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출내기 안도선생
쿠마가이 타츠야 지음, 최선임 옮김 / 지식여행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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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하하하, 이 소설 참 재미있군요! 책에는 작가의 말이나 역자후기가 실려있지 않아서 내친 김에 작가인 쿠마가이 라츠야를 검색해봤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이 책 [신출내기 안도선생]이 그의 첫 출간소설이네요. 아-- 아쉽다. 

제목에서 보여지듯이 신출내기 중학교 선생님을 소재로 하고 있지만 이 소설은 학원물이나 청춘물이 아닙니다. 만일 그랬다면 저자 검색까지는 안 해봤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신출내기 안도선생]은 일반회사와 학교의 시스템 분석을 근간에 둔 소설로, 바로 이 점 "회사 VS 학교"에 기대 이상의 재미가 숨어있습니다. 보험회사 지사장까지 지냈던 근 20년의 사회경력을 가진 안도氏가 어떤 이유에서 중학교 선생님으로 이제 막 전직한 후 '학교'라는 시스템에 적응하면서 겪는 황당하고 엉뚱한, 때로는 분개할 수 밖에 없는 학교 이야기. 학생은 거의 아무도 등장하지 않아요. 오직 선생님들 사이에서의 이야기입니다.

제가 선생님이 아니라서 이렇게 말하는 게 어떨지 모르지만 '학교'라는 곳이 특별하기는 하죠? 분명 일반회사와 다를 것 없는 조직이지만 '학생을 가르친다'는 직무의 특별함으로 대개 학교를 회사라고 칭하지는 않습니다. (학교가 노동현장이며 선생님이 노동자라는 것은 여기에서 논외로 하겠습니다.) 그러하니 살벌한 조직생활에서 오래도록 갈고 닦아온 안도씨의 생존철학에 비춰보면 학교는 매우 비합리적인 조직이었죠. 오죽하면 안도씨의 친구이자 20년차 선생님인 사람조차도 "학교의 상식은 세상의 비상식이니까." (8쪽)라고 했을까요.

여하튼. 안도선생이 학교와 동료 선생들에게 적응하는 동안 일어나는 자잘한 사건 사고가 참으로 재미있습니다. 세상에서는 비상식인 것이 학교에서는 왜, 어떻게 상식으로 통하는지 꽤 설득력있게 보여주지요. 그 와중에 당하고 있는(?!) 안도선생의 넋두리 역시 설득력있습니다. 극명하게 상반되는 이쪽과 저쪽 세상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면서 저까지 '그렇지! 아무렴! 안도 화이팅!'이라고 호응하며 안도선생과 한 패가 되버리고 말지요. 저는 합리적인 걸 좋아하니까요 -.-;;

그런데 결론이 어떤 줄 아십니까? 학교가 참으로 합리적이더란 말이지요. 학교는, 선생님은 약점 잡힐 것이 없더란 말입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는 안도선생이 진짜 선생님이 되었다는 사실! 읽어보시면 압니다, 왜 그런가를, 왜 그랬는가를. 중간쯤까지의 쏠쏠한 재미가 그 이후로는 약간 느슨해지는 감이 있지만, 또  마지막엔 다소 진부한 '선생으로서의 본분'이 언급되기도 하지만, [신출내기 안도선생]은 여태껏 보지 못하고 생각지 못했던 색다른 이야기로 읽는 동안 즐거웠습니다. 재미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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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터
요시다 슈이치 지음, 오유리 옮김 / 북스토리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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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터]. 그 맛이 참 시원~하네요. 사이다맛이 생각났어요. 콜라처럼 강하지도 않고, 마시고 나면 깔끔한 청량감이 드는 그런 맛이지요.

고등학교 수영부 학생 네 명의 이야기입니다. 주인공인 나, 료운은 수영부 주장이고, 대학에 입학하는 대신 아버지의 가게를 맡기로 결심했고, 친구의 여자친구가 은근히 좋아졌고, 때때로 남성호르몬의 왕성한 분비로 몸이 괴로운 ^^... 평범한 학생이지요. 료운과 다른 세명의 친구, 그들의 부모님, 그리고 수영부의 후배들이 만들어가는 이야기 역시 크게 임팩트있는 것들은 아닐지언정 그 또래의 아이들이 겪고 생각하고 이뤄가는 것들이 비교적 흥미롭게 펼쳐집니다. 이 소설을 관통하는 하나의 큰 줄기는 '수영을 통해 성숙해가는' 소년의 모습인데, 료운의 형이 그랬던 것처럼 료운 자신도 성취를 향한 집념과 의지와 순수한 우정이 그것을 더욱 의미있게 만들어갑니다.         

한가지 [워터]에서 인상적인 것은 료운과 주변인물들에게 일어난 사건이 전개만 되고 이렇다 할 마무리를 짓지 않는다는 점이예요. 그저 흘러가는대로, 있는 그대로 서술했을 뿐입니다. 왜, 어떻게, 그래서에 대한 서술은 거의 없어요. 하지만 그렇게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소설이 끝난 것이 제겐 묘한 여운을 남깁니다. 소년, 아니 청년이라고 해야할까요, 아무튼 고등학교 졸업을 앞둔 그 아이들은 그렇게 흘러가는 生의 한 가운데 있다는, [워터]는 그 한 가운데를 뚝 떼어냈을 뿐, 앞으로 그들에겐 소설보다 더한 생이 펼쳐질 것이라는, 그런 의미로 읽혀집니다. 

짧은 소설 속에 꽤 다양하고 많은 사건들이 주인공을 중심으로 잘 짜여졌고, 애써 정교하게 묘사하지 않았지만 머릿속에 장면장면들이 잘 그려졌고, 무엇보다 뒤끝없이 깔끔한 주인공의 캐릭터가 참 마음에 들었습니다. 가벼운 마음으로 즐겁게 읽어볼 수 있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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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결혼했다 - 2006년 제2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박현욱 지음 / 문이당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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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많이 늦게 읽었지요, 이 책. 한참 베스트셀러로 날개돋혔을 때는 '아내가 결혼했다'는 설정에서 나올 얘기가 뻔할 거라고 내멋대로 생각해버렸는데, 소문을 듣고보니 그렇게 뻔한 얘기는 아닌가보네 싶어서 이제야 읽었습니다.

벌써 많은 분들이 평을 쓰셨고, 이 책의 뒷커버에도 적힌 평론가들의 한마디 한마디가 바로 제가 하고 싶은 말이라 굳이 길게 쓸 필요야 있겠습니까만은, 이것 한가지만은 강조해도 될 것 같습니다. 

혹시 축구 좋아하십니까? 아니면, 우리나라에서 몇 년 전에 월드컵을 열었을 때 축구 한 게임이라도 보신 적 있으십니까? '예'라고 대답하신 분은 [아내가 결혼했다]를 읽어도 좋겠습니다. 축구와 연애, 결혼을 한꺼번에 관전하는 재미가 꽤 쏠쏠합니다. 아내가 결혼했다는 설정을 제목에서부터 미리 밝혔지만, 그 설정이 이 소설에서 그리 결정적인 관전포인트는 아니더군요. 남편이 아내와, 또 아내의 남편과, 그들 전부의 삶을 어떻게 지탱해가는지, 상대의 삶을 어떻게 바라보는지가 더 중요한 포인트인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전인류의 스포츠인 축구와 어떻게 엮어갔는지가 최고로 재미있는 포인트 중에 포인트지요.

참고로, 저는 축구는 별로 좋아하지 않고, 월드컵도 두어 게임 정도 본 게 다입니다. 그래도 [아내는 결혼했다]가 참 재미있던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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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니 2007-10-08 2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흐흐 이책 참 재미있어요 ^_^
 
만화 마키아벨리 군주론 서울대 선정 만화 인문고전 50선 1
윤원근 지음, 조진옥 그림, 손영운 감수 / 주니어김영사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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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키아벨리의 <군주론>. 솔직히 읽어보지 않았다. 그 이름과 제목만으로도 충분한 중압감때문에 귀동냥으로 몇 가지 얕은 지식을 얻은 게 전부였고, 읽어볼 엄두도 나지 않았다. 그런데 주니어김영사에서 [만화 마키아벨리 군주론]을 냈다. 만화? 그럼 어디 한 번 읽어볼까, 라는 생각이 슬며시 들었다. 만화라는데?!  

"1장:<군주론>은 어떤 책일까?"와 "2장 : 마키아벨리는 어떤 사람일까?"를 내리 읽으면서 이 만화책이 아주 마음에 들었다. 위대한 책이라는 평과 함께 위험한 책이라는 극과 극의 평이 공존하는 <군주론>의 의미를 상당히 자세하고 길게 소개했다. 이 책이 나오기까지의 그 시대, 그 나라의 배경을 설명하고, 이 책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것인지도 짚어주었다. 또 마키아벨리 개인의 일생에 비추어 왜 이 책을 쓰게 되었는지, 이 책에서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었는지를 적절한 비유와 친절한 해설로 풀었다. 흥미롭다. 생각보다 꽤 재미있다. 이 두 개 장만 읽어도 <군주론>에 대해 상당한 수준의 배경지식을 갖겠다. 그 뒤를 이어 <군조론>의 내용을 담은 장은 그 원서에 담긴 내용이 쉽지 않은 탓에 그리 쉽게 읽히는 것은 아니지만, 만화의 장점을 십분 활용해 중간중간 쉴 틈을 준다.  

만화도 깔끔하다. 그림 자체도, 편집도 그렇고, 만화적인 요소도 품위(?)를 유지하고 있어서 고급스러운 느낌이 든다. 만화라고 해서 얕잡아 볼 구석을 찾아볼 수 없으니, 이 정도면 대충 만든 글줄책보다 훨씬 낫다.  

머리말을 읽어보니 중학생 이상을 대상으로 하여 인문고전을 쉽게 풀어보고자 했단다. '서울대 선정 인문고전 50선'이라는 시리즈명도 눈에 들어온다. 이 책을 포함해 근간 목록을 보니 대부분 '제목은 들어보았던' 책이다. 이 시리즈가 이제 막 나오기 시작했지만, 1권인 [만화 마키아벨리 군주론]을 읽으니 이 정도로 내용만 받쳐준다면 괜찮은 시리즈가 되겠구나 기대하는 마음도 생긴다. 중고생은 물론 성인이 읽기에도 괜찮다. 특히 <군주론>과 같은 어마어마한(!) 인문고전을 읽는데 부담을 느낀다면 이 책으로 접근해보는 것도 한 방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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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제왕의 생애 (반양장)
쑤퉁 지음, 문현선 옮김 / 아고라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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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위엔 빨간 깃털을 가진 작은 새가 올라앉아있고, 옅게 화장한 듯한 얼굴로 눈을 감고 있는 이 사람. 겉표지의 이 사람을 처음엔 무심하게 바라보았으나, 책을 덮고 난 지금 이 사람이 '나'이며, 제왕의 용포와 왕관을 쓰지 않고 붉은 옷과 붉은 모자에 작은 새와 마음으로 대화하고 있는 모습의 의미심장을 깨닫는다.   

나. 겨우 열넷의 나이에 형제 중 막내였던 단백은 섭국의 제왕으로 등극한다. 전혀 준비되지 않은 제왕. 준비할 마음도, 준비할 필요도 없었던 단백이 제왕으로 등극한 것에서부터 섭국의 마지막날이 머지 않았음이 시시때때로 예언된다. 비록 미치광이가 짓껄이는 이 말을 누구도 귀담아 듣지 않았지만, 후에 섭국의 왕 자신조차 내뱉는 말이 되었으니 '나, 제왕의 생애'는 한낱 꿈이었던가. 

단백이 제왕으로 지냈던 8년의 세월은 때로 잔인한 형벌과 가혹한 처분으로 말미암아 피로 물든 혼령에게 시달림을 받은 고통의 날들이었으나, 오직 제왕만을 바라보며 마음을 다해 충성을 바치는 환관 연랑을 곁에 두게 되었고, 자신과 마찬가지로 새에 대해 각별한 애정을 가진 여인 혜비와 절절한 사랑을 나누었다. 제왕으로서의 삶이 마지막에 이르렀을 때, 단백에게 그것은 차라리 자유였으며 세상을 향해 날아오르는 새가 되는 일이었다. 

[나, 제왕의 생애]는 충분히 재미있고 흥미로운 소설이다. 궁중에서의 생애와 궁 밖에서의 생애는 제왕이 아닌 인간으로서의 단백을 섬세하게 그리고 있다. 결국은 '자아찾기? 또는 인생무상?' 정도로 귀결되는 주제일 것이지만 그 과정에서 작가 쑤퉁의 문장 하나하나와 이야기를 꾸려가는 솜씨가 제 빛을 다하였다. 상상하기조차 거북한 잔혹한 장면들은 그리 길게 묘사하지 않았으나 강렬한 인상을 남겼고, 권력에 의해 휘둘리고 권력을 향해 이합집산하는 상황과 사람에 대한 묘사가 매우 설득력있다. 또 그 가운데서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부유하는 제왕으로서의 '나'는 다양한 성격으로 그려졌는데, 연약하고 천진한 철없는 사내아이이기도 하고, 때로 극악무도한 폭군이기도 하며, 최고의 권력을 가졌으나 실상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꼭두각시 놀음의 놀이꾼이기도 하니, 이 다양한 캐릭터가 한 몸 안에 자연스럽게 녹아있다. 이후 궁 밖에서 단백이 느끼고 당했던 비루하지만 꿈틀대는 삶의 발견, 무너지는 궁을 목격하는 복잡미묘한 심경이 절묘한 표현과 비유로 서술되었는데, 앞과는 달리 조금 짧고 가볍게 다루고 있어서 아쉽긴 해도 책의 마지막 문장까지 쑤퉁의 필력은 살아있다. 

"나는 내가 꿈에 기대어 글을 쓰고, 꿈에 기대어 살았을 뿐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나, 제왕의 생애]는 바로 그 꿈속의 꿈이다."라고 쑤퉁이 서문에 쓴 이 표현이 아주 마음에 든다. 내 생각에,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나, 제왕의 생애]는 그의 긴 꿈, 그것도 꽤 인상적으로 기억에 남을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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