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7월 책을 그렇게 안 읽은 것도 아닌데, 리뷰를 한편도 못 썼다. 읽고나서 뭐라도 정리해서 써보자 결심했었건만, 훌쩍 반년이 지났다. 아무 생각없이 내 서재에서만 놀던 때와는 달리, 여기저기 많이 기웃대면서 입 헤벌리고 감탄하고 탄복하며 서평들을 읽다보니 점점 더 내 서평을 쓰기가 두려워진다. 극복해야할텐데. 어찹 여긴 나혼자밖에 없잖아? 힛! 

삼성을 생각한다(김용철) :  생각보다 더 독해서 놀랬다. 이 정도로 우리나라를 주무르고 있을 줄이야. 삼성불매에 대한 생각을 더 굳히다.  

존재의 세가지 거짓말(아고타 크리스토프):  제목이 이게 뭐람, 표지는 또 이게 뭐람. 이런 이유로 정말 끌리지 않았지만, 알라딘 서평에 혹해서 읽은 책. 마뜩찮던 내 선입견을 홀랑 뒤집어준 책. 와우... 정말 대단한 작가님. 가슴이 아린 정도를 넘어서 뭐랄까 가슴 속 깊은 곳을 울리는 슬픔이 남는달까.    

공룡 둘리에 대한 슬픈 오마쥬(최규석): 최규석 작가 작품. 둘리를 이렇게 만든 사람? 나와~! 모두 다 주루룩..... 도열. 

레볼루션 no.3(가네시로 가즈키) :  영화 GO의 감독이 쓴 작품. GO는 내가 좋아하는 영화. 학원물 분위기, 좋다. GO를 보고 서경식의 책들을 쭉 사들였었더랬다.  

미식 견문록(요네하라 마리):  유명하신 요네하라 마리 여사님의 책으로 나는 처음. 이것보다는 지금 읽고 있는 '대단한 책'이 훨씬 흥미롭고, 좋다.   

마음(나쓰메 소세키):  이로써 소세키의  대표작들은 거의 대부분 읽은 듯한데. 이 작품이 왠지 젤 맘에 남는다. 일본 근대에 관한 배경지식이 궁금하다. 조금 더 확장된 독서가 가능할 듯.   

어젯밤(제임스 셜터):  글쎄, 난 아직 잘... 단편인데도 시간이 오래 걸렸다. 꼽씹고 꼽읽고 그랬다.   

About a Boy(Nick Hornby):  세상에... 5개월만에 드뎌 다 읽었다. 특유의 위트와 유머가 너무 좋다. 결핍에 관한 이야기지만, 서로 치유해가는 과정이 따뜻하다. 초반, Marcus 엄마의 자살 시도 장면에서 친구가 생각났다. 남은 사람들로서는 "How could you do that?"이 그들의 심정을 가장 잘 표현하는 말이 아닐까? 믿어지지 않아 나도 얼마나 묻고 또 물었던지.  

반면에, 병원에서 깨어난 엄마의 말.. "파티가 계속되고 있는데, 나는 너무너무 피곤해서 이제 그만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표현은 또한 엄마의 맘을 잘 표현하는 말일 듯. 강조하듯이 Marcus를 사랑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다만 나는 너무 피곤할 뿐이라고....하던 부분들......... 친구가 생각나서 나도 많이 아팠다.   

혼비 아저씨의 책이 한 권 더 남아 있다. 혼비 아저씨의 책은 원서로 읽는 것도 좋을 듯. 어렵지 않고 특유의 위트와 유머를 한껏 즐길 수 있을 듯.   

타인의 고통(수잔 손택): 전쟁과 관련된 사진에 관한 통찰. 그것만으로 전부를 볼 수도 이해할 수도 없다는 것. 사진 속에서 보는 고통받는 자들을 그저 '타인'으로만 인식하고 동정하고 안도하는 것들을 넘어서야 하지 않나.  과연 우리에게는 아무런 책임이 없는 것인가.

 

그리고 지금 읽고 있는 책들 : 대단한 책(요네하라 마리), 더 로드(코맥 매카시), 캐치 -22(조지프 힐러), Eat, Pray, Love(순서가 맞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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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휴가내고 '시'를 봤다. 여운이 꽤 오래가는 영화다. 이창동 감독은 항상 돌아보게 만들고, 생각하게 만든다.   

오늘 새벽 3시에 눈이 떠졌다. 요즘 종종 이렇게 뜬금없는 시간에 깨서 잠이 안 온다. 벌써 노인네가 된 것인지. 몇번의 경험으로 다시 잠들긴 글렀다 싶어 책을 보기 시작했다.<그 후>를 끝내고 <존재의 세가지 비밀> 상권을 끝내고. 5시 반. 아.. <존재의..>는 정말 너무 심하다. 오삼년 만에 운동화끈 질근 묶고 올림픽공원으로 향했다. 생각보다 5시 반이 밝고 훤하다. 이런 생각을 하며 걷다가...   

트레이닝복을 입고 앞서가던 어느 할아버지의  뒷모습에 시선이 머물렀는데, 그만 울컥 눈물이 쏟아졌다. 아빠 생각. 그 때부터 울면서 30분을 걸었다.  

아프다고 병원에서 판정 받으셨을 때 얼마나 무서우셨을까, 생전 사랑한단 말 안 하던 딸래미가 말씀 잘 못하시고 누워계실 때에라야 아빠, 사랑해요.라고 속삭이니 얼마나 울컥거리셨을까, 그래서 심장박동수가 순식간에 솟구쳤던 것이었겠지. 다음에 또 온다고 하시면 꼬옥 잡으시던 손아귀 힘이 아직도 느껴지는 것만 같고.... 그 날도 아빤 날 많이 기다리지 않으셨을까 싶으면 맘이 무너지고, 아.... 6월 어느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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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취향] "북방침엽수림" 과 "사바나"

kimji님의 서재에서 놀다가 http://book.idsolution.co.kr 

괜히, 은근히 이런 것에 관심 있다. 

첨엔 '사바나' 취향,  두번째 해보니 '북방 침엽수림'이래지만,  

좋아하는 작가를 보니 '사바나'가 더!  

현실적인 품격, "사바나" 독서 취향 



열대우림 외곽에 위치한 사바나 기후는 독특한 건기가 특징. 수개월간 비 한방울 없이 계속되는 건기 동안 사바나의 생물들은 고통스러운 생존의 분투를 거듭한다. 가뭄과 불에도 죽지 않는 강인한 초지를 기반으로 수많은 야생 동물들이 번성하는 '야생의 천국'인 동시에, 혹독한 적자생존의 장이기도 하다. 이곳은 또한 고대 인류의 원시 문명이 발생한 지역이기도.

건조한, 절제된, 강인한 생명력. 이는 당신의 책 취향을 표현하는 말이기도 합니다.



  • 죽음의 건기를 대비하는:
    죽음의 건기를 대비하는 생물처럼, 치밀한 계획 하에 쓰여진 정교한 책을 선호. 책이란 무릇 간결하고 정확한 내용이어야 함.


  • 대초원 위의 야생동물 같은:
    사바나의 고양이과 육식 동물처럼 유유자적 고상한 취향. 과격하지도, 감정적이지도, 세속적이지도 않은 나름 고상한 선택 기준을 갖고 있음. 아마도 경험이나 교육에 의한 분별력으로 추정됨.


  • 절제된 현실주의:
    멍청한 감상주의, 값싼 온정주의, 상투적 가족주의, 이런 것들로 장사하려는 상업주의를 배격함. 문화적인 보수 성향이 있음. 지나치게 독창적인 책보다는, 절제력과 품격을 갖춘 것을 더 선호함.

당신은 출판시장에서 가장 보기 드문 취향 중 하나입니다. 분명한 취향 기준이 있음에도 워낙 점잖은 탓에 자기 목소리를 내지 않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아마도 당신의 취향은 다음과 같은 작가들에게 끌릴지도 모르겠습니다.

움베르트 에코
로마의 원형 경기장 시절부터, 인류는 줄곧 잔인한 구경거리를 좋아했다. 이런 소름 끼치는 고문에 대한 최초의 묘사 중 하나는 오비디우스에서 발견된다. 여기서 그는 아폴론이 한 음악 경연에서 사티로스인 마르시아스를 패배시킨 후 산 채로 그의 가죽을 벗겼다는 이야기를 전한다. 실러는 소름 끼치는 것에 대한 이 "자연적 성향"을 아주 잘 정의했다. 그리고 시대를 막론하고 처형이 벌어질 때면, 사람들은 그 장면을 구경하려고 항상 흥분해서 달려갔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만약 오늘날 우리가 스스로를 "문명화"되었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다만 영화관에서 유혈 낭자한 "스플래터" 영화를 우리에게 제공해 주기 때문일 텐데, 그 영화가 허구로서 제시되는 이상 관객들의 양심이 흔들릴 일은 없는 것이다.
- 추의 역사 中

김승옥
'바다가 가까이 있으니 항구로 발전할 수도 있었을 텐데요?'
'가 보시면 아시겠지만 그럴 조건이 되어 있는 것도 아닙니다. 수심(水深)이 얕은데다가 그런 얕은 바다를 몇 백 리나 밖으로 나가야만 비로소 수평선이 보이는 진짜 바다다운 바다가 나오는 곳이니까요.'
'그럼 역시 농촌이군요.'
'그렇지만 이렇다 할 평야가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럼 그 오륙만이 되는 인구가 어떻게들 살아가나요?'
'그러니까 그럭저럭 이란 말이 있는 게 아닙니까?'
그들은 점잖게 소리내어 웃었다
- 무진기행 中

J.D. 샐린저
"나는 특히 목사라는 인간들에게 혐오감을 느낀다. 내가 다닌 학교에는 모두 목사가 잇었는데 모두들 설교를 할 때마다 억지로 꾸민 거룩한 목소리를 냈다. 나는 그것이 역겨웠다. 그들은 자연스러운 목소리를 내면 품위가 떨어진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그러나 그렇게 억지 소리를 내는 것이 더 품위를 떨어뜨린다는 것을 그들은 모르는 모양이었다. 또 그렇기 때문에 그들의 설교가 모두 거짓으로 들린다는 것도 모르는 모양이었다."
- 호밀밭의 파수꾼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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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연휴가 3일짜리라서 그런지, 왠지 맘이 휘숭숭거리고 일도 안 된다. 그래서 이 참에 올 한 해 어땠나 한 번 생각해보기로 했다. 이런 간단한 의식?조차 없이 지나보낸 해가 벌써 몇 해던가. 이제 초보엄마 딱지 좀 떼고 덜 바둥거리게 된건가.  

노무현 대통령도 김대중 대통령도 고인이 됐고, 아빠도 볼 수 없는 곳으로 가셨다. 그리고 친구도 잃었다. 이 모든 게 하반기에 후루룩...  진부한 말이긴 하지만 옆에 있는 사람의 소중함을 알게 됐고, 역설적이게 들리지 몰라도 내 삶에 감사하게도 됐다. 어쩌면 사람들은 '성숙'했다고 할 지도 모르겠는 그런 아픔을  겪었다.  

그리고 책? 이렇게 안 읽은 줄 몰랐다. 아무리 4살배기 장난꾸러기와 돌쟁이 아기 사이에 끼어있었다곤 하지만 참, 한해에 읽은 책으로 셈하기엔 부끄러운 숫자다. 그리고 힘들다는 이유로 줄창 소설만 읽었다. 내년엔 일단 권수를 많이 늘여볼거다. 그래도 너무 가볍게 읽기만해서 진짜 정직하게 책을 '읽는' 동사적인 행위로만 끝나는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지금은 중구난방 많이 읽는 것도 필요하지만, 좀 더 공부하는 책읽기가 될 수 있게 해 보려고. 훌훌 물말아서 밥 먹듯 말고, 꼭꼭 씹어서 밥알의 단맛을 느낄 수 있는 느린 책읽기를 실천해볼라고. 어쩌면 내 독서에서 넘어야 할 작은 산 앞에 있는 게 아닐까. 이건, 의지의 문제다. 싶다.   

음악. 한 때 클래식 음반을 사는 게 낙이었던 때가 있었다. 오프 매장에서 사서 CD를 뜯고 처음 들을 때의 희열과 기대감을 더 사랑했던 것 같기도 하고. 아뭏든, 초보딱지도 못 떼고 그냥저냥 흐지부지 또 일+아이들에 파묻히고 말았는데 올해는 또 스믈스믈 들어볼까 한다. 모든 핑계를 사실 애들때문이다.라고 대고 있긴 한데 일정부분 사실이고 일정부분 변명이다. 체력이 좀 저질인지라 일하고 애들 치닥거리하고나면 정말 파김치가 됐었다. 지난 달 부턴 첨으로 비타민도 챙겨먹어보고 있으니 내년에 좀 나으리라 기대도 하고. 아뭏든, 얼마 전 친구랑 만났는데, 최근 클래식에 재미를 붙여서 그 얘기에 눈을 반짝 반짝 빛내는 아이를 보니 나도 다시금 잊었던 애인 생각난 거 마냥 그리워졌다. 하여, 괜히 또 음반도 질러버렸고 이제나 저제나 1층 캡스아저씨가 나를 호출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흐흐. 하루 배송이니 오늘 오긴 올텐데.  

그리고 또 시시콜콜 작은 것들, 다짐 혹은 소망.  

남편 아침밥 잘 챙겨주기. 애들 방콕 시키지 말고 주말엔 꼭 뽈뽈거리고 돌아댕기기, 옷정리 잘하기, 근무시간 메신저 줄이기, 오지랍질 줄이기, 테이크 아웃 커피도 줄이기,  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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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안 - 알라딘 조유식 사장에게 편지보내기 카페를 엽니다.

안녕하세요?    

이 곳 사람들이 좀 유별나죠?  그래서 저는 알라딘을 좋아합니다. 책 많이 읽는 사람들이 책을 "읽고만" 있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책 속에서 나와 세상일에도 관여하고 살아야 하는 거 아닐까요? 서점 주인이시니 아마도 더 잘 아시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의 1차 목적에 알러지 반응을 일으키거나 부인하는 것이 아니잖습니까? 알라딘이 다른 기업과는 1%라도 다른 그 이유를 발견할 때 저는 '영원한' 충성고객이 될 수 있을 겁니다. 수 년간 알라딘에서만 살았던 제가 가격이 조금 더 싼 곳들을 전전긍긍하며 찾아 다니는 꼴은 상상만해도 싫습니다. 어쩌면 조금의 댓가를 더 지불하더라도 '건전한' 기업정신이 있는 서점에서 사는 일이 제게는 더 중요한 일입니다. 갖고 싶은 책이 있더라도 모씨가 대표로 있는 '시*사'에서 책사기를 꺼리는 이유입니다. 부디 책을 소비하는 일에서도 자부심을 느끼게 해주세요.  

이 모두가 알라딘에 대한 애정에서 비롯된 일임은 다 잘 아시지요? 혹 당장의 기업의 손익을 따지고 계시거나, 힘없는 자들의 작은 목소리쯤은 가벼이 무시하시는 분은 설마 아니실테죠? 기업의 미래를 멀리 보신다면 지금 어떻게 행동하시느냐에 대한 해답은 나올거란 생각이 듭니다.  

저는 글을 쓰는 일에는 부지런하지도 못한 사람이지만, 저같이 게으르고 소극적인 사람일지라도 남들이 깔아준 멍석에 서 보지도 않는다데에 왠지 모를 불편함을 느껴서 편지 드립니다. 

부디 조만간 사장님의 답편지를 뵙기를 고대합니다. 그래서 세 밑에 맘놓고 책선물을 할 수 있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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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팀전 2009-12-16 1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첨 인사드려요.

'서점 주인 조씨'..아..요거 괜찮은 명함인거같아요. 온라인 서점 CEO 이런 것 보다 훨씬 좋게 들리네요..제가 아날로그라서 그런가요 ㅎㅎ

북극곰 2009-12-16 13:22   좋아요 0 | URL
아.. 자주 들여다보는 드팀전님이 이렇게 제 서재에 나타나주시니 어머나 깜짝!입니다. 자주 가긴해도 아직은 제가 드팀전님 글에서 길을 잃곤 하기 때문에 진득히 못보는 글도 있긴 하죠. ^^ 좋은 하루 보내세요!

마노아 2009-12-16 1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서점 주인이라고 칭하시니까 더 정겹네요. 거리감도 줄어들구요.^^

북극곰 2009-12-16 13:10   좋아요 0 | URL
반갑습니다. 매일 숨어?살면서 여러 분들의 글만 봐오다가 이렇게 인사주시니 감사하면서도 새삼 쑥스럽네요. 게다가 이런 꽃미남의 등장이라니욧~!^--^

2009-12-16 16:23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