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서 좋아요!
후세 야스코 글 그림, 김향금 옮김 / 대교출판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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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그라미와 세모. 가장 단순한 두 도형 안에 두 눈 찍고 입 한 줄 그려서 훌륭한 이야기를 만든 [달라서 좋아요!] 

동그라미와 세모는 첫 눈에 서로 다르게 생겼다는 걸 알았지만, 그 둘은 훌륭한 친구가 된다. 왜? 서로 다르니까! 동그라미는 구르는 재주를, 세모는 멈추게 하는 재주를 가졌고, 동그라미는 자기처럼 동그란 피자반죽을 만들고, 세모는 자기의 뾰족한 각으로 피자토핑에 쓸 깡통을 따니, 하나보다는 둘이, 둘보다는 셋이 만나 우리가 되는 조화와 협동과 공생의 법칙을 자연스럽게 깨우쳐준다.

두 주인공이 만나 '띠용~!'하는 첫 장면부터 재미있고, 눈과 입만으로도 풍부한 표정을 잘 살려냈다. 큰 판형에 글과 그림은 휑하게 느껴질 만큼 단순하고 짧아서 시각적으로 시원스럽고, 여타 꾸미기 요소가 거의 없으니 어린 독자는 주인공에게 완전히 몰입할 수 있다.   

특히 엄마에게 매력적일 영문글도 함께 실려있는데, 아이가 이해하느냐 못하느냐를 떠나서 엄마의 입을 통해 영어를 듣는 경험을 한다는 데 의의를 둔 것으로 보인다. 유아책으로는 내용도, 그림도 만족할 만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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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아 할아버지의 방주 이야기
톰 둘리 지음, 빌 루니 그림, 정연희 옮김 / 꿈을이루는사람들(DCTY)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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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무교다. 나의 엄마는 독실한 기독교인이어서 어렸을 적엔 엄마를 따라 교회에 가곤 했지만, 머리가 굵은 다음부터는 가지 않았다. 하지만 워낙 어렸을 때부터 듣고 자란 때문인지 찬송가나 성경이야기는 비록 완전하진 않아도 아직까지 기억에 남아있는 것들이 꽤 많다.  

그런 내가 [노아 할아버지의 방주 이야기]를 읽고 싶어했던 이유는 성경에 담긴 이야기의 사실 여부를 떠나(사실 여부를 확인하고자 함은 결코 아니었다) 노아와 방주 이야기가 성경에는 어떻게 씌여있는지, 그 이야기가 가진 의미는 무엇인지를 알고자 함이었다. 비기독교인인 나에게는 성경이 아무 의미를 갖지는 않지만, 세계 제1의 종교인 기독교인의 책으로서, 2천년이 넘는 세월동안 완전한 믿음과 순종과 사랑을 증거하는 책으로서, 그 안에 담겨있는 내용이 궁금했다고 해야겠다.

책의 초반부는 태초부터 노아가 방주를 만들기 전까지의 인간세계를 묘사하고 있다. 그 최초의 세계는 입을 다물지 못할 정도로 아름다운 자연과, 영리하여 문명사회를 건설했던 사람들이 있었다고 하니, 이 부분은 내가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라 흥미롭다. 천 살 가까이 살았다는 사람들이라니?!

그 후 하나님은 노아와 노아의 가족들을 선택하여 방주를 만들라는 명을 내렸고, 그들은 순종한다. 노아가 방주를 만드는 과정과, 동물들이 방주를 찾아오는 과정과, 홍수가 나고 300일이 넘는 동안 방주 안에서의 생활과, 완전히 새로운 세상으로 첫 발을 딛게 된 이야기. 

성경을 제대로 모르는 나에겐 참으로 환상적이면서도 생생한 이야기로 다가온다. 특히 동물들이 제 발로 방주를 찾아온 것과 차후 새 세상에서의 적응과 번식을 위해 어린 동물들이 선택되었다는 것에 경탄할 수 밖에 없고, 노아의 방주가 바다 위에 위태롭게 떠있는 작은 배가 아닌 커다란 상자모양이며, 돛이나 노 없이 오직 하나님의 뜻에만 의지했다는 사실이 놀랍다.  

비기독교인에게도 매력적인 이야기. 순수한 이야기로 받아들인다면 충분히 매력적이다. 그림이나 글에서 종교적인 느낌을 완전히 지울 수는 없지만, 노아의 방주 이야기에만 집중했기 때문에 억지스러운 전도용 책자로 추락하는 우를 범하지 않았으니 종교교양서로 큰 무리는 없겠다는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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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소국 그랜드 펜윅의 석유시장 쟁탈기 그랜드 펜윅 시리즈 4
레너드 위벌리 지음, 박중서 옮김 / 뜨인돌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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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주유소에 갈 때마다 '또 올랐어?'라고만 했지, 기름값이 왜 올랐는지, 왜 올라야 하는지는 고민하지 않았던 소시민이다. 그저 중동 산유국의 가격담합과, 중간유통기업의 주머니 채우기 욕심에, 우리나라 정유업체의 알 수 없는 가격정책과 정부의 애매한 입장표명을 잠시 탓했을 뿐, 나로서는 석유를 둘러싼 세계정세나 정책까지 두루 섭렵하여 비판할 어떤 정보도 의지(?!)도 없었기 때문인데. 때마침 만난 소설, [약소국 그랜드 펜윅의 석유시장 쟁탈기]는 나와 같은 소시민의 몽매한 의식을 화들짝 깨울 만하다. 

그렇다고 난해하고 생소하여 도통 이해할 수 없는 세계정세를 논하는 것은 아니다. 이 책은 재미있고 가볍다. 억지로 꾸며내지 않아 자연스럽고 매끄러운 등장인물, 순순히 잘 나가는가 싶다가도 어느 순간 엉뚱하게 튀어버리는 상황전개, 말 한마디와 표현 한문장에도 반짝이는 유머와 풍자가 숨어있다. 물론 그 유머와 풍자는 세계정세와 주요 사건들을 이미 이해하고 있는 독자라면 더욱 큰 의미로 다가올 테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책 중간중간에 주석을 달아놓은 것만 보아도 그림이 그려지기 때문에 어렵지 않게 해석할 수 있다.

유럽 한복판에 위치한 나라 '그랜드 펜윅'은 작은 땅덩이에, 농업을 주력산업으로 하고, 전화교환수를 통해야만 국제전화가 가능하며, 자동차는 국가를 통틀어 단 2대밖에 없는, 그 존재조차도 거의 알려지지 않은 약소국이다. 아마도 석유사용량에 있어서는 거의 세계 최저 수준일 이 나라에 매우 중대한 메시지가 담겨있는 편지 한 통이 잘못(!) 배달되고, 이 잘못된 우편배달사건으로 이 나라의 대표인 마운트조이 백작은 전세계가 석유공급 중단의 위기에 처했음을 알게되는 것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백작은 자신의 목욕물을 데우기 위해서도 반드시 석유를 확보하고 싶었지만, 전세계의 경제적 퇴보를 막기 위해, 전세계에 야기될 혼란과 빈곤과 기아를 막기 위해 이 절대절명의 위기탈출 작전을 수행하는데. 이름하여 전세계를 상대로하는 20억 배럴의 석유 사기극. 여차저차하여 사기극은 무사히(?)-사실 '무사히' 라는 표현은 어패가 있다. 하지만 여기까지만 말하는 것이 좋겠다.- 마무리되고, 백작의 뜻대로 세계의 석유시장은, 이 세상은 평온했다는 이야기.

자신의 안위는 물론 전세계의 안위를 꾀한다는 정의감과 사명감에 제 몸을 불사르는 백작조차 한 거대기업의 총수와 손을 잡아야 했던 것, 자국의 파워를 우위로 지키기 위해 중동 산유국과 은밀한 거래를 해야 했던 것, 그리고 문서상으로나 대외적인 발언에 있어서 이리 돌리고 저리 돌리며 갖은 우회적 표현을 사용하고, 그 표현을 해석하기 위해 이리저리 머리를 굴리는 것 등, 소설적인 재미를 추구하기 위한 장치라고만 보기에는 뒷맛이 씁쓸하다. 우리가 약소국 그랜드 펜윅의 입장인 것 같아서라기 보다는, 세계의 정치와 경제가 이런 식으로 돌아가는 것임을 눈으로 확인했기 때문이리라. 게다가 이 소설처럼 정의감과 사명감에 제 몸 하나를 불사르는 이가 있기나 할까.

소설은 소설이다. 약소국이 세계의 석유시장을 쟁탈한다는, 기분좋은 상상 속으로 쏙 빨려들어갈만큼 유쾌하고 즐거운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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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쉬 스토리
이사카 고타로 지음, 김소영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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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카 코타로님. 

님의 베스트소설집 [피쉬스토리]를 읽었습니다. 참 잘 쓰셨고, 정말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네 편 합쳐서 300페이지쯤 되니 아주 얇은 책은 아닌데, 너무 금방 읽어버려서 아까웠을 정도랍니다.

저는 사실 이 책으로 님을 처음 만났습니다. 이미 유명한 작가이신 것도 이 책의 소개글을 보고서야 알았습니다. 그런데 좀 신기하기도 합니다. 일본소설이 이렇게 와르르 쏟아져나온 것이 별로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일본 책 한 권이 나올 때마다 그 작가의 오랜 팬이라면서 그 작가의 다른 작품 뭐, 뭐, 뭐를 읽어보았다며 열광하는 분들이 많으니까요. 제가 소설을 좋아한다고는 하지만 엄청난 독서량을 자랑하는 것도 아니고, 전문가 수준의 지식을 가진 것도 아니니 제가 모르는 작가와 작품은 수도 없이 많습니다만, 그동안 이렇게나 인기있는 작가와 작품이 왜 한결같이 '지금', '동시에' 붐을 이루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님도 알고 계신가요? 요즘 우리나라 서점가에는 일본 소설이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가히 일류라 할 만합니다. 뭐, 일본 작가와 작품이라고 해서 색안경을 끼고 볼 필요는 없지만, 아무래도 요즘과 같은 일류 속에서는 저와 잘 맞는 작가와 작품을 선택하기가 어려운 점은 있습니다.

이런, [피쉬스토리]를 얘기하려고 했는데, 엉뚱한 얘기가 길었습니다. 

저는 처음 두 작품 [동물원의 엔진]과 [새크리파이스]가 특히 좋았습니다. 

[동물원의 엔진]은.. 어쩜 그렇게 저를 완벽하게 속아넘기셨는지요. 추리소설 읽는 것처럼 은근히 긴장하고 있다가 끝엔 크게 웃었습니다. 우리식 표현으로 유쾌하게 등짝을 탁 치면서 '내가 졌다'하는, 딱 그런 기분이었습니다.

[새크리파이스]는 독특했고, 제일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전 주인공이 자기도 모르게 그 마을의 비밀의 올가미에 걸릴 것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이번에도 제가 졌지요. 하지만 동물원같은 기분은 아니었습니다. 뭐랄까.. 주인공은 독자 대신 상황을 파악, 전달하고 마무리를 져주는 역할이어서 충분히 그 몇 배는 더 자극적으로 끌고 갈 수 있는 스토리인 것을 일부러 밋밋하게 가져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혹시 그것이 님의 스타일입니까? 두 단편을 읽고 그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거든요.

[피쉬스토리]는 표지그림이 워낙 인상적이었기 때문에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었던 작품입니다. 짧은 세 편의 단편이 하나로 묶인 단편. 이 형태도 특이하지만, 그것들이 시간을 오가며 작은 관계성을 가진 인물들의 이야기라는 님의 아이디어가 참 놀라웠습니다.

그리고 [포테이토칩]은 저와는 잘 맞지 않나봅니다. 등장인물이 몇 명 되지도 않는데, 누가 누구인지 자꾸 앞을 들춰보며 확인해야 했습니다. 낯선 일본 이름이 눈에 익지 않아서 그랬기도 했지만, 특히 초반부에선 잘 정리가 안 됩니다. 돌려 말하자면 흡입력이 떨어진다는 것이지요. 내용은 차라리 주인공의 정체를 몰랐을 때가 더 재미있습니다. 누구인지가 밝혀지고 나니 김이 쭉 빠지면서 많이 본 듯한 흔한 이야기가 된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솔직히 네 편 중에 제일 재미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책의 맨 뒤에 실린 님의 인터뷰를 보니, [포테이토칩]이 지금 님의 감각에 가장 가까운 것이라 마음에 든다고 하셨네요. 이런.. 저와는 비껴가는 인연일까요? 이 책에 실린 단편이 발표순서로 배열되어 있다고 하니, 저는 님의 초기 감각과 통하는가 봅니다. 그래도, 저와 통하느니 안통하느니와 상관없이 [피쉬스토리]로 님을 처음 만난 것 자체가 의미있는 만남으로 남을 것 같습니다. 전혀 몰랐던 작가에게 매력을 느끼게 한 작품이라면 그럴 만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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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이싸이드 학교 별난 아이들 창비아동문고 223
루이스 새커 지음, 김영선 옮김, 김중석 그림 / 창비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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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개 교실이 가로로 나란히 있는 단층 건물로 지으려다 실수(!)로 세로로 나란한 30층짜리 건물로 지어진 웨이싸이드 학교. 학교가 가진 특이하고 재미있는 외모만큼이나 [웨이싸이드 학교 별난 아이들]에 실린 서른 가지 이야기는 여간해선 따라잡을 수 없을만큼 특이하고 재미있다.

1번부터 30번까지 번호가 붙은 각 장의 제목은 이 학교 건물 30층에 위치한 학급의 선생님과 학생들의 이름이고, 각 장은 대개 '누구누구는 이렇고 저렇게 생긴 아이야.'로 시작한다. 미국학교의 학생들이니 얼마나 각양각색으로 생겼겠는가. 눈동자나 머리 색깔, 피부 색깔, 키가 큰지 작은지, 뚱뚱한지 날씬한지 등, 그 다양한 외모처럼 아이들 한 명 한 명이 또 얼마나 다양한 캐릭터를 가진 인물인지 모른다. 그래서 이 학교의 이 아이들은 상상력이란 상상력은 모조리 동원한 캐릭터의 집합체와 같고, 그 상상력에 혀를 내두를 정도다.

말썽을 피우거나 마음에 들지 않는 아이들을 사과로 만들어버리는 마법사같은 고프 선생님이 1번으로 등장하면서 그 상상력이 범상치않음을 예감할 수 있다. 사과와 함께 떠난 고프선생님 뒤를 이어 담임을 맡게된 주얼스 선생님 또한 만만치 않으니, 이제부턴 주얼스 선생님의 삼진아웃 '경고'법칙과 도저히 선생님이라고 여겨지지 않는 럭비공과 같은 가르침 아래에서 웨이싸이드 학교 별난 아이들의 학교 생활이 펼쳐진다.

수업시간엔 멍하니 창밖을 보거나 조는 아이, 셰리가 창밖으로 굴러 떨어지는 도중에 눈을 뜨곤 무슨 생각을 했을까? 실제로는 없는 아무개 선생님에게 있지도 않은 쪽지를 전해주라는 주얼스 선생님의 명을 받은 캘빈은 어떻게 이 난관을 헤쳐갈까? 비오는 날 고약한 냄새를 풍기며 전학온 아이의 비옷은 도대체 몇 겹일까? 발가락이 필요없어서 하나에 천 원씩 팔기로 한 레슬리는 결국 발가락을 팔았을까, 아니면 머리카락을 잘랐을까? 단 30초의 할로윈 축제를 위해 도깨비 차림을 하고 학교에 온 스티븐은 엉터리로 답이 써지는 칠판에서 튀어나온 고프 선생님을 물리칠 수 있을까? 하하하. 사실 이 질문들 자체가 이해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안다. 하지만 어떡하겠는가? 이 책의 이야기가 그런 것을.

해설을 읽어보니, 미국에서 이 책이 출판된 후 엄청난 인기를 끌어 한 때는 이 책을 구하기조차 쉽지 않았다고 하고, 우습고 재미있으면서도 톡 쏘는 듯 날카로운 풍자가 있다고도 한다. 내 생각에도 충분히 인기를 끌 만큼 재미있고 특이하다. 다만 나로서는-한국인으로서는-막연하게 짐작할 수 밖에 없는, 매우 미국스러운 유머의 뒷맛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는 아쉬움이 남지만, 굳이 이야기가 가진 이면의 풍자를 읽으려 애쓰지 않는다면 문제될 것이 뭐 있겠는가.

또 가끔은 이렇게 순진하고 마음에 쏙 와닿는 글도 만날 수 있다 : "슬퍼하는 데는 이유가 있어야 해요. 하지만 기분이 좋은 데는 이유가 필요 없지요." (113쪽)

또 단 한 번이지만, 이렇게 완벽한 뒤통수치기 수법으로 웃어젖히게 만드는 글도 만날 수 있다 : 19장. (125쪽) - 이 장은 직접 읽어보시길. 내가 옮겨적으면 김 빠져서 재미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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