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해 전 부터 치매로 고생하시다가,
대퇴골 골절에, 뇌출혈, 욕창..... 생의 마지막 몇 해는 정말 고생이 많으셨다.
할머니는 슬퍼하시면서도 할아버지께서 고생에서 벗어나게 되어 오히려 마음은 편하다고 하신다.
할아버지는 우리 엄마와 함께 내가 가장 존경해 온 분이다.
이웃에 대한 나눔도 할아버지와 엄마를 통해 배웠고,
늘 시야를 넓게, 목표를 높이 가지도록, 그리고 세상을 긍정적으로 보도록 격려해 주셨다.
어렸을 때 할아버지 손에서 나던 소독약의 독특한 냄새,
우리 가족만이 놀 수 있었던 농장의 계곡,
작은 일에도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않으시던 자상하심.
.... 이런 모습은 실은 아주 옛날의 이야기이다.
맏딸이 먼저 죽고,
큰 아들이 배신하고,
작은 아들이 사고치고....
이 사건들에 따르는 무성한 뒷말들....
이런 기억들을 잊고 싶으셨는지 할아버지는 기억을 지우기 시작하셨고,
나중에는 거의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게 되셨다.
이제는 평안하시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