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토피아 (라틴어 원전 완역본) - 최상의 공화국 형태와 유토피아라는 새로운 섬에 관하여 현대지성 클래식 33
토머스 모어 지음, 박문재 옮김 / 현대지성 / 2020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라틴어 원전 완역본이며 표지 그림은 라틴어 원서 표지 삽화이다. 토머스 모어에 대한 소개글과 그의 초상화도 살펴보게 된다. 읽기 편한 구성이 눈길을 끈다. 현대지성 클래식 시리즈는 교양도서로 유용하다. 서문으로 시작해서 제1권, 제2권, 서신과 시로 구성된다. 용어 해설과 해제, 연표까지 이해를 돕는다. 끝없이 질문하고 사유하였던 시간들이 전해진다. 유토피아에 대해 이야기해 주는 사람과 그 이야기를 듣고 책으로 담아낸 저자, 추기경까지도 굵은 점을 찍게 한다. ​

지금과 다르지 않는 사회제도, 법률 등에 대해 논의하고 고민한 흔적들이 전해진다. 왕과 측근들의 욕망이 어떠한 형태로 표출이 되는지 헨리 7세를 떠올리게 한다. 지리적 위치, 환경적으로 유리한 상황인 유토피아라는 섬의 이야기가 근원이 된다. 그들의 오랜 희망과 철학의 접목은 최상의 공화국이라는 새로운 제시로 접근한다. 그곳은 하루에 6시간 노동, 공공주택, 경제적 평등, 공유사회 등의 표본이 된다.

그들이 단지 하루에 여섯 시간만 일한다.

노동 시간과 생필품 공급의 의문도 시원하게 답해준다. 116 ​

철학적인 깊은 질문들에 유토피아 사람들은 좋은 것과 좋지 않은 것을 분별하며 살아간다. 분별하는 힘이 조명된다. 사회제도가 자리 잡기까지 반대 의견이 있었을 것이다. 사회적 문제도 빠르게 처리되는 유토피아의 저녁이 있는 삶이 유독 눈에 들어온다. ​저녁이 있는 삶이 주는 것들이 얼마나 정신적으로 행복한 삶인가. 그들의 가치관도 살펴보게 된다. 똑같은 옷과 외투가 가지는 상징적인 의미들, 중요한 것들과 중요하지 않은 것들이 무엇인지도 유토피아 사람들에게서 배우게 된다. 삶의 가치관과 정신적인 수양, 그들의 놀랍고 놀라운 철학적인 질문과 깊은 사유들을 바라보게 한다. 유토피아 사람들의 관습과 정서도 기억에 남는다.​

값비싼 옷에 호감이 없고,

비단옷을 경멸한다는 것과

금을 하찮게 여긴다는 것.

그들을 존중해서 언제나 소박하고

수수한 옷을 입고 오곤 했다. 137​

그들에게 없는 선술집과 맥줏집, 매춘굴에 대한 글도 굵은 질문이 된다. 전쟁을 하는 이유, 많은 세금을 부과하는 이유, 극소수에게만 밀집되는 부, 대다수의 사람들이 빈곤과 중노동, 염려라는 무거운 짐을 지고 살아가는 선량한 자들이라고 라파엘(유토피아에 대해 이야기해 주는 사람)은 전한다. 그 시대의 왕의 모습과 지금의 다양한 권력자들의 모습을 대비시키면서 관조하게 된다.

일을 하지 않고 빈둥거리는 것이 허용되지 않고,

나태하고 방종하게 지낼 기회도 없다는 것.

선술집도 없고,

맥줏집도 없으며,

매춘굴도 없다.

타락할 기회도 없고,

숨을 곳도 없으며,

비밀리에 만날 장소도 없다...

여가 시간을 건전하게 보낼 수밖에 없다. 131

한 나라의 중요한 정책들이

그런 오만함과 불합리함과

완고함 가운데서 결정되는 것을 많이 보았고... 36

대다수 왕들은 평화를 이루어내는데

유용한 기술보다는 전쟁을 일으켜서

이기는 일에 더 몰두합니다. 35

이상국의 기본 틀이라고 하는 기본소득, 공공주택, 6시간 노동, 경제적 평등, 공유사회 등을 소개된다. 더 좋은 세상으로 나아가는 길에 만나보는 꼭 읽어야 하는 교양도서 < 유토피아 >이다. ​"현실에서 유토피아는 대체로 디스토피아로 실현되곤 했다. 그래서 우리는 눈을 부릅뜨고 있어야 한다." ( 22쪽) 『개인주의자 선언』의 글귀를 읽다가 유토피아 도서까지도 읽게 된다. 유토피아만큼이나 디스토피아 책들을 하나둘씩 떠올려보게 한다. 조지오웰의 『1984』,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 한국대학의 끔찍한 디스토피아 『공정감각』, 김동식의 『회색인간』, 미치코 가쿠타니의 『서평가의 독서법』,마거릿 애트우트의 『시녀이야기』와 『증언들』 책들도 함께 추천하게 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어머니 나무를 찾아서 - 숲속의 우드 와이드 웹
수잔 시마드 지음, 김다히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23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캐나다의 산림학과 삼림 생태학 교수의 신간도서이다. 삼림 생명 다양성에 영향을 미치는 나무의 연결성과 소통에 관한 연구로 과학자들과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준 인물이다. 숲과 나무학자들의 책들을 선호한다. 과학자들의 연구과정과 인생이야기, 연구결과로 깨닫는 놀라운 결실에 매번 탄성을 지르게 된다. 기대한 만큼 기대치를 충족시킨다. 균류의 놀라운 능력과 나무들의 소통과 보살핌을 확인하게 된다. 연어와 곰, 숲을 살리는 질소의 효과까지도 연구결과로 확인하게 된다.

숲이 있었기에 살아간 가족의 생계가 그녀의 삶에도 깊게 자리잡게 된다. "임업은 내가 물러받은 유산이다." (13쪽) 숲은 우리들에게 깨끗한 공기, 순수한 물, 좋은 먹거리를 제공한다는 사실을 상기시킨다. 놀라울 정도로 아낌없이 주는 자연을 경외하는 마음으로 느끼게 한다. 저자가 과학자가 되어 관찰하고 연구하며 질문을 끊임없이 가지면서 연구과제로 집요하게 노력한 흔적들이 전해진다. 성장과정과 지금의 자신이 있기까지의 수많은 경험들, 결혼생활과 유방암 투병과 항암, 완치 판정 후 재발하면 죽을 수 있다는 발언까지도 언급하면서 기록된다.

나무들이 가지고 있는 놀라운 비밀들이 하나씩 연구과정을 통해서, 연구결과를 통해서 전해진다. 서로에게 의존하며, 돌보는 나무들의 놀라운 비밀들이 서서히 전해진다. 나무들이 나누는 것들, 나무들이 서로 돌보는 것들이 연구를 통해서 확인된다. 임업의 세계에서 최초의 여성이 되어 활동하면서 이루는 과정들이 자세하게 서술된다.

'아바타'의 모티브가 되어준 큰 내용이 굵직하게 전해진다. 경직된 서양 과학 학문이 세분화되고 분열되어 연관성을 배제하는 반면, 그녀가 연구한 학문은 서로가 연결되어 상호작용하면서 치유하며 회복하는 과정이 되고 있음을 확인시켜준다. 강원도 여행길에 흉물스럽게 벌목된 현장을 너무 자세하게 목도하면서 느낀 것들이 많았다. 산림청의 목적은 경제성이 우선시 된다는 사실도 이슬아의 <날씨와 얼굴>칼럼집과 ,<나무 수업>을 통해서도 확인하는 내용이 된다. 제초제를 개발한 회사가 살충제를 뿌리면서 작업한 저자가 목의 고통을 호소한 사연도 소개된다. 유방암때문에 양쪽 유방을 모두 절제 수술하고 갑상선 전이로 항암까지 하면서 힘겨운 부작용을 호소한 내용도 언급된다. 지난날들을 돌아보면서 후회되는 것들을 열거하면서 필터가 없는 마스트를 착용하면서 제초제를 사용한 것도 언급된다. 생산성 때문에 개발된 농약들이 인간을 위협하고 있음을 확인하게 된다.



'어머니 나무'에 기대앉아 있는 저자의 사진이 압도적이다. "신경 연결망과 균근 연결망은 둘 다 시냅스 너머로 정보 분자를 전달한다." (385쪽) 균근 지능망은 지능의 특성을 갖고 있을 수도 있다는 가정의 글귀가 너무나도 마음에 들었다. 생태계의 다양성과 연결이 거듭 강조된다. "숲과 초원이, 대지와 물이, 하늘과 땅이, 영혼과 육신이, 인간과 모든 다른 생명체들이. 우주의 모든 것들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470쪽) 이 내용이 그녀의 연구결과를 집약해 준다. 파괴되는 환경을 멀리서 바라보는 인간이 아닌 생태계 파괴를 자신의 몸처럼 아파하는 인지력이 요구되는 연구결과가 전해진다. 무엇도 자유롭지 않다. 우주와도 연결되어 있는 우리들의 구성요소들을 저자의 학문을 통해서도 확인하게 된다. 환경을 파괴하는 행위는 곧 나의 죽음을 부르는 행위임을 확인시킨다.


아바타 영화를 다시 기억나게 한다. 예술가가 아바타로 전세계인들에게 호소하는 것이 무엇이었는지 다시 회귀시킨다. 숲의 다양성과 적응력을 위해 다양한 종류와 다양한 유전자, 친족과 비친족이 자연스럽게 섞인 채로 두어야 한다는 저자의 목소리를 귀담아듣게 한다. 가장 흥미로웠던 내용 중의 하나가 나이테 내 질소의 연간 변화량을 추적하면서 연어 개체수와 기후 변화, 삼림 파괴, 어업 관행 변화와의 상관관계를 추적하는 내용이었다. 연어를 먹은 곰을 통해서 숲의 나무뿌리에 영양분을 공급한다는 것, 연어 살이 나무에 필요한 질소량 중 4분의 3 이상을 공급했다는 사실도 설명된다.


그녀의 학문이 꽤 매력적으로 전달된다. 더불어 질문과 의문을 수없이 쏟아낸 열정도 전해진다. 탄성을 가진 과학계에 반대의 의문을 제기하면서 어머니 나무가 가진 중대한 의미를 과학적으로 확인시켜준 학문 내용이 매우 흥미로웠다. 과학자의 학문적 열정과 집요한 의지도 전해지는 도서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닐루는 학교에 가지 않아 - 학교교육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에스테르 뒤플로의 문제 해결 지식그림책 시리즈 1
에스테르 뒤플로 지음, 샤이엔 올리비에 그림, 최진희 옮김 / 라이브리안 / 2023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작가를 보고 고픈 그림책이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가 제시하는 문제 해결 지식그림책 시리즈이다. 시리즈 중의 첫 번째 도서이다. 학교교육에 대해 저자가 전하는 내용이다. 29세에 종신교수로 임명되어 2019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작가이다. 『가난한 사람이 더 합리적이다』, 『힘든 시대를 위한 좋은 경제학』 등의 도서가 있으며 <이코노미스트>선정 '세계가 주목하는 젊은 경제학자 8인'중의 한 명이다. <타임>선정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 등 세계적인 경제학자로 인정받는 작가의 도서라 펼친 그림책이다.



이 시리즈의 전권의 그림을 담당한 작가도 눈길을 끈다. 간결한 문장의 집약적인 방향성과 그림들은 페이지들마다 상징성이 두드러진다. 글과 어우러지는 그림들을 페이지들마다 예술작품을 감상하듯이 오랜 시간 지긋하게 하나씩 살펴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 7시에 기상하는 아이 닐루의 아침에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학교 등교를 하도록 재촉하는 닐루의 어머니와 닐루의 속마음까지도 읽게 된다. 선생님이 너무 무서워서 학교에 가고 싶지 않은 닐루는 갈등을 하면서도 학교에 등교를 한다. 하지만 학생들은 선생님의 교과과정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는 상황임을 그림으로도 충분히 전해진다.


아르키메데스의 원리를 가르치는 선생님과 글씨를 읽지 못하는 학생들의 인지 차이는 상당하다. 교과과정과 간극이 심한 학생들은 학업에 얼마나 흥미를 가지게 될까? 조는 아이, 학교에 가기 싫은 아이, 결석하는 아이, 가난한 부모들이 가지는 희망은 자녀들에게서 달라지는 결과로 응답을 받을지도 이야기를 통해서 이해하게 된다. 교과과정을 답습만 하면서 변화하지 않는 교육과정은 이득이 없음을 알게 된다. 학생들도 부모들도 달라져야 한다는 것을 인지하게 되면서 눈높이에 맞는 1:1 교과 수업은 놀라운 학업성취도를 이루게 된다.


가난을 이겨내는 방법은 다양하다. 가난을 이겨내는 의지와 노력, 방법들이 다양하게 모색되어야 한다. 이 저자는 경제학자이면서 가난이 대물림되지 않도록 대안을 모색하면서 제시하는 그림책이다. 학업성취도가 크게 벌어지는 한국교육문제도 함께 생각해 보게 하는 그림책이다. 누구에게나 잠재된 꿈은 있다. 그 꿈을 빛나게 하는 방법은 식민지 사회가 뿌리 깊게 내려온 학교교육을 답습하는 것만이 아님을 제시한다. 색다른 교육방법이 가난하여도 학업능력이 뒤처질지라도 누구나 배우는 즐거움, 성취하는 기쁨을 누릴 수 있음을 보여주는 내용이다.


학급당 엄청 많은 인원을 채워 넣고 수업을 한다고 모두가 학업성취도를 올릴 수는 없다. 한 명씩 눈높이에 맞춘 교육이 대안이 된다는 사실이 가장 두드러지게 전해진다. 수학을 직접 가르친 엄마샘이라 한국교육의 문제점도 많이 상기하면서 읽은 내용이다. 빈부격차가 심한 한국사회이다. 부의 불평등은 더욱 극심해진다. 순자산가치와 부채비율은 매년 놀라운 수치를 알리는 한국사회이다. 학교교육은 누구를 위한 교육인지부터 인지해야 한다. 무엇을 가르치는 곳인지도 제대로 알아야 한다. 노동력을 키우는 목적이며, 기업을 위한 일꾼을 키우는 시스템이다. 다르게 말하면 잘 살기 위한 방법을 알려주는 교육이 아님을 알아야 한다. 진짜 잘 살고자 하는 꿈을 가지려면 어떤 교육이 필요한지도 스스로 갈급하면서 찾아내야 하는 사회이다. 자본주의에 물들어서 소비만을 추구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정답이 아니다. 제대로 세상 공부를 해야 한다. 학교교육에 대해서도 제대로 인지하면서 자녀교육을 진지하게 확립하는 것이 미래를 위한 희망이 된다.


책내용에서 전해지는 가난, 가난한 부모, 자괴감에 빠진 학교 선생님의 모습들도 인상적이다. 결석하는 학생들이 생겨나는 이유까지도 함께 생각해야 하는 사회이다. 불량 청소년은 불량 부모가 있기에 생겨나는 것이다. 더불어 학교에도 문제가 있음을 이 책에서도 발견하게 된다. 진정한 마음으로 가르치는 선생님인지, 돈벌이만을 위한 선생님인지도 질문을 해야 하는 사회문제이다. 한 명의 아이를 살리기 위해서도 마을이 모두 도와야 한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것은 모두가 한 명의 아이를 위해 많은 관심과 사랑과 배려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희생하고 두 팔을 크게 벌려야 한 명의 아이를 제대로 성장시킬 수 있다는 사실이다. 학업을 포기하는 학생, 잠을 자면서 출석 일수만 채우는 학생, 결석하는 학생은 결핍과 상실을 경험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학교문제이면서 사회문제가 된다. 더불어 가정문제도 살펴야 하는 총체적인 신호가 된다. 그것에 한국사회는 얼마나 노력하는 학교인지, 선생님인지, 사회인지, 이웃인지도 모두에게 던지는 질문으로 남는다. 경쟁이 불러놓은 한국사회의 여러 문제들이 부각되는 내용이 된다. 이 시리즈의 또 다른 시리즈까지도 눈길이 가게 하는 작가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홍학의 자리
정해연 지음 / 엘릭시르 / 2021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홍학의 자리라는 책표지 그림을 마지막 책장을 덮고 나서야 이해하게 된다. 반전이 마지막까지 자리잡는 스릴러 소설이다. 고등학교 학생과 선생님의 부적절한 관계, 학교 교실에서 일어나는 살인사건 등이 추리를 거듭하게 한다. 학생이 죽었다. 목에는 칼자국이 여러 군데 발견되고 학생은 목을 매달고 죽어있는 모습을 선생님은 발견한다. 살리고자 노끈을 끊고 심폐소생술을 하지만 희망이 없는 상황이다. 선생님은 자신의 부적절한 상황이 두렵기만 하다. 죽은 학생을 호수에 던져 넣고 완벽한 정황들을 준비하는 꼼꼼함까지 보인다. 누가 죽였을까? 그는 학생을 죽인 범인이 누구인지 짐작조차 할 수가 없다.

무책임한 어른들이 자꾸만 어른거리는 이야기이다. 호수에서 발견된 사체는 다현이라는 학생이다. 사기죄로 교도소에 수감되고 그곳에서 자살한 엄마가 있지만 엄마는 자식을 걱정조차 하지 않는 부모이다. 외할머니 집에서 생활한 다현은 할머니가 죽으면서 혼자서 할머니의 집에서 생활중이다. 외할머니 장례식조차도 학교 선생님의 도움으로 진행하게 된다. 세상에 홀로 남겨진 다현은 학교 선생님에게 많이 의지하게 된다.

사기죄 피해자들이 감당해야 하는 것들이 무엇인지도 소설에 등장한다. 욕망이 너무나도 커져버린 어른들이 무책임하게 사기를 당하게 된다. 자살하고 떠나버린 교무부장 남편의 행동과 선택들도 두드러지게 드러난다. 남은 가족들이 감당해야 하는 것들은 너무나도 큰 파도가 된다. 남겨진 아들은 모범생으로 자라나는 가면속으로 숨어버린다. 엄마가 자신을 위해 노력하는 것을 알기에 더욱 가면 속에 숨어서 모범생으로 생활하지만 실생활은 그렇지 않다.

다현은 늘 무덤덤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친구가 없어도, 대화할 사람이 없어도 아무 상관 없다라는 뜻한 얼굴... 아무도... 말을 걸지 않고 걱정해 주지 않고 버려두는 것이리라. 다현은 처절하게 외로운 아이였다. 부서질 듯 약한 아이였다. 작은 상처를 받는 것도 두려워 거짓 외피를 서툴게 두른 것뿐... 117

집에 냄새 배는 것을 극도로 싫어했다. 신혼 때에도 반찬 가게에서 산 마른 반찬으로 식탁을 차렸고 그나마도 점차 없어졌다. 집에서 먹는 것은 우유나 견과류가 전부였다. 176

무섭게 굳어버린 얼굴 속에 일그러진 욕망이 있었다. 두려움과 슬픔의 외피를 두른 악마가 도사리고 있었다. 8



45살 교사인 준후의 생각과 행동들을 살펴보게 된다. 다현의 죽음을 슬퍼하지 않는 모습, 아내와 별거 중인 생활, 자식의 안부를 묻지 않는 모습들도 예의주시하게 된다. 일그러진 자아는 학교 선생님이지만 정상적인 범위를 벗어나 버린다. 도덕적인 것을 벗어버린 교사는 아내에게도, 연인이었던 다현에게도 범죄자의 모습을 보일 뿐이다. 마지막까지 반전이 준비되는 이야기이다. 인간이 가진 욕망이 얼마나 일그러질 수 있는지 소설을 통해서 보여준다.

가면과 가식이라는 범주 안에 안착한 모범생 정은성이라는 학생과 그의 어머니의 범죄행위까지도 놓치지 않게 하는 질문이 된다. 교사 아내의 결혼 생활 모습도 정상적이지 않다. 아내에게 질려버린 남편이 이혼을 생각한 이유도 짐작하게 된다. 홍학의 의미를 소설을 통해서 이해하게 된다. 홍학이 가진 상징성과 동성애, 현재만을 생각하는 이기적인 연인의 모습을 깨닫고 복수하는 것까지 촘촘하게 이해관계들이 넘쳐나는 소설이다.

그중 한 사람만이라도 다른 선택을 했다면 상황은 달라졌을지 모른다 328

당연히 죽음을 애도하는 기색은 없었다. (학교) 87

다현의 곁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주변에 있었다. 엄마, 학교 선생님, 친구. 그들 중에 한 명이라도 다른 선택을 하였다면 다현의 이야기는 달라졌을 것이다. 다현의 인생은 비틀리고 추락하면서 사랑마저도 변질되는 상황임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복수하는 방식으로 죽음을 선택하게 된 다현을 보게 된다. 더불어 학생의 죽음마저도 학교는 애도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숨기고 감추기에 바쁜 학교의 모습은 이 사회와 다르지가 않다. 초등학교 교사의 죽음을 애도조차 하지 못하도록 학교가 방해하는 기사가 떠오른다. 학교가 온전하게 자기 구실을 다하는 사회인지 거듭 질문을 놓지 않게 한다. 견고하지만 단단하지 않은 사회가 어떻게 무너질 수 있는지 보게 한다. 사건의 배경은 학교이지만 사회 전체를 향해 질문을 하게 된다. 단 한 사람만이라도 손을 내밀어 준 사회가 되고 있는지 거듭 돌아보게 한다. 재미있게 읽은 소설이다. 책장은 멈추지 않았고 누가 범인이었는지 궁금하게 하는 소설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설자은, 금성으로 돌아오다 설자은 시리즈 1
정세랑 지음 / 문학동네 / 2023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망해버린 나라 백제와 새롭게 시작하는 신라 시대가 배경이 되는 시대극 추리소설이다. 여러 편의 이야기들은 흥미롭게 사건들을 추리하는 설자은과 옆에서 도움을 많이 주는 인곤이라는 인물의 조합이 멋지다. 반란을 계획하는 무리에게는 가차없이 엄벌을 내리는 신라 왕의 단호함도 이야기를 통해서 전해진다. 출세를 꿈꾸는 설자은 오빠의 계획과 설자은 여동생의 미래를 위해 조언을 하는 모습과 여동생의 심지있는 결단도 전해지는 소설이다. 신라시대 남성과 여성이 치장을 좋아했던 문화가 소설에서도 등장한다. 미려한 모습을 선호한 신라인들의 풍습까지도 놓치지 않고 살펴보게 한다.



당나라로 유학생활을 하는 설자은이 전쟁으로 힘들게 유학생활을 하였음을 알게 된다. 신라로 돌아갈 수 있어서 기뻐하면서 배를 타게 되는데 그곳에서 만나는 인곤이라는 백제 사람과 함께 사건들을 하나씩 해결하게 된다. 미려하지만 차가운 얼굴을 가진 설자은에게 먼저 식객으로 제안을 하면서 다가서는 인곤의 활약도 재미를 더한다. 신라로 돌아가는 배에서 일어나는 살인사건을 해결하는 설자은과 인곤의 활약과 마지막에 드러나는 진실도 꽤 흥미롭게 전개된다.

제 배로 나은 자식에게도

잔혹한 인간들이 많지만 49

할 수 있는 것들이 있는데

모든 일에서 소외되는 것 75

죽는 것보다 못한 혼인 218

하라는 대로 잘 따르던

예전의 너는 어디로 사라진 것이냐? 234



죽은 오빠를 대신해서 유학생활을 한 설자은은 남자로 위장해서 살아가야 하는 운명이다. 여성임을 알고도 비밀을 보호해 주는 인곤의 모습과 설자은의 오른팔과 왼팔이 되는 이 남자의 활약과 서로 화합하는 모습이 꽤 재미있다. 어떤 사건도 범인을 맞추지 못했을 만큼 추리하는 모습에 빠져들게 된다. 단서를 찾고 추리하는 이 두 사람의 맹활약을 4편의 사건을 통해서 전해진다. 사흘 먹지 않아도 허기를 느끼지 않게 된 다음날이라고 전하는 문장과 제 배로 나은 자식에게도 잔혹한 인간들이 많다면서 추리하는 모습에 작가의 폭을 더욱 넓게 바라보게 된다. 술술 넘어가는 이야기 전개와 인물들의 촘촘한 등장에 범인을 찾는 과정이 쉽지 않았다.

여성이 살아가는데 제외되고 선택받지 못하는 것들이 많았던 시대이다. 모든 일에서 소외되는 여성의 삶이 자주 언급된다. 설자은 여동생인 도은의 삶을 통해서도 언급되며 길쌈을 준비하는 여성들의 많은 사연들에는 여성이 부당하게 혼인을 하고 결혼생활을 하고 있음을 엿보게 된다. 결혼생활이 죽는 것보다도 못하다고 생각하는 여성들의 삶을 펼쳐놓는 이야기를 놓치지 않게 한다. 하라는 대로 하는 여동생이 순종하지 않자 오빠가 여동생에게 불만을 토로하는 모습도 예의주시하게 된다. 순종하고 복종하는 가르침이 잘못된 것임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여성에게는 기회조차 없는 시대에 설자은이 남자의 모습으로 활약하는 수많은 추리 사건들은 의미심장한 주인공으로 자리잡는다.

놓친 게 무엇이지?

어디까지 거슬러올라가야 하지?

확인하지 않은 겉가지가 있나?...

눈 안에 형형한 빛이 보였다. 211

잃은 것을 잃은지도 모르고 살아가는 것은......

괴롭지요.

무엇을 잃었는지 아는 쪽이 낫습니다. 172

한 생이 끝난 듯한 감회가 일었다. 11



탐욕과 비리, 부정행위로 사건의 중심에 자리잡는 매잡이의 탐욕스러운 모습도 기억하게 한다. 왕의 무덤처럼 무심해 보이는 모습도 예의주시하게 된다. 무심한 모습이 어떤 의미들을 상징하는지 우리는 알기에 왕의 모습은 더욱 섬뜩해진다. 관찰력이 뛰어나고 지력이 있는 설자은의 다음 이야기도 기대리게 된다. 시리즈로 출간되는 소설이라 계속 만날 수 있는 시리즈이다.

추리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놓친 것, 확인하지 않은 겉가지가 있었는지도 다시금 의심하는 모습, 형형한 눈빛으로 추리하는 모습을 무수히 상상하면서 읽게 하는 이야기이다. 인생에서 우리가 무엇을 잃었는지 알면서 살아가는 것이 왜 중요한 것인지도 언급된다. 자신이 무엇을 잃고 살아가는지도 모르면서 살아가는 인생은 괴로운 것이라고 말하는 대화 내용도 기억에 남는 장면이 된다. 재미있는 소설 속에서 예리한 시선을 끄집어내는 대화들에 지긋하게 여러 번 삶을 돌아보게 하는 글귀들에 감동도 받았던 소설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