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트 그린북 어린이문학 1
칼 히어슨 지음, 이승숙 옮김 / 그린북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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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이 책을 다 읽고 나서야 '후트(hoot)'의 뜻을 찾아보았더니 올빼미가 우는 부엉부엉 소리란다. 정면을 바라보는 올빼미 그림을 보았음에도 후트가 주인공 이름이거나 지명이거나 그런 거겠지라고 넘겨버린 나의 무심함. 이제서야 이 후트가 올빼미의 애절한 울음소리로 들리는 것처럼 [후트]의 인물들도 그랬던 게다. 세 명의 아이들만 빼고.  

[후트]의 뼈대는 이 올빼미를 지키고 싶어하는 세 아이들의 활약상인데, 이 이야기를 더욱 실감나고 재미있게 만드는 건 주인공 로이가 맞닥뜨리는 학교에서의 크고 작은 사건들과 주변인물들이다. 자신을 괴롭히는 덩치 큰 악동에게 어떻게 맞서는지, 힘세고 험악하게 보이는 축구부 여자아이, 또 공사장을 맨발로 뛰어다니던 끝내 이름을 알지 못하는 그 아이와는 어떤 연유로 어떤 관계를 맺어가는지. 무능하지만 어쨋든 자기 임무에 충실하려는 경찰관과 공사장의 십장, 또 로이의 부모님도 빠트릴 수 없고. 

솔직히 말하면 [후트]가 처음부터 재미있지는 않았다. 서로 관계가 전혀 없어보이는 로이의 학교생활과 공사장의 십장 이야기와 무능한 경찰관의 이야기가 병렬로 이어지고 있는데다, 그 각각이 특별히 매력있는 것도 아니어서 조금 지루했던 게 사실이다. 그런데 그 이야기들이 가진 관계성이 가시화되면서, 또 로이가 자연과 생명을 진정으로 사랑하고 있다는 걸 느끼게 되는 중반부를 넘어서면서 재미있어진다.  

회사의 이익에 급급해 자연이나 생명같은 건 무시하고 공사를 감행하려는 데 대항하는 세 아이들. 돈도 힘도 없는 아이들이 서투르지만 자기들 방식으로 애쓰는 모양이 자못 감동적이다. 로이가 시사토론수업시간에 했던 짧은 연설이 그동안 무심했던 후트 소리에 아이들이 관심을 갖게 만들었고, 공사장에 모인 사람들은 로이와 친구들 덕분에 그제서야 후트 그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었던 것. 

평범하지만 용기있고 현명한 소년 로이. 후트, 올빼미의 울음소리를 지켜낸 것처럼 자기 자신을 멋지게 지켜낸 소년 로이. 거부감없는 훌륭한 역할모델을 보여줄 성장소설로 읽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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