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에 뭘 쓴지가 정말 오래됐다.
여기저기서 올해의 반이 지나갔다며 올린 상반기 결산 글들을 보고서야 아, 그렇구나 실감했다.
이렇게 무감해진 데에는 코로나가 가장 큰 역할을 했을 것이다.
코로나 이전과 같은 삶은 오지 않을 거라던 무서운 말을 들은 후에도 여전히 희망을 가지고 있어서 더 힘들었을 지도 모르겠다. 빨리, 조금이라도 더 안심하고 사람이라도 만날 수 있기를 너무 희망해서. 받아들이고, 지금 할 수 있는 걸 하면서 그냥 살자, 싶어도 그게 맘같지가 않았던 것. 재난대책본부에 있는 사람마냥 내내 확진자 수를 체크하고, 동선 살펴보고. 기사 읽고 하는 일에 에너지를 너무 많이 쓰면서 내 상반기가 날아가버렸다.
회사일+번역일도 겹치고 끝없는 방학으로 접어든 것 같은 아이 둘의 끼니 챙기는 것들로도 내 멘탈이 탈탈 털리긴 했다. 무려 1년씩이나 유지했던 요가도 접었지. 드디어 머리서기가 되려는 그 찰나!에 말이다. 요가를 못가게 되면서 다시 저질체력으로 빠르게 복귀, 요가하기 전의 몸으로 완벽하게 돌아왔다. 이 모든게 다 너 때문이라고, 이 코로나야.
그런데 어쩌랴, 내가 적응하는 수 밖에.
마음의 여유가 있어야 소설, 이라는 것도 들어오는 것인지 계속 에세이나 산문집 같은 것들만 읽었더니 그것도 질린다. 당신도 그렇구나 나도 그래, 같은 것들을 계속 읽고 있으니 그것도 지겹다. 도서관도 문을 안 열고, 예전처럼 마구 책을 사지는 못해서, 집이 있는 지겨워서 못 읽었던 소설책도 (억지로) 몇권 읽어봤다. 그런데, 역시 지겨운 건 지겨운 거다.
그리고, 친구가 선물까지나 해줘서 들게 된 책인데,
이런 류의 책이 그렇긴 하지만 스몰 스텝으로 시작하라, 는 하나의 메세지를 주구장창 얘기하는 책이라서 솔직히 좀 읽기 힘들었다. 그 한 문장이 새로운 것이라도 되면 모를까 '작은 습관의 힘'에 관한 책들은 그 전에도 많지 않았나. 하지만, 요즘같이 무기력한 때에, 다시 아주 작은 발걸음이라도 내딛자라고 또 다시 한번 '어찌될지 모를' 결심을 하게 되긴 했으니, 다행인가.
작가가 너무 매력적이어서 홀랑 빠졌던 에세이다. 대만에서 가장 사랑 받는 작가라는데 (나는 물론, 처음 듣는 작가였지만) 유명하다거나, 뛰어나거나 하는 대신 '사랑받는'이라는 수식어를 가진 것이 완전 이해된다. 작가 싼마오가 내 친구같다. 절판되었던 구판을 번역했던 분이 새로 번역해서 다른 출판사에서 내놓았다. 영광스럽게도 번역가분한테 새 책을 선물로 받았다. 번역도 참 좋다. 1권은 깔깔, 유쾌한테 반해 2권은 좀 가슴 아린 이야기들도 있어서 상반된 매력. 앞으로 나올 3권도 궁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