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이의 친한 친구가 되고 싶다
김창기 지음 / 화니북스 / 2006년 11월
평점 :
품절


 
아이가 볼 책을 빌리러 도서관에 갔다가 우연히 건진 육아서입니다. 마침 사서가 책 정리를 하려고 카트를 밀고 다니고 있었는데, 그 위에 놓여진 이 책을 보고 순전히 책 제목에 끌려서 빌려 왔지요. 그런데 집에 와서 책 날개에 씌여진 저자소개글을 보니 그룹 '동물원'의 멤버라는, 직업이 소아정신과 전문의라는 가수네요. 저자를 알고 나니 더욱 호기심이 일었고(제 또래에게 '동물원'은 매우 익숙한 그룹인지라), 책 맨 첫머리에 실린 저자가 이 책을 쓴 이유에 대한 변명이 제 맘에 쏙 들었기에 호감은 더욱 커졌습니다.     

이렇게 우연히 만난 [나는 아이의 친한 친구가 되고 싶다]를 읽으며 전 뜻밖의 감동과 재미로 기뻤답니다. 저자의 말처럼 교과서같은 육아서, 인터넷만 뒤져도 다 나오는 정형화된 정보나 지식 전달이 아닌, 나와 같은 평범한 부모처럼 실수도 하고 고민도 하고 때로 갈팡질팡하고 후회도 하는 이 가족의 이야기가 너무나 자연스러웠거든요.     

아이와 격이 없이 친구처럼 지내는 부모. 제 마음도 그렇기를 원하지만 그리 되기가 쉽지 않아 때로 속상하고 자책감(?)마저 들 때가 있는데, 이 책을 읽으며 많이 부러웠습니다. 이 책의 주인공이자 저자의 아들은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를 갖고 있어서 또래 아이들보다 더 철없고 단순하고 때로 과격하다고 하는데, 이에 대한 저자의 이야기는 아빠의 입장과 소아정신과 의사의 입장에서 골고루 다뤄지고 있어요. 아니, 아빠로서의 이야기가 더 많고, 의사라는 입장에서의 이야기는 부록처럼 달렸다고 해야 맞을 겁니다. 그래서 훨씬 더 공감하며 쉽게 '아이와 친구가 되는 법'을 이해하고 생각할 시간도 가질 수 있는 것 같아요.   

예를 들면 이런 거죠. 아이가 이것저것 엉뚱한 질문을 퍼부을 때 인내심을 갖고 찬찬히 대답해주라는 설교 대신, '나도 몰라. 이제 그만 물어봐.'로 끝나는 저자와 아들의 대화. 숙제는 안 하고 계속 딴 청만 피우는 아이와는 적절히 타협을 하거나 규칙을 정하라는 말 대신, '한 대 맞고 할래, 그냥 할래?'로 끝나는 저자와 아들의 대화. 더 사실적이고 현실감 있습니다. 물론 이런 이야기들 속에는 아들의(또는 보통의 아이들의) 행동과 심리는 무엇이고, 그것에 어떻게 대처하고 이끌어주는 게 옳은가가 설명되었지요. 

정말 편안하게, 아주 즐겁게, 또 매우 유익하게 읽었습니다. 친한 친구처럼 지내는 이 부자(父子)의 모습이 참 좋았고, 책에 소개된 에피소드 속에서 많이 배우고 느꼈습니다. 무엇보다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대화를 끌어가면 친구처럼 툭 터놓고 이야기하고, 그래서 친한 친구처럼 될 수 있는지 그 구체적인 힌트를 얻었다는 건 큰 수확이 아닐 수 없어요. 제대로 읽은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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