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쟁이 할아버지의 집짓기
아오야마 쿠니히코 글 그림, 이경민 옮김 / 사파리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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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의 묘미는 무엇보다 그림을 읽는 재미에 있다. 아무래도 글을 읽지 못하는 유아동에겐 글보다 그림이 훨씬 더 강렬하게 어필할 것이고, 실제로 그림 덕분에 인기를 끄는 그림책이 상당수다.  

[난쟁이 할아버지의 집짓기] 역시 그림이 돋보이는 그림책. 숲 속에 사는 난쟁이 할아버지가 집을 짓기 위해 그려놓은 설계도가 자꾸자꾸 바뀌어가는 모습이 재미있다. 새 집에서 같이 살고싶어하는 동물들이 하나 둘 늘어갈 때마다 원래 도면에 방 하나씩을 더 그려넣은 부분적인 변경도면을 테이프로 덕지덕지 붙여놓고, 빨간 펜으로 수정해놓은 설계도. 설계도는 그렇게 누더기가 되었지만, 완성된 새 집의 모습은 오~ 숲 속 모든 동물들을 위한 멋진 집이다. 누더기 설계도 옆에 새 집이 들어선 모습은 가히 압권.       

그림이 훌륭하다고 했지만, 그렇다고 글을 뒤로 놓기에는 아깝다. 꼬장꼬장한 난쟁이 할아버지가 꿈꾸었던 집과는 완전히 딴판인 집이 완성되었지만, 그 안에서 북적거리는 동물들을 바라보며 다시 새로운 설계도를 그릴 수 밖에 없게 된 이야기가 아주 좋다. 할아버지마음을 직접적으로 묘사하지 않았어도 그 마음이 충분히 전해지는 따뜻한 이야기. 

그나저나, 난쟁이 할아버지가 다시 그리고 있는 새 설계도 대로 집을 지을 수 있을까?...는 의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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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 사쿠라 - 일본에서 건너온 서울대공원 인기짱 사쿠라 이야기
김황 지음, 박숙경 옮김 / 창비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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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이도 중급의 퀴즈 하나. "이 땅 위에서 사는 가장 덩치가 큰 동물은 무엇일까?"
정답은 "코끼리" (드래그하면 정답이 보입니다) 

난이도 고급의 퀴즈 하나. "코끼리는 우리나라 토종일까, 아닐까?" 
정답은 "아니다." (역시 드래그하세요)

우리나라 최초의 코끼리는 조선 태종 때 일본이 친선의 뜻으로 선물한 코끼리라고 한다. 그런데 그 코끼리는 희안한(?) 연유로 귀양을 가게 되었고, 먹이를 너무 많이 먹는 탓에 조선 팔도 이곳저곳으로 귀양지를 옮겨야만 했다고 한다.  

[코끼리 사쿠라]에는 아직까지 널리 알려지지 않은 우리나라의 코끼리 역사가 담겼다. 동물이 좋아 사육사가 되고 싶었지만 현재는 동물 전문 기자가 된 재일 한국인이 쓴 이 책은 우연한 기회에 일본에서 한국으로 건너간 코끼리를 취재하면서 알게된 사실을 어린이 눈높이에서 쉽고 재미있게 기록한 넌픽션이다. 

'사쿠라'라는 이름을 가진 코끼리의 행적을 쫓는 취재과정이 중심에 놓여있고, 그 과정에서 일본과 한국과의 미묘한 관계가 자연스레 언급된다. 특히 조선의 궁궐이었던 창경궁을 일제시대에 창경원으로, 창경원을 다시 창경궁으로 복원한 우리의 아픈 역사도 다루고 있다. 또 아시아 코끼리와 아프리카 코끼리의 차이점, 현재 서울랜드에 있는 코끼리들, 사육사의 이모저모 등이 사진과 함께 실려있어서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흥미로운 이야기거리가 풍부하여 상당히 흥미롭다. 

동물에 관심이 많은 나의 딸. [코끼리 사쿠라]를 쉬지않고 단번에 읽고나서 하는 말, "엄마, 당장 서울랜드에 가자. 사쿠라 보고 싶어!" 나 역시 동물도감이나 여타 지식책과는 차원이 다른, 이 생생하고 따뜻한 코끼리 이야기에 매료되었으니, 우리는 동물원에 가야만 할 공통의 이유를 갖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난이도에 상관없는 퀴즈 하나. "서울랜드 동물 중 인기 순위 3위로 뽑힌 동물은 무엇/누구일까? "
정답은.. 드래그할 필요도 없이 다 나왔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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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09-02 2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퀴즈가 곁들어진 재미난 글이네요.^^ 서울랜드의 인기 코끼리 사쿠라를 만나보고 싶군요.
 
클루북 세트 - 전4권
던칸 크로스비 지음, 히도 반 헤네흐텐 그림, 서남희 옮김 / 보림큐비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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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오랜만에 눈에 띄는 유아책을 만났어요. 이름하여 클루북이라고 하네요. clue - 수수께끼를 푸는 실마리라는 뜻이 제대로 맞는 책이지요. 

세로로 길쭉한 모양의 책을 편 후 오른쪽 페이지를 계속해서 펴나가면 점점 크기가 커지는 책 안에 새로운 그림들이 나타납니다. 즉, 앞 그림의 일부분이 뒷 그림의 일부분으로 포함되는 것이지요. 

각각 달팽이, 개구리, 생죄, 고양이로부터 시작하는 4권짜리 세트. 이어지는 그림이 가장 무난하고 자연스러운 것은 [개구리일까, 아닐까?]와 [생쥐일까, 아닐까?]인데, 그래서 좀 심심하다는 생각도 들어요. 재미있는 그림으로 치자면 [고양이일까, 아닐까?]지요. 고양이에서 시작한 그림이 오징어로 발전(?)하는 것을 보곤 무릎을 탁 쳤거든요. 

코팅된 두꺼운 종이로 만든 이 책은 완전히 접어두었을 때 모양이 잘 잡히도록 오른쪽의 펼쳐지는 페이지 너비가 순차적으로 아주 조금씩(1-2mm) 작게 되어있는 것을 보니, 신경써서 잘 만들었다는 생각도 듭니다. 

이제 30개월된 저의 아이는 페이지를 펼칠 때마다 변화하는 그림을 보면서 놀라움의 탄성을 질렀답니다. 완전히 펼쳐놓았을 때 전체적으로 약간 위로 휘어지는 것과, 다시 원래대로 접을 때 아직 동작이 미숙하여 잘 접지 못한다는 것 때문에 약간 짜증을 내기도 합니다만. 

상상력과 창의력 키우기에 도움이 될 것 같아요. 또 조금 큰 아이에겐 단서가 될 그림을 하나 주고나서 클루북을 직접 만들어보자고 하는 것도 좋겠구요. 좋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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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터의 왕 - 바람직한 친구 관계 만들기 I LOVE 그림책
필리스 레이놀즈 네일러 지음, 놀라 랭그너 멀론 그림, 이옥용 옮김 / 보물창고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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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다. 신기하게 꼭 그렇다. 아이들끼리 노는 모습을 잘 관찰하면 꼭 왕처럼 군림하려는 아이가 있다. 중세 로마의 폭군 뺨칠 만큼 고약한 짓을 하는 아이도. 

[놀이터의 왕]은 놀이터에서, 아이들끼리의 놀이에서 벌어질 수 있는 흔하지만 아주 중요한 사건인 '내 아이가 당하는(!) 처지에 있을 때'를 소재로 한다. 생각만 해도 얼굴이 울그락불그락, 근육이 울뚝불뚝 솟을 일이다. 내 아이가 당하고 있다니! 반응도 가지각색일 것이다. 당하는 아이를 되잡아 끌고가 왕같은 아이를 크게 혼내던지, 심하면 왕의 엄마에게 항의하던지, 그도 아니면 당하는 내 아이를 닥달하던지..

이성적으로 생각하면이야 어떤 식으로 어떻게 해결해야 할 것인지 자명하지만, 실제로 그런 일에 닥치면 이성보다 감성이 앞서기 쉽다. 하지만 기억하자. 놀이터의 왕에게 당하고 온 아이에게 이 책의 아빠는 어떻게 했는지!  

이 책의 아빠는 참으로 현명하다. 몇 마디 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매우 교육적이고 효과적으로, 즉각적인 문제해결 능력을 북돋운다. 유아동 그림책이지만, 부모에게도 강한 메시지를 전해준다.  

책을 읽는 유아동 독자 역시 큰 도움을 받을 것이다. 자신이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왜 그래야 하는지, 스스로 생각할 수 있다. 또는 최소한 이 책을 부모와 함께 읽음으로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것이다. 마지막으로 그 어떤 친구와도 함께 놀 수 있는 방법을 저절로 알게 될 것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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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와 보랏빛 구두 조약돌 문고 5
홍종의 지음, 이현주 그림 / 섬아이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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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감한 생략과 은유. [소나무와 보랏빛 구두]는 저학년 대상의 동화에선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이야기 전개방식이 눈에 띈다. 

소나무가 아파하고 청솔모가 까불대는 첫 장면은 비교적 평이한 동화의 시작이지만, 다리를 다친 상아와 미국에서 급히 귀국해온 엄마, 그리고 심한 부상으로 안정을 취해야하는 아빠, 이 세 명의 이야기는 매우 심오하다. 

상아가 잃어버린 보랏빛 구두 한 짝을 그렇게 애타게 찾으려 했던 이유에 마음 아픈 한편, 무진 애를 쓰며 성공을 향해 가는 도중 갑작스러운 귀국으로 일과 가족 중 한가지만 선택해야하는 엄마의 운명 또한 안타깝기 그지 없다. 상아와 엄마의 가교 역할을 하는 아빠는 앞의 두 등장인물보다 묘사가 상대적으로 덜 구체적인데, 이 동화를 깔끔하게 마무리짓는 역할로는 손색없다.  

그러나! 엄마를 그리워하는 상아의 마음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 이야기를 읽으며 마음 한 켠 개운하지 못한 이유 두 가지. 

애초에 엄마가 미국으로 가기로 한 것이 어려운 결정이었음에 틀림없을 터. 그렇다면 상아와 아빠는 아쉽고 속상하지만 엄마를 보내주고 마음으로 힘껏 응원해줄 수는 없었을까? 또 상아와 아빠를 돌보기 위해 귀국하여 자신의 성공을 미루어야 할(혹은 포기해야 할) 상황이었다면 미안하다거나 고맙다는 한 마디 정도는 해주어야 했지 않았을까? 

또한 이 동화가 의식적으로 의도한 바는 아니었겠지만, 엄마와 아빠와 아이가 모두 한 곳에서 함께 있어야만 가장 안정적이고 바람직한 가족의 모습이라고 말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특히 아빠가 엄마에게 건네는 한 마디, "당신과 나는 상아의 구두야. 두 짝이 다 있어야 상아가 걸을 수 있지."는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매우 상반된 결과를 가져온다. 편부, 편모, 또는 조부모의 보살핌을 받는 아이들이 존재하는 한 다소 위태로운 발언이 아닐까? 

이야기의 구도와 소재는 괜찮았지만, 결과적으로는 그닥 개운하지 못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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