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여름 가을 겨울의 춤 자연그림책 보물창고 4
리바 무어 그레이 지음, 황윤영 옮김, 라울 콜론 그림 / 보물창고 / 2008년 4월
평점 :
절판


 
앞코가 딱딱한 분홍색 신, 비행접시처럼 쭉 뻗은 허리춤의 치마, 뒤로 넘겨 꽉 붙들어 붙인 머리. 발레라고 하면 아마 사진같은 데서 보았었을 발레리나의 모습만 생각난다. 실은 발레라는 춤으로 뭔가를 표현하고 상징한다는 것은 내가 전혀 모르는 무언가를 상상하는 것처럼 막연하기만 한 일이다. 그런데 막연하나마 그 무언가를 상상할 수 있게 만든 그림책,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춤].  

발레리나가 쓴 글. 발레리나가 어렸을 적, 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을 맞을 때마다 엄마와 함께 그 계절을 만끽하고 축복하며 온 몸으로 뛰고 날고 구른다. 꼭 우아하고 고상할 필요는 없다. 개구리처럼 폴짝 뛰고, 비에 젖은 구릉에서 미끄럼을 타고, 발로 낙엽을 차고, 눈 위에서 팔다리를 펄럭이는 몸짓. 그렇게 실컷 놀고나면 엄마와 함께 차를 마시며 책 속에 낙엽을 끼워넣는. 발레리나가 회상하는 어렸을 적엔 늘 그렇게 엄마와 함께였다는 사실이 얼마나 마음 편안하고 행복한 기억인 것인지 절로 느껴진다. 그것이 발레이든 그냥 뛰어노는 것이든 상관없이. 

편안하고 행복한 느낌이 물씬 풍겨가는 그림 역시 보는 것만으로도 참 좋다. 뭔가를 흩뿌려놓은 것 같기도 하고 일부러 긁은 것같은 옅은 스크레치도 보인다. 이런 식의 그림 기법을 무어라 부르는지 전문용어는 알 수 없어도, 덕분에 눈을 감은 채 잔잔한 미소를 머금은 엄마와 딸의 얼굴에 담긴 행복, 그리고 부드럽게 움직이고 있는 팔과 다리와 몸이 정말 춤추고 있는 듯 경쾌하고 발랄한 생동감이 모두 살아있다. 또 계절마다 포근하고, 뜨겁고, 서늘하고, 추운 느낌까지도.  

발끝으로 서서 춤추는 발레까지는 아니더라도 새삼 자연을 온몸으로 느끼며 받아들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이왕이면 이 책의 모녀처럼 엄마와 아이가 함께 같은 느낌을 같은 몸짓으로 공유할 수 있기를. 또 후에 아이가 다 컸을 때 편안하고 행복했던 어린 시절을 회상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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