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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밤 학교에서 생긴 일 ㅣ 작은도서관 30
조영희 외 5인 지음, 신형건 엮음, 임수진 그림 / 푸른책들 / 2008년 3월
평점 :
절판
단편동화집 [지난 밤 학교에서 생긴 일]을 읽으며 단편동화가 확실히 달라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내가 전문평론가처럼 동화를 완벽히 분석연구할 지식이나 내공이 부족하다 해도, 적어도 이 책에 실린 단편동화들의 색다름과 신선함은 지금껏 읽어보았던 그것들과 확연히 구분된다.
초등학교를 배경으로 초등학생의 면면을 다룬 이 동화들은 실제 초등학교와 학생과 매우 밀착된 이야기임을 실감한다. 초등 5학년인 나의 딸이 학교에서 치르는 한자 쪽지시험을 싫어하는 것처럼 <말하는 책받침>의 주인공은 궁여지책으로 책받침에 컨닝할 글자를 적어놓았고, 공부를 잘하든 못하든 시험 스트레스에서 자유롭지 못한 아이들의 모습은 <지난 밤 학교에서 생긴 일>에서 만날 수 있다. 이 두 작품은 자유로운 상상력이 더해져 눈길을 끄는데, 책받침이 글자를 움직이게 만든다든가 여느 초등학교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유관순 그림과 세종대왕상이 활약하는 모습은 엉뚱하지만 그럴 듯한 설정으로 이야기 속에 잘 녹아들었다.
또 요즘 아이들 사이에서 유행한다는 베.프.를 소재로 한 <단아가 울어 버린 까닭>, 멋진 남학생에게 연정을 품으며 성숙해가는 소녀의 짧은 성장소설같은 <소녀, 풍선껌을 불다>은 '요즘' 감각에 잘 맞는 재미있는 작품.
<명랑스님의 러브 레터>와 <땅꾼 할배 일일 교사 체험기>는 개인적으로 가장 좋았던 두 작품인데, 전자는 동자승 학생과 담임선생님이 주고받는 편지글 형식으로 학생을 진정으로 이해하고 존중해주는 선생님과 그런 선생님에 대한 맑고 온전한 존경과 사랑을 담뿍 담은 학생의 이야기가 참 따뜻하고 기분좋다. 일일교사로 교단에 선 땅꾼 할배의 거침없는 사투리 입담에 웃지 않고는 못배길 <땅꾼 할배~>는 왕따문제와 세상 사람들이 가진 부모직업에 대한 편견과 무시같은 무거운 주제를 유쾌한 입담으로 포장한, 세련된 글솜씨가 일품.
바르고 착하게 살자는 메시지를 전해주는 고전적인 동화로부터 진화하고 있음을 느낀다. 어린이독자는 바로 자기들의 이야기라 환호하고, 어른독자는 요즘 아이들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그런 동화. [지난 밤 학교에서 생긴 일]가 바로 그렇다는 얘기이고, 여섯 편의 동화가 말 그대로 형형색색 다채로와 골라 먹는 재미 뿐 아니라 전부 맛보는 재미까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