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개의 방 - 그리고 다섯 가지 이야기 파랑새 사과문고 49
구은영 지음, 김경옥 그림 / 파랑새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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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처럼 외동아이거나 형제가 둘, 많아야 셋이어서 각자 자기 방을 갖는 것을 당연하다고 느낄지도 모르지만, 나와 같은 부모 세대만 해도 그게 그렇게 당연한 일은 아니었다. 어렸다고는 해도 나 혼자만 쓰는 방이 왜 그렇게도 갖고 싶었는지, 지금 생각하면 별로 중요한 일도 아니었던 것도 같지만 아웅다웅 북적이는 가족들 틈에서 나만의 아늑하고 센치한 공간을 갖는 것은 하나의 로망이기도 했다.    

[다섯 개의 방]은 그 '방'이라는 공간이 요즘 아이(들) 사이에서 어떻게 어떤 의미를 갖는지에 초점을 맞춘, 그래서 다섯 편의 단편 동화를 '방'으로 잘 포장한 구성이 돋보인다. <혼자 쓰는 방> <둘이 쓰는 방> <여럿이 모이는 방> <비어 있는 방> 그리고 <기다리는 방>까지, 다섯 개의 '방'에서 일어나는 다섯 가지 이야기.

타인과의 소통을 주제로 한 <둘이 쓰는 방>과 <여럿이 모이는 방>을 가장 재미있게 읽었다. 각자 자기 방을 갖고 있는 두 자매네 집에 며칠간 고모할머니가 머물게 되면서의 이야기인 <둘...>에서 '방'은 타인에 대한 사랑과 배려를 상징하는 의미로, 또 <여럿이...>는 어떤 이유에서든 타인과 소통하기를 싫어하거나 어려워하는 것을 극복하는 의미를 갖는다. 하나보다는 둘, 둘보다는 여럿이 더불어 사는 즐거움을 느껴볼 수 있다. 

전반적으로 다섯 편의 단편이 모두 좀 밋밋하다는 느낌이 들기도 하는데, 방을 소재로 한 구성의 묘미는 이 책이 가진 가장 큰 장점. '방은 마음을 담는 그릇입니다'라고 작가가 말한 것처럼 아이들이 자기 자신을 또 나아가 여럿을 포용하는 아주 커다란 그릇으로 자라나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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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적성에 맞지 않는 엄마의 자녀교육법
가와구치 만 에미 지음, 한양심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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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 정말 제대로다. [엄마가 적성에 맞지 않는 엄마의 자녀교육법], 정곡을 찌르는 말이 아닌가. 부모라면 한두 번은, 아니 아마도 매우 여러 번 생각했을, "엄마가 적성에 맞지 않는"이라는 이 제목이 마음에 들었다.  

내 넋두리는 생략하고 넘어가자. 이 책을 쓴 저자 역시 엄마가 적성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사람인 모양이니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저자는 일본인 여성이고, 독일인 남편과 세 명의 딸을 두었고, 대학 때부터 쭉 독일에서 살고 있다. 그는 대부분의 엄마가 해야하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일들, 즉 기본적인 집안일이나 아이들과 남편을 알뜰살뜰 챙겨주는 재주가 별로 없다고 말한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그런 게 귀찮고 싫었댄다. 대신 자신이 좋아했던 일에 집중했는데, 즉 아이들에게 책을 소리내어 읽어주거나, 공원에 놀러나가서 하루종일 아이들은 놀게 하고 자신을 책을 읽거나, 함께 피아노를 치며 노래를 부르거나, 때때로 일본식 식사를 차려주는 것 같은 일. 요컨데, 저자의 생각은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도 행복하다"이다. 엄마가 싫은 일을 억지로 하면서 스트레스를 받는다면 그 스트레스가 갈 곳은 아이에게뿐 아니겠느냐는 말. 맞는 말이다.  

그런데, 저자가 말하려는 요점은 다 맞는 말인데도 불구하고 그것이 별로 와닿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지 곰곰히 생각해보았다. 일단 책 제목과 책 내용의 불일치. 내가 생각컨데 이 책은 "엄마가 적성에 맞지 않는 엄마의 육아 에피소드" 정도로 요약할 수 있다. 물론 그 에피소드 안에 저자의 철학과 육아 노하우가 녹아있는 것은 사실이고 같은 엄마로서 공감할 거리도 있기는 하지만, 자녀교육법이라고 말하기엔 뭣한, 그저 아이 키우며 살았던 자기 이야기를 쓴 수필의 느낌이 더 강하다. 또 아이 교육문제 역시 자녀교육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니 독일의 교육시스템이 언급되는 것은 당연하겠지만 그 정도가 너무 과하다 싶을만큼 깊고 많이 다루고 있는 것과, 아무래도 우리(한국)과는 매우 다른 문화를 가진 곳에서의 일들이라는 데에서 공감에 한계가 있기도 하다. 그래서 전체적으로 여러 에피소드를 펼쳐놓은 가운데 이야기의 핵심이 우왕좌왕하는 것 같은 느낌. 

당연히, 어떤 육아서를 읽으면서 단 몇 줄의 글이라도 머리에 강하게 남거나 깊이 공감하여 비록 작심삼일일지언정 분기탱천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그 책은 제 역할을 했다고 할 수 있다. [엄마가 적성에 맞지 않는 엄마의 자녀교육법] 역시 마찬가지라는 생각. 실제로 엄마가 적성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엄마들이 잠시라도 위로받고 안심할 수 있는 소소한 에피소드가 편하게 읽힌다. 그러나 진짜 심각하게 자기의 적성을 고민하는 엄마들에겐 부족할 것이다. 이런 엄마도 있구나, 라며 한 번 쓰윽 훑어보는 것이라면야 나쁠 리 없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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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선생님은 괴물 그림책 보물창고 41
마이크 탈러 지음, 자레드 리 그림, 신형건 옮김 / 보물창고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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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니 또 금방 새 학년으로 진급하는 때다. 큰아이가 올해 초등 5학년이 될 것이니 학교라는 곳에 처음 입학하던 때만큼의 긴장감은 아니어도 어쨌든 새로운 친구들과 새 선생님을 만난다는 것에 걱정 반 기대 반이다. 행여 좋지 않은 친구들이나 너무 엄한 선생님을 만날까봐 걱정하는 쪽이 더 큰 게 사실이기도 하고.   

하물며 엄마인 나도 이런데 아이들의 심정은 어떨까. 특히 어린 아이들의 경우 선생님이라는 존재는 거의 신과도 같은 권위를 갖기 때문에 긴장을 넘어서 거의 두려움까지 갖는 게 보통이다. [우리 선생님은 괴물]에서처럼 말이다. 입학을 앞두고 있는 어린 아이. 선생님이 얼마나 무서우실까를 생각다못해 괴물이라고 생각하기에 이르니, 아이가 상상하는 괴물선생님의 엽기적인 언행은 이루 말로 다 할 수 없을 지경이다.  

아직 어린 학생들이라 철없으니 수업시간에 딴 짓을 하거나 엉뚱한 장난을 치기 일쑤. 이 녀석들을 괴물선생님이 어떻게 다루는지를 보면 황당하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하다. 특히 선생님이 분수 1/2을 어떻게 설명하는지, 읽다가 뒤로 넘어갔다. -.-;; 나의 큰아이 역시 웃겨 죽는다 -.-;;

물론 주인공 아이의 상상 속의 괴물선생님이지만 아이의 마음이 잘 나타나있는 그림책이다. 마음 한 켠 괴물선생님의 이 괴물같은 짓(!)이 어쩌면 아이의 두려움을 더 키우는 역효과가 날까봐 살짝 걱정도 되지만, 이 이야기의 끝을 확인하는 순간 아이의 두려움은 눈녹듯이 녹을 것이다. 또 하나. 수업 중엔 말썽을 부리면 안 된다는 것도 저절로 알게 되는 보너스다. 그렇게 말썽 부리다가 선생님이 괴물선생님으로 변해버리는 건 원하지 않을 테니까 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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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을 담은 화가 빈센트 반 고흐 - 세상에 빛이 된 사람들 14 세상에 빛이 된 사람들 14
카르메 마르틴 지음, 박숙희 옮김, 레베카 루시아니 그림 / 주니어김영사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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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을 담은 화가 빈센트 반 고흐], 말하자면 위인전이지만 위인전의 전형적인 구도를 벗어난 새로운 전개방식이 신선합니다. 어렸을 적 위인전집에서 읽었던 고흐의 위인전과는 또다른 재미이지요. 사실 대체로 유아, 유치 아동 대상의 위인전이나 청소년, 성인 대상의 위인전은 많이 접해도 그 중간에 끼인 세대에겐 적절한 책을 찾기 어려웠는데, 그래서 이 책에 보너스 점수를 더 주고 싶답니다.

이 책의 화자는 고흐 자신. 따라서 고흐 자신에게 가장 중요했고 소중했던 기억을 되살리며 자기 이야기를 들려주는 방식입니다. 고흐 아저씨가 어찌나 이야기도 잘 하시는지, 덕분에 독자 입장에서는 편안하게 그의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 고흐의 삶과 작품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답니다.

이야기는 대체로 시간순을 따르고 있는데, 그보다 더 중요한 이야기의 실마리는 고흐의 작품이기 때문에 작품 위주로 전개되고 있다는 것이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이자 장점으로 보입니다. 즉, 어린이에게도 잘 알려진 작품을 위주로 고흐의 작품 중에서도 최고로 손꼽히는 명화를 위주로, 자기 작품에 대한 배경과 의미를 설명하는 방식이예요. 연인이었던 시엔을 모델로 한 작품 <위대한 여인>과 <슬픔>을 이야기하면서 자기는 다른 사람들이 그녀를 미워하는 것이 안타까웠고 그녀를 돕고 싶었다고 말하고 있고, <감자먹는 사람들>이라는 작품 이야기에선 렘브란트의 명암효과를 터득하고 싶어 농부들의 초상화를 수없이 많이 그렸다는 것도 덧붙이고, <해바라기>를 이야기하면서 색을 짙거나 옅은 정도로 써서 순수하게 색깔만 이용한 표현법을 쓰고 싶었다는 것을 말하고 있지요.   

초등 중학년 정도의 어린이독자가 흥미를 가질 수 있는 전개방식과 더불어 고흐와 그의 작품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 유익합니다.  딱 한 가지, 책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작품의 자료사진이 실렸다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은 욕심일까요. 그래도 이 책은 위인전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제 초등생 딸이 꽤 재미있게 읽었답니다. 아이가 좋아하니 그것으로 된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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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와 안녕하려면 - 하이타니 겐지로 단편집
하이타니 겐지로 지음, 츠보야 레이코 그림, 햇살과나무꾼 옮김 / 양철북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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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타니 겐지로의 소설집 [우리와 안녕하려면]은 그의 속내를 들여다보는 것 같은, 마치 수필같이 느껴지는 그의 이 단편소설들이 참 맑다. '한국어판 서문'에 고백한 그 자신의 이야기가 다섯 편의 단편에 고스란히 담겨서일까. 자기 경험과 생각에서 나온 자연스러운 이야기들은 굳이 남의 이야기라 할 것도 없는, 작가가 주인공이고 화자인 꾸밈없는 진실이 느껴진다.

다섯 단편들에선 모두 약자에 대한 사랑과 배려, 그들을 온 몸으로 보듬으려는 따뜻함이 편안하게 다가온다. 첫 작품인 <물이야기>는 내가 한국인 독자이기 때문에 더욱 그랬겠지만, 재일한국인으로 살며 억울하고 분한 삶을 일본 소년들과의 수영시합 이야기로 담담히 풀어낸 것에서 더 깊은 감명을 받는다. 또 비슷한 맥락의 작품인 <손>은 불구인 손을 가진 선생님께 드리는 학생의 편지글로 일본인으로서 갖는 전쟁에 대한 반성과 회환이 깔끔하게 잘 담겨있는, 내겐 가장 좋았던 작품. 전혀 격하거나 유치한 직설적인 표현은 없지만 이야기 전개와 서술방식은 상당히 매력적이면서도 깊고도 슬픈 울림을 갖는다. 그리고 장애 어린이 학생과 선생님의 이야기인 <소리>, 인도네시아 여행 중 만난 어느 남루한 소년과의 눈의 대화 이야기인 <눈>, 불합리한 교육환경과 친구들의 예쁜 이야기인 <친구>까지, 다섯 단편들은 하나같이 작지만 정교하고 소중한 보물과 같은 이야기다.

[우리와 안녕하려면], 작가 하이타니 겐지로는 우리 모두와 더불어 함께 안녕하기를 원했던 것일 게다. 참 오랜만에 완전하게 순수하고 따뜻한 시선이 가득한 작품들을 만나 행복하다. 이 책,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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