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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에는 어떤 관청이 있었을까? - 나랏일 돌보던 곳, 관청 이야기, 박영규 선생님의 우리역사 깊이 읽기 ㅣ 박영규 선생님의 우리 역사 넓게 보기 1
박영규 지음, 구연산 그림 / 주니어김영사 / 2008년 2월
평점 :
얼마 전, 학교에서 돌아온 딸이 어린이신문에 난 이 책의 광고를 봤다면서 읽고 싶다고 하길래 좀 놀라고 반가웠다. 딸은 역사관련책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이런 부류의 책은 내 나름대로 신중하게 고르는 편인데도 절반은 성공이고 절반은 실패인데, 스스로 호기심을 표하는 책이니 나로서는 얼씨구나 안겨주었다.
[조선시대에는 어떤 관청이 있었을까?] 음.. 의정부, 이호예병형공, 집현전, 대략 이런 관청들이 생각나긴 하지만 생각해보니 별로 아는 것이 없다. -.-;; 이 책을 원했던 딸 역시 이제 초등 5학년이 되었으니 아는 것이 거의 없을 터. 그런데도 딸은 앉은 자리에서 다 읽어내고야 만다. 재미있단다. 무슨 영문일까?
읽어보니 그 이유를 나도 알겠다. 우선, 어린이독자에게 매력적인 컨텐츠와 만화 삽화가 단연 으뜸이다. 당연히 조선시대 관청의 이름과 그 역할을 소개하는 것이 주를 이루고 있되, 그 안에서 조선시대 사람들이 어떻게 살았는지를 엿보여주는 컨텐츠. 이를테면 '궁녀는 어떤 사람일까요?'(28쪽)에선 궁녀는 월급을 받는 공무원으로 지위에 따라 월급의 차이도 컸고, 왕과 왕비를 일대일로 만날 수 있었던 상궁은 막강 권력을 갖기도 했으며, 인생을 궁궐에서 고당한 삶을 살았으나 때로 임금의 눈에 들어 장희빈과 숙빈 최씨같이 후궁이 되기도 했다는 것. '포도청의 여자 형사, 다모'(75쪽)에선 남녀를 엄격히 구별했던 시대이니만큼 여자 범죄자를 수사하는데 다모가 꼭 필요했었고, '학교를 싫어한 왕족들'(126쪽)에선 과거를 치를 필요가 없는 왕족이어도 왕실전용 교육기관에서 공부하고 시험도 보았는데, 정종의 둘째 아들인 순평군은 40세가 넘도록 첫 교과서의 첫 장만 배우다 만 일자무식이었다는 일화를 소개하고 있으니, 어찌 재미있지 않을까. 또한 부드러운 느낌의 만화 삽화를 적재적소에 효과적으로 넣었고, 중간중간 등장하는 양쪽 페이지를 꽉 채운 삽화는 마치 관청 내부를 훤히 들여다보는 양 그 안에서 어떤 사람들이 어떤 일을 하는지가 눈에 쏙쏙 들어오게 꾸며졌다.
본문은 조곤조곤 얘기하듯 부드러운 설명체로 씌어 읽기에 편안하고, 궁궐부터 시작하여 지방관청으로 이어지는 전개 또한 전체의 체계를 잡고 이해하는데 용이한 방식이다. 만화 삽화를 비롯해 때때로 실사를 유효적절하게 사용했으며, 책의 전체적인 디자인과 편집에도 공을 들인 느낌이 든다. 특히 따분하거나 어렵다고 느낄 공산이 큰 조선 관청에 대한 지식을 조선인의 삶과 조화시켜 전달함으로서 어린이독자의 흥미를 끝까지 꽉 붙잡고 있는 것이야말로 이 책의 가장 큰 매력. 관청의 이름을 달달 외우려고 애쓰는 것보다는 그 체계를 이해하고 삶을 엿보는 즐거움이 더 큰 의미를 가지는 게 아니겠는가. 나무랄 데 없는 만족스러운 역사지식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