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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 뒤의 기억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4년 9월
평점 :
절판
등 뒤의 기억 - 에쿠니 가오리
'에쿠니 가오리'의 책이기에 집어 들게 되는 책이다. 묻고 따지지도 않고 신간이 나오면 보고 싶어지는 작가 중 하나.
책이 엄청나게 재미있다거나 말로 표현할 수 있는 느낌을 주는 것도 아닌데 이상하게 매력적인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래서 자꾸 자꾸 빠져서 이제는 또 무슨 이야기를 들려줄까라는 생각으로 읽게된다.
에쿠니 가오리 작가의 책을 볼때마다 보게되는 작가의 사진이다.
아마도 그녀의 작품을 보면 이런 이미지가 각인되는 것 같다.
뭔가 비밀과 아픔을 갖고 있을 것 같은 미묘한 매력의 외모.
그런데 아무런 생각없이 작가에 대해서 살펴보다가 요즘 그녀의 사진을 보고 깜짝 놀랐다.
아! 그녀는 1964년생이다!
이상하게도 에쿠니 가오리는 나이들지않을 것 같은 이미지! 세월에 상관없이 꼭 이 모습일 것 같았는데......
그녀도, 에쿠니 가오리도 세월을 비켜가진 못하는구나란 어이없는 생각을 한다.
앞으로 그녀의 책을 보게되도 지금의 모습보단 예전의 매력적인 이 모습이 먼저 떠오를 것 같다.
애써 지금의 모습은 외면하고 싶어진다.
그녀의 작품은 이런 식인 것 같다. 뭔가 모호하고 애매해도 애써 외면하고 싶어지는?
애매하고 모호한 것은 감성 미스테리라고 불리는 이 책도 마찬가지였다.
미스테리물이라고 생각하고 기존의 추리소설과 같은 느낌을 기대하면 마지막을 덮고 나면 멍해질지도 모른다.
중간까지 읽어가면서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거야?라는 생각을 하게된다.
이들이 무슨 관계가 있을까란 의문이 들어 주인공은 어떤 결말을 맞게 될지 궁금해서 읽어가지만 수많은 등장인물에 주춤주춤
앞장을 다시 넘겨 인물을 확인하게 된다. 너무 많은 인물들이 등장하면 읽어가기가 쉽지가 않기에 초반엔 머리가 복잡해진다.
"네게도 아이가 있니?"
히나코는 그렇게 물어보고 싶다. 가공의 여동생이 아니라 현실의 아메코에게.
만약 무사히 살아 있다면, 올해로 쉰 살이 되는 여동생에게. - 66page
쉰 살이 넘은 히나코는 실버 아파트에서 살고 있다. 실버 아파트에서 살기엔 젊은 나이다.
이웃사람들은 그녀를 곱지않은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젊은 여자 혼자 왜 실버타운에서 살고 있는지 수근거리며 근거없는 소문을 퍼나른다.
히나코는 자상한 첫번째 전남편과 자살한 두번째 남편이 있고 아들이 있다.
행방불명이 된 여동생은 아직까지도 찾지 못하고 있다.
히나코는 가족들과 연을 끊고 외롭게 혼자살고 있다는 것이 사람들이 알고 있는 전부다.
이런 히나코에게도 그녀를 궁금해하는 이웃이 있다.
호기심인지 동정심인지 모르지만 점심을 굶을까봐 일부러 찾아오는 남자다.
남자는 이상하리만큼 히나코의 과거를 들춘다.
이 남자는 히나코의 과거와 무슨 연관이라도 있는 것일까? 의문이 생긴다.
히나코에겐 남들에겐 보이지 않는 가상의 여동생이 있다.
그녀는 늘 여동생과 대화를 한다.이 여동생은 귀신도 아니고 영혼도 아니다
쉰이 넘은 나이의 히나코가 보는 가상의 여동생은 어린 시절 모습을 하는 여동생, 젊은 모습의 여동생으로
히나코가 과거에 기억하고 있는 모습으로만 나타난다.
가상의 여동생은 유부남과 눈이 맞아 가족을 버리고 도망갔다.
행복하게 살면 좋았겠으나 유부남은 본처의 곁으로 떠나버리고 가상의 여동생과의 연락도 끊겨버렸다.
그 이후로 히나코는 여동생을 한번도 보지못했다. 생사도 알지 못한다.
왜 히나코는 가상의 여동생을 보게 되는 것인지 그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다.
둘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 깊은 이야기는 들려주지 않는다.
히나코에게는 아픈 사연이 있다. 자상한 남편과 두 아이를 버리고 바람이 나서 집을 나갔는데 같이 도망간 남자가 자살을 했다.
역시 그 이유는 나오지 않는다.
독자가 알아서 그 이유를 상상해야 한다.
히나코는 도대체 그 이후에 어떤 일이 있었길래 술을 손에서 놓지 못하고 젊은 나이에 외롭게 실버타운에서 가상의 여동생을 보면서 살아갈까?
그 핵심적인 변화를 준 이야기는 들려주지 않는다. 그 점이 미스테리다!
"마사나오는 가슴에 안은 딸의 무게와 체온을 음미했다.
이런 것을 어떠헥 버릴 수 있었을까, 그 여자는. 벌써 오래전에 생각하지 않기로 했던 의문이 되살아나고 말았다."
일반적인 이야기 흐름이라면 평범한 가정이 엄마의 바람으로 인해 망가지는 이야기.
그런 엄마가 다시 상처를 받고 가정으로 돌아오려고 하지만 가족들은 이를 받아주지 않는 이야기로 풀어가겠지만
에쿠니 가오리의 시선은 새로웠다.
흔히 떠올리게 되는 것과는 다른 사람들의 속이야기를 들려준다.
사람들이 어떤 행동을 하는 이유엔 숨기고 있는 과거의 비밀이 있기때문이란 이야기.
상처받은 사람들의 마음을 보듬긴 위해선 그 과거의 상처를 보듬어야 치유해줄 수 있다는 이야기.
그런 것을 생각하게 해준다.
마지막이 어떻게 결론이 날까 궁금해서 책을 놓지 못했다.
마지막을 보고 이게 뭐야?라는 멍한 느낌이었는데 시간이 지나고 히나코를 떠올리니 왠지 손녀를 안고 아들을 안고 여동생을 안고
한껏 웃고 있을 히나코를 떠올리게 된다. 정말 묘한 매력이 있는 이야기다.
이런 묘한 매력에 자꾸 에쿠니 가오리를 찾게 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