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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학년 10반은 달라요 - 눈높이 어린이 문고 12 ㅣ 눈높이 어린이 문고 12
이붕 지음, 원유미 그림 / 대교출판 / 2004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말썽꾸러기 악동들끼리만 모인 반, 보통 선생님과는 반대로만 하는 별난 교감선생님. 이미 책 소개글에서 이 설정을 밝혀버렸기 때문에 대략 짐작가능한 스토리-교감선생님 덕분에 악동들이 모범생으로 변화하는 해피엔딩-를 가진 동화려니, 조금은 심드렁한 마음이었다. 그리고 지금 내가 하고 싶은 말, 짐작가능한 스토리가 꼭 재미없으리란 법은 없다!
설정은 위와 같다. 큰 아파트 단지가 새로 생겨난 바람에 학생수가 계속 늘어나자 교감선생님은 각 반에서 말썽꾸러기들만 솎아서(?) 한 반을 더 만들자는 아이디어를 내고, 다른 반 담임선생님들의 환영 속에 5학년 10반이 새로 꾸려지게 되는데, 이 악동들의 반을 맡을 선생님은 바로 교감선생님. 아마 담임을 맡겠다고 선뜻 나선 선생님이 없으셨던 듯.
선생님들 사이에서 일어난 상황이야 어떻든, 5학년 10반에 새로 배정받은 나, 김세진은 황홀지경이다. 공부만 잘 하거나, 고자질을 잘 하거나, 어린 애처럼 울거나 하는 아이들과는 바이바이. 단짝 친구와 다시 같은 반이 되고, 장난치기라면 죽이 척척 맞을 동지들과 지내게 되니 바로 이것이 하늘이 내린 축복이리라.
그리하여 5학년 10반은 칭찬받은 아이가 방과 후 청소를 하고, 칭찬받지 못한 아이는 바로 귀가한다는 불가사의한 규칙으로부터 시작해, 분명 혼나는 타이밍인데 그냥 넘어가거나 반대로 칭찬을 받기도 하는 별난 일들이 벌어진다. 세진이는 영악하게도 그것이 교감선생님이 아이들을 교화(?)시키려는 전략임을 간파하고 선생님이 청개구리처럼 행동하면 더 청개구리같은 심보로 장난치기에 골몰한다. 하지만 교감선생님 앞에선 도대체 장난이 제대로 통하지를 않으니, 그들 눈에 교감선생님은 진정한 왕청개구리였다!
다양하고도 굉장한 장난치기 수법을 도모할 때 아이들이 깔깔대며 재미있어하는 모습과, 결국 그들의 의도대로 되지 않을 땐 뭔가 아쉬우면서도 황당해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눈에 보이는 듯 하다. 때론 나조차 교감선생님의 반응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를 장면들도 있어서 아이들처럼 선생님의 속마음이 무엇인지 궁금해서 속이 타기도 한다. 아이들과 선생님의 이야기가 이렇게 재미있고 흥미진진하다는 게 신기할 정도다.
결국 5학년 10반의 악동들은 짐작가능한 스토리처럼 하루 하루 달라지기 시작한다. 그것은 정말 은연 중에 일어난 변화인데, 그 변화의 중심에는 왕청개구리처럼 보였던 교감선생님의 넓고 깊은 사랑이 있었다. 소가 쟁기질을 잘 할 수 있게 하려면 소를 앞에서 잡아 끄는 것이 아니라 뒤에서 따라가면서 방향을 이탈할 때만 채찍으로 옳은 방향을 잡아주는 것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교감선생님의 교육방침이 이것과 똑같다는 생각을 한다. 아이들은(학생은) 이러이러해야 한다는 이상향을 그려놓고 그것을 향해 아이들을 잡아 끌고 가지 않았기 때문에 아이들은 제 갈 길을 제대로 알아챈다. 멋지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