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적성에 맞지 않는 엄마의 자녀교육법
가와구치 만 에미 지음, 한양심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07년 11월
평점 :
절판


 
책 제목 정말 제대로다. [엄마가 적성에 맞지 않는 엄마의 자녀교육법], 정곡을 찌르는 말이 아닌가. 부모라면 한두 번은, 아니 아마도 매우 여러 번 생각했을, "엄마가 적성에 맞지 않는"이라는 이 제목이 마음에 들었다.  

내 넋두리는 생략하고 넘어가자. 이 책을 쓴 저자 역시 엄마가 적성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사람인 모양이니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저자는 일본인 여성이고, 독일인 남편과 세 명의 딸을 두었고, 대학 때부터 쭉 독일에서 살고 있다. 그는 대부분의 엄마가 해야하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일들, 즉 기본적인 집안일이나 아이들과 남편을 알뜰살뜰 챙겨주는 재주가 별로 없다고 말한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그런 게 귀찮고 싫었댄다. 대신 자신이 좋아했던 일에 집중했는데, 즉 아이들에게 책을 소리내어 읽어주거나, 공원에 놀러나가서 하루종일 아이들은 놀게 하고 자신을 책을 읽거나, 함께 피아노를 치며 노래를 부르거나, 때때로 일본식 식사를 차려주는 것 같은 일. 요컨데, 저자의 생각은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도 행복하다"이다. 엄마가 싫은 일을 억지로 하면서 스트레스를 받는다면 그 스트레스가 갈 곳은 아이에게뿐 아니겠느냐는 말. 맞는 말이다.  

그런데, 저자가 말하려는 요점은 다 맞는 말인데도 불구하고 그것이 별로 와닿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지 곰곰히 생각해보았다. 일단 책 제목과 책 내용의 불일치. 내가 생각컨데 이 책은 "엄마가 적성에 맞지 않는 엄마의 육아 에피소드" 정도로 요약할 수 있다. 물론 그 에피소드 안에 저자의 철학과 육아 노하우가 녹아있는 것은 사실이고 같은 엄마로서 공감할 거리도 있기는 하지만, 자녀교육법이라고 말하기엔 뭣한, 그저 아이 키우며 살았던 자기 이야기를 쓴 수필의 느낌이 더 강하다. 또 아이 교육문제 역시 자녀교육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니 독일의 교육시스템이 언급되는 것은 당연하겠지만 그 정도가 너무 과하다 싶을만큼 깊고 많이 다루고 있는 것과, 아무래도 우리(한국)과는 매우 다른 문화를 가진 곳에서의 일들이라는 데에서 공감에 한계가 있기도 하다. 그래서 전체적으로 여러 에피소드를 펼쳐놓은 가운데 이야기의 핵심이 우왕좌왕하는 것 같은 느낌. 

당연히, 어떤 육아서를 읽으면서 단 몇 줄의 글이라도 머리에 강하게 남거나 깊이 공감하여 비록 작심삼일일지언정 분기탱천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그 책은 제 역할을 했다고 할 수 있다. [엄마가 적성에 맞지 않는 엄마의 자녀교육법] 역시 마찬가지라는 생각. 실제로 엄마가 적성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엄마들이 잠시라도 위로받고 안심할 수 있는 소소한 에피소드가 편하게 읽힌다. 그러나 진짜 심각하게 자기의 적성을 고민하는 엄마들에겐 부족할 것이다. 이런 엄마도 있구나, 라며 한 번 쓰윽 훑어보는 것이라면야 나쁠 리 없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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