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의 자격 - 내가 제대로 키우고 있는 건가
최효찬.이미미 지음 / 와이즈베리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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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잃은 부모들이 읽어야 할 책 [부모의 자격]

 

 

당신은 부모인가, 학부모인가?

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 문득 질문자의 눈길을 회피하고 싶어지거나 대답하기에 한참을 망설이면서 우물쭈물하고 있다면...

그렇다. 당신은 바로 대한민국의 엄마, 아빠이다.

과연, 저 질문에 환하게 웃으며 “나는 당연히 부모 노릇 잘하고 있는 건강한 부모입니다.”라고 자신 있게 대답할 자, 몇이나 되겠는가?

경쟁과 비교가 빠지면 섭한, ‘교육피로 사회’에 반쯤 몸이 잠긴 상태에서 목을 쭉 빼고 심호흡을 하자.

길을 잃은 부모라고 생각될 때 이 책을 읽어보자.

가감없는 우리나라 교육 현장의 ‘민낯’을 보게 될 것이다.

마주 대하기 불편하지만 꼭 살펴보아야 할 현장의 민낯들을 읽다보면 ‘내 모습은 혹시...’하면서도 각각의 사례에 내 모습을 비춰보게 된다.

으으음...저 정도는 아닐 거야.

도리질 치고 싶어지는 심각한 사례를 읽으면서 나는 혹시 곪아가고 있는 상처를 꾹꾹 눌러 덮은 채 괜찮다, 괜찮다. 억지 주문을 외고 있었던 건 아닌지...고민하게도 된다.

대학 진학률이 80%에 육박한다는 한국교육개발원의 그래프는 조금만 공부하면 누구나 대학에 갈 수 있는 환경임을 알려주는 지표임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의 학부모에게는 대학의 “간판”이 더욱 중요해졌음을 반증하는 절대적인 자료로 인식된 지 오래다.

기왕 가는 대학, In 서울 혹은 S.K.Y 정도 나와야 대한민국에서 유세하며 살 수 있다는 그릇된 신념을, 갓 신내림 받은 촉 좋은 무속인의 말처럼 금과옥조로 떠받드는 부모들 때문에아이들은 시름시름 병들어 간다.

 

“우리 나라의 가정은 자녀를 좋은 대학에 보낸다는 목표로 이뤄진 프로젝트 공동체”-36

 

“중학교는 특목고를 강요하고 모든 걸 성적순으로 처리하려 했고 한 달마다 성적표를 주며 부담스럽게 했어요. 말레이시아에서는 규율이 엄격했지만 성적표는 ‘리포트 북’이라고 해서 일 년에 한 번만 주고 넓은 시각을 갖게 해줘서 공부가 재미있었어요.” 민석이는 “말레이시아에서는 수업 시간에 집중해서 들으면 다 알아들을 수 있는 수준으로 수업을 하는데 한국에서는 선행학습을 하지 않으면 따라갈 수 없는 수업을 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41

 

“학교와 사회는 결과로만 아이를 평가하고 결국 성적 등급에 따라서 ‘인간의 값’도 매겨진다.-65

 

지금 우리 사회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교육 혁명-69

 

 

 

 

자녀 교육을 위해 부모의 헌신은 당연히 필요하다. 그러나 방향을 잘못 잡은 헌신은 부모, 자녀 둘 다를 지옥에 빠뜨리는 끔찍한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지켜봐 주는 사랑과 냉정한 사랑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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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 황태자비 납치사건 - 개정판
김진명 지음 / 새움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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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삼 년 후에 다시 돌아오다! [신 황태자비 납치사건]

 

독도, 동해, 위안부, 역사 교과서.

우리와 일본 사이를 가로막고 있는 눈에 보이지 않는 장막들에는 무수한 단어들과 적막한 절규들이 아로새겨져 있을 테지만 지금 현재 가장 대두되고 있는 이슈들로는 위와 같은 몇 가지를 꼽을 수 있겠다.

땅덩어리가 좁아터진 탓인지, 당시 전 세계에 만연해 있던 제국주의의 영향을 제대로 받아 대륙 침략에의 야욕을 드러낸 일본은 스스로 시작한 전쟁에서 결국은 패하였으나 전쟁의 주모자인 일본은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뻔뻔하게 하늘을 우러르고 있으며 우리는...우리가 입은 전쟁의 상흔은 오랜 시간이 지나도록 아물 줄을 모른다.

가혹한 역사의 물결을 고스란히 온몸으로 받아내어야만 했던 위안부 할머니들이 한 분이라도 생존해 계시는 한, 그리고 그 할머니들을 기억하는 우리 국민이 한 사람이라도 남아 있는 한 일본은 ‘우리의 영원한 적수’라는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다.

역사의 과오를 뉘우칠 줄 모르고 전범의 위패를 모신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감행하는 아베 정권은 후안무치의 행보를 멈추지 않는다. 바야흐로 우익 세력이 온 일본을 잠식해 들어가고 있는데도 일본 국민들은 제대로 된 역사교육에서 한참을 벗어나 있는 것도 모르고 거세고 힘찬 물결에 휩쓸려만 가고 있다.

중국과 우리나라, 동남 아시아 여러 국가들의 한결같은 비난에도 불구하고 나름 꿋꿋하게 시대착오적 역사인식의 길을 걸어가고 있는 일본.

문제는 강대국들의 이권 싸움에 역사는 한낱 종이쪼가리로 치부되어 역사의 진실이 시대의 흐름에 따라 흔들리곤 한다는 것이다.

무엇이 일본을 저렇게 무서울 것 없이 날뛰게 만드는지 몰라도 독도를 다케시마로, 동해를 일본해로 야금야금 만들어가고 있는 모습을 보고 분개하지 않을 대한민국의 국민은 없으리라.

나쁜 놈들!

국가는 저런 일본에 왜 강력하게 대처하지 않는가!

분통 터지는 요즈음의 정세에 답답해지는 마음이 김진명의 [신 황태자비 납치사건]을 읽으며 조금은 사그러들게 되었다.

아주 단순한 사건과 결말이지만, 짧고도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소설.

 

도쿄의 한복판 가부키자에서 공연을 관람하던 일본의 황태자비 마사코가 납치를 당했다.

고등학교 동창생인 두 명의 여자와 공연장의 휴게실에서 만났다고 하는데, 고교 동창 둘 중의 한 명인 고마코로 위장한 범인은 황태자비를 변장시켜 경호원들 사이를 유유히 빠져나간 것이다.

일본 열도만이 아니라 전세계가 경악에 빠질 대사건에 일본 제일의 수사관으로 알려진 다나카 형사가 투입된다.

모두가 여자일 것으로 추정한 범인이 사실은 남자라는 것을 밝혀내고, 단독 범행이 아니라 공범이 있을 것이라 확신한 다나카 형사.

수색 작업에 진척이 보이지 않고 시간은 흘러가는데...

납치범에게서 연락이 왔다.

납치범은 황태자비에게 세 권의 책을 읽으라 하고,

정부에게는 두 장의 문서를 공개하라는 요구를 하고 있었다.

황태자비의 목숨이 달린 문제인데도 문서의 존재조차 완강히 부인하는 일본 정부. 문서의 내용은 과연 무엇인가?

 

끝이 뻔한 사건이기에 추리소설로서의 긴장감은 많이 떨어지지만, 사건의 전개 과정에서 드러나는 두 장의 문서에 얽힌 이야기들은 실로 어마어마한 내용을 담고 있다.

1895년. 명성황후 시해 사건과 묘하게 오버랩 되는 신 황태자비 납치사건.

 

본문에서 ‘한성공사관 제 435호 전문’으로 명명되고 있는 “이시즈카 에조의 보고서”는 13년 전 이 소설이 발표된 후 김진명 작가의 끈질긴 추적에 의해 그 실체가 발견되었다고 한다.

『낭인들은 깊이 안으로 들어가 왕비를 끌어내 칼로 두 세 군데 상처를 입히고 발가벗겨 국부검사를 했습니다. 우스우면서도 분노가 치밉니다. 마지막으로 기름을 부어 소실했는데, 이 광경이 너무 참혹하여 차마 쓸 수가 없습니다. 궁내 대신 또한 몹시 참혹한 방법으로 살해했다고 합니다』

 

보통의 일본인들이 과거사를 제대로 알기만 하면 반성할 줄 아는 사람들이라면서 이 소설을 통해 세계에 역사의 진실을 똑바로 알리고 싶었다는 작가 김진명.

확고한 그의 역사인식이, 현실과 허구를 넘나들면서 만들어낸 이 소설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지금 일본이 해야 할 일...

김진명은 황태자비 마사코의 입을 빌어 전하고 있다. 일본을 대표하는 누군가로부터 이런 속시원한 말을 듣는 날이 되어서야 두 발을 뻗고 잘 수 있으리라.

 

아무리 변명을 하려 해도 사람의 목숨을 두고 ‘시합’이니 ‘경쟁’이니 ‘놀라운 기록’이니 ‘연장전’이니 하는 용어들을 사용한 걸 어떻게 설명할 수 있단 말입니까? (...)한마디로 모든 일본인이 이 살인시합을 즐긴 것입니다. (...)

우리는 지난 제국주의 시대에 잠시 강탈했던 댜오위다오와 독도를 우리 영토로 주장해서는 안됩니다.

이번에 우리가 다시 역사를 왜곡한 이 교과서를 받아들인다면 우리 일본은 이 세상에 존재할 가치도 없는 나라가 되고 맙니다. 저는 이 자리를 빌려 비탄에 돌아가신 명성황후와 중국의 국민들에게 진심으로 사과를 드리고자 합니다. (...)

존경하는 유네스코 위원 여러분, 이 교과서를 불량으로 판정해 주십시오. 그리고 일본 정부에 강력히 교과서의 폐간 또는 완간 수정을 권고해 주십시오. 그것이 진정 우리 일본을 위하는 길입니다. -440

 

뜨거운 애국심이 끓어오른다.

 

한우리 북카페 서평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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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기 활동 마감 페이퍼를 작성해 주세요.

13기 활동 마감 페이퍼

 

크흑~

벌써 13기 마감이라니...

 

13기 신청할 때 다른 이들의 마감 페이퍼를 보며, 아~ 이 활동이 마지막이구나.

나도 얼른 신간평가단 이 되어서 활동 마감할 때는 꼭 이런 페이퍼를 써보아야지...

했었는데,

그 때가 이렇게 빨리 다가올 줄이야.

 

시간의 흐름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더니, 마감을 코앞에 두고는 시간. 정말 눈에 잘 보인다!!

 

 

 

헌 책이 내게 말을 걸어왔다
정원에서 보내는 시간
작가의 얼굴
책으로 가는 문
모든게 노래
인생수업
조르바를 춤추게 하는 글쓰기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
인생의 목적어
남자를 위하여
눈물
미처 다 하지 못한

 

 

모두 12권의 책을 읽었었다.

이 중에서 내가 꼽을 다섯 권의 책은

 

책으로 가는 문, 모든 게 노래, 인생 수업,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 남자를 위하여...이다.

 

모두들 주옥같은 책들이지만, 나의 취향에 좀 더 맞는 책들을 골랐으니, 나머지 책들이여, 슬퍼하지 말지어다!!

1. 미야자키 하야오의 소년문고 추천작들을 실은 <책으로 가는 문>은 하야오의 어린 시절을 엿볼 수 있는 기회여서 좋았고, 더불어 나의 "책으로 가는 문"을 회상해볼 시간을 가질 수 있게 되어서 더욱 좋았던 책이었다.

2. 모든 게 노래

김중혁의 산문집이었는데, 산뜻한 그림이 곁들여져 있어서 심심하지 않게 읽었던 기억이 난다.

음악하는 사람이 글도 잘 쓰니 읽는 내내 배가 아팠었다. ^^

 

3. 인생 수업

두말할 필요 없는 법륜 스님의 베스트셀러. 빨간 표지가 무척이나 인상적이었는데, 속시원히 모든 인연에 대해 비답을 내려주시니, 비록 그 말씀대로 실천하기가 힘들어서 그렇지 읽고 있는 동안은 속세의 모든 고민이 씻겨나가는 듯한 후련함을 느낄 수 있었다.

 

4.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

황홀. 말 그대로 황홀한 책.

책에 들인 공만큼이나 , 아름다운 서점들을 구경하는 데 있어서 느끼게 되는 감동은 실로 엄청났다고밖에...

 

5. 남자를 위하여

김형경의 남자를 위한 에세이. 심리치료 에세이를 펴낸 작가답게 남자를 속속들이 파헤치면서 남자에 대해 품었던 의문점들을 조금은 해소할 수 있게 해주어서 좋았던 책이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책은 , 바로바로...

무지무지 고르기 힘들었지만,

1번. 미야자키 하야오 할아버지의 <책으로 가는 문>

소장하고 싶은 책 1순위는 4번이지만, 자주 자주 들여다보고 싶은 책은 1번이라...

 

흑흑..

이렇게 끝나는 건가요.ㅠㅠ

14기에서도 에세이와 함께 할 수 있는 행운이 오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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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처 다 하지 못한 - 김광석 에세이
김광석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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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같은 목소리, 김광석 [미처 다하지 못한]

 

내가 김광석에 대해 알면 얼마나 안다고...

 

그에 대해 아주 친했다는 듯이, 많은 것을 함께 했다는 듯이

 

나는 아직도 그가 내민 잔에 푸르른 눈물 한 방울을 돌려주지 못했다. 그는 너무나도 재빨리 이 술자리를 뒤로한 채 집으로 가버린 것이었다. 아아, 광석이 형, 시바.

라고 뇌까리는 시인 류근이 있었고,

 

광석이 형이 쓴 일기장을 가만 보고 있자니 형이 글을 쓰고 싶어했던 것 같다는 생각을 이제 한다. (...)

그의 글씨는 부끄러움을 타서 때론 붉다

라고 회고하는 시인 이병률도 있었다.

그와 함께 술잔을 기울이던 시인들, 노래하는 가객들이 있었고, 사랑하는 아내가 있었으며 피를 나누어 가진 딸이 있었다.

그런데, 그런데 내가 뭐라고...

 

그의 사적이고 내밀한 메모로 가득한 일기를 들여다 본단 말인가.

이 세상을 뒤로한 지 오래인 그를 이제 와 추억해 보았댔자 다시 살아돌아올 것도 아니고, 내가 그의 글을 읽고 좀 아는 척해보았댔자 달라질 것도 없는데..

 

이렇게 시니컬하게 나열하는 이유는 그를 그리워하는 마음이 더 커질 것을 염려해서이다.

이렇게 애써 그의 글을 밀쳐내는 이유는 그의 모습을 먼발치서나마 보고 싶어할 것을 미리 차단하기 위해서이다.

그는 없다. 없다. 없다.

 

그러나 그의 목소리는 남아 있다.

나는 오직 그의 새벽 같은 목소리를 그리워할 뿐, 아무 것도 할 수 있는 게 없다.

그의 목소리에서 짙은 슬픔을,

때로는 사랑에 대한 무한한 공감을,

다정다감한 그의 심성을 느낄 뿐이다.

아무리 춥고 힘들어도 봄을 기다리던 그의 바람을 목소리에서 읽어낼 뿐이다.

 

가지 않은 길이 그렇게도 궁금하여 따라 나섰나요...

이제 다시는 푸근한 웃음과 나직하면서도 청량했던 그 목소리를 들을 순 없는 건가요.

오직 노래로만 우리 곁에 남아 있을 건가요.

 

<사랑했지만>

김광석은 어느 날 참석한 모임에서 어느 할머니가 비 오던 날, 길 한복판에서 이 노래가 가게에서 흘러나오자 비를 맞으며 끝까지 들으시는 모습을 봤다는 얘기를 전해 듣고는 마음을 고쳐먹고 노래를 더 열심히 불러야겠다고 다짐했다고 한다.

 

버스 안에서 누군가의 신청곡으로 DJ의 손에 의해 재생되는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을 들으면서도, 밤늦은 시각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나는 눈물을 머금는다. 감정이 북받칠 때에는 엉엉 울어버리기도 한다.

사람의 귀를 잡아 끄는 은근한 매력이 있고 감정을 오롯이 전달할 줄 아는 진정성 때문에 그 눈물은 주체할 수 없다.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 

곱고 희던 그손으로

넥타이를 매어주던 때

어렴풋이 생각나오

여보 그때를 기억하오

 

막내아들 대학시험

뜬눈으로 지내던 밤들

어렴풋이 생각나오

여보 그때를 기억하오

 

세월은 그렇게 흘러

여기까지 왔는데

인생은 그렇게 흘러

황혼에 기우는데

 

큰딸아이 결혼식날

흘리던 눈물방울이

이제는 모두 말라

여보 그눈물을 기억하오

 

세월이 흘러감에

흰머리가 늘어가네

모두다 떠난다고

여보 내손을 꼭 잡았소

 

세월은 그렇게 흘러

여기까지 왔는데

인생은 그렇게 흘러

황혼에 기우는데

 

다시 못올 그먼길을

어찌 혼자 가려하오

여기날 홀로 두고

여보 왜 한마디 말이 없소

여보 안녕히 잘 가시게

 

가사만 적었을 뿐인데도 또르르 흘러내리는 눈물.

또 내 마음을 훔치셨군요.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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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 - 최인호 유고집
최인호 지음 / 여백(여백미디어)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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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호 유고집 [눈물]

 

그때였습니다. 우연히 거울을 본 순간 저는 제 얼굴이 변화하는 놀라운 모습을 보았습니다. 제 얼굴이 서너 개의 표정을 거쳐 마치 하이드에서 지킬 박사로 변하는 영화 속의 한 장면처럼 변화하는 것이었습니다.

이 신앙체험을 지금껏 아무에게도 털어놓은 적이 없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고백하여도 좋을 때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233

 

마흔 셋에 천주교 신자가 되어 아침저녁으로 기도하고, 밥 먹을 때 성호를 긋고, 말할 때마다 걸핏하면 예수님과 회개와 부활 같은, 성경의 용어들을 즐겨 말하는 이른바 ‘예수쟁이’가 되어버린 최인호를 맞닥뜨렸을 때 솔직히 당황스러웠다.

내가 알던 최인호는 <잃어버린 왕국>에서 고구려와 백제 등의 역사를 힘있게 이야기하고, <상도>에서 자신의 길을 가는 거상의 이야기를 일구어낸 이야기꾼이었는데...

종교를 믿지 않는 내가 길거리에서 “예수 믿으세요.”하며 애를 들쳐 업고 내 팔을 부여잡는 아주머니를 만났을 때 얼마나 곤혹을 치르곤 했는데...

 

죽어 버린 육체의 거부할 수 없는 마지막 자백이라며 오랜 투병 생활 속에서도 끝까지 펜을 놓지 않았던 그가 마지막으로 남기고 간 흔적 속에서 주저리 주저리 인용되는 성서의 구절과 “주님”을 영접하기엔 , 갑작스레 벌어져 버린 추억 속의 최인호와 유고 속의 최인호의 간극이 너무나 커서 , 나의 영혼은 삽시간에 얼어붙어 버렸다.

머릿속이 꽁꽁 얼어붙어서 책장을 넘길 때마다 만나게 되는 “주님”들에 일일이 싫다는 반응을 채 표시하지도 못한 채 그저 멍하니...들여다 볼 뿐이었다.

그러나 책의 말미에 붙은 사회 각계각층 인사들의 추모글들을 보면서, “아~최인호였지.” “그래, 이 글을 쓴 것은 다른 사람이 아닌 최인호야.” 되뇌일 수 있었고, 어렴풋이나마 병마의 고통 속에서 그가 택한 이 길이 있었기에 끝까지 작가로 남을 수 있지 않았나...짐작할 수 있었다.

 

 

“아이고 어머니. 엄마. 저 글 쓰게 해 주세요. 앙앙앙앙. 아드님 예수께 인호가 글 좀 Tm게 해 달라고 일러 주세요. 엄마, 오마니!(...)

선생은 자신의 이런 기도를 막무가내 떼쓰기 기도라고 했다. 항암 치료로 빠진 손톱에 골무를 끼워 가며 매일 30매씩 손으로 써내려간 장편소설 [낯익은 타인들의 도시]는 바로 그 기도의 응답이었다. 선생은 늘 소설가로 죽고 싶다고 말했으니, 지금은 그의 소망이 마침내 이뤄지는 가을이다. 이젠 편히 쉬셔도 될 테지만, 아마 내가 아는 선생은 지금도 계속 소설을 쓰고 계실 듯하다. 거기가 어디든. -332

 

소설가 김연수가 최인호를 추억하며 쓴 글의 일부이다.

 

활달하고 다정하고 장난기 많은 최인호를 기억하는 수많은 이들의 추모하는 글 속에서 무수한 그리움과 존경과 애도를 읽었다.

짧고도 간결한 이 책의 제목은 [눈물]

작가 최인호의 눈물과 그를 추억하는 모든 이들의 눈물 방울이 합쳐진 값진 [눈물]이 아닌가 한다.

"주님이 오셨다"는 말과 함께 천사의 미소를 남기며 이세상을 하직한 최인호.

부디 평안하길.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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