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기 인문 A조 마지막 도서 : 심리학, 배신의 상처를 위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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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 배신의 상처를 위로하다
이브 A. 우드 지음, 안진희 옮김, 김한규 감수 / 이마고 / 2010년 8월
평점 :
품절
배신에 대한 보고서이자 치유를 위한 영양제 같다고나 할까. 배신에 대한 심리적이고 논리적인 분석을 통해 그 과정과 파장을 살펴본다. 그렇다고 심리학에 관한 심각한 이론이 등장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 주변에서 종종 목격하게 되는 사건이나 저자의 상담내용을 통해 배신의 전 과정을 조망한다.
특히 부부 사이의 배신, 가령 남편의 불륜으로 인해 배신당한 여성에게 초점을 맞춘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아직은 남성중심의 사회이기에 여성은 중간자나 피해자의 입장으로 남는 경우가 대부분인 것 같다. 설사 가해자의 입장에 있었다고 한들 남성중심의 '우월주의'는 이를 용납하지 못했다. 아무튼 여성의 입장에서 배신을 그리다보니 여성의 삶에서 가장 큰 파장으로 다가올 수 있는 불륜에 의한 남자의 배신이 화두로 떠오른 것 같다.
불륜, 십년 전만 하더라도 입에 올리는 것조차 금기시되던 단어가 이제는 너무 흔한 가십거리가 되어버렸다. 그렇다보니 수많은 불륜과 배신 사례에도 불구하고 조잡한 재현드라마를 보는 정도의 느낌밖에 들지 않았다. 나와 내 가족만 깨끗하다면 평생 신경 쓰지 않아도 될 문제였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내 주변에서도 이런 비슷한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부인과의 불화를 토로하는 친구들이 늘어났고 이혼을 고려한다는 말까지 들려왔다. 물론 그들 인생 모두가 극단적인 파국으로 치닫는 것은 아니지만 그 빈도는 시간이 갈수록 증가했다. 급기야 부인 몰래 만나고 있다는 '여친'에 대해서 자랑스럽게 말하는 모습까지 보게 되었다. 집과 직장만 오가는 나를 소심남이라 비웃으며 말이다.
그들의 이야기는 하나같이 똑같았다. "가정에서 즐거움을 찾는 시대는 지나갔다", "자신의 말을 귀담아 들어줄 친구가 필요했다". "인생의 황금기를 집구석에만 틀어박혀 지낼 것인가", "우린 친구로 사랑했어, 육체적인 관계로만 보지 말아줘", "남자는 원래 여러 여자를 만나야 돼"라고 자신의 바람을 설명했다.
그러나 정작 그들이 자신의 부인에 대해서도 이렇게 관대할지 의문이다. 한마디로 '자신이 하면 로맨스요, 남이 하면 바람'이라는 것이다. 남자의 이중성은 자신을 합리화하는데 그치지 않고 상대방, 특히 배우자인 여성에게 씻을 수 없는 큰 고통을 남기는데 문제가 있다고 하겠다.
여성들이여! 남자들은 원래 이런 동물이다. 가까이 하기에는 너무 지저분(?)하고 멀리하기에는 조금 아까운, 그런 존재들이다. 남자를 사랑하되 맹신하지는 말라. 그는 당신의 믿음을 대해 무한한 사랑으로 보답할 수도 있다. 하지만 어떤이는 사랑을 미끼로 당신을 이용할 수도 있다. 당신의 정신과 육체를 갈아먹는 소시오패스(반사회적 인격 장애)일 수도 있으며. 다른 여성에게 꽃과 다이아몬드를 선물한 후 한적한 모텔에서 섹스를 즐길지도 모른다.
당신의 남편에게 뭔가 이상한 낌새가 느껴진다면 그 즉시 확인하라. 당신을 속이고 배신했다면 절대 용서하지 마라. 모든 잘못은 상대방에게 있지 자신에게 있는 것은 아니다. 다시 되돌릴 수 있다는 기대감은 버려라. 불편한 현실에서 도망치지 말고 냉철하게 직시하라. 자식과 이웃의 눈치에 연연하지 말고 자신의 의지대로 행동하라! 결국 시간이 모든 것을 해결해 줄 것이고 뒤틀어진 당신의 삶도 재위치를 찾을 것이다. 여성들이여, 배신을 두려워하지 말라!
하지만 책이 중반으로 넘어갈수록 반복되는 내용에 이내 질려버렸다. 배신에 대해 '용서'를 강요하지 말라는 것과 자신을 믿고 시간과 함께 내버려 두라는 내용이 계속해서 반복된다. 그 사례와 방법이 조금씩 추가되고 변형될 뿐 전체적인 내용을 이미 다 알아버린 듯 했다. 소제목만으로도 그 내용이 확연해지니 좀처럼 읽을 맞이 나질 않았고 집중력도 떨어졌다. 이런 식의 처세서는 결국 '자신을 믿고 열심히 살라'는 결론으로 끝나게 마련이니 이미 결론을 다 알고 있는 꼴이 아니던가. 물론 새로운 사실들이나 구체적인 방안을 확인할 수도 있겠지만 배신이라는 비일상적인 소재가 갖는 제한점에 묻혀 버렸다. 뼈에 사무치는 배신을 당해보지 않는 나에겐 소귀에 들리는 경처럼 무감각하게 들렸다.
또한 책의 구성에 대해 한마디 덧붙이자면, 권두에 위치한 "옮긴이의 글"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하기 힘들다. 저자가 엄연히 존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본문 앞에 버젓이 등장하는 옮긴이의 글은 안방을 차지한 집들이 손님처럼 당황스러웠다. 책 말미에 들어가는 역자의 글도 책의 본 의미를 훼손할 수 있다고 기피하는 마당인데 도대체 어떤 생각으로 자신을 글을 서두에 밀어 넣었는지 모르겠다.
결국 서둘러 책장을 덮어버렸다. 배신에 관한 세세한 내용은 다음에, 배신이 나를 집어삼키려는 순간을 위해 남겨놓기로 했다. 최소한 지금의 나에게는 배신이라는 극단적인 환경이 어울리지 않으니...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배신이라는 상황에 직면하지 않도록 살아가야 지혜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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