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휴가내고 '시'를 봤다. 여운이 꽤 오래가는 영화다. 이창동 감독은 항상 돌아보게 만들고, 생각하게 만든다.   

오늘 새벽 3시에 눈이 떠졌다. 요즘 종종 이렇게 뜬금없는 시간에 깨서 잠이 안 온다. 벌써 노인네가 된 것인지. 몇번의 경험으로 다시 잠들긴 글렀다 싶어 책을 보기 시작했다.<그 후>를 끝내고 <존재의 세가지 비밀> 상권을 끝내고. 5시 반. 아.. <존재의..>는 정말 너무 심하다. 오삼년 만에 운동화끈 질근 묶고 올림픽공원으로 향했다. 생각보다 5시 반이 밝고 훤하다. 이런 생각을 하며 걷다가...   

트레이닝복을 입고 앞서가던 어느 할아버지의  뒷모습에 시선이 머물렀는데, 그만 울컥 눈물이 쏟아졌다. 아빠 생각. 그 때부터 울면서 30분을 걸었다.  

아프다고 병원에서 판정 받으셨을 때 얼마나 무서우셨을까, 생전 사랑한단 말 안 하던 딸래미가 말씀 잘 못하시고 누워계실 때에라야 아빠, 사랑해요.라고 속삭이니 얼마나 울컥거리셨을까, 그래서 심장박동수가 순식간에 솟구쳤던 것이었겠지. 다음에 또 온다고 하시면 꼬옥 잡으시던 손아귀 힘이 아직도 느껴지는 것만 같고.... 그 날도 아빤 날 많이 기다리지 않으셨을까 싶으면 맘이 무너지고, 아.... 6월 어느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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