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콜릿 천재 좋은책어린이문고 11
데보라 셔먼 지음, 신혜경 옮김, 송진욱 그림 / 좋은책어린이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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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맞다. 공부 잘 하고, 학교와 학생을 위해 바른 말을 하고, 모든 생활이 타의 모범이 되는 학생이라면 어른의 생각에 학생회장에 꼭 맞는 인물일지 몰라도, 아이들의 입장에선 수업시간에 17개국어를 줄줄 말해대고, 급식으로 피자 대신 브로컬리를 선택하고, 고리타분한 '로미오와 줄리엣'을 연극무대에 올리는 학생회장이라면 속으로는 정말 싫을 수도 있겠다. 이렇듯 [초콜릿 천재]는 아이들의 솔직한 생각을 담은 발상이 재미있는 동화다.

학생회장이 된 주인공 마이클은 초콜릿 브라우니를 먹은 그 날 이후로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버렸다. 다른 아이들과 똑같이 가끔 말썽도 피우고 엉뚱한 소리로 좌중을 웃기는 평범한 학생이었는데, 학생회장으로서는 너무나도 이상적인 천재 소년으로 변신한 것. 그 이유는 초콜릿 브라우니 속에 아빠가 찾으시던 그 '무엇'이 들어있었기 때문이라는 설정이 그럴싸하고, 천재소년이 된 이후 자기를 싫어하게 된 아이들 때문에 마이클이 마음고생하는 모습도 꽤 실감나면서도 재미있다. 특히 엄마인 내 입장에선 마이클이 전문요리사만큼이나 멋진 식사를 순식간에 차려내는 대목이 인상적 ^^

마이클을 천재소년으로 만든, 아빠가 찾으시던 그 '무엇'이 제대로 작동할 수 없도록 친구들과 아이디어를 짜내고 실행하는 모습은 더 재미있다. 그 아이디어라고 해봐야 결국 마이클이 죽도록 고생만하고 실패하는 것들이었지만, 얼마나 자기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가고 싶었는지가 절절히 느껴져 웃음이 난다. 그런데 그 '무엇'이 제대로 작동할 수 없도록 만드는 가장 강력한 비책은 마이클이 그렇게나 피해다니던 줄리엣과의 키스장면이었으니, 이 또한 얼마나 그럴싸한 설정인지. 

천재가 되어 괴로워하는 마이클, 마이클 덕분에 벌어지는 사건사고들이 아이들의 입맛에 잘 맞게 꾸며져서, 이 또래의 아이들에게 호소력있는 이야기이고 큰 공감대를 형성할 거라는 생각이 든다. 가끔은 이렇게 순수한 즐거움만으로 승부하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마냥 즐겁기만 해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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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임금 이야기 인물로 보는 우리 역사 1
박윤규 지음 / 보물창고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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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임금 이야기]라고 해서, 제목만 보았을 땐 저도 그랬습니다만, 단순히 '단군신화' 이야기라고만 생각해서는 안됩니다. 이 책은 우리나라 역사가 어떻게 흘러왔는지를 각 시대의 첫 임금 이야기를 통해 주루룩 훑어보는, 거기에다 자칫 우리가 잊거나 잘못 알고있는 역사적 사실과 그렇게 된 이유까지도 밝혀봄으로서 우리 역사에 대한 자긍심을 북돋는, 정말 유익하고 의미있는 책이더군요.

시작은 역시 '단군'부터입니다. 단군이야기가 역사적 사실이고, 단군이 실제 인물이라는 것은 저도 어른이 되어서야 알았던 것인데, 그 근거와 설명이 조목조목 정말 친절하게 담겼습니다. 특히 단정적인 어투가 아닌, '이런 주장이 있다, 저런 학설도 있다'는 식으로 융통성을 발휘하면서도 이 책이 설명하는(또는 주장하는) 내용은 강한 설득력을 가진 흥미로운 것들입니다. 이를테면, 웅녀가 되었다는 '곰'은 언어학자의 주장에 따르면 이 단어가 짐승을 가리키는 게 아니라 '땅의 신'을 의미한다는 것으로, '아버지는 하늘이요, 어머니는 땅'이라는 말의 배경이 된다는 것이지요. 

고조선의 단군 후에는 고구려의 주몽이 등장하는데, 그 사이 부여의 영웅 해모수를 조명한 것도 인상적입니다. 또 신라에 가려져 상대적으로 조명을 덜 받아온 견훤과 궁예는 물론 가야왕국을 세운 김수로까지 다루고 있는데, 첫 임금들이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탄생신화는 옛날 이야기를 듣는 듯 재미있기도 하면서 그 의미를 알아가는 즐거움이 있습니다. 한편, 고구려가 한반도를 넘어 중국땅에 이르는 거대한 영토를 갖고있었다는 것은 다 알지언정 후고구려, 발해, 백제 등이 지금의 중국땅을 호령했었음을 밝히고(또는 추정하고) 있습니다. 아.. 읽으면서 제 머릿속에 새겨져있는 국사연표와 지도가 상당한 충격으로 흔들릴 지경이었답니다.      

각 시대의 첫 임금 이야기로 풀어나가는 형태이면서도 전대(前代)와 후대(後代)의 시대적 상황이 함께 설명되어있기 때문에 한 나라의 흥망성쇄를 목도할 수 있고, 우리 역사의 흐름을 큰 그림으로 잡아낼 수 있습니다. 읽기 쉽고 편안한 설명체로, 머리에 쏙쏙 들어올 수 있게 간결하면서도 체계를 잘 잡아 정리한 서술로 초등 중,고학년 이상이면 무리없이 소화할 수 있겠어요. 제게도 신선한 지적 충격과 호기심을 동시에 일으켰던 [첫 임금 이야기], 100점 만점 이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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뽀송이 2008-04-03 2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탐나던데 님의 리뷰를 보니 더 궁금해져요.^^
잘 지내시죠? 오랜만에 인사드려요.^^
 
후트 그린북 어린이문학 1
칼 히어슨 지음, 이승숙 옮김 / 그린북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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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다 읽고 나서야 '후트(hoot)'의 뜻을 찾아보았더니 올빼미가 우는 부엉부엉 소리란다. 정면을 바라보는 올빼미 그림을 보았음에도 후트가 주인공 이름이거나 지명이거나 그런 거겠지라고 넘겨버린 나의 무심함. 이제서야 이 후트가 올빼미의 애절한 울음소리로 들리는 것처럼 [후트]의 인물들도 그랬던 게다. 세 명의 아이들만 빼고.  

[후트]의 뼈대는 이 올빼미를 지키고 싶어하는 세 아이들의 활약상인데, 이 이야기를 더욱 실감나고 재미있게 만드는 건 주인공 로이가 맞닥뜨리는 학교에서의 크고 작은 사건들과 주변인물들이다. 자신을 괴롭히는 덩치 큰 악동에게 어떻게 맞서는지, 힘세고 험악하게 보이는 축구부 여자아이, 또 공사장을 맨발로 뛰어다니던 끝내 이름을 알지 못하는 그 아이와는 어떤 연유로 어떤 관계를 맺어가는지. 무능하지만 어쨋든 자기 임무에 충실하려는 경찰관과 공사장의 십장, 또 로이의 부모님도 빠트릴 수 없고. 

솔직히 말하면 [후트]가 처음부터 재미있지는 않았다. 서로 관계가 전혀 없어보이는 로이의 학교생활과 공사장의 십장 이야기와 무능한 경찰관의 이야기가 병렬로 이어지고 있는데다, 그 각각이 특별히 매력있는 것도 아니어서 조금 지루했던 게 사실이다. 그런데 그 이야기들이 가진 관계성이 가시화되면서, 또 로이가 자연과 생명을 진정으로 사랑하고 있다는 걸 느끼게 되는 중반부를 넘어서면서 재미있어진다.  

회사의 이익에 급급해 자연이나 생명같은 건 무시하고 공사를 감행하려는 데 대항하는 세 아이들. 돈도 힘도 없는 아이들이 서투르지만 자기들 방식으로 애쓰는 모양이 자못 감동적이다. 로이가 시사토론수업시간에 했던 짧은 연설이 그동안 무심했던 후트 소리에 아이들이 관심을 갖게 만들었고, 공사장에 모인 사람들은 로이와 친구들 덕분에 그제서야 후트 그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었던 것. 

평범하지만 용기있고 현명한 소년 로이. 후트, 올빼미의 울음소리를 지켜낸 것처럼 자기 자신을 멋지게 지켜낸 소년 로이. 거부감없는 훌륭한 역할모델을 보여줄 성장소설로 읽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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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의 정원 좋은책어린이문고 10
가브리엘 왕 지음, 김난령 옮김, 나오미양 그림 / 좋은책어린이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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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에 살고있는 중국인 가족. 아빠의 한의원에서 나는 오묘한 한약재 냄새 덕분에 '구린내 루'라고 놀림을 받는 주인공 소녀 미미는 중국 고유의 음식은 물론 전통 옷이나 행사같은 것을 고수하는 부모님의 생활방식때문에 속상하다. 못된 친구들이 놀리는 것이야 무시하면 그만이지만, 사실 속마음은 자기도 다른 친구들처럼 중국아이가 아닌 평범한 아이이고 싶었으니까 말이다.  

중국계 호주인 3세라는 [마법의 정원]의 작가, 자라면서 자기정체성으로 고민도 했다는 작가, 그래서인지 이 책의 주인공 미미의 모습은 솔직하면서도 사실적이다. 샌드위치 대신 젓가락으로 볶음밥을 점심도시락으로 싸오는 미미. 내가 남과 다르다는 것을, 또 남이 나와 다르다는 것을 제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이기엔 아직 어린 아이가 아닌가. 도시락처럼 사소한 것에서도 마음고생을 할 수 밖에 없는 미미에게 짠한 애정이 느껴진다.  

한편, 미미가 신비로운 파스텔로 마법의 정원을 그리고, 그 정원 안에서 정말 마법같은 일들이 벌어지고, 또 파스텔이 엉뚱한 사람의 손에 의해 위기를 만들어내기도 하는 이야기는 상당히 재미있고 의미있다. 미미가 자신의 정체성을 조금씩 깨달아가는 과정이고, 가족간의 사랑과 이해를 재삼 확인하는 과정이며, 또 다른 사람들과의 진정한 소통이기도 하다. 또 하나. [마법의 정원] 내내 솔솔 풍겨오는 중국의 향기가 꽤 인상적이다. 마법의 정원은 우리에겐 매우 익숙한 중국의 그림과 크게 다르지 않고, 미미의 엄마가 차린 찻집의 메뉴와 분위기가 중국 거리의 한 부분을 내온 듯 하다. 

아름다운 마법의 이야기. 중국의 향기가 나는 이야기. 오랜만에 만난 색다른 이 이야기가 참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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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여름 가을 겨울의 춤 자연그림책 보물창고 4
리바 무어 그레이 지음, 황윤영 옮김, 라울 콜론 그림 / 보물창고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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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코가 딱딱한 분홍색 신, 비행접시처럼 쭉 뻗은 허리춤의 치마, 뒤로 넘겨 꽉 붙들어 붙인 머리. 발레라고 하면 아마 사진같은 데서 보았었을 발레리나의 모습만 생각난다. 실은 발레라는 춤으로 뭔가를 표현하고 상징한다는 것은 내가 전혀 모르는 무언가를 상상하는 것처럼 막연하기만 한 일이다. 그런데 막연하나마 그 무언가를 상상할 수 있게 만든 그림책,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춤].  

발레리나가 쓴 글. 발레리나가 어렸을 적, 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을 맞을 때마다 엄마와 함께 그 계절을 만끽하고 축복하며 온 몸으로 뛰고 날고 구른다. 꼭 우아하고 고상할 필요는 없다. 개구리처럼 폴짝 뛰고, 비에 젖은 구릉에서 미끄럼을 타고, 발로 낙엽을 차고, 눈 위에서 팔다리를 펄럭이는 몸짓. 그렇게 실컷 놀고나면 엄마와 함께 차를 마시며 책 속에 낙엽을 끼워넣는. 발레리나가 회상하는 어렸을 적엔 늘 그렇게 엄마와 함께였다는 사실이 얼마나 마음 편안하고 행복한 기억인 것인지 절로 느껴진다. 그것이 발레이든 그냥 뛰어노는 것이든 상관없이. 

편안하고 행복한 느낌이 물씬 풍겨가는 그림 역시 보는 것만으로도 참 좋다. 뭔가를 흩뿌려놓은 것 같기도 하고 일부러 긁은 것같은 옅은 스크레치도 보인다. 이런 식의 그림 기법을 무어라 부르는지 전문용어는 알 수 없어도, 덕분에 눈을 감은 채 잔잔한 미소를 머금은 엄마와 딸의 얼굴에 담긴 행복, 그리고 부드럽게 움직이고 있는 팔과 다리와 몸이 정말 춤추고 있는 듯 경쾌하고 발랄한 생동감이 모두 살아있다. 또 계절마다 포근하고, 뜨겁고, 서늘하고, 추운 느낌까지도.  

발끝으로 서서 춤추는 발레까지는 아니더라도 새삼 자연을 온몸으로 느끼며 받아들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이왕이면 이 책의 모녀처럼 엄마와 아이가 함께 같은 느낌을 같은 몸짓으로 공유할 수 있기를. 또 후에 아이가 다 컸을 때 편안하고 행복했던 어린 시절을 회상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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