게 더 가까이 나타난다. 


  둘은 동시에 보여지지 않고 종속적으로 보여진다. 형상은 배경이 좁은 면적에서 윤곽선을 갖은 것처럼 보인다. 형태는 속성을 갖는다. 책꽃이에 꼽혀 있는 신혼 생활비 내역이 적힌 가계부를 보면서 어설펐던 시절을 떠울린다. '조형과 사진 심리' 우리의 안목을 갖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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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다시는 고향에 가지 못하리
이문열 지음 / 맑은소리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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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의 등단 직후 소설로 40~50대의 유년에서 청년기의 고향 이야기이다. 가끔 '카스'에서도 고향의 향수를 얘기하는 글들이 있다. 작품에는 시대착오적 의고주의와 음울함이 스며있다. 우리가 진정으로 사랑했던 고향에로의 통로는 기억에만 존재할 뿐이다. 해외동포나 한국의 대도시에서 살던간에 세상의 지도로는 돌아갈 수 없다. 고향 문중의 해체와 산업사회의 발달은 쓸 만한 젊은이를 고향에 두지 않았다. 

 

  아무도 사라져 아름다운 시간 속으로, 자랑스러우면서도 음울한 전설과 장려한 낙일도 없이 무너져 내린 영광 속으로 돌아갈 없다. 현란하여 몽롱한 유년과 구름처럼 허망히 흘러가 버린 젊은 날의 꿈속으로 둘아갈 없다. 한때는 열병 같은 희비의 원인이었으되


  이제는 똑같은 빛깔로만 떠오르는 지난날의 애증과 낭비된 열정으로는 누구도 돌아갈 없다. 강풍에 실이 끊겨 가뭇없이 날려가 버린 연처럼 그리운 날의 노래도 다시 찾을 없다. 우리가 늙어 죽기도 전에 고향은 사라지고 있지만 저마다의 가슴에 이야기로 남아 있다.  13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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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1백년 1 - 개화기 이후 광주의 삶과 풍속
박선홍 지음 / 심미안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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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들판에 흩어져 살던 시대에 뒤이어 시민이 도시에 모여 사는 시대가 왔다. 도시란 인간 이하 상태의 집이나 둥지를 초월한 초대형 집이며 가정보다 더 추상적이고 고차원적인 실체다. 즉 단순한 인간에 불과했던 자들이 최상의 에너지를 발휘하는 시민으로 탄생한 최고의 유기체이다 현대의 도시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도시의 근대를 참고•연구하여 창조적인 문화•생태•역사•경제적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생성해야만 도시의 생명력을 유지하고 발전시킬 수 있다. 따라서 두 가지를 잊지 말아야 한다.하나는 도시라는 땅을 알아야 하고, 다음은 도시의 역사를 알아야 한다.

 

  1996년에 전라도에서 전남이 나뉘고 광주가 도청 소재지가 된 지 1주년을 맞이 했었다. 그동안 광주는 서남권의 거점도시로 발전해오기까지 숱한 여정을 겪어왔다. 우리 나라의 곡창으로서뿐만 아니라 섬유공업의 원료공급기지로서 일제 식민지 수탈의 거점이 되었으며 이에 항거하는 우리나라의 의병항쟁과 학생독립운동의 본거지다. 우리 선인들은 내 것을 지키고 가꾸면서 신문화를 받아들이고 급격한 개화의 물결 속에서도 향토 정신의 맥을 지켜왔다.

 

  1980년, 광주에서 일어난 5.18민주화 운동은 민주주의를 쟁취하기 위한 대한민국 현대사의 일대 사건이 아닐 수 없다. 광주 5.18민주화 운동은 당시 신군부의 무자비한 탄압에 의해 좌절되었지만 거대한 잠재에너지를 응축하면서 이후 사회 변혁의 힘찬 원동력이 되었다. '5.18민주 화운동기록물'이 2011년 5월 25일 자로 유네스코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었다. 광주가 세계속으로 들어가는 발판이 되었다.

 

  33주기를 맞은 망월동에는 망월역이 있었다. 1922 12월에 송정~광주 철도가 담양까지 36km 연장되었다. 망월역은 현재 망월동 국립묘지 입구인 장운동 복바위(속칭 복다구) 뒤쪽에 있었다. 1944 2월까지 운행되었으나 군수물자로 쓰기 위해 레일을 철거해버린 오늘에 이르고 있다. 노선은 경북 포항에서 전남 법성포까지 한반도 남부를 횡단하여 동해안과 서해안을 잇는 철도망을 전제로한 것이었다. 2009년부터는 대구 달구벌과 광주 빛고을의 글자를 '달빛동맹' 맺어 도시의 정치경제문화의 전반에 공동 관심사를 선정하여 교류하고 있다. 도시는 생명의 공간이다. 광주 공동체는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품고 진화발전한다. 13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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