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인시공 - 책 읽는 사람의 시간과 공간
정수복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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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읽는 사람의 시간과 공간을 말한다. 시간과 공간은 우리 삶의 변수다. 그것은 날실과 씨실로 짜여진 새로움의 연출이다. 양심과 사상의 자유라는 인간 기본권의 밑바닥에는 책을 읽을 자유와 권리가 깔여 있다. 독서할 권리, 그것은 양도할 수 없고 박탈할 수도 없는 신성불가침한 인간의 기본권이다. 독재정권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자유로운 독서의 권리를 박탈해왔다.

 

  책은 단어와 문장과 면들로 이루어진다. 책의 편집은 단순히 글자를 배열하는 것이 아니라 소리와 고요함, 채움과 비움을 조합하여 책을 읽는 사람의 느낌과 생각이 물결처럼 순조롭게 흐르게 하는 고귀한 예술이다. 책과 신문은 읽을거리라는 점에서 같지만 읽는 사람과 맺는 관계는 크게 다르다. 책은 개인적이고 신문은 집단적이다. 책의 독자는 책과 내밀하고 개별적인 관계를 맺는 반면, 신문을 읽는 사람은 신문과 공개적이고 집단적인 관계를 믿는다.

 

  종이책의 네 가지 장점이 있다.첫번째 책의 신뢰성이다. 저자의 인간 내면의 가장 양심적인 목소리를 담는 매체이다. 두번째는 간편성이다. 책에 들어 있는 엄청난 이야기와 내용을 생각하면 책의 무게는 거의 나가지 않는 샘이다. 세번째는 역사성이다. 책은 세월과 함께, 나의 인생과 함께, 나의 곁에서 나와 함께 늙어간다. 네번째는 자연과의 접촉성이다. 책과의 접촉은 눈으로 뿐만 아니라 촉각과 후각을 통해서도 이루어진다.

 

  책은 절망의 치료제다. 책은 희망이 들어 있는 작은 상자이다. 사방이 꽉 막혀 답답한 삶을 사는 사람들이나 인생의 위기를 맞은 사람들에게 책은 가까이 다가와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을 건넨다. 책은 병원의 장기입원 환자나 감옥에 갇힌 사람 들에게 지루함과 답답함을 달래주는 치료제이다. 배우자나 자식, 가까운 친구가 세상을 떠나 그 상실감을 견딜 수 없을 때 책은 가까이 다가와 새로운 삶의 길을 열어 준다. 감옥을 천국으로 만드는 방법은 책 읽기다. 김대중, 고은, 김지하, 박노해, 신영복, 박성준 등이 있다. 브라질에서는 수감자가 책 한 권을 읽으면 수감기간 나흘을 감해주는 제도를 도입했다고 한다.

 

  가을이 독서의 계절이라는 생각은 일제 강점기에 만들어졌다는 설이 있다. 일본의 여름은 습기가 많아 끈저끈적해진 몸으로 독서를 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계절이 바뀌고 날씨가 달라짐에 따라 읽고 싶은 책도 달라질 수 있다. 청나라 초기의 문장가 장조는 날씨가 화창한 봄에는 문집을 읽었고 날이 긴 여름에는 역사서를 읽었으며 운치가 있는 가을에는 제자백가의 서적을 읽었고 정신이 하나로 모이는 겨울에는 경서를 읽었다. 밤은 낮의 여분이요, 비 오는 날은 보통날의 여분이요, 겨울은 한 해의 여분이다. 누구에게나 책읽기는 습관의 문제이다.

 

  책 읽기와 책을 사는 것과는 정비례하지 않는다. 개인의 성향에 따라서 책을 사서 읽거나 빌여 읽기를 좋아 하기 때문이다. 장서가와 독서가는 다르다. 읽기를 게을리 하면 장서가의 습관을 키우기 쉽다. 국문학자 천정환은 '서점에 가는 일은 두렵다. 서점에서 수많은 책 사이에 서 있는 일은 고통 그 자체이다. 그 책들을 들추고 있느라면 내 게으름과 무식함이 발가벗는 것 같다'라고 토로 했다.

 

  인터넷으로 읽고 싶은 책을 골라 주문한다최근에 골목상권 보호를 위해 자치단체 조례가 개정되면서 대형 마트의 독점보다는 상생을 모색하고 있다이미 동네 서점은 ..고생의 학습교재 위주 서점외는 사라지고 있다프랑스의  '프랑스 서적상 조합' 파리지엔들의 구매습관을 착안하여 단골 구매자와 자연스런 인간관계 형성한다파리의 서점 주인들의 적극적 역할이다


  그들은 고객과 수시로 대화하며 고객의 독서 성향을 알아내고고객이 물어보는 책에 대한 자신의 의견과 평가를 이야기해주며고객이 좋아할 만한 책을 미리 권하기도 한다. 파리 사람들에게 서점은  사야  책이 있을 때만 가는 장소가 아니라 심심하면 들러보는 곳이다 골목 서점은 주민에게 열린 공간으로 책과 함께 소통하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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