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 세트 - 전3권
아고타 크리스토프 지음, 용경식 옮김 / 까치 / 1993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와우, 와우, 와우! 저 지루한 표지와 책 제목에 속지 말 것!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야만인을 기다리며
존 쿳시 지음, 왕은철 옮김 / 들녘 / 2003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2010-01 

야만인을 기다리며 

그들 스스로 만들어낸 '야만인'. 그들을 기다리며 혼자 치르는 혹은, 내부에서 벌이는 전쟁. 현실세계도 그와 다르지 않다는 게 섬득하다. 이중적 위치에서의 인간으로써의 고뇌. 그 경계에 서서 온전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사는 삶이 대다수 사람들의 삶이고, 아픔이고, 딜레마이지 않을까. 특히, 후반부 내면의 독백들을 읽으면 가슴이 저리다. 최고의 책! 아끼게 될 작가!  

*"제국의 국민들은 새로운 출발, 새로운 장, 새로운 페이지를 믿는 사람들이다."라는 글을 에드워드 사이드의 책에서 재인용해서 썼던 적이 있다. 각주에 J.M 코엣지 라고 썼었는데, 그 사람이 바로 이 작가, 이 책에서 나온 말이었다. 책을 읽다가 깜짝 했는데, 오늘 들고 있던 글을 들쳐보니 그렇다. 꽤 오래전이었는데, 이렇게 스쳐갔었구나....   

 나는 희미한 조소가 내 입가에 어리는 걸 느낀다. 나도 그건 어쩔 수 없다.  

"이 질문이 염치없는 것이라고 생각되면, 날 용서하게. 당신은 사람들을 그렇게 다룬 다음, 어떻게 음식을 먹을 수가 있는가? 그게 가능한 일인가? 나는 이 질문을 하고 싶네그려. 이건 사형집행인들과 그와 비슷한 부류의 사람들에게 내가 늘 물어보고 싶었던 걸세. 잠깐! 조금만 더 들어주게. 나, 정말로 진지하게 질문하는 걸세. 자네에게 이런 질문을 하기까지는 많은 노력이 필요했다네. 나는 자네가 무서워 죽겠네그려. 내가 자네에게 새삼스럽게 그 얘기를 할 필요도 없겠지. 자네도 그걸 알고 있을테니까 말이야. 여하튼, 일이 끝나고  나서 음식을 먹는 게 쉬운 일인가? 내 생각에는, 그런 사람들은 손부터 씻고 싶어할 것 같거든. 하지만 손을 씻는 것도 보통의 방법으로는 안 될 것 같아. 성직자가 끼어들어야 할 정도의 일이거든. 일종의 정화의식이 필요하다는 말일세. 자네는 그렇게 생각하지않나? 영혼을 정화시키는 의식 말일세. 여차튼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네. 그렇지 않고서냐 어떻게 일상적인 삶으로 돌아갈 수 있겟나? 가령, 식탁에 앉아 가족이나 동료들과 함께 빵을 잘라 먹는 일 같은 일상적인 삶 말이네"  

그가 돌아선다. 

그들이 살과 피를 가진 인간을 대하고 있다는 걸 알도록 만들자! 무서우면 무섭다고, 아프면 아프다고 소리를 지르자! 저 자들은 완강한 침묵을 먹고사는 인간들이다. 침묵을 지키면, 저자들은 개개인에 대해, 그들이 인내심을 갖고 열어야 하는 자물통이라는 생각을 다시금 하게 될 것이다. 

무엇이 우리로 하여금, 물속의 고기들이나 허공의 새들이나 아이들과 같은 시간 개념 속에 사는 걸 불가능하게 만드는가? 그건 제국의 잘못이다! 제국은 역사의 시간을 만들어냈다. 제국은 부드럽게 반복되는 순환적인 계정의 시간이 아니라, 흥망성쇠와 시작과 끝, 그리고 파국이라는 들쭉날쯕한 시간 개념에 의존하고 있다... 제국의 속마음에는 오직 한가지 생각만 있을 뿐이다. 그 생각은 어떻게 하면 끝장이 나지 않고, 어떻게 하면 죽지 않고, 어떻게 하면 그 시대를 연장시킬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나는 역사의 바깥에 살고 싶었다. 나는 제국이 백성들에게 강요하는, 아니 행방불명된 백성들에게조차 강요하는 역사의 바깥에 살고 싶었다. 나는 야만인들에게 제국의 역사를 강요하는 걸 원치 않았다. 이것이 수치스러워할 이유라고 어떻게 믿을 수 있겠는가? 

그리고 읽은 두 권의 책

만들어진 신   

그래, 그런 이유들 때문에 나는 '종교'라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있었다. 라는 확인.  그렇다고 독실한 신앙심을 가지신 분들이 회의에 빠지거나 '신은 없었다'로 돌아서지도 않을 것 같다는 확신.  종교란 그런 것.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아프리카라는 곳은 원래 빈곤한 곳.이라는 생각이 왜 자리하고 있었던 걸까. '타인의 고통'에 이렇게 무감해져 있었다니.  

세계 곡물 생산량을 보면 지구 전체 인구를 먹여살리고도 남는다는데, 굷어 죽는 인구가 세계 1/6이 된다는 아이러니를 읽는 안타까움. 이 곳에까지 신자유주의의 자본주의의 손길이 미치고 있었다는 건 별로 생각해보지 못했었다. 같이 산 '빈곤의 종말'을 읽을 엄두가 안 난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북극곰 2010-04-21 16: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동의 >는 일단 보관담에 담아둡니다. 그러게요, 정말 편치 않은 시절입니다.=.=;;!!
 
100층짜리 집 100층짜리 집 1
이와이 도시오 지음, 김숙 옮김 / 북뱅크 / 2009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재밌고 유익하다.  

그림이 아름답다고는 말 못하겠다. 하지만, 그림책이라면 이쁜 그림만 들어있어야 한다는 것도 선입견. 사실 그림이 이쁘면 혹하기 마련이지만, 그림만 오색찬란 이쁘고 내용이 없으면 그런 건 스테디셀러가 되지 못하는 것 같다. (사실, 난 오히려 미숙해 보이는 그림이나 쫌 촌스럽다고 느껴질만큼 독특한 색감이나 그런 책들에 더 혹하긴 한다.)  '달님 안녕'이나 '이슬이의 첫 심부름' 이런 책들을 좋아하는 걸 보면, 난 좀 오래된 이야기들에 더 친근감을 느끼는 것 같기도하고, '울었어' '쿠로베, 조금만 더 기다려' 뭐 이런 종류의 책에도 푹 빠지는 것을 보면 난 일본 동화책을 좀 선호하는 것 같기도 하고, 그렇다.  

아뭏튼, 이 책은 100층 짜리 집 꼭대기에 사는 거미왕자에게 초대된 도치가 그를 찾아가는 이야기다. 1층에서 100층까지 하나하나 담긴 풍경과 일상도 재미있고, 각 층에 사는 동물들의 특징을 잘 표현해낸 것이, 읽을수록 꼽씹을 거리가 있어서 좋다.  

무당벌레가 사는 집에선 무당벌레의 주식인 진드기를 삶아내서 먹는다든지, 다람쥐 집에선 쓰디 쓴 도토리 쥬스를 마신다든지, 달팽이가 사는 집에서 모든 가구며 놀이터가 뱅글뱅글 달팽이집처럼 생겼다든지, 거미네 집에선 윗층으로 올라가는 계단들이 모두 거미줄처럼 만들어졌다든지 하는 것들 말이다.  

더불어 숫자를 익히는 재미까지.  

그리고 또 더불어 한층 한층 올라가서 100층에 도달하는 성취감과 도치를 초대한 이가 누굴까 두근두근 설레가며 궁금해지는 긴장감까지.  

이제 꽉 찬 5살이 된 아들래미와 21개월월 딸래미까지 덩달아 '100층 짜리 집!" 하면서 빼들고 온다. 처음 사온 날은 연거푸 서너 번을 읽어줘야 해서 힘들었다. 쓩~하고 올라가는 엘리베이터에 익숙해진 어른들에게 차근차근 계단밟 아 100층까지 올라가기란 인내심을 요구하는 일이다. 그럴 때면, 각 동물들의 먹이에만 집중해서 읽어주거나 각 층을 올라가는 계단의 모양에 촛점을 맞춰서 읽어주거나, 각 층이 몇 층인지 숫자에만 촛점을 맞춰서 읽어주거나 한다. 엄마가 읽어주는 게 너무 힘들면, 다시는 이 책 꺼내주기도 싫어질 것 같아서 부린 꼼수에 홀딱 넘어가서도, 역시 즐거워하는구나.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세상에서 제일 힘센 수탉
이호백 글, 이억배 그림 / 재미마주 / 1997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내용을 대충 훝어보곤 제호가 이걸 이해하려나 싶었다. 한 때 세상에서 제일 힘센 수탉이 나이가 들면서 더 젊고 힘센 수탉에게 밀려나고, 그 때부터는 술로 세월을 보내는 할아버지 수탉의 심정을. 술에 쩔어 사는 할아버지를 지켜보다 못해, 할머니 닭이 갓 태어난 병아리 손자들이 알콩달콩 커가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할아버지의 상실감을 치유해주는 이야기를 말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샀다. 이억배선생의 그림이라면 모조건 좋아할 지경이니 순전히 엄마의 사심에서 비롯된 셈이다. 그.리.고 아이들은 항상 우리의 잣대로는 예측불가다. 깔깔대며 좋아하고, 또 읽어 달라고 졸라댄다. 더군다나 술먹고 헤롱거리는 수탉 씬을 어찌나 좋아하는지. =.=;  

술 드시고 헤롱헤롱 거리는 수탉을 보고 "왜 이래요? 이건(술) 뭐예요?" 라는 질문들에 "이건 술이라는 건데 어른들만 마시는 거야. 근데 한 병만 마시는 건데 이 수탉은 한 병, 두 병, 세 병, 네 병~ 우와 네 병. 이렇게 많이 마셨더니 헤롱헤롱 눈이 핑핑돌아가고 똑바로 못 걷는 거야!" 라고 설명해줬다. 나름 술에 대한 입문이었던 셈인데, 그 이후로는 언젠가 내가 사다 논 장수막걸리를 보고는 "엄마, 이거 술이지? 많이 먹으면 눈이 핑핑돌고 헤롱헤롱 이렇게 걷지? 어른들만 먹는거지~?"라고 한다. 아이고... 왜 이렇게 애들은 귀엽냐? 게다가 엄마 아빠가 해준 말을 어쩜 토시하나 틀리지 않고 똑같이 말하는 것인지!   

역시나 볼수록 따스함과 익살스러움이 묻어나는 그림, 최고다! 게다가 양장본이 아닌 말랑말랑한 책!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채링크로스 84번지
헬렌 한프 지음, 이민아 옮김 / 궁리 / 2004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채링크로스 84번지를 읽고 있는데 갑자기 거꾸로된 페이지가 나온다. 첨엔 일부러 이렇게 편집을 한건가 했는데 그럴만한 이유가 하나도 없는것이 아무래도 파본인 것 같다.  

그래서 이미 그 20여 페이지를 다 읽었음에도 불구하고, 파본으로 인한 교환을 신청하려고 하는데..  그렇게 되면 이 책은 어떻게 되는 건가. 그냥 폐기처분하는건가. 싶은것이.. 

어차피 다 읽었고, 복잡한 책도 아니고 그냥 슬쩍 책을 거꾸로 잡는 일을 두번만 하면 내용에 하나 지장받지 않고 읽는데 굳이 새책으로 받는 의미는 무엇이냐 싶고.  

사실.. 이 "사랑스러운" 책을 제대로 제본된 것으로 갖고 싶다는 욕망이 왜 없었겠냐마는 순전히 종이 및 기타 등등..의 절약 차원에서 접기로 했다.  

이 책 어디선가에서... 매년 봄이면 (물론 다시 안 읽을 책들이라곤 했지만) 책들을 쓰레기통으로 버리거나 친구들에게 줘버린다는 작자의 모습이 왠지 멋져보였다. 맘에 드는 책이라면 차라리 사서 선물할지언정 내 책은 안 빌려주고, (애기들 땜에 사실 이 부분은 조금 포기햇지만 그래도 아직 남아 있는) 책표지든 뭐든 더럽혀지는게 싫은 결벽증, 뭐 이런 나의 하수다운 책사랑에 반발하기 위해 그냥 참고 책장에 넣어두기로 한다. 게다가 밑줄도 쳤잖아! 음.. 짝짝. 잘한거야.  


뭐...조금은 연관있는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이니깐, 파본은 나올 수도 있다. 고 이해하련다. 고의적이지도 않고 물론, 당연히, 악의적인것두 아니니. 내 불편과 불쾌함까지 참으면서 하는 일은 아니니, 사실 뭐 그닥 손해날 것두 아니다.   

이 책의 사랑스러움이 전염된 것인가? 성탄에 읽기에 더더욱 따뜻해지는 책이 아닐까 싶다.
adorable이 딱 어울리는 책!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