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스테르담
이언 매큐언 지음, 박경희 옮김 / Media2.0(미디어 2.0)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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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작곡가 클라이브, 유력 일간지 편집국장 버넌. 이 두 남자가 우정을 나누기 전인지 후인지는 책 안에서 밝히고 있지는 않지만 그들이 한번씩 사랑을 나누었던 여인 몰리의 장례식장에서 [암스테르담]의 이야기는 시작된다. 한 여인에 대한 각자 다른 기억을 가진 두 남자가 같은 자리에서 여인을 기리고 있는 이 장면에서 [암스테르담]의 주요 인물이 모두 등장하는데, 도입부 이후 이야기는 실상 클라이브와 버넌, 두 남자가 중심이 되고 있다. 또 몰리가 남긴 사진이 발견되는 것이 이 이야기의 최대위기를 만들어내는 주요사건이긴 하지만, 이 소설은 두 남자에 관한 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로 읽히는 독특한 구조를 가졌다.

당장 교향곡을 완성해내야 하는 클라이브. 그는 천재적인 재능을 갖고있다고 자부하지만 그게 말처럼 쉬운 게 아니어서 어떤 영감을 얻기 위해 산행을 떠나고. 한편 몰리의 사진을 입수해 저조한 구독률의 스트레스를 벗어나 단박에 대박을 터뜨릴 생각에 골몰하는 버넌. 그는 사진공개가 비도덕적이거나 사생활침해라고 주장하는 이들과 싸움을 벌여야 하고.

클라이브와 버넌의 이야기는 따로 또 같이 섞이면서 각자의 이야기는 이야기대로, 두 남자 사이의 이야기는 그것대로 순조롭게 잘 굴러간다. 사실 이 소설의 줄거리로 걸러보자면 한두줄 거리도 안될 이야기인 것을, 작가는 세밀한 묘사와 정교한 관계성을 살리는 데 공을 들인 흔적이 역력하여 전혀 지루할 새 없이 이야기에 끌려가고 만다. 물론, 이 소설의 클라이맥스는 두 남자가 암스테르담으로 향해 거기에서 벌어진 사건이 되겠지만, 그들이 암스테르담으로 향하기까지의 이야기는 예측할 수 없는 가운데 충분히 설득력있게 펼쳐지고 있다는 것이 이 소설에서 가장 돋보이는 매력이다.  

허나, 이 소설의 주제를 잡아내기는 쉽지 않다. 클라이브와 버넌, 그들의 잘못이라면 각자가 가진 신념과 열정에 의지해 행동했던 것인데, 그것이 옳든 그르든 운명의 장난처럼 두 사람의 우정을 몰락하게 만든-어쩌면 그것도 마지막 우정의 선물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이 세상의 아이러니를 그리고 싶었던 것일까. 만일 그렇다면 정말 제대로 그려냈고, 또 만일 그렇지 않더라도 그 아이러니를 바라보는 내내 조바심과 안타까움을 가졌던 꽤 인상깊은 이야기다. 짧은 소설이기도 하지만 속도감있는 글솜씨 덕분에 강렬하다.  감상해볼 만하다.  포인트는 두 남자가 암스테르담으로 향하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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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이 키운 아이
칼라 모리스 지음, 이상희 옮김, 브래드 스니드 그림 / 그린북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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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도서관 자료가 모두 전자화되어 예전처럼 사서의 도움을 받을 일이 적어졌지요. [도서관이 키운 아이]의 작가는 미국의 현직 사서라고 하네요. 그래서인지 이 책은 도서관에 대해서는 물론 사서의 역할을 소개하는 데 중점을 둔 그림책입니다.

주인공 꼬마 멜빈은 도서관에 가서 책을 읽는 것을 좋아했어요. 사서 아줌마들은 늘 멜빈을 반겨해주었고, 멜빈이 뭔가를 궁금해하거나 필요해하면 엄청나게 많고 유용한 정보를 쏜살같이 찾아내준답니다. 사서 아줌마들의 모습이 익살스럽게 표현되었고, 그들의 역할을 설명하는 상황설정도 재미있어요. 특히 멜빈이 커서 대학에 들어간 후, 다시 새로운 꼬마가 이 사서 아줌마들을 만날 때의 모습을 보면 아주 재미있지요. 같은 사서 아줌마들인데 조금 달라졌거든요.

지면은 그리 크지 않은데 시원시원하게 그린 그림이 보기 좋고, 아이와 사서들의 표정이 실제인 양 느껴집니다. 이 책에서처럼 이렇게 유쾌한 사서 아줌마들이 있는 도서관이라면 아이들이 더 즐겨찾을 것 같은 즐거운 그림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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랄프와 오토바이 시공주니어 문고 2단계 42
비벌리 클리어리 지음, 지혜연 옮김, 루이스 달링 그림 / 시공주니어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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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전통을 자랑하여 이제는 낡아 허름해진 어느 호텔의 215호실. 그 방 깊숙히 보금자리를 갖고 있는 생쥐 랄프네 가족, 그리고 그 방에 투숙하게 된 소년 키스네 가족. [랄프와 오토바이]는 랄프와 키스, 이 두 녀석의 '오토바이'로부터 시작된 만남 후  싸나이(!)로서의 진한 우정을 보여주는 이야기다. 

키스의 장난감 중 가장 멋지고 날렵하게 생긴 외모에 반한 랄프. 몰래 올라타긴 했지만 운전이 그리 쉽더냐. 쓰레기통으로 빠져버린 랄프와 오토바이를 발견한 키스는 착하게도 랄프와 친구가 되고, 키스의 배려로 오토바이를 타는 것은 물론 누가 흘린 빵부스러기보다 훨씬 맛난 땅콩버터샌드위치를 비롯한 성찬을 얻어먹게 된다. 그러던 어느날 밤 키스는 열이 올라 아파하는데 아스피린을 구할 수 없으니, 랄프는 드디어 오토바이를 타고 아스피린을 구하러 출동하기에 이르는데.

[랄프와 오토바이]는 생쥐 랄프에게 초점이 맞춰진 이야기다. 자기가 마음껏 오토바이를 탈 수 있게 해준 고마운 친구, 맛난 음식을 가져다주는 고마운 친구 키스에게 도움이 되고자 그에겐 미지와 모험의 세계인 호텔 1층으로 출동했고, 또 키스와의 약속을 지키고 싶어했던 우정이 빛을 발한다. 거기에 늘 자기가 머물던 자리를 떠나 낯선 세계를 경험하며 한층 성숙하는 랄프의 모습을 지켜보는 뿌듯함마저 느낄 수 있다. 동시에 약속을 어겼던 랄프를 이해하고 용서하며 끝까지 우정의 끈을 놓치 않았던 키스의 모습도 참 착한 아이로 그려져서 이 책을 읽는 내내 두 소년이 만들어내는 따뜻한 기운이 참 기분좋다. 

오토바이나 모험을 좋아하는 어린이가 읽는다면 더 재미있어할 동화다. 아마도 랄프의 이야기는 후속권에서도 계속 이어지는 듯. 큰 세상을 경험한 랄프의 앞으로의 이야기도 궁금하니, 딸 성화에 못이기는 척 후속권도 더 읽어보려한다. 물론 이 책이 재미있었던 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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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일락 피면 - 10대의 선택에 관한 여덟 편의 이야기 창비청소년문학 4
최인석 외 지음, 원종찬 / 창비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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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소설집 [라일락 피면]. 이 책이 출간되었을 때 청소년소설이라 자기정체성을 확실히 표명했고, 흔히 성인대상의 소설을 썼던 이름난 소설가들이 여기에 참여했다는 점에서 성인인 나 역시 끌리지 않을 수 없었다. 결론적으로 다 읽고 난 지금, 이 책이 표명한 자기정체성에는 동의하기 어렵지만 수록된 여덟 편의 단편들은 모두 썩 좋다.

10대 학생, 즉 청소년이 단편들의 주인공이다. 그러니 청소년이 겪고 느끼는 이야기이기는 한데, 전부 다 청소년과 교감하거나 그들이 공감할 이야기는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아이러니하게도 표제작인 <라일락 피면>이 가장 그러한데, 이야기의 배경인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한 이해가 (아마도) 부족한 청소년에게 과연 얼마나 어필할 수 있을까 의문이다. 물론 광주는 배경일 뿐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주인공이 연민을 갖는 대상인 옆방 여고생을 포함해 투쟁에 적극 참여하고 있는 친구나 형의 존재 의미와 그들의 행동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고서는 이 단편을 이해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영희가 O형을 선택한 이유>야말로 청소년의 생생한 입담과 어디로 튈지 모르는 생각의 전개가 담긴, 가장 청소년소설다운 이야기일 텐데, 거기다 재미까지 크다. 무슨 혈액형은 어떤 성격이라더라, 라는 흔한 이야기가 교실 안 학생들 사이의 설전으로 매우 흥미롭게 펼쳐진다. 혈액형 이야기가 전부는 아니지만, 그 긴장되고 치열한 설전을 즐기는 것만으로도 재미가 쏠쏠하니, 짧은 호흡과 통통 튀는 재기발랄함은 이 단편의 미덕.

<헤바>와 <널 위해 준비했어>도 청소년, 그냥 쉬운 말로 요즘 애들(!) 이야기. 사촌누나에게 연정을 품는 동생, 은둔생활을 하며 채팅으로만 소일하는 아이의 이야기는 이야기 자체로 재미있다.   

개인적으로 내가 가장 환호하는 작가인 성석제의 <내가 그린 히말라야시다 그림>은 청소년소설이라는 것을 접어두고 읽는다면 역시 성석제다. 두 주인공의 시점을 번갈아가며 전개되는 방식인데, 그들의 과거에 있었던 어떤 중요한 '사건'이 밝혀지지 않은 채로 잔뜩 조바심을 일으키게 만들더니 막바지에 그 '사건'을 밝히고 나서도 어쩜 그렇게 뻔뻔(?)하게도 능구렁이처럼 막을 내리던지. 성석제, 내가 좋아할 수 밖에 없는 작가다.

그 밖에 <너와 함께>, <굿바이, 메리 개리스마스>, <쉰아홉 개의 이빨>은 독특한 소재와 주제를 갖는데, 이 책 안에서 상대적으로 덜 특별한 인상이었으나 역시 재미있는 단편들이고. 

굳이 누구를 위한 책이라는 점에 얽매이지만 않는다면, 또 사실 어떤 책을 누가 읽느냐는 순전히 독자의 선택이므로 그림책이든 동화든 청소년소설이든 성인소설(18금이라는 뜻 말고..;;)이든, 즐겁고 의미있는 독서가 된다면 그것으로 된 것 아닐까. [라일락 피면]에 담긴 여덟 편의 단편들, 재미있다. 나는 그래서 그것으로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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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먼저야! - 내가 먼저 양보하는 마음 배우기 인성교육 보물창고 6
헬렌 레스터 지음, 린 먼싱어 그림, 서유라 옮김 / 보물창고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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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거톤에게.

핑거톤아, 안녕?

나는 오늘 네가 나오는 책 [내가 먼저야]를 읽고 너한테 편지를 쓰기로 했어. 왜냐하면 네가 웃기기도 하고 좀 불쌍하기도 해서 달래주려고 말이야 ㅋㅋ

너는 항상 뭐든지 일등만 하려고 했쟎아. 질서도 지키지 않고 무조건 '내가 먼저야'라고 외쳤으니까 그건 나쁜 행동이야. 하지만 네가 꼬마모래마녀를 만나서 고생하는 걸 보니 좀 안 됬더라. 그렇게 엄청 많은 설겆이도 하고, 청소도 하고, 발가락털까지 빗어줘야 하다니. 쯧쯧... 결국 네가 벌을 받은 거긴 하지만 그래도 솔직히 네가 불쌍했어. 만약 나라면 도망쳐나왔을 텐데 그래도 너는 끝까지 참고 다 하더라.

그런데 너는 샌드위치라는 말을 알았니? 나는 샌드위치랑 꼬마모래마녀랑 무슨 상관인지 몰라서 헷갈렸거든. 엄마한테 물어봐서 알긴 했는데, 너는 묻지도 않은 걸 보면 제법 똑똑한 걸~ ㅋㅋ 

이제 '내가 먼저야'라는 게 나쁜 행동이라는 걸 알았지? 앞으로는 그러지 마. 너도 나중엔 꼴등이어서 정말 좋다고 생각했쟎아. 그치?

그럼 안녕.

서울에서 유림이 누나가.

(초등 4학년의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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