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술적인 면이 있어서 뭔 일이 있으면 머리를 안깎는다.
두달이 넘게 자란 머리라 무겁기도 하고 더운데다
눈을 찌르는 등 난리가 아니지만
이번 윔블던에서 페더러가 우승할 때까지 자르지 않기로 한 탓에
계속 방치하고 있다.
하지만 머리가 길다고 해서 다 나처럼 지저분해 보이는 건 아니다.
그걸 난 지난주 어느날 깨달았다.
일이 있어서 분장을 했는데 한 5분 정도 분장을 했다고
내 모습이 드라마틱하게 달라보이는 것.
보시라.


오늘이면 윔블던도 끝이 난다.
2주간 매일같이 새벽 3시에 자는 힘겨운 나날도 덩달아 끝이 난다.
그리고 결과에 관계없이 난 내일이면 내 치렁치렁한 머리를
자를 것이다.
어두운 곳에서 붓글씨를 쓰는 한석봉의 심정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