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둥 덩뜰당뜰 저소리 들어보오 - 악기 우리나라 바로알기 6
연필시 동인 지음, 홍선주 그림, 김상철 감수 / 대교출판 / 2007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제대로 발음하려면 몇 번이나 연습해야 하는 '슬기둥 덩뜰당뜰'이 대체 무엇일까 가장 궁금했는데, 거문고 소리란다. '당다짓도로 당다둥 뜰당'도 고문고 소리이고, '둥기당기 청다라당' '청다라당 흥지리징'은 가야금, '뚜우-'는 나각, '빠아아아 빠아아아'는 나발 소리다. [슬기둥 덩뜰당뜰 저 소리 들어보오]에서 소개되는 우리나라 전통악기의 의성어를 듣고(읽고) 있으면 진짜 그 악기의 소리를 듣는 것 같은, 글자로 표현하기 참 어려웠을 그 소리들을 정말 잘 잡아내었다는 생각이 든다. 

  기본적으로 [슬기둥~]은  우리나라 전통악기를 소개하는 책인데, 일반적인 틀을 깬 색다른 구성(전개방식)으로 꾸며진 것이 눈에 띈다. 악기편성법을 큰 카테고리로 하여 그 카테고리에서 사용되는 악기를 노래한 시가 몇 편씩 자리하고, 책 뒷부분에 가서야 전통 악기의 사진들과 설명, 여러 악기편성법의 설명과 자료사진이 들어있다. 일반적인 틀이라면 앞뒤 순서가 바뀌었지 않았겠는가. 하지만 이 책은 어린이들에게 악기를 먼저 마음으로 느끼기를 바랬던 것 같다. 사실 전통악기가 아직은 낯선 어린이에게는 다짜고짜 사진과 설명글부터 들이대는 것처럼 재미없는 일도 없을 것이다. 물론 전통악기를 노래한 시라고 해서 더 흥미를 느낄 것이라는 것 또한 장담할 수 없는 일이지만, 독특한 의성어를 재미있게 받아들일 수 있다면 분명 승산있지 않을까.

  아주 솔직히 말하면, 초등 4학년인 딸은 처음엔 별다른 흥미를 보이지 않았다. 딸이 좋아하는 소재도 아니고, 시적인 감각이 뛰어난 것도 아니기 때문으로 생각하는데, 그 상황을 급반전시킨 것은 다름 아닌 국악박물관 체험. 작년이었던가 국악박물관 체험프로그램에 참여해 자기가 직접 두드리고 튕겨보았던 악기들의 기억을 되살리고 마음껏 의성어로 표현해보면서 이 책과 친해지기 시작했다. 역시 직접 보고 겪고 느끼는 것과 책이 만났을 때 가장 큰 효과를 보이는 것 같다.

  대체적으로 매우 만족스러운 책. 하지만 몇 가지 아쉬움도 남으니, 가장 큰 것이 책 본문으로 들어가는 첫 장에 '편성법'이 무엇인지, 우리나라 전통의 음악 편성법은 무엇인지를 간략하게라도 소개했어야 했다는 점. 곧장 대취타부터 시작하니 머리 속에 큰 크림이 그려지지 않는다. 또 전통 악기를 사진과 함께 소개하는 페이지는 사진과 설명이 너무 복잡하게 배열되었다는 느낌이 들고, 돼지꼬리 모양의 화살표는 전체적인 분위기와는 너무도 어울리지 않는 요소다.

  내겐(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우리 전통문화 중에서도 '악기'는 생소한 분야다. 전통과 문화를 알고 느껴보자는 취지의 책들이 많아지고 있는 요즈음, '악기'의 세계로 발을 디딘 책이라는 것만으로도 높이 평가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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