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이싸이드 학교 별난 아이들 창비아동문고 223
루이스 새커 지음, 김영선 옮김, 김중석 그림 / 창비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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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개 교실이 가로로 나란히 있는 단층 건물로 지으려다 실수(!)로 세로로 나란한 30층짜리 건물로 지어진 웨이싸이드 학교. 학교가 가진 특이하고 재미있는 외모만큼이나 [웨이싸이드 학교 별난 아이들]에 실린 서른 가지 이야기는 여간해선 따라잡을 수 없을만큼 특이하고 재미있다.

1번부터 30번까지 번호가 붙은 각 장의 제목은 이 학교 건물 30층에 위치한 학급의 선생님과 학생들의 이름이고, 각 장은 대개 '누구누구는 이렇고 저렇게 생긴 아이야.'로 시작한다. 미국학교의 학생들이니 얼마나 각양각색으로 생겼겠는가. 눈동자나 머리 색깔, 피부 색깔, 키가 큰지 작은지, 뚱뚱한지 날씬한지 등, 그 다양한 외모처럼 아이들 한 명 한 명이 또 얼마나 다양한 캐릭터를 가진 인물인지 모른다. 그래서 이 학교의 이 아이들은 상상력이란 상상력은 모조리 동원한 캐릭터의 집합체와 같고, 그 상상력에 혀를 내두를 정도다.

말썽을 피우거나 마음에 들지 않는 아이들을 사과로 만들어버리는 마법사같은 고프 선생님이 1번으로 등장하면서 그 상상력이 범상치않음을 예감할 수 있다. 사과와 함께 떠난 고프선생님 뒤를 이어 담임을 맡게된 주얼스 선생님 또한 만만치 않으니, 이제부턴 주얼스 선생님의 삼진아웃 '경고'법칙과 도저히 선생님이라고 여겨지지 않는 럭비공과 같은 가르침 아래에서 웨이싸이드 학교 별난 아이들의 학교 생활이 펼쳐진다.

수업시간엔 멍하니 창밖을 보거나 조는 아이, 셰리가 창밖으로 굴러 떨어지는 도중에 눈을 뜨곤 무슨 생각을 했을까? 실제로는 없는 아무개 선생님에게 있지도 않은 쪽지를 전해주라는 주얼스 선생님의 명을 받은 캘빈은 어떻게 이 난관을 헤쳐갈까? 비오는 날 고약한 냄새를 풍기며 전학온 아이의 비옷은 도대체 몇 겹일까? 발가락이 필요없어서 하나에 천 원씩 팔기로 한 레슬리는 결국 발가락을 팔았을까, 아니면 머리카락을 잘랐을까? 단 30초의 할로윈 축제를 위해 도깨비 차림을 하고 학교에 온 스티븐은 엉터리로 답이 써지는 칠판에서 튀어나온 고프 선생님을 물리칠 수 있을까? 하하하. 사실 이 질문들 자체가 이해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안다. 하지만 어떡하겠는가? 이 책의 이야기가 그런 것을.

해설을 읽어보니, 미국에서 이 책이 출판된 후 엄청난 인기를 끌어 한 때는 이 책을 구하기조차 쉽지 않았다고 하고, 우습고 재미있으면서도 톡 쏘는 듯 날카로운 풍자가 있다고도 한다. 내 생각에도 충분히 인기를 끌 만큼 재미있고 특이하다. 다만 나로서는-한국인으로서는-막연하게 짐작할 수 밖에 없는, 매우 미국스러운 유머의 뒷맛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는 아쉬움이 남지만, 굳이 이야기가 가진 이면의 풍자를 읽으려 애쓰지 않는다면 문제될 것이 뭐 있겠는가.

또 가끔은 이렇게 순진하고 마음에 쏙 와닿는 글도 만날 수 있다 : "슬퍼하는 데는 이유가 있어야 해요. 하지만 기분이 좋은 데는 이유가 필요 없지요." (113쪽)

또 단 한 번이지만, 이렇게 완벽한 뒤통수치기 수법으로 웃어젖히게 만드는 글도 만날 수 있다 : 19장. (125쪽) - 이 장은 직접 읽어보시길. 내가 옮겨적으면 김 빠져서 재미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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