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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반짝 변주곡
황경신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4년 7월
평점 :
반짝반짝 변주곡 황경신
이 책은 2008년 1월에 출간된 "밀리언 달러 초콜릿"의 개정판으로 만들려고 했던 책이었다.
그런데 글들을 추가하고 시간이 지나 하나 둘 글들이 빠져나가더니 결국에는 대부분의 떨어져나간 글이 "밀리언 달러 초콜릿"에 수록된 글이었고
개정판이라기보다는 새로운 글들에 옛글을 약간만 더하여 만들어진 책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밀리언 달러 초콜릿"이란 책도 궁금해졌다. 목차를 살펴보니 "반짝반짝 변주곡"에 실려있는 같은 제목도 발견하게된다.
이 책과 다른점이라면 만화가 권신아의 그림이 더해졌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가 아닐까 싶다.
궁금증 유발과 책디자인면에서는 이번에 출간된 책이 좀 아쉬운 면이 있다.
황경신 한뼘노트 생각이 나서, 밤 열한 시의 느낌과도 사뭇다르다.
개인적으론 격하게 표현하자면, 소장하고픈 마음과는 조금 멀어지는 첫인상의 디자인이다.
책의 내용이 참 마음에 들기에 더욱 안타까움이 크다. 디자인이 안티라는 말이 툭 튀어나오고 만다.
이 책은 에세이로 "ㄱ에서 ㅎ까지 101가지 이야기"가 담겼다.
한두페이지의 짧은 글들을 하나하나 읽어가다보면 101가지의 다양한 생각을 담은 작가가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A4용지 한장도 채우기 힘든데 어떻게 이렇게 많은 생각들을 털어놓을 수 있을까. 작가이기에 너무도 당연한 일일 수도 있겠지만 신기하기만했다.
글쓰기를 공부하는 사람이라면 이런 식으로 하나의 문장이나 단어를 가지고 다양한 생각을 풀어가는 것이 도움이 많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글쓰는 것이 막힐 때 아무 페이지나 넘겨서 읽어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처음부터 끝까지 순서대로 읽을 필요도 없고 마음가는대로 아무 곳이 펼쳐 읽기에 부담이 없었다.
읽는 순간에는 무겁지 않게 읽지만 읽고 난 뒤에 여운이 깊게 남는다.
"살아 있는 한 사람의 삶에서, 소유란 그러한 형편이다.
기쁨이었던 것이 슬픔이 되고, 가벼웠던 것이 무거워지고, 높이 날던 것이 내려앉고,
영원할 줄 알았던 것이 문득, 끝이 난다."
"참 이상한 일이다. 남자와 여자가 헤어지게 되면, 여자는 남자에 대해 모든 것을 알아버렸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남자들은 다르게 말한다. 나는 그 여자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겠다고."
책에 나오는 이야기에선 현실적인 것 같으면서도 현실이 아닌 듯 현시몽환적으로 느껴지는 이야기들이 있었다.
그런 느낌이 진해서 책 전체가 현실적인 이야기보다 조금 어긋난 듯한 느낌으로 남는다.
남자와 여자, 이별, 사랑에 관한 이야기들이 기억에 많이 남는다.
특히 "알약", "편린", 두가지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
사랑이 식지 않게 해주는 알약에 관한 이야기 '알약'.
사람들은 수년에 걸쳐 많은 시도를 했고 사랑을 식지 않게 하는 알약을 만들었다.
한여자는 그 알약을 얻기 위해 한 남자를 찾았다.
사람들은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쳤지만 결국 만들어냈다. 하지만 여러 차례의 임상실험을 거친 후 그 알약을 모조리 폐기처분 했다.
게다가 알약을 제조하는 데 필요한 모든 데이터들까지......
"어째서요?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이 그걸 원한다고요! 모두가 영원한 사랑, 식지 않는 사랑을 갈망하고 있는데 왜 그걸......?"
그렇다. 왜 그걸 없앴을까? 왜 모조리 폐기처분했을까가 궁금해서 계속 읽게되고 만다.
딱 2페이지의 이야기일뿐인데 그 이유가 무엇인지 알고 싶어지고 작가의 생각을 따라가다보면 나도 모르게 생각에 잠기게 되고 만다.
또 하나의 이야기 "편린"도 왜?라는 궁금증을 일으키는 이야기였다.
한 남자에게 다른 우편물 사이에 섞여 겉으로 보기엔 그냥 평범한 상자가 도착한다.
무심코 상자를 뜯던 남자는 문득 발신인을 확인한다. 발신인에 쓰여 있는 건 한 달 전에 헤어진 한때 남자의 연인이었던 여자의 이름이었다.
딱히 이유도 없이 어쩌다보니 이별이 찾아왔고 그들은 그렇게 헤어졌다.
새삼스럽게 헤어진 옛연인에게서 온 상자. 그 속엔 무엇이 들어있었을까, 무슨 이유로 여자는 남자에게 그걸 보냈을까.
이런 궁금증에 푹 빠져 남자의 입장에 몰입하고 만다.
이 작가의 매력이 여기에 있는게 아닐까 싶다. 무척 독특하다.
101가지의 독특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책이었다. 황경신 작가의 다른 책들도 한번 만나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