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엇 아저씨의 행복한 사진첩 좋은책어린이문고 4
캐시 스틴슨 글, 캐시아 차코 그림 / 좋은책어린이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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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엇 아저씨는 초등학교 수위 아저씨. 자신의 일을 좋아하고 아이들을 좋아하는 아저씨는 늘 푸근한 웃음과 넉넉한 사랑을 나눠주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아저씨인 줄 알았는데, 사실은 말 못하는 고민이 있었답니다. 때로 학교 학생들이 묻거나 손녀딸이 동화책 읽어달라는 것을 애써 외면할 수 밖에 없는 이유, 글을 읽지 못한다는 고민이었지요. 그러던 어느날 공부를 못한다는 이유로 따돌림을 받는 학생을 격려하면서 엘리엇 아저씨는 자기 자신도 격려했어요. "더 이상 미룰 수 없어, 포기하지 마. 할 수 있어!" 엘리엇 아저씨는 읽기 공부를 시작했고, 열심히 공부했어요. 하지만 쉽지는 않았지요. 포기하고 싶었어요. 공부하기엔 너무 늙었다고도 생각했고요. 아저씨는 포기했을까요?  

[엘리엇 아저씨의 행복한 사진첩]은 짧지 동화이지만 감동적인 배움의 행복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글을 읽지 못하기에 느끼는 아저씨의 슬픔과 갈등, 읽기를 배우면서 느끼는 흥분과 희망, 그리고 드디어 글을 읽게 되었다고 당당하게 이야기할 때 아저씨의 기쁨과 감동이 잔잔한 글 속에서, 또 세밀화와 같은 사진 속에서 고스란히 전해진다.       

글을 읽지 못하는 어른이, 또는 아이들이 있다는 것을 요즘 아이들은 잘 모른다. 자기네들처럼 모두가 학교에서 공부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니 무리도 아니다. 나의 딸도 가끔 신문에 실리는 노인학교, 한글학교 기사를 보면 사실일까, 왜일까를 묻는다. 하지만 그것이 사실인지 이유가 무엇인지를 떠나 정말 중요한 것은 그 분들의 배움을 향한 소망과 정성과 노력이 아니겠는가. 엘리엇 아저씨의 행복한 사진첩에 담긴 소중하고 아름다운 행복사진들에서, 배움에 감사하고 배움에 기뻐하는 행복의 의미를 우리 아이들도 함께 느껴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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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하면 살판 - 놀이꾼 삶을 가꾸는 사람들 꾼.장이 2
선자은 글, 이수진 그림, 임재해 감수 / 사파리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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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옛 놀이문화를 동화로 소개하는 그림책 [잘하면 살판]. 놀이패의 살판쇠(텀블링을 연상시키는 재주꾼)를 주인공으로 하여, 재주꾼에겐 운명과도 같은 놀이 한 판의 신명을 이야기하고, 그가 가진 재주 덕분에 아기를 위험에서 구하여 가족을 건사하는 이야기. 마지막 장에는 놀이패의 구성과 그들의 재주를 간략하게 소개하는 부록이 실렸다. 

그런데 이미 우리 문화와 전통을 담은 책들이 쏟아져나오고 있는 중에 만난 이 책은 크게 인상적이거나 재미있지는 않다는 게 나의 솔직한 느낌. 문화와 전통 안에서 찾을 수 있는 마땅한 소재들은 이미 다른 책에서 다루고 있기 때문에 '놀이패'라는 소재가 그다지 색다르지 않고, 이야기 자체도 살판쇠의 재주가 신기해보이기는 하지만 매력적이라고까지 말하기는 어렵다. 놀이패의 한 인물을 주인공으로 한 이야기를 따로 엮지 않고, 놀이패의 신나고 흥겨운 놀이 한 판을 묘사하는 이야기였더라면 더 낫지 않았을까 싶다. 

이야기보다는 그림이 훨씬 좋다. 판화처럼 조각도로 파낸 획(劃)들이 놀이판의 리듬과 흥을 잘 살려주었고, 재주꾼이 몸을 움직일 때마다 불끈불끈 솟는 근육처럼 생동감이 느껴진다. 그림만큼은 놓치기 아까운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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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라도에서 생긴 일
이제하 지음 / 세계사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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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내게 진짜 권총 한 자루가 생긴다면?'이라는 설정만으로도 [능라도에서 생긴 일]에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었다. 병역의 의무를 갖지 않는 여성으로 태어났으니 실제로 내 손에 진짜 권총을 잡아본 일 없고 앞으로도 그럴 일 없겠지만, 큰 오락실이나 유원지같은 곳에서 총쏘기 게임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나로서는 이 책을 덥석 집어들 수밖에.      

능라도에서 만난 인연들이 모처에서 회동을 갖는다. 그 자리에 불쑥 나타난 권총. 모임에 참석했던 사람들은 이 무기를 코끼리로 명명하고, 누구든 이 코끼리와의 자의적인 동행을 할 수 있기로 결정한다. 그리고 사람들은 각자 코끼리를 데려가야 할 이유를 떠올리기 시작한다.  

하기야, 마음 속에 응어리 하나 없는 사람이 있겠는가. 죽이고 싶도록 미운 사람도 있을 것이고, 그렇게까진 아니어도 오금이 저릿저릿하게 따끔한 맛을 보여주고 싶은 사람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에선 어디까지나 상상일 뿐이었던 상상은 눈 앞에서 구체화된 도구를 빌미로 마음 한 켠에서 숨죽이고 있던 감정과 욕구를 들쑤시기에 이르니, 과연 사람의 마음은 도구에 의해 점령당하는 연약한 존재였던가, 씁쓸하기도 하다. 결국 코끼리는 각자의 마음 속에 응어리져있던 원망과 절망과 슬픔을 폭발시키는 도구였고, 또 해소시키는 도구였다.    

그런데 나는 [능라도에서 생긴 일]에서, 권총에 혹하여 시작한 독서이지만, 사람과 사람과의 소통의 문제에 더 깊이 매료되었다. 코끼리로 인해 드러난 원망과 절망과 슬픔의 근원은 소통의 단절이었고, 실상 능라도 역시 허공에서 떠도는 의미없는 소통의 공간이 아니었던가. 개인으로 구성되는 집합체임에도 불구하고 가족 안에서, 대중 속에서, 사회 속에서 겉도는 개인이 생성되는 모순. 능라도에 모인 사람들의 모습이 낯설지 않다. 그들이, 또 내가 능라도에서 얻고자 했던 것이야말로 진정한 소통이 아니었을까. 그렇지 않았다면 능라도도, 능라도에서 생긴 일도 아예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제하 작가는 이 책에서 얼핏 민족과 사상을 언급했고, 판타지적 결말로 무엇인가 말하고자 했던 듯 한데, 그것에 대해서는 나로선 제대로 감잡을 수 없으니 유구무언. 하지만 [능라도에서 생긴 일]에서 권총과 소통을 읽는 것만도 내겐 충분히 의미있는 독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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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콕콕 우리가족 체험학습 현명한 부모를 위한 10분 자녀교육 5
편경애 지음, 김은숙 감수 / 주니어김영사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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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체험학습의 본격적인 장이 열리는 여름방학이다. 교과과정이 (특히 초등학생에겐) 과거에 비해 체험과 현장학습에 훨씬 더 큰 비중을 두고 있고, '놀토제도' 덕분에 보다 적극적인 야외활동이 붐을 타고 있으니, 시공간의 제약으로부터 한층 더 자유로울 수 있는 방학기간은 온몸으로 부딪히며 머리와 가슴에 남는 학습을 하기에 참 좋은 기회.  

하지만, 체험학습에 도가 튼 엄마들도 많은 반면, 더 많은 수의 대다수 엄마들은-나를 포함하여-어디에서 정보를 얻어 어떻게 참여하고 무엇을 알게 되며 어떤 방법으로 마무리해야 할지 고민이다. 다른 아이들 못지 않게, 아니 그보다 더 알차고 기억에 남는 체험학습을 시키거나 함께 하고 싶지만, 몸 고생 마음 고생으로 괜한 걸음만 했다는 후회가 남지 않으려면 [핵심콕콕 우리가족 체험학습]에 실린 내용을 한 번쯤은 눈여겨볼 만하다. 

[핵심콕콕 우리가족 체험학습]은 체험학습의 성격을 크게 역사와 전통, 환경과 생태, 과학, 문화와 예술의 네 개 파트로 나누어 각 파트에 어울리는 기관과 장소를 정리했고, 그 기관과 장소에 대한 정보의 양과 깊이가 평범한 대다수의 엄마들에게 적당한 수준이다. 또 체험학습의 주인공이 될 어린이 역시 체험 전에 미리 알아두면 효과를 높일 정보들이라서 사전 준비학습 차원으로도 괜찮은 편이다. 특히 체험학습 후 활동자료나 실천사항도 수록하고 있어서 체험학습의 마무리까지 깔끔하게 처리. 다만 사진자료가 거의 없다는 것, 있어도 작은 흑백사진이라는 게 흠이다.  

일단 마음에 드는 기관이나 장소를 정하면 해당 사이트 등에서 관련자료를 더 찾아보는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체험학습에 대한 전체적인 밑그림을 그릴 수 있는 길라잡이로 괜찮다. 너무 얕은 정보여서 실망스럽거나 반대로 너무 깊은 정보여서 부담감을 갖게 되는 책이 아니어서 좋다. 정보의 홍수 속에 살고 있어도 정작 내게 필요한 정보를 찾기란 어려운 일. 아직은 [핵심콕콕 우리가족 체험학습]에서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움직여보지는 못했지만, 적어도 방학동안 우리가족 어디에서 무엇을 해야 할지 갈피를 못잡고 헤맬 일은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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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개 1
김별아 지음 / 문이당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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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별아 작가는 모두가 다 아는 듯 누구도 제대로 안다고 말할 수 없는 여인, 논개에게 빛을 밝혀 눈부시게 하고 싶다고, 길고 긴 서문에서 밝혔다. 그러나 "나는 어떤 빛으로 그녀를 눈부시게 할 것인가?"라고 물음표로 마친 작가의 이 문장과도 같이 [논개]에서 논개는 어떤 빛으로 빛나고 있는지 나는 여전히 종잡을 수 없다. 

과거 논개가 보잘 것 없는 여자이자 기생의 신분으로 왜장을 끌어안고 투신함으로서 놀라운 애국심을 보여주었다는 비루한 통념을 넘어, 작가의 손에서 탄생한 올곧고 단아한 여인, 주씨성의 논개는 가엾고도 아름답다. 비록 쇠락한 양반가의 여식이었지만 부모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영글게 자라났고, 비천한 신분으로 떨어졌을망정 제 본분에 충실했으며, 높고 높아 감히 우러르기조차 어려웠던 님과의 사랑이 절절했고, 님의 마지막을 같지만 다른 방식으로 뒤따랐다. 그런데 [논개]의 논개는 그것뿐이다. 설마하니 기생이 아닌 양반이라는 데 빛을 비춘 것은 아닐 테고, 그렇다면 논개는 애절한 사랑의 주인공으로 눈이 부신가? 혹은 애국열녀의 비장함과 숭고함으로?  

두 권 분량의 장편소설 [논개]는 시작이 좋다. 굵은 기둥에 자잘하고 소소한, 동시에 감초처럼 입안을 달게 만드는 곁가지가 잘 뻗은 아름드리 나무마냥 이야기가 풍성하다. 단지 논개 일인에게 초점을 두지 않고 그 시대 신분사회의 부조리와, 천한 무지렁이로 짓밟히는 민초들의 처절한 삶과, 전쟁과, 우국충정과, 사랑. 그러나 이 이야기들은 풍성함이 지나쳐 결국은 넘치고야 말았다. 차라리 1권의 시작에서처럼 논개를 굵은 기둥으로 놓고 다른 것들은 자잘한 곁가지로 놔두었다면 논개를 향한 빛줄기는 깔끔하게 갈무리되었을 것이다. 작가는 너무 많은 이야기를 같은 무게로 [논개]에 얹으려 했기에, 이야기가 한창 무르익어 클라이맥스로 치닫는 2권의 마지막은 오히려 허했고, 논개를 향한 빛줄기는 흐트러졌다.

이야기를 장황하고 거대하게 부풀려가는 것이 김별아 작가의 특징이자 개성인 건가. 내가 [미실]을 반도 읽지 못하고 접어버렸으니 읽었다고 할 수도 없고 읽지 않았다고 할 수도 없는 애매한 입장이지만, 적어도 1권은 [미실]보다 훨씬 실하여 눈에 쏙쏙 들어오더라만 2권의 허허로움은 앞서 만족스러웠던 느낌조차 무색하게 만드니 오호통재라. "자기가 쓰고자 하는 것보다는 자기가 쓸 수 있고, 쓸 수밖에 없는 것을 쓴다"고 고백한 것은 작가의 아쉬움인지, 자부심인지 알 수 없으니 이 또한 씁쓸하다. 

그리하여 [논개]의 논개는 어떤 빛으로 눈부신 것인지 알 수 없다. 이것인가 싶으면 저것이고, 저것인가 싶으면 이도 저도 아닌 것 같으니, 제대로 한줄기 빛을 받지 못하고 여기저기에서 산발적으로 비춰드는 빛에 드러났다 감춰졌다 하는 정체가 모호한 눈부심이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어(古語)는 아니되 역사소설의 느낌을 물씬 풍기는 화려한 단어에의 집착과, 아마도 쓰기 이전에 들였을 자료조사와 고증에의 상당한 노력과, 크고 작은 단초로 시작하여 자신의 상상력을 유감없이 보태었을 작가의 애씀이 묻어나 안타깝다. 안타깝지만 거기까지다. 안타까워도 거기까지라는 것이 진정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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