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별곡 푸른도서관 26
박윤규 지음 / 푸른책들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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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옛날에 배웠던 거라 기억이 가물가물합니다만, [천년별곡]은 우리 옛문학장르인 '가요'일 것입니다. 처음 몇 장을 읽을 때는 도입부에서 색다른 형식으로 주목을 끈 다음 줄글이 이어지겠지 싶었는데, 웬걸, 이 천년의 사랑 노래는 애절하고도 구슬프게, 때로 흥겹고 신나게 제 마음을 쥐락펴락하여 흠뻑 취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한 나라의 공주가 내란을 피해 은둔한 심산유곡에서 그녀를 지키는 무사와 이룰 수 없는 사랑을 나눕니다. 신분을 뛰어넘을 각오까지 했지만, 무사는 공주의 아비를 지키기 위해 언젠지 모를 해후의 약속을 남기고 떠나고 말지요. 그리하여 시작된 공주의 천년의 기다림이 '천년별곡'으로 읊어졌으니, 그 오랜 세월, 애타는 기다림과 지쳐가는 실망과 알 수 없는 분노까지 고스란히 모습을 드러내 저조차 마치 홀린 듯 천년의 세월을 따라갑니다. 

태백산맥에 우뚝서 님을 기다리는 공주는 오고가는 생명들을 품습니다. 일본 침략군을 물리치기도 하지요. 또 마침내 떠났던 무사가 약속을 지켜낸 것까지. 그 사연들은 '아으 동동다리', '아소 님하' 같은 옛노래의 가락과 함께 옛 이야기를 듣는 듯 편히 감상할 수 있었답니다.

영원토록 변치않을 사랑, 목숨을 건 사랑.. 사랑을 찬미하는 이야기들은 많고 많지만 이렇게 색다른 감흥으로 흠뻑 취한 일이 있었나 싶습니다. 강한 듯 여린 공주의 천년별곡이... 참으로 아름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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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링벅 창비청소년문학 12
배유안 지음 / 창비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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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싱싱하다. 건강하다. 예쁘다. 이토록 아름다운 청춘들이 있어서 정말 다행이다. 요즘 중고생이 오로지 입시와 성적에 무자비할 정도로 짓눌리고 있다지만, 돌이켜보면 나의 중고생 시절에도 지금만큼은 아니더라도 입시와 성적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과했음은 분명하나 동시에 여중, 여고를 거치며 친구들과 쫑알대는 수다와 유치한 장난으로도 충분히 즐겁지 않았던가. [스프링벅]은 지금의 청춘들 역시 누구나의 그 시절과 다르지 않음을 새삼 확인시켜 준 발랄상쾌한 소설이다.

[스프링벅]은 주인공 동준의 연극반 활동과 동준의 형의 죽음, 이 두가지 이야기가 무리없이 섞여 현 중고생의 터질듯한 자유의지와 과도한 입시 스트레스를 함께 적절한 비율로 풀어냈다.      

여차저차 연극의 주연을 꿰차게 된 동준. 동준과 그의 친구들의 학교 생활, 연극반 생활 모습은 흔히 청소년소설에서 연상되는 공부에 쩌들어 우울하고 나약한 학생의 모습이 아니다. 풀을 뜯다 목적을 잃고 앞으로 앞으로 달려가 결국은 모두 물에 빠지고 만다는 '스프링벅'처럼 되지 말라는 선생님의 모습도, 수업 도중 남은 시간은 푹 자라고, 자지 않으면 다시 돌아와 수업한다는 선생님의 모습도 멋지다. 동준 등이 연습에 몰두하고 있는 연극의 주제처럼 자신이 하고 싶은, 아니 그보다 먼저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어하는지를 알아내는, 그래서 청춘의 무한한 잠재력과 가능성을 터득해가는 이들의 모습은 가히 가상할 정도.

반면 스프링벅처럼 결국 물에 빠지고 만 동준의 형과 형의 과외선생님, 또 그 뒤의 부모님의 모습에서 과연 이렇게 정신없이 몰아가고 몰려가는 사람들은 누구인가. 오직 그들뿐인가. 나와 우리는 어떠한가. 새삼 누구에게인지 모를 원망도 해보지만 결국 미안하고 안타까움뿐이다.  

그래도 정말 다행인 것은 여전히 스프링벅의 오류를 범하지 않으려는 정신 똑바로 차린 사람들이 분명 있다는 것. 풀을 뜯는 것이 본래 목적이라는 것을, 하나가 뛰기 시작할 때 뛰지 않도록 인도해줄 어른이 있고 있어야 한다는 것. 양들이, 우리 아이들이 드넓은 풀밭에서 마음껏 풀을 뜯고 여유롭게 즐길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다. 나 또한 무조건 달려 물에 빠지는 멍청한 인사가 되지 않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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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한 야곱 청소년문학 보물창고 1
캐서린 패터슨 지음, 황윤영 옮김 / 보물창고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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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정말, 정말. 별 다섯으로는 부족해 아낌없는 박수갈채라도 더 보태고 싶다. [내가 사랑한 야곱], 이 책의 매력과 감동을 어디에서부터 어떻게 얘기해야 할까.

야곱이 성경에 등장하는 인물이라는 것만 알았지 야곱을 둘러싼 이야기를 나는 전혀 알 수 없었으니(나는 무교다),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이 책의 제목과 내용을 완전히 따로 놓아야 했다. 그렇게 따로 놓고 시작해도 이 소설을 감상하는데 하등의 문제가 없었는데, 읽어가며 그 의미를 짐작하고 알아채가는 재미 또한 상당히 컸음을 밝힌다. 책 말미의 '옮긴이의 말'에서 안 사실은 작가가 기독교에서 영향받지 않으면 오히려 이상할 만큼 막강한 기독교적 배경을 갖고 있다는 것인데, 소설 안에서 인용된 몇몇 성경귀절, 주인공을 빗댄 성경의 야곱 스토리는 정말 유효적절한 서술이자 묘사이다. 그렇다고 종교적인 냄새를 풀풀 풍기며(-.-) 질색하게 만드는 소설은 절대로 아니니 단번에 고개를 돌리지는 말 것. 전혀 종교적이지 않은 나와 같은 독자가 박수갈채를 보내고 싶을 정도로 아름다운 소설이니까 말이다.   

쌍둥이 동생인 캐롤라인에게 밀려 늘 뒷전인 쌍둥이 언니 휘즈. 휘즈가 태어나면서부터 얌전히 바구니에 뉘어져 '단 1분의 관심'도 받지 못했던-그랬다고 생각했던- 것은 금발 곱슬머리에 푸른 눈과 발그스름한 뺨을 가진 예쁜 동생, 밝고 당찬 성격에 눈부신 재능까지 가진 동생 덕분이었다. 그러하니 게를 잡아서 적은 돈이라도 집안살림에 보태고, 그러느라 손은 우락부락 남자같이 변해도 휘즈는 이따금 휘몰아쳐오는 미움과 원망을 마음 속으로만 꾹꾹 삭히는 것을 숙명처럼 받아들였다. 핸드크림을 집어던져 버린 사건처럼 어쩌다 한 번씩 화풀이를 해보기도 하지만 왠지 더 서럽기만 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나마 온전히 자기 것이라고 여겼던 선장할아버지와 콜까지도 동생을 사랑했기 때문일까.

결국 휘즈가 자기를 둘러싼 벽을 깨고 세상으로 나아가기까지 겪었던 모든 일들은 '희망'과 '용기'의 문제로 귀결된다. 표면적으로 휘즈와 캐롤라인의 대결구도로 보였던 문제상황은 오직 휘즈 자신의 문제였던 것. 휘즈가 자신의 삶을 변화시키며 세상을 만나가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그것이 휘즈가 늘상 보아왔던 암게가 탈피하는 모습처럼 괴로울지언정 아름다운 성숙의 과정을 지켜보는 것처럼 느껴진다.

무뚝뚝한 것처럼 보이지만 굴을 딸 때면 노래를 부르던 아빠, '배운'사람임에도 자신을 낯추어 모든 일에 감사하고 공손한 엄마, 약간 노망기가 있어 특히 휘즈와 엄마를 골탕먹이던 할머니, 농담조차 알아듣지도 못하던 아이가 늠름한 청년이 되어 돌아온 콜, 그리고 어느날 불쑥 섬으로 들어와 휘즈에게 가장 강한 영향력을 행사한 선장할아버지. 쌍둥이 자매를 둘러싼 인물들은 한 명 한 명 참으로 선명하고 매우 특징적인 인물로 이 소설을 빛나게 하는 조연들로 훌륭한 역할을 소화하고 있다.

스토리, 인물, 메시지, 어느 하나 부족할 것 없는 아름다운 성장소설 [나를 사랑한 야곱]. 내 찬사가 부족하여 아쉽다고 느끼는 책이... 이 책이 참 오랜만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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뽀송이 2008-07-24 2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읽고 있는 중인데 정말~ 매력적인 책이라 생각해요.^^
처음에 책 제목 보고 종교적인 색채가 강하리라 생각했는데 전혀 아니더군요.^^
책 속 캐릭터들이 개성있고 매력적이어서 마음이 끌립니다.^^

님~ 오랜만에 제가 글 남기네요.^^ 더운 여름에 잘 지내시나요?
 
그래도 내일은 희망 뉴베리 수상작 시리즈 (주니어김영사) 6
조앤 바우어 지음, 고은광순 옮김, 정다이 그림 / 주니어김영사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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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의 이름이 '희망(hope)'이니, [그래도 내일은 희망]이라는 제목은 '미래를 향한 희망을 가져라'라는 의미와 함께 '희망이 있어 미래가 밝다'는 뜻으로도 읽힌다. 이게 웬 뜬금없는 얘기인가 하겠지만, 이 책을 읽으며 삶과 사람을 대하는 자세와 태도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볼 기회를 가질 수 있었으므로 내겐 후자의 의미가 더 크게 다가온다.

솔직히 이 책이 처음부터 아주 흥미로웠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프로급 주방장인 이모와 역시 프로급 종업원인 희망이가 함께 살고 있는 이유, 희망이가 가진 남모르는 소원, 그들이 뉴욕을 떠나게 만든 사연 등 초반부는 그럭저럭 읽을 만한 정도로 흘러간다. 그런데 그들이 새로운 도시에 정착해 스툽씨의 레스토랑에서 일하면서부터 조금씩 드러나는 희망이의 실력(!)이 슬슬 재미를 당기고, 스툽씨가 시장선거 출마를 선언하면서부터 제대로다. 

여기에서부턴 참 다양하고 많은 이야기가 한꺼번에 쏟아진다. 먼저 이 이야기의 중심이 되는 사건인 선거 얘기부터 하자면, 스툽씨의 선거출마 자격에서부터 경력까지 부적절하다고 여겨지는 여론에 어떻게 대응하는지가 흥미롭다. 선거운동에 베테랑인 대변인의 의견에 따르지 않고 자신의 철학과 믿음에 의해 행동하는 스툽씨, 또 그에게 감동받고 영향받는 주변인들. 한편 강력하고도 유일한 후보였던 現시장이 각종 비리의 주인공이라는 의혹을 어떤 식으로 감추려하는지, 빠르게 치고 올라오는 라이벌 스툽씨를 어떤 식으로 방훼하고 모함하는지. 그리하여 선거 결과는 어땠는지까지.

사실 '정치'는 어린이나 청소년 대상 도서에서(특히 동화에서) 찾아보기 힘든 소재다. 그런데 [그래도 내일은 희망]은 10대인 희망이를 1인칭 시점으로 하여, 선거라는 행사가 어떻게 굴러가는지, 특히 누가 왜 어떻게 선거에 참여하는지를 자연스럽게 알게 하고 부담없이 동행할 수 있게 했다. 희망이는 아직 투표권이 없는 나이이지만 옳고 그른 것을 가릴 줄 알고, 그것을 당당하게 표현하고 알릴 줄 아는 것만으로 훌륭한 '정치'가 실현된다는 것, 이것이 이 책에서 주고 싶은 가장 중요한 메시지일 게다.

'정치' 이야기라고 해서 이 책을 선택하기를 주저할 필요는 없다. 왜냐하면, 선거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꾸려지는 것은 사실이나, 그보다 더 중요하고 큰 의미는 바로 희망이에게서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외관상 행복이나 편안함과는 거리가 먼 가족관계, 삶에 처해있음에도 불구하고 늘 현재에 충실하기 위해 노력하는 굳건한 심지를 가진 소녀가 아닌가 말이다. 오죽했으면 자신의 이름을 '희망(hope)'이라고 선택했을까. 또한, 등장하는 많은 사람들이 어떻게 얼기설기 관계를 맺어가는지, 그 관계가 얼마나 희망적이고 사랑스러운지, 이 책이 상당히 공들여 할애한 작은 이야기들을 놓치지 말 것. 마지막으로, 종업원인 희망이가 보여주는 프로급 서빙이 어떤 것인지도 꼭 확인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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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이의 친한 친구가 되고 싶다
김창기 지음 / 화니북스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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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볼 책을 빌리러 도서관에 갔다가 우연히 건진 육아서입니다. 마침 사서가 책 정리를 하려고 카트를 밀고 다니고 있었는데, 그 위에 놓여진 이 책을 보고 순전히 책 제목에 끌려서 빌려 왔지요. 그런데 집에 와서 책 날개에 씌여진 저자소개글을 보니 그룹 '동물원'의 멤버라는, 직업이 소아정신과 전문의라는 가수네요. 저자를 알고 나니 더욱 호기심이 일었고(제 또래에게 '동물원'은 매우 익숙한 그룹인지라), 책 맨 첫머리에 실린 저자가 이 책을 쓴 이유에 대한 변명이 제 맘에 쏙 들었기에 호감은 더욱 커졌습니다.     

이렇게 우연히 만난 [나는 아이의 친한 친구가 되고 싶다]를 읽으며 전 뜻밖의 감동과 재미로 기뻤답니다. 저자의 말처럼 교과서같은 육아서, 인터넷만 뒤져도 다 나오는 정형화된 정보나 지식 전달이 아닌, 나와 같은 평범한 부모처럼 실수도 하고 고민도 하고 때로 갈팡질팡하고 후회도 하는 이 가족의 이야기가 너무나 자연스러웠거든요.     

아이와 격이 없이 친구처럼 지내는 부모. 제 마음도 그렇기를 원하지만 그리 되기가 쉽지 않아 때로 속상하고 자책감(?)마저 들 때가 있는데, 이 책을 읽으며 많이 부러웠습니다. 이 책의 주인공이자 저자의 아들은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를 갖고 있어서 또래 아이들보다 더 철없고 단순하고 때로 과격하다고 하는데, 이에 대한 저자의 이야기는 아빠의 입장과 소아정신과 의사의 입장에서 골고루 다뤄지고 있어요. 아니, 아빠로서의 이야기가 더 많고, 의사라는 입장에서의 이야기는 부록처럼 달렸다고 해야 맞을 겁니다. 그래서 훨씬 더 공감하며 쉽게 '아이와 친구가 되는 법'을 이해하고 생각할 시간도 가질 수 있는 것 같아요.   

예를 들면 이런 거죠. 아이가 이것저것 엉뚱한 질문을 퍼부을 때 인내심을 갖고 찬찬히 대답해주라는 설교 대신, '나도 몰라. 이제 그만 물어봐.'로 끝나는 저자와 아들의 대화. 숙제는 안 하고 계속 딴 청만 피우는 아이와는 적절히 타협을 하거나 규칙을 정하라는 말 대신, '한 대 맞고 할래, 그냥 할래?'로 끝나는 저자와 아들의 대화. 더 사실적이고 현실감 있습니다. 물론 이런 이야기들 속에는 아들의(또는 보통의 아이들의) 행동과 심리는 무엇이고, 그것에 어떻게 대처하고 이끌어주는 게 옳은가가 설명되었지요. 

정말 편안하게, 아주 즐겁게, 또 매우 유익하게 읽었습니다. 친한 친구처럼 지내는 이 부자(父子)의 모습이 참 좋았고, 책에 소개된 에피소드 속에서 많이 배우고 느꼈습니다. 무엇보다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대화를 끌어가면 친구처럼 툭 터놓고 이야기하고, 그래서 친한 친구처럼 될 수 있는지 그 구체적인 힌트를 얻었다는 건 큰 수확이 아닐 수 없어요. 제대로 읽은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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