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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학의 자리
정해연 지음 / 엘릭시르 / 2021년 7월
평점 :
홍학의 자리라는 책표지 그림을 마지막 책장을 덮고 나서야 이해하게 된다. 반전이 마지막까지 자리잡는 스릴러 소설이다. 고등학교 학생과 선생님의 부적절한 관계, 학교 교실에서 일어나는 살인사건 등이 추리를 거듭하게 한다. 학생이 죽었다. 목에는 칼자국이 여러 군데 발견되고 학생은 목을 매달고 죽어있는 모습을 선생님은 발견한다. 살리고자 노끈을 끊고 심폐소생술을 하지만 희망이 없는 상황이다. 선생님은 자신의 부적절한 상황이 두렵기만 하다. 죽은 학생을 호수에 던져 넣고 완벽한 정황들을 준비하는 꼼꼼함까지 보인다. 누가 죽였을까? 그는 학생을 죽인 범인이 누구인지 짐작조차 할 수가 없다.
무책임한 어른들이 자꾸만 어른거리는 이야기이다. 호수에서 발견된 사체는 다현이라는 학생이다. 사기죄로 교도소에 수감되고 그곳에서 자살한 엄마가 있지만 엄마는 자식을 걱정조차 하지 않는 부모이다. 외할머니 집에서 생활한 다현은 할머니가 죽으면서 혼자서 할머니의 집에서 생활중이다. 외할머니 장례식조차도 학교 선생님의 도움으로 진행하게 된다. 세상에 홀로 남겨진 다현은 학교 선생님에게 많이 의지하게 된다.
사기죄 피해자들이 감당해야 하는 것들이 무엇인지도 소설에 등장한다. 욕망이 너무나도 커져버린 어른들이 무책임하게 사기를 당하게 된다. 자살하고 떠나버린 교무부장 남편의 행동과 선택들도 두드러지게 드러난다. 남은 가족들이 감당해야 하는 것들은 너무나도 큰 파도가 된다. 남겨진 아들은 모범생으로 자라나는 가면속으로 숨어버린다. 엄마가 자신을 위해 노력하는 것을 알기에 더욱 가면 속에 숨어서 모범생으로 생활하지만 실생활은 그렇지 않다.
다현은 늘 무덤덤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친구가 없어도, 대화할 사람이 없어도 아무 상관 없다라는 뜻한 얼굴... 아무도... 말을 걸지 않고 걱정해 주지 않고 버려두는 것이리라. 다현은 처절하게 외로운 아이였다. 부서질 듯 약한 아이였다. 작은 상처를 받는 것도 두려워 거짓 외피를 서툴게 두른 것뿐... 117
집에 냄새 배는 것을 극도로 싫어했다. 신혼 때에도 반찬 가게에서 산 마른 반찬으로 식탁을 차렸고 그나마도 점차 없어졌다. 집에서 먹는 것은 우유나 견과류가 전부였다. 176
무섭게 굳어버린 얼굴 속에 일그러진 욕망이 있었다. 두려움과 슬픔의 외피를 두른 악마가 도사리고 있었다. 8
45살 교사인 준후의 생각과 행동들을 살펴보게 된다. 다현의 죽음을 슬퍼하지 않는 모습, 아내와 별거 중인 생활, 자식의 안부를 묻지 않는 모습들도 예의주시하게 된다. 일그러진 자아는 학교 선생님이지만 정상적인 범위를 벗어나 버린다. 도덕적인 것을 벗어버린 교사는 아내에게도, 연인이었던 다현에게도 범죄자의 모습을 보일 뿐이다. 마지막까지 반전이 준비되는 이야기이다. 인간이 가진 욕망이 얼마나 일그러질 수 있는지 소설을 통해서 보여준다.
가면과 가식이라는 범주 안에 안착한 모범생 정은성이라는 학생과 그의 어머니의 범죄행위까지도 놓치지 않게 하는 질문이 된다. 교사 아내의 결혼 생활 모습도 정상적이지 않다. 아내에게 질려버린 남편이 이혼을 생각한 이유도 짐작하게 된다. 홍학의 의미를 소설을 통해서 이해하게 된다. 홍학이 가진 상징성과 동성애, 현재만을 생각하는 이기적인 연인의 모습을 깨닫고 복수하는 것까지 촘촘하게 이해관계들이 넘쳐나는 소설이다.
그중 한 사람만이라도 다른 선택을 했다면 상황은 달라졌을지 모른다 328
당연히 죽음을 애도하는 기색은 없었다. (학교) 87
다현의 곁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주변에 있었다. 엄마, 학교 선생님, 친구. 그들 중에 한 명이라도 다른 선택을 하였다면 다현의 이야기는 달라졌을 것이다. 다현의 인생은 비틀리고 추락하면서 사랑마저도 변질되는 상황임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복수하는 방식으로 죽음을 선택하게 된 다현을 보게 된다. 더불어 학생의 죽음마저도 학교는 애도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숨기고 감추기에 바쁜 학교의 모습은 이 사회와 다르지가 않다. 초등학교 교사의 죽음을 애도조차 하지 못하도록 학교가 방해하는 기사가 떠오른다. 학교가 온전하게 자기 구실을 다하는 사회인지 거듭 질문을 놓지 않게 한다. 견고하지만 단단하지 않은 사회가 어떻게 무너질 수 있는지 보게 한다. 사건의 배경은 학교이지만 사회 전체를 향해 질문을 하게 된다. 단 한 사람만이라도 손을 내밀어 준 사회가 되고 있는지 거듭 돌아보게 한다. 재미있게 읽은 소설이다. 책장은 멈추지 않았고 누가 범인이었는지 궁금하게 하는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