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의 정원 좋은책어린이문고 10
가브리엘 왕 지음, 김난령 옮김, 나오미양 그림 / 좋은책어린이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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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에 살고있는 중국인 가족. 아빠의 한의원에서 나는 오묘한 한약재 냄새 덕분에 '구린내 루'라고 놀림을 받는 주인공 소녀 미미는 중국 고유의 음식은 물론 전통 옷이나 행사같은 것을 고수하는 부모님의 생활방식때문에 속상하다. 못된 친구들이 놀리는 것이야 무시하면 그만이지만, 사실 속마음은 자기도 다른 친구들처럼 중국아이가 아닌 평범한 아이이고 싶었으니까 말이다.  

중국계 호주인 3세라는 [마법의 정원]의 작가, 자라면서 자기정체성으로 고민도 했다는 작가, 그래서인지 이 책의 주인공 미미의 모습은 솔직하면서도 사실적이다. 샌드위치 대신 젓가락으로 볶음밥을 점심도시락으로 싸오는 미미. 내가 남과 다르다는 것을, 또 남이 나와 다르다는 것을 제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이기엔 아직 어린 아이가 아닌가. 도시락처럼 사소한 것에서도 마음고생을 할 수 밖에 없는 미미에게 짠한 애정이 느껴진다.  

한편, 미미가 신비로운 파스텔로 마법의 정원을 그리고, 그 정원 안에서 정말 마법같은 일들이 벌어지고, 또 파스텔이 엉뚱한 사람의 손에 의해 위기를 만들어내기도 하는 이야기는 상당히 재미있고 의미있다. 미미가 자신의 정체성을 조금씩 깨달아가는 과정이고, 가족간의 사랑과 이해를 재삼 확인하는 과정이며, 또 다른 사람들과의 진정한 소통이기도 하다. 또 하나. [마법의 정원] 내내 솔솔 풍겨오는 중국의 향기가 꽤 인상적이다. 마법의 정원은 우리에겐 매우 익숙한 중국의 그림과 크게 다르지 않고, 미미의 엄마가 차린 찻집의 메뉴와 분위기가 중국 거리의 한 부분을 내온 듯 하다. 

아름다운 마법의 이야기. 중국의 향기가 나는 이야기. 오랜만에 만난 색다른 이 이야기가 참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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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여름 가을 겨울의 춤 자연그림책 보물창고 4
리바 무어 그레이 지음, 황윤영 옮김, 라울 콜론 그림 / 보물창고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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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코가 딱딱한 분홍색 신, 비행접시처럼 쭉 뻗은 허리춤의 치마, 뒤로 넘겨 꽉 붙들어 붙인 머리. 발레라고 하면 아마 사진같은 데서 보았었을 발레리나의 모습만 생각난다. 실은 발레라는 춤으로 뭔가를 표현하고 상징한다는 것은 내가 전혀 모르는 무언가를 상상하는 것처럼 막연하기만 한 일이다. 그런데 막연하나마 그 무언가를 상상할 수 있게 만든 그림책,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춤].  

발레리나가 쓴 글. 발레리나가 어렸을 적, 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을 맞을 때마다 엄마와 함께 그 계절을 만끽하고 축복하며 온 몸으로 뛰고 날고 구른다. 꼭 우아하고 고상할 필요는 없다. 개구리처럼 폴짝 뛰고, 비에 젖은 구릉에서 미끄럼을 타고, 발로 낙엽을 차고, 눈 위에서 팔다리를 펄럭이는 몸짓. 그렇게 실컷 놀고나면 엄마와 함께 차를 마시며 책 속에 낙엽을 끼워넣는. 발레리나가 회상하는 어렸을 적엔 늘 그렇게 엄마와 함께였다는 사실이 얼마나 마음 편안하고 행복한 기억인 것인지 절로 느껴진다. 그것이 발레이든 그냥 뛰어노는 것이든 상관없이. 

편안하고 행복한 느낌이 물씬 풍겨가는 그림 역시 보는 것만으로도 참 좋다. 뭔가를 흩뿌려놓은 것 같기도 하고 일부러 긁은 것같은 옅은 스크레치도 보인다. 이런 식의 그림 기법을 무어라 부르는지 전문용어는 알 수 없어도, 덕분에 눈을 감은 채 잔잔한 미소를 머금은 엄마와 딸의 얼굴에 담긴 행복, 그리고 부드럽게 움직이고 있는 팔과 다리와 몸이 정말 춤추고 있는 듯 경쾌하고 발랄한 생동감이 모두 살아있다. 또 계절마다 포근하고, 뜨겁고, 서늘하고, 추운 느낌까지도.  

발끝으로 서서 춤추는 발레까지는 아니더라도 새삼 자연을 온몸으로 느끼며 받아들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이왕이면 이 책의 모녀처럼 엄마와 아이가 함께 같은 느낌을 같은 몸짓으로 공유할 수 있기를. 또 후에 아이가 다 컸을 때 편안하고 행복했던 어린 시절을 회상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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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밤 학교에서 생긴 일 작은도서관 30
조영희 외 5인 지음, 신형건 엮음, 임수진 그림 / 푸른책들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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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동화집 [지난 밤 학교에서 생긴 일]을 읽으며 단편동화가 확실히 달라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내가 전문평론가처럼 동화를 완벽히 분석연구할 지식이나 내공이 부족하다 해도, 적어도 이 책에 실린 단편동화들의 색다름과 신선함은 지금껏 읽어보았던 그것들과 확연히 구분된다. 

초등학교를 배경으로 초등학생의 면면을 다룬 이 동화들은 실제 초등학교와 학생과 매우 밀착된 이야기임을 실감한다. 초등 5학년인 나의 딸이 학교에서 치르는 한자 쪽지시험을 싫어하는 것처럼 <말하는 책받침>의 주인공은 궁여지책으로 책받침에 컨닝할 글자를 적어놓았고, 공부를 잘하든 못하든 시험 스트레스에서 자유롭지 못한 아이들의 모습은 <지난 밤 학교에서 생긴 일>에서 만날 수 있다. 이 두 작품은 자유로운 상상력이 더해져 눈길을 끄는데, 책받침이 글자를 움직이게 만든다든가 여느 초등학교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유관순 그림과 세종대왕상이 활약하는 모습은 엉뚱하지만 그럴 듯한 설정으로 이야기 속에 잘 녹아들었다. 

또 요즘 아이들 사이에서 유행한다는 베.프.를 소재로 한 <단아가 울어 버린 까닭>, 멋진 남학생에게 연정을 품으며 성숙해가는 소녀의 짧은 성장소설같은 <소녀, 풍선껌을 불다>은 '요즘' 감각에 잘 맞는 재미있는 작품.  

<명랑스님의 러브 레터>와 <땅꾼 할배 일일 교사 체험기>는 개인적으로 가장 좋았던 두 작품인데, 전자는 동자승 학생과 담임선생님이 주고받는 편지글 형식으로 학생을 진정으로 이해하고 존중해주는 선생님과 그런 선생님에 대한 맑고 온전한 존경과 사랑을 담뿍 담은 학생의 이야기가 참 따뜻하고 기분좋다. 일일교사로 교단에 선 땅꾼 할배의 거침없는 사투리 입담에 웃지 않고는 못배길 <땅꾼 할배~>는 왕따문제와 세상 사람들이 가진 부모직업에 대한 편견과 무시같은 무거운 주제를 유쾌한 입담으로 포장한, 세련된 글솜씨가 일품. 

바르고 착하게 살자는 메시지를 전해주는 고전적인 동화로부터 진화하고 있음을 느낀다. 어린이독자는 바로 자기들의 이야기라 환호하고, 어른독자는 요즘 아이들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그런 동화. [지난 밤 학교에서 생긴 일]가 바로 그렇다는 얘기이고, 여섯 편의 동화가 말 그대로 형형색색 다채로와 골라 먹는 재미 뿐 아니라 전부 맛보는 재미까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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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에는 어떤 관청이 있었을까? - 나랏일 돌보던 곳, 관청 이야기, 박영규 선생님의 우리역사 깊이 읽기 박영규 선생님의 우리 역사 넓게 보기 1
박영규 지음, 구연산 그림 / 주니어김영사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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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학교에서 돌아온 딸이 어린이신문에 난 이 책의 광고를 봤다면서 읽고 싶다고 하길래 좀 놀라고 반가웠다. 딸은 역사관련책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이런 부류의 책은 내 나름대로 신중하게 고르는 편인데도 절반은 성공이고 절반은 실패인데, 스스로 호기심을 표하는 책이니 나로서는 얼씨구나 안겨주었다.

[조선시대에는 어떤 관청이 있었을까?] 음.. 의정부, 이호예병형공, 집현전, 대략 이런 관청들이 생각나긴 하지만 생각해보니 별로 아는 것이 없다. -.-;; 이 책을 원했던 딸 역시 이제 초등 5학년이 되었으니 아는 것이 거의 없을 터. 그런데도 딸은 앉은 자리에서 다 읽어내고야 만다. 재미있단다. 무슨 영문일까?

읽어보니 그 이유를 나도 알겠다. 우선, 어린이독자에게 매력적인 컨텐츠와 만화 삽화가 단연 으뜸이다. 당연히 조선시대 관청의 이름과 그 역할을 소개하는 것이 주를 이루고 있되, 그 안에서 조선시대 사람들이 어떻게 살았는지를 엿보여주는 컨텐츠. 이를테면 '궁녀는 어떤 사람일까요?'(28쪽)에선 궁녀는 월급을 받는 공무원으로 지위에 따라 월급의 차이도 컸고, 왕과 왕비를 일대일로 만날 수 있었던 상궁은 막강 권력을 갖기도 했으며, 인생을 궁궐에서 고당한 삶을 살았으나 때로 임금의 눈에 들어 장희빈과 숙빈 최씨같이 후궁이 되기도 했다는 것. '포도청의 여자 형사, 다모'(75쪽)에선 남녀를 엄격히 구별했던 시대이니만큼 여자 범죄자를 수사하는데 다모가 꼭 필요했었고, '학교를 싫어한 왕족들'(126쪽)에선 과거를 치를 필요가 없는 왕족이어도 왕실전용 교육기관에서 공부하고 시험도 보았는데, 정종의 둘째 아들인 순평군은 40세가 넘도록 첫 교과서의 첫 장만 배우다 만 일자무식이었다는 일화를 소개하고 있으니, 어찌 재미있지 않을까. 또한 부드러운 느낌의 만화 삽화를 적재적소에 효과적으로 넣었고, 중간중간 등장하는 양쪽 페이지를 꽉 채운 삽화는 마치 관청 내부를 훤히 들여다보는 양 그 안에서 어떤 사람들이 어떤 일을 하는지가 눈에 쏙쏙 들어오게 꾸며졌다. 

본문은 조곤조곤 얘기하듯 부드러운 설명체로 씌어 읽기에 편안하고, 궁궐부터 시작하여 지방관청으로 이어지는 전개 또한 전체의 체계를 잡고 이해하는데 용이한 방식이다. 만화 삽화를 비롯해 때때로 실사를 유효적절하게 사용했으며, 책의 전체적인 디자인과 편집에도 공을 들인 느낌이 든다. 특히 따분하거나 어렵다고 느낄 공산이 큰 조선 관청에 대한 지식을 조선인의 삶과 조화시켜 전달함으로서 어린이독자의 흥미를 끝까지 꽉 붙잡고 있는 것이야말로 이 책의 가장 큰 매력. 관청의 이름을 달달 외우려고 애쓰는 것보다는 그 체계를 이해하고 삶을 엿보는 즐거움이 더 큰 의미를 가지는 게 아니겠는가. 나무랄 데 없는 만족스러운 역사지식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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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주는 엄마 - 아이의 자신감을 키워주는 육아 코칭
이와이 도시노리, 시도 후지코 지음 / 파프리카(교문사)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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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히 알려져있는 사실, 상대가 누구이든 그와의 관계를 만들어나가는 데 '듣기'의 기술은 상호 이해와 공감, 밀착성과 친밀도를 좌우한다. 이것은 성인이 사회생활을 하며 부닥치는 대인관계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고, 영어공부할 때만 중요한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그 사실을 종종 잊는다는 게 딜레마.  특히 이미 끈끈한 관계가 형성된 사이에서, 아주 친한 친구사이나 부부, 부모사이에서 말이다.

 

각설하고. [들어주는 엄마]라는 이 책의 제목을 보자마자 그냥 조금 슬펐다. 내가 아이의 말을 잘 들어주는 엄마이든 아니든 상관없이 "엄마, 제발 내 말 좀 들어주세요."라는 말처럼 엄마들의 마음을 아주 깊게 흔드는 말도 많지 않으니까.

 

이 책에서 '듣기'는 聞이 아니라 聽을 의미한다. 관심있게, 주의깊게, 정확하게 듣기. 즉, 아이의 진심을 얼마나 잘 읽느냐가 부모와 아이의 관계형성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는가를 말하고 있는데, 아이가 하는 말 또는 행동에서 아이의 숨겨진 또는 의도하는 진심을 읽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도 제시하고 있다. 참고할 만한 방법이며, 수긍할 만하다. 또한, 부모가 '듣기'에 능하면 아이도 자연스럽게 '듣기'에 능하게 되어 친구들 사이에서 이른바 인기짱 베스트 프렌드로 꼽힐 수 있으니, '듣기'는 아이의 자신감과 용기까지도 키워주는 매우 중요한 기술이라고 말하고 있다. 역시 수긍할 만하다.

 

그런데 이 책의 메시지에 대해서는 충분히 수긍할 만하나, 책의 내용만으로는 평범한 육아서에 그친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듣기'를 중심으로 놓고는 있지만, 전체적으로 아이를 키우는 일에 대한 전반적이고 일반적인 지침이다. 말하자면 초심자용 육아서라는 느낌. 이미 몇 권의 육아서를 읽어본 부모라면, 또 만일 육아서를 다수 탐독해온 부모라면 이처럼 기초단계의 육아서는 그리 인상깊지 않을 것이라 생각된다. 물론, 역으로 말하면 이제 막 육아서를 읽기 시작하는 부모에게라면 육아의 전체적인 밑그림을 그리는 데 도움이 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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